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의 모든 역사 - 인간의 가장 깊은 비밀, 뇌를 이해하기 위한 눈부신 시도들
매튜 코브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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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뇌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을까? 과학 또는 의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거의 모른다고 하는 게 맞다. 뇌과학을 전공했거나 의사라면 어떨까? 뇌에 대해 잘 알까? <뇌 과학의 모든 역사>를 맨체스터 대학교 교수 ‘매튜 코브’는 단언한다. 우리는 뇌에 대해 모른다고.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는 이 책을 순서대로 간단하게 요약한 후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다.

결과적으로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말은 ‘우리는 모른다’라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뇌과학의 미래를 서술한 마지막 문단은 일종의 시나리오다. 문단이 길어서 다 옮길 순 없지만, 주요 내용만 인용하겠다.

어쩌면 다양한 계산과학 프로젝트들이 잘 풀리고 이론가들이 모든 뇌 기능이 담고 있는 비밀을 풀 수도, 커넥톰이 현재 감춰져 있는 뇌 기능의 원리를 밝혀낼 수도 있다. (……)

아니면 새로운 비교진화 연구들이 다른 동물들은 어떻게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우리 자신의 뇌가 기능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을 전해줄 수도 있다. (……) 아니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뇌에 대하 급진적인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뇌에 대한 급진적인 새로운 비유를 제공하여 우리가 지금껏 믿었던 모든 견해들을 바꿀 수도 있다.

즉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뜻이고, 여전히 뇌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거다.

그래서 저자 매튜 코브는 뇌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를 둘러싼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생각을 실험적 근거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해준다. 이 책은 전공자뿐 아니라 뇌과학에 대해 관심 있는 일반인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정재승 교수가 추천사에서 그랬다. 자신은 미국 L.A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단숨에 다 읽었다며! ‘어마무시하게 재미있는 뇌 과학의 역사책으로 마음과 정신을 탐구해온 인류의 발자취를 함께 따라가 보라’고 했다.

역사와 과학을 좋아하고 뇌 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낯선 새로운 지식을 접하는데 주저함이 없다면 필독각이다!

이 책은 뇌 과학의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되어 있는데 과거의 범위가 선사시대부터 1950년대까지이다. 현재는 1950년대부터 오늘날까지로 주제(기억, 회로, 컴퓨터, 화학, 국재화, 의식)에 따라 정리했다. 현재를 가장 비중있게 다뤘다는 뜻이다.

[1부 과거]

고대 철학자들은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 뇌에서 비롯되는지 심장에서 비롯되는지를 두고 논쟁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각의 근원이 심장에 있고 감각을 느끼는 것도 심장이라고 주장했지만 갈레노스(AD129~200)가 해부학 연구를 통해 신경이 심장이 아닌 뇌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심장 중심론’을 더 신봉했다. 17세기에 이르러 인간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데 뇌가 핵심 역할을 함을 보여주는 실험이 시작되었고, 18세기에는 동물과 인체를 대상으로 한 비윤리적 실험을 하게 된다. 바로 전기의 발명 때문이었다.



19세기에 이르러 뇌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가 신경중추를 억제하는 것임이 밝혀졌다. 이 시기에 세포이론의 수립되었다. 이를 토대로 한 신경해부학자 카할과 폰 쾰리커의 연구는 신경세포들이 개별 독립체라고 주장하며 ‘뉴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2부 현재]

195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 뇌의 작용에 관한 지식이 어떻게 진일보했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기억, 신경 회로, 뇌에 대한 컴퓨터 모델, 뇌의 화학작용, 뇌 영상기법, 의식의 본질을 향한 관심 등 뇌에 관한 지식을 만나볼 수 있다.

2부에서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지식에 배치되는 내용을 읽으며 깜짝 놀랐다. 그 중 두 가지, ‘세로토닌’과 ‘파충류의 뇌’에 대한 것을 소개한다.

‘프로작’이라는 약물이 뇌 내 세로토닌 수치를 증가시켜 우울증 증상을 완화시킨다는 내용은 알고 있었다. 저자는 세로토닌과 우울증과의 상관관계가 입증된 바가 없다고 했다. 낮은 세로토닌 농도가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가설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한 인물로 ‘조지프 쉴드크로트’와 ‘알렉 코펜’이라는 사람이 언급되고 있지만 그들은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각인이 되자 그 후로 연구자들이 근거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도 그 반대의 주장을 설파하는 이들에 의해 결국 ‘우울증의 화학적 불균형 이론’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울증에 대한 단일한 설명과 단일한 치료제가 있을 리 만무하다고 강조하며 세계적 제약 산업의 주역이었던 정신과 의사 H. 크리스천 피비거의 말을 인용했다.

“수십 년간의 대규모 연구와 투자에도 불구하고 정신의학 시장에 도달한 전혀 새로운 기제의 약물은 단 하나도 없다.“

다음, ‘파충류의 뇌’는 나도 알고 있었는데(지금까지 믿고? 있었는데...) 잘못된 개념이었다니! ‘폴 맥린’이라는 신경학자가 이렇게 주장했다고 한다.



신경과학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의 발상은 1960~70년대 영향력 있던 대중과학 작가 두 명이 차용하면서 대중문화 속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아서 쾨슬러’와 ‘칼 세이건’이다. 아서 쾨슬러는 자신의 저서 <기계 속의 유령>에서 폴 맥린의 연구를 인용하여 원죄에 대한 기독교 교리부터 프로이트의 유아 성욕 이론까지 온갖 것들을 다 때려 넣어 세 개의 뇌 사이의 갈등이 ‘인간의 역사 속 만연한 편집증적 기질의 생리학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괴상한 주장을 했다. 덕분에 폴 맥린은 일약 스타가 되어 강연을 다니게 되는데 칼 세이건도 그의 강연을 들었다. 저자는 칼 세이건의 주장을 이렇게 일갈한다.

‘세이건도 쾨슬러와 마찬가지로 과학적인 사실 조금에다 어마어마한 정신분석학적 헛소리와 빈약한 인류학적 지식 한 아름을 뒤섞어 과도한 양의 추측성 발언들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1990년에 와서야 <사이언스>와 <네이처>지는 폴 맥린의 주장은 신경과학적 미신으로 분류되었어야 했다고 실었다.

1992년,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교 연구자들은 우연히 원숭이의 복측 전운동피질에서 일부 뉴런들이 원숭이가 실제 행동을 취할 때뿐만 아니라 다른 개체가 활동하는 모습을 볼 때에도 발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거울뉴런’이라 명명했다. 이 거울뉴런은 엄청난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추측이 난무했다. 그 중 자폐증에서 관찰되는 사회적 상호작용 부족현상이 거울뉴런의 기능장애 탓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2006년 <뉴욕 타임스>에서는 거울뉴런이 ‘마음을 읽는 세포’라고 선언했으며 어떤 신경과학자는 이 뉴런들의 역할 덕에 인간이 공감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모든 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2010년 한 실험에서 그 세포들의 위치가 원숭이의 뇌에서 밝혀진 영역에 국한되어 있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경우 거울뉴런 중 11퍼센트는 해마에서 발견되었다. 거울뉴런들은 뇌 전역에 분포하며 잡다한 기능을 수행한다. 어떤 기능을 특정한 구조물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히는 데 이렇듯 예외가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복잡한 현실적 문제는 최근 인간의 뇌에서 놀라운 가소성을 나타낸 임상 사례들이 보고되면서 더욱 커졌다.

[3부 미래]

저자는 뇌를 해부학적, 생리적, 진화적인 맥락에서 바라보게 된다면 신체의 다양한 부분들이 제각기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우리의 행동, 나아가 마음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관해 보다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아직도 뇌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기 때문에 더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뇌에 비유할 만한 새로운 기술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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