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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ㅣ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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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의 ‘소설Y클럽’에 당첨되어 천선란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나인>을 대본집으로 받아서 읽었다. 천선란 작가의 전작 <천개의 파랑>은 AI가 일상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AI기수가 등장했는데 이번 소설은 더 파격적인 소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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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개의 새싹 중 마지막에 태어나 나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주인공은 외계에서 왔다. 고등학생으로 나오지만 실은 지구에 사는 외계인이다. 앞부분에선 갑자기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초능력이 생긴 것처럼 보였는데 함께 살고 있는 지모(라 부르는 이모)가 낳았으며 그들은 외계에서 온 존재라는 것! 나인의 절친의 이름은 미래와 현재, 그냥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인가 했더니 2년 전에 발생한 사건이 드러난다.
권도현이라는 학생이 친구 박원우를 죽게 만들었는데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으며, 박원우는 2년 째 실종상태이고, 그의 아버지는 계속 아들을 찾아 다니고 있다. 억울하게 죽은 박원우가 묻힌 산에서 나인이 식물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어 그 사건을 알게 된다. 선배 박원우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권도현이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누가 믿어줄까? 산에서 나무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면 경찰이 재조사를 할까? 결국 권도현 스스로 자백하는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판타지다. 외계인이 식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약자의 죽음을 세상에 알려 비리가 다 드러나는 인과응보의 결말은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그러니 소설에서나마 억울하고 답답한 일이 해결되게 한다. 나인, 미래, 현재가 현실 속 고등학생들이었다면 이런 일을 해결했을까? 힘들거라고 본다. 작가는 소설적 상상력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작가가 초점을 맞춘 것은 ‘믿음’이었다.
나인이 자신의 정체를 밝힐 때 미래는 무조건 너의 말을 믿어주겠다고 한다. ‘아무런 조건 없는 믿음’이라는 말은 쉬이 내뱉을 수 있을 진 몰라도 그 말 그대로가 되기는 정말이지 어렵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사랑하는 친구, 혹은 가족이 하는 말을 믿어준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인간은 지극히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동물이다. 말로는 그렇게해도 의심의 너울이 울렁울렁 일어나다가 누군가 바람을 일으키면 큰 파도가 되어 믿음을 흐트려버린다. 모래에 쓴 글자처럼...
미래는 나인이 보고 들은 것을 다 믿어주었으며 외계인이라는 커밍아웃도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물론 현실에서 친구가 외계인일리는 없다. 허나 그보다 현실적임에도 우리는 친구가 하는 말을 다 믿어주었는가? 조건절을 달지는 않았나? 믿는다는 말의 의미 안에는 조건이 들어있지 않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