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더머니 - 브랜드에 얽힌 사람과 돈, 기업에 관한 이야기
조현용 지음 / 시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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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가 롤렉스 시계를 애용한 이유는?”

“막장 드라마를 능가하는 구찌 가문의 음모와 암투. 그 최후의 승자는 과연?”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보육원에 맡겨진 코코 샤넬은 어떻게 브랜드 샤넬을 만들었을까?”

“여행용 가방으로 시작한 루이비통을 세계 최대의 패션 브랜드로 성장시킨 사람은?”

위 질문의 답이 궁금하지 않는가?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고?

그렇다면 당신은 유튜브 채널 ‘소비더머니’ 구독자!


<소비더머니>는 MBC기자출신 조현용씨의 유튜브 채널을 책으로 낸 것이다.

유튜브를 본 적이 없다면 책 <소비더머니>를 추천한다.

난 명품은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관심도 없다며 외면하지 마시라!

이 책은 그저 명품 브랜드를 소개하는 게 아니다. 부제가 ‘브랜드에 얽힌 사람과 돈 기업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 한 권에서 14개의 기업을 다루기 때문에 기업의 역사는 간단하게 요약했다. 중요하게 다룬 것은 기업의 브랜드의 가치다. 명품이 왜 명품이라 불리게 되었는지를 읽으면고개 끄덕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나처럼 명품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소개했다. 명품 상식과 함께 그 기업의 역사(비화 포함)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패션 명품 브랜드에 어울리는 사진도 적절하게 배치하여 보는 즐거움도 있다. 그렇다고 명품 브랜드만 다룬 건 아니다. 스타벅스가 바꾼 커피문화에 대한 이야기와 국내기업인 삼성, LG, 현대, 카카오도 다룬다.


흥미로웠던 브랜드 이야기 몇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롤렉스]

쿠바혁명의 대표주자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가 자본주의의 상징격인 롤렉스 시계를 애용했다니 배신감이 든다. 1950~60년대 당시에는 아직 전자시계가 나오지 않은 때이다. 급박한 게릴라전에서 태엽을 감는 수동식 시계는 번거로워서 차고 다니기만 해도 동력이 생기는 오토매틱 시계가 필요했을 것이다.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에서 생포될 때 차고 있던 시계는 ‘GMT 마스터’인데 현재 이 모델의 소매가는 약 천2백만원에서 5천만원 정도이다.



카스트로는 왼쪽 손목에 GMT 마스터와 서브마리너를 동시에 차고 있었다. 카스트로가 시계를 두 개나 차고 있었던 이유에 대한 해석이 몇가지 있는데 저자가 소개하는 것을 읽어보니 꽤 수긍이 갔다. 전쟁터에서 시계가 망가지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 그랬을 거라는 설이 있고, 한편 소련의 현지 시간을 알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즉 시계 하나는 쿠바 기준, 다른 하나는 모스크바 기준으로 시간을 맞춰두었다는 설이다.


110여년 전에 탄생한 롤렉스는 지금까지 시계브랜드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9년 애플워치의 판매가 롤렉스를 추월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롤렉스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2020년 한 해동안 가장 많이 검색된 시계 브랜드는 여전히 롤렉스다. 시대를 너머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가 단지 고가라서 그런 건 아니다. 변치 않는 견고함과 멈추지 않는 기술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누군가가 했다는 이 말이 롤렉스를 명품이라 부르는 이유다.


“다른 브랜드의 시계를 사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볍다, 얇다, 정확하다, 최신 기술이다, 예쁘다 등등. 그러나 롤렉스를 사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것이 롤렉스이기 때문에.”


이 책에는 기업들의 창업히스토리가 실려있는데 공통점이 있다. 창업주의 자식들 2대, 3대로 넘어가면 재산다툼이 벌어지는 건 당연하고 총질까지 한 구찌집안 며느리도 있다. 현재까지 명품의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 대부분 저런 과정을 거쳤으나 전문 경영인, 훌륭한 디자이너를 영입했기에 가능했다.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기도 하지만 초창기 생산방식을 고수하는 기업도 있다. 다품종 다생산 시대에 전문가의 손으로 소량생산하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희소성의 가치를 부각시키게 된다. 에르메스가 그러하다.


[에르메스]

에르메스 핸드백은 소속 장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만든다. 자사가 운영하는 가죽학교를 3년 다닌 후 2년 간 별도의 수련과정을 거쳐야 에르메스에서 일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바로 가방을 만들 수 없다. 7~10년 가까이 경력을 쌓은 후에야 가죽을 직접 고를 수 있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재봉틀을 사용하지 않는다. ‘새들 스티칭 기법’으로 만드는데 한 땀 한 땀 손으로 박음질한다. 이렇게 18~48시간이 걸려 완성한 후 별도의 검수과정을 거치는데 검수장인의 눈에 불량이 걸리면 태워버린다고 한다. 이것이 에르메스 핸드백이 비싼 이유다.



사려는 사람은 많고 수량은 한정되어 있다. 에르메스 버킨백은 사려면 2년이나 기다려야하니 신상보다 중고 상품 가격이 더 비싸게 형성된다. 2020년 아트마켓 리서치 보고서에 의하면 에르메스 핸드백의 가치가 1년 동안 42퍼센트 상승한 반면 화가 뱅크시 미술품의 가치는 평균 23퍼센트 올랐다고 한다. 에르메스 핸드백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대부업체가 있다고 하니 에르메스 대표가 ‘소비가 아니라 투자’라고 한 말이 현실이 되었다.


[스타벅스]

세계에서 스타벅스 매장이 가장 많은 도시는 어디일까? 바로 서울이다. 2019년 한국 스타벅스의 매출은 약 1조 9천억 가량된다. 매출액은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이벤트의 반응이 가장 좋은 곳이 한국이다. MD상품 디자인을 전담하는 직원이 미국 본사와 한국에만 있다는 것이다. 굿즈 이벤트에 격하게 반응하기도 하지만 한국 스타벅스에서 개발한 ‘사이렌 오더’(모바일 앱으로 주문 진행상황 알려줌)가 미국으로 역수출되었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다. 사람들은 스타벅스 매장을 도서관이나 작업실처럼 사용하기도 하고 이벤트를 즐긴다. 시즌마다 출시되는 새 메뉴를 기다리고 시리즈로 출시되는 굿즈를 사모은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브랜드 자체를 소비하고 향유하는 것이다. 이제 스타벅스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현대]

현대 정주영회장의 일화는 유명한 것이 많다. 소 한 마리를 몰고 가출했고 성공해서 아버지에게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심정으로 북에 소떼를 몰고 방북했던 일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또 유명한 일화는 1971년 울산에 조선소를 지은 것으로 이건 거의 기적이었다. 조선소를 지을 수 있는 땅 외에 아무런 기술도 없었고 돈도 없었다. 그래서 포기하려고 했으나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 정주영 대표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겠냐고 해서 시도하게 된다.




기술협약을 맺은 영국기업에게 돈을 빌릴 은행을 소개해달라는 황당한 부탁을 하면서 자신의 지갑에 든 오백원권 지폐의 거북선을 보여줬다. 1500년대부터 이런 철갑선을 만든 민족이라면서! 그런데 담당자가 웃으며 추천서를 써줬다지만 영국의 은행이 그냥 빌려줄 리가 있나. 대출을 받으려면 정부위원의 도장을 받아오라고 했다가, 설령 조선소를 만든다고 해서 누가 당신들 배를 사겠냐며 만약 배 살 사람이 있다면 빌려주겠다는 거의 불가능한 조건을 건다. 그런데 황량한 울산 미포만 조선소 부지 사진, 울산 지도, 배 설계도만 보고 계약을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선박왕 오나시스의 처남 리바노스였다. 그리스 선사 ‘선 엔터프라이즈’와 현대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배운 거 없고 돈 없다고 불가능하다고 포기하지 말라며! 저자는 정주영 회장의 말을 전한다.

“기적은 없다. 다만 성실하고 지혜로운 노동이 있을 뿐이다. 실수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일에는 늙음이 없다. 내 후대는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

이 책은 명품 브랜드의 초창기부터 성공까지의 히스토리, 시대에 따른 변화와 혁신과정을 보여준다. 자칫 지루할 법한 내용을 일화 위주로 구성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저자의 스토리텔링 능력도 큰 역할을 했다. 기업과 브랜드 이야기가 일반인인 나에게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사람이야기도 포함된다. 그 모든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장인이 명품을 만들 듯 내 인생을 명품으로 만들 사람은 나이다. 장인(匠人)이 될 것인지 범인(凡人)이 될 것인지 내가 선택해야 한다.




**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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