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의 거리두기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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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현 작가의 사진을 보면 지금 당장 조지아로! 모로코로! 떠나고 싶어진다! 아이슬란드는 추워서 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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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의 거리두기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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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은커녕 국내여행도 못 다닌 지 벌써 2년째다. 작년 코로나 발발 초기에 해외여행에세이는 읽기 싫었다. 한동안 멀리하다가 남들의 여행 이야기가 슬슬 궁금해졌다. 부러워하다가 결국 다시 여행에세이를 손에 잡았다. 비행기를 타고 싶은 바람이 무색하게 코로나는 굳건하게 우리 주위를 맴돌았다. 그만 사라져지만 좋겠구만... 백신접종인구가 80%에 육박해도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하니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참 끈질긴 코로나19 바이러스다. 작년 초에 예약했다 취소된 해외여행을 내년엔 갈 수 있을까?


요즘은 거의 자포자기로 상태로, 남이 여행 다녀와서 쓴 거라면 뭐든 읽는다. 해외여행이라면 더욱 반갑다. 직접 갈 수 없으니 대리만족이라도 해야 한다. 여행전문 서적을 주로 내는 조대현 작가가 에세이 <인생과의 거리두기>를 출간했다고 하기에 서평단에 얼른 신청해서 받았다. 그동안 작가는 세계 곳곳의 여행정보를 책으로 냈다. 해시태그 출판사가 출간한 여행 책은 대부분 조대현 작가가 썼다. 여행자를 위한 정보는 꼼꼼하고 책에 실린 사진은 현장에 직접 있는 듯하다. 이번 에세이는 조지아, 아이슬란드, 모로코, 제주를 여행하면서 겪은 것과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담았다. 여행정보도 빠질 수 없다. 이 책에는 기존의 여행에세이들보다 여행지에 대한 소개나 정보가 많다. 작가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 책이다.


나는 여행을 한다고 내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없다면 언젠가는 다시 걸음을 멈추고 인생을 생각해야 하는 시간은 반드시 돌아온다.”


올 해 조지아 여행책이 여러 권 출간될 만큼 조지아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 달 살기 관련 서적도 나와 있을 정도다. 작가도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면 조지아를 추천한다고 하며 조지아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수도 트빌리시의 카페거리부터 훼손되지 않은 자연의 풍광, 조지아 사람들의 생활모습까지 다채롭게 소개하고 있다. 조지아 와인에 대해 설명하는 현지인 앞에서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서로 자신의 조국이 와인의 원조라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재미있다. “한 눈에 보는 조지아 상식같은 정보는 조지아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라면 챙겨두어야 할 팁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당장이라도 조지아행 비행기표를 끊고 싶어질 것이다.

 


작가는 아이슬란드 여행을 하면서 겨울이 따뜻한 계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아이슬란드의 자연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진다. 사업에 실패하고 스스로를 고립시켜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후 3시만 되면 해가 지는 아이슬란드에서는 할 일이 별로 없다. 작가는 심심해도 너무 심심한 그곳에서 행복했던 기억만 있다고 한다. 나는 추위를 많이 타고 햇빛 쨍한 날을 좋아하기 때문에 날씨가 흐린 날이 많은 곳이나 추운 곳에 여행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 책에 실린 아이슬란드의 자연 사진만 봐도 으스스해져 팔뚝에 털이 곤두설 지경이다. 그래도 오로라의 장관은 직접 보고 싶다.




이 책에서 가장 짧게 다룬 부분은 모로코이다. 아이슬란드 사진 보며 움츠러들었던 몸이 사하라 사막 사진을 보며 스르르 이완되었다. 난 역시 따뜻한 날씨를 좋아한다. 아니지, 사막은 너무 더운가? 사막은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지만 만약 툰드라와 사막 중 어디를 여행하겠냐고 묻는다면 사막을 택할 것이다. 날씨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하라 사막이 모로코에 있어서 호의적인 감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동안 보아온 모로코 사진은 꽤 유혹적이었다.



네 번째 여행지는 제주도이다. 제주도는 워낙 유명하고 국내이기 때문에 여러 번 여행 했던 곳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주도는 갈 때마다 새로운 곳이 발견되고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다.


작가는 아름답고 황홀한 경치를 보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었고 세상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세계 각지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으로 담으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것 같다. 자유롭게 해외로 나가지 못한다면 제주도로 떠나면 된다. 사진으로 담든 눈과 마음에 담든 긍정 에너지를 주는 그 경치가 가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이 책 덕분에 유럽과 극지방을 거쳐 제주도에 당도했다. 훌륭한 사진들 덕분에 감사한 경험이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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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노크
케이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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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리뷰입니다**



<네 번의 노크> 티저북 서평단 활동후 정식 출간본을 선물로 받았다. 티저북에서 벌어진 사건은 가난한 동네의 한 빌라에서 남성이 질식사했다. 3층에 사는 여성 6명을 경찰이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내용이었다.


301호 무속인

302호 재택근무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303호 사회복지사, 사망자의 애인

304호 지적장애 3급

305호 노점 액세서리 판매

306호 건물 청소 및 관리

시신으로 발견된 남성의 애인이 303호인데다 보험금 수익자도 303호로 지정되어 있어서 보험사기가 의심되었다. 그러나 6명 모두 혐의를 부인했고 303호와 304호 외에는 특별한 혐의점이 없어보였다. 티저북에서 살짝 의심이 갔던 305호 일화는 해결이 되었다.







https://blog.naver.com/pppleon/222542276253


티저북에서 이어지는 곳은 정식 출간본 1부 마지막 30여쪽 부터였다. 정식출간본은 1부 내사와, 2부 독백으로 이루어져있다. 다 읽고 리뷰를 쓰려니 참 난감하다. 이런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은 줄거리를 쓰면 스포일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난 리뷰에서 질식사한 남성의 살해범을 유추했기 때문에 이 리뷰에서는 그 결과를 써야한다는 의무감이 자꾸 들었다. 그냥 밝힌다.

사망원인은 급성 알레르기 반응이었다. 303호는 성가신 애인을 떨궈내기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두통약을 자주 먹던 것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약으로 실험을 해 본 후에 혼자 여행을 떠나면서 술에 피린 계열 진통제를 녹여서 준비해두었다. 303호는 애인이 그동안 자신의 몸을 혹사해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고 자신이 만들어두긴 했지만 스스로 와서 먹은 것이니 책임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합리화였다. 그리고 당당하게 보험금을 수령했다.

이렇게 끝났을까? 아니다! 그 뒤에 예상도 못했던 반전과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 내용은 쓸 수가 없다. 그런데! 304호 장애인 여성도 사망한다. 이건 반전까진? 아니므로 밝힌 거다. 304호에게 부자 엄마가 있었고, 301호와 303호가 304호를 이용해 먹었고, 305호는 장애인 동생이 있었기 때문에 303호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인형도 사줬다. 어흐흐흐... 자꾸자꾸 쓰고 싶은데 그러면 진짜 스포가 나올 것 같으니 이제 그만!

이 소설 꽤 쫀쫀하다. 미스터리 스릴러는 사건과 사건 사이의 상관관계가 헐거우면 읽는 맛이 안 난다. 이렇게 한 층에 살고 있는 6명의 사생활을 세세하게 드러내는 경우, 교차 지점이 있기 마련이다. 경찰에게 진술한 내용, 독백이라는 이름으로 1인칭 서술이기 때문에 단순 나열로 그치면 안 된다. 직업과 개성이 확연히 다른 여섯 명이 겉으론 제 각각의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공간에서 살기 때문에 접점이 있다. 그 접점이 드러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높아지는 밀도, 독자를 헷갈리게 만드는 부분까지 있다. 나도 몇 번 다시 읽은 장면이 있다.

출간 전에 영화계에서 먼저 알아봤다고 하니 영화로 어떻게 만들어질지 기대된다. 텍스트에서 헷갈리는 부분을 영화에서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도 궁금하다. 특히 302호가 받는 편지가! 아, 302호는 티저북 읽을 때부터 가장 호감이 갔던 캐릭터다. 아등바등 힘들게 살고 남에게 피해 안 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는데 2부에서는 오빠랑 새언니한테 당하는 내용이 계속 나와서 안쓰러웠다. 그래도 피붙이라고, 마음이 모질지 못해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줬는데... 잘 되길 바랐고 그러는 것처럼 보였는데! 아니었... 압, 또 스포 쓸 뻔! 진짜 그만~~

스릴러 소설 좋아하는 독자에게 <네번의 노크>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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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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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의 ‘소설Y클럽’에 당첨되어 천선란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나인>을 대본집으로 받아서 읽었다. 천선란 작가의 전작 <천개의 파랑>은 AI가 일상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AI기수가 등장했는데 이번 소설은 더 파격적인 소재였다.






아홉 개의 새싹 중 마지막에 태어나 나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주인공은 외계에서 왔다. 고등학생으로 나오지만 실은 지구에 사는 외계인이다. 앞부분에선 갑자기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초능력이 생긴 것처럼 보였는데 함께 살고 있는 지모(라 부르는 이모)가 낳았으며 그들은 외계에서 온 존재라는 것! 나인의 절친의 이름은 미래와 현재, 그냥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인가 했더니 2년 전에 발생한 사건이 드러난다.

권도현이라는 학생이 친구 박원우를 죽게 만들었는데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으며, 박원우는 2년 째 실종상태이고, 그의 아버지는 계속 아들을 찾아 다니고 있다. 억울하게 죽은 박원우가 묻힌 산에서 나인이 식물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어 그 사건을 알게 된다. 선배 박원우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권도현이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누가 믿어줄까? 산에서 나무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면 경찰이 재조사를 할까? 결국 권도현 스스로 자백하는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판타지다. 외계인이 식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약자의 죽음을 세상에 알려 비리가 다 드러나는 인과응보의 결말은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그러니 소설에서나마 억울하고 답답한 일이 해결되게 한다. 나인, 미래, 현재가 현실 속 고등학생들이었다면 이런 일을 해결했을까? 힘들거라고 본다. 작가는 소설적 상상력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작가가 초점을 맞춘 것은 ‘믿음’이었다.

나인이 자신의 정체를 밝힐 때 미래는 무조건 너의 말을 믿어주겠다고 한다. ‘아무런 조건 없는 믿음’이라는 말은 쉬이 내뱉을 수 있을 진 몰라도 그 말 그대로가 되기는 정말이지 어렵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사랑하는 친구, 혹은 가족이 하는 말을 믿어준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인간은 지극히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동물이다. 말로는 그렇게해도 의심의 너울이 울렁울렁 일어나다가 누군가 바람을 일으키면 큰 파도가 되어 믿음을 흐트려버린다. 모래에 쓴 글자처럼...

미래는 나인이 보고 들은 것을 다 믿어주었으며 외계인이라는 커밍아웃도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물론 현실에서 친구가 외계인일리는 없다. 허나 그보다 현실적임에도 우리는 친구가 하는 말을 다 믿어주었는가? 조건절을 달지는 않았나? 믿는다는 말의 의미 안에는 조건이 들어있지 않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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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더머니 - 브랜드에 얽힌 사람과 돈, 기업에 관한 이야기
조현용 지음 / 시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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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가 롤렉스 시계를 애용한 이유는?”

“막장 드라마를 능가하는 구찌 가문의 음모와 암투. 그 최후의 승자는 과연?”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보육원에 맡겨진 코코 샤넬은 어떻게 브랜드 샤넬을 만들었을까?”

“여행용 가방으로 시작한 루이비통을 세계 최대의 패션 브랜드로 성장시킨 사람은?”

위 질문의 답이 궁금하지 않는가?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고?

그렇다면 당신은 유튜브 채널 ‘소비더머니’ 구독자!


<소비더머니>는 MBC기자출신 조현용씨의 유튜브 채널을 책으로 낸 것이다.

유튜브를 본 적이 없다면 책 <소비더머니>를 추천한다.

난 명품은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관심도 없다며 외면하지 마시라!

이 책은 그저 명품 브랜드를 소개하는 게 아니다. 부제가 ‘브랜드에 얽힌 사람과 돈 기업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 한 권에서 14개의 기업을 다루기 때문에 기업의 역사는 간단하게 요약했다. 중요하게 다룬 것은 기업의 브랜드의 가치다. 명품이 왜 명품이라 불리게 되었는지를 읽으면고개 끄덕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나처럼 명품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소개했다. 명품 상식과 함께 그 기업의 역사(비화 포함)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패션 명품 브랜드에 어울리는 사진도 적절하게 배치하여 보는 즐거움도 있다. 그렇다고 명품 브랜드만 다룬 건 아니다. 스타벅스가 바꾼 커피문화에 대한 이야기와 국내기업인 삼성, LG, 현대, 카카오도 다룬다.


흥미로웠던 브랜드 이야기 몇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롤렉스]

쿠바혁명의 대표주자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가 자본주의의 상징격인 롤렉스 시계를 애용했다니 배신감이 든다. 1950~60년대 당시에는 아직 전자시계가 나오지 않은 때이다. 급박한 게릴라전에서 태엽을 감는 수동식 시계는 번거로워서 차고 다니기만 해도 동력이 생기는 오토매틱 시계가 필요했을 것이다.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에서 생포될 때 차고 있던 시계는 ‘GMT 마스터’인데 현재 이 모델의 소매가는 약 천2백만원에서 5천만원 정도이다.



카스트로는 왼쪽 손목에 GMT 마스터와 서브마리너를 동시에 차고 있었다. 카스트로가 시계를 두 개나 차고 있었던 이유에 대한 해석이 몇가지 있는데 저자가 소개하는 것을 읽어보니 꽤 수긍이 갔다. 전쟁터에서 시계가 망가지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 그랬을 거라는 설이 있고, 한편 소련의 현지 시간을 알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즉 시계 하나는 쿠바 기준, 다른 하나는 모스크바 기준으로 시간을 맞춰두었다는 설이다.


110여년 전에 탄생한 롤렉스는 지금까지 시계브랜드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9년 애플워치의 판매가 롤렉스를 추월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롤렉스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2020년 한 해동안 가장 많이 검색된 시계 브랜드는 여전히 롤렉스다. 시대를 너머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가 단지 고가라서 그런 건 아니다. 변치 않는 견고함과 멈추지 않는 기술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누군가가 했다는 이 말이 롤렉스를 명품이라 부르는 이유다.


“다른 브랜드의 시계를 사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볍다, 얇다, 정확하다, 최신 기술이다, 예쁘다 등등. 그러나 롤렉스를 사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것이 롤렉스이기 때문에.”


이 책에는 기업들의 창업히스토리가 실려있는데 공통점이 있다. 창업주의 자식들 2대, 3대로 넘어가면 재산다툼이 벌어지는 건 당연하고 총질까지 한 구찌집안 며느리도 있다. 현재까지 명품의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 대부분 저런 과정을 거쳤으나 전문 경영인, 훌륭한 디자이너를 영입했기에 가능했다.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기도 하지만 초창기 생산방식을 고수하는 기업도 있다. 다품종 다생산 시대에 전문가의 손으로 소량생산하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희소성의 가치를 부각시키게 된다. 에르메스가 그러하다.


[에르메스]

에르메스 핸드백은 소속 장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만든다. 자사가 운영하는 가죽학교를 3년 다닌 후 2년 간 별도의 수련과정을 거쳐야 에르메스에서 일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바로 가방을 만들 수 없다. 7~10년 가까이 경력을 쌓은 후에야 가죽을 직접 고를 수 있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재봉틀을 사용하지 않는다. ‘새들 스티칭 기법’으로 만드는데 한 땀 한 땀 손으로 박음질한다. 이렇게 18~48시간이 걸려 완성한 후 별도의 검수과정을 거치는데 검수장인의 눈에 불량이 걸리면 태워버린다고 한다. 이것이 에르메스 핸드백이 비싼 이유다.



사려는 사람은 많고 수량은 한정되어 있다. 에르메스 버킨백은 사려면 2년이나 기다려야하니 신상보다 중고 상품 가격이 더 비싸게 형성된다. 2020년 아트마켓 리서치 보고서에 의하면 에르메스 핸드백의 가치가 1년 동안 42퍼센트 상승한 반면 화가 뱅크시 미술품의 가치는 평균 23퍼센트 올랐다고 한다. 에르메스 핸드백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대부업체가 있다고 하니 에르메스 대표가 ‘소비가 아니라 투자’라고 한 말이 현실이 되었다.


[스타벅스]

세계에서 스타벅스 매장이 가장 많은 도시는 어디일까? 바로 서울이다. 2019년 한국 스타벅스의 매출은 약 1조 9천억 가량된다. 매출액은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이벤트의 반응이 가장 좋은 곳이 한국이다. MD상품 디자인을 전담하는 직원이 미국 본사와 한국에만 있다는 것이다. 굿즈 이벤트에 격하게 반응하기도 하지만 한국 스타벅스에서 개발한 ‘사이렌 오더’(모바일 앱으로 주문 진행상황 알려줌)가 미국으로 역수출되었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다. 사람들은 스타벅스 매장을 도서관이나 작업실처럼 사용하기도 하고 이벤트를 즐긴다. 시즌마다 출시되는 새 메뉴를 기다리고 시리즈로 출시되는 굿즈를 사모은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브랜드 자체를 소비하고 향유하는 것이다. 이제 스타벅스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현대]

현대 정주영회장의 일화는 유명한 것이 많다. 소 한 마리를 몰고 가출했고 성공해서 아버지에게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심정으로 북에 소떼를 몰고 방북했던 일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또 유명한 일화는 1971년 울산에 조선소를 지은 것으로 이건 거의 기적이었다. 조선소를 지을 수 있는 땅 외에 아무런 기술도 없었고 돈도 없었다. 그래서 포기하려고 했으나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 정주영 대표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겠냐고 해서 시도하게 된다.




기술협약을 맺은 영국기업에게 돈을 빌릴 은행을 소개해달라는 황당한 부탁을 하면서 자신의 지갑에 든 오백원권 지폐의 거북선을 보여줬다. 1500년대부터 이런 철갑선을 만든 민족이라면서! 그런데 담당자가 웃으며 추천서를 써줬다지만 영국의 은행이 그냥 빌려줄 리가 있나. 대출을 받으려면 정부위원의 도장을 받아오라고 했다가, 설령 조선소를 만든다고 해서 누가 당신들 배를 사겠냐며 만약 배 살 사람이 있다면 빌려주겠다는 거의 불가능한 조건을 건다. 그런데 황량한 울산 미포만 조선소 부지 사진, 울산 지도, 배 설계도만 보고 계약을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선박왕 오나시스의 처남 리바노스였다. 그리스 선사 ‘선 엔터프라이즈’와 현대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배운 거 없고 돈 없다고 불가능하다고 포기하지 말라며! 저자는 정주영 회장의 말을 전한다.

“기적은 없다. 다만 성실하고 지혜로운 노동이 있을 뿐이다. 실수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일에는 늙음이 없다. 내 후대는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

이 책은 명품 브랜드의 초창기부터 성공까지의 히스토리, 시대에 따른 변화와 혁신과정을 보여준다. 자칫 지루할 법한 내용을 일화 위주로 구성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저자의 스토리텔링 능력도 큰 역할을 했다. 기업과 브랜드 이야기가 일반인인 나에게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사람이야기도 포함된다. 그 모든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장인이 명품을 만들 듯 내 인생을 명품으로 만들 사람은 나이다. 장인(匠人)이 될 것인지 범인(凡人)이 될 것인지 내가 선택해야 한다.




**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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