<나는 페루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졌다>의 저자 김원곤씨는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이다. 그는 50대 때부터 외국어 공부에 열심이었다. 2011~2012년에 4개 외국어능력시험 고급 과정에 합격했다. 2019년 8월 정년을 맞이한 저자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는데 이듬해 3월부터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의 순서로 각각 3개월씩 어학연수를 하고, 중간중간에 3개월씩 재충전 기간을 가지려고 했다.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2020년 3월에 페루에 도착해 어학원에 일주일간 다닐 때까지는. 아다시피 그 후로 전세계는 코로나에 꽁꽁 묶였고 저자는 페루에 발이 묶였다. 계획은 전면 수정되어 페루에서 8개월을 머물게 된다.
이 책은 페루 어학연수기이다. 하지만 단순히 60대의 전직 의사가 페루에서 스페인어 공부한 이야기는 아니다. 아래 목차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Chapter 1 이 나이에 어학연수라니!
Chapter 2 좌충우돌 페루 연수
Chapter 3 스페인어의 매력
Chapter 4 페루가 궁금해
Chapter 5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
Chapter 6 시니어를 위하여
혹시라도 제목만 보고 페루 여행에세이라고 착각할까봐 목차를 발췌했다. 60이 넘어서 어학연수를 가게 된 사연과 준비과정, 페루에서 공부한 시간에 대해 1,2장에 실었고, 3장은 스페인어에 대한 간략한 소개(초보자를 위한), 4장에서는 페루 역사와 문화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5장과 6장에 이 책의 특징이 있다. 외국어를 배우는 데 있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는 책임감 있고, 헌신적이며, 앞서서 주도하고, 끈기 있는 학생이었으며 이 때문에 현재 높은 수준의 스페인어 회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위는 저자를 지도했던 어학원 교수의 평가서 중 일부이다. 이 평가만 보아도 그가 어떤 사람일지 감이 올 것이다. 의사생활을 하면서도 외국어 공부를 해서 외국어능력시험에 합격했으니 한국에서도 이미 성실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는 페루에서 예상보다 오래 체류하게 되어 스페인어 회화 실력을 더 향상시켰음은 물론이고 페루의 코로나 국면도 관찰했다. 저자는 의사로서 페루의 의료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의료비 투자가 하위권이기 때문에 대처능력이 미흡할 수밖에 없었고 가난한 국민들은 피해가 컸다. 결국 모든 문제는 후진적인 정치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평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