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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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태어나서 죄송합니다>의 저자 전안나씨는 이미 여러 권의 독서 관련 책을 냈다. 그의 책은 SNS에 소개된 글에서 봤고 직접 읽어본 적은 없었다. 이번 신간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는 가디언 출판사의 서평단 자격으로 읽게 되었다. 독서에세이인데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는지 궁금했다.


그의 지난 날에 대해 알고 깜짝 놀랐다. 입양아, 폭력 가정, 아동 학대... 얼마 전 종영한 <서른, 아홉>은 입양에 대해 긍정적으로 그린 드라마였다. 아무리 좋은 양부모 밑에서 자랐다 해도 입양아라는 딱지가 그들의 삶을 계속 지배할 수밖에 없다는 주지의 사실과 건강한 입양가정의 모습을 공감력 있게 그려냈다. 사실 입양가정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모습을 현실인양 착각하기 쉽다. 물론 <서른, 아홉>속 입양가정의 모습도 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도 있을 것이다. 학대받은 아이, 양육지원비 때문에 입양한 사람들 같은 뉴스들이 그렇다.


전안나씨의 사연도 뉴스에 나올 법했다. 1982년에 태어났지만 부모에게 버림받아 무적자였고 86년에 입양되었지만 1년이나 지나서 양부모의 호적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폭력과 학대. 그의 양부모, 특히 엄마의 폭언과 폭행은 분명 범죄였다.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오롯이 여린 몸으로 견뎌내야만 했다. 몸에 난 상처는 아물면 사라지지만 마음의 상처가 어디 그런가. 어서 성인이 되어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책장을 급하게 넘겼다.


그러나 아니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일만 했다. 대학교 등록금을 벌기 위해 쉼 없이 아르바이트를 했고, 취직을 하자 양엄마는 급여를 자기 통장으로 이체하라고 협박했다. 전안나 작가는 스물 일곱살, 결혼하기 전까지 6천만원이나 되는 돈을 양엄마에게 보내야했다. 양엄마라는 사람은 교회에서 신실한 권사인가 뭔가였는데 입양한 자식을 수시로 괴롭히고 돈까지 갈취한 사람이었다. 세상에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이 무슨 기막힌 소설 같은 이야기인가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에게 불행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뒷목 잡게 하는 시어머니의 행동도 있었지만 요즘은 좀 바뀌었다고 한다.


이런 자신의 인생에 대한 글을 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세 번이나 고쳐 썼다고 한다. 3년 전 처음 쓸 때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눈물을 흘렸고, 재작년에는 분노로 손이 떨렸다. 그리고 1년 후, 비관적 현실주의자가 되어 자신의 삶을 자산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표현했다. 이번 책을 통해 아마 작가는 치유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100%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누구이며 도대체 왜 태어났어야 했는지에 대한 답은 얻은 것 같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p.237

내 삶에 스며든 자격지심을 내려놓는다. 고아가 된 것도, 입양이 된 것도, 아동 학대를 받은 것도 내 잘못이 아니야 하며 죄책감을 내려놓는다. 버림받았다는 상처도, 태어나서 죄송한 존재였다는 비참함도 내려놓는다. 친부모를 원망했던 마음도, 양부모를 미워하는 마음도 잠시 멈춰 본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친부모도, 돈이 필요할 때나 원하는 게 있을 때만 전화하는 양부모도 그냥 한 인생이려니 넘어간다. 그들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한 선택이었으리라 이해해 보려 한다. 그들과 나는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았다.


이 책은 독서에세이라고 했고, 30개의 꼭지에서 서른 권의 책을 다루지만 그 책을 자세히 소개하지 않는다. 작가 자신이 힘들었던 순간,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한 문장, 글쓰기에 도움을 받은 책처럼 지극히 작가의 개인적인 상황과 연관된다. 그래도 독자들은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독자의 상황과 꼭 같지는 않더라도 인간의 생애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의 고충은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22. 살기 위해 읽다 : <수전 손택의 말>


책을 계속 읽다보니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나는 그렇게 책을 쓰게 되었다. 이제 책은 나에게 직업이 되었다. 나는 살기 위해 읽었고, 책을 붙잡아 꾸역꾸역 살아남았으며, 그 결과 지금까지 생존해 있다. “독서는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잇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라는 수전 손택의 말처럼 나도 그랬다.

독서는 내 작은 자살이었고, 작은 우주선이었다. 나는 책을 읽고 책을 쓰면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지금도 다시 책으로시작하려 한다. 앞으로 나에게 독서는 치유를 넘어선 그 무엇으로 남을까...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그동안 잘 살아왔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젠 행복할 일만 남았다며 작가의 등을 토닥여 주고 싶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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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랑의 이유를 너에게서 찾지 마라
강석빈 지음 / 부크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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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땐 몰랐다. 이별하니 상대가 아주 나쁜 X인 것 같다. 나보다 더! 그리고 아프다.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두렵기까지 하다. 이런 연애과정에서 벌어지는 고충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다. 시시콜콜 물어보고 싶다. 가까운 누군가가 들어주고 충고해주면 좋으련만 그런 사람이 없다면?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이라도 받고 싶다.

유튜브에 있다면? 연애 상담 해주는 유튜버, 석구리 TV의 강석빈씨다. 그동안 석구리 TV에서 상담했던 것을 <아픈 사랑의 이유를 너에게서 찾지 마라>로 출간했다. 제목에서 지침을 딱 말해주고 있다. 사랑하다 아파도, 이별하더라도 자책하지 마시라! 앗, 그럼 여기서 상담 끝? 물론 아니다. 이 책은 이별 후 대처법뿐 아니라 사랑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부터 사랑하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도 두루 다룬다. 사랑도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며 자신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 저자는 독자들이 행복한 연애를 하길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지금은 연애와 별 상관없이 살고 있지만 아하, 그 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걸 싶은 내용들을 회상형과 후회형 모드로 읽었다. 94가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법, 타인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17. 얼굴보단 언어에 집중하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랑의 온도는 내려가고 관계는 긴장의 허리띠를풀어간다. 좋은 사람의 정의란 언제나 나에게 변함없이 잘해주는 사람이 아닌, 언젠가지금의 설렘이 지나가도 나에게 항상 예의를 갖추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진정으로 좋은 사람이자 진국 같은 사람이라는 걸 기억하시기 바란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랑을 꿈꾼다면, 말이 고운 사람을 찾아라'

19. 연애의 질은 체력이 결정한다

연애란 행복감이 큰만큼 써야 하는 에너지 소모도 큰, 피곤하고 어려운 여정이다. 그렇기에 게으른 사람이 연애를 못한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거다.

'안정된 삶이 있어야 안정된 연애가 가능하듯, 보다 재미있고 질 높은 연애를 원한다면 먼저 그에 뒷받침되는 체력부터 길러라.'

25. 보이는 것만 믿어라



38. 내 연애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아무리 연애에 내공과 식견이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은 내가 아니다. 이 관계 안에 직접적으로 들어와 본 사람도 나밖에 없다. 그런데 왜, 그 관계를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이들에게 우리 관계의 방향키를 맡기려 하는가.

누가 뭐래도 내 연애는 내가 제일 잘 안다.


48. 그 사람의 진가는 설렘이 지나간 이후에 보인다




66. 좋은 사람으로 남을 필요 없다

마음이 뜨는 건 나쁜 일도 잘못된 일도 아니다. 하지만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그의 곁에 남아 이별을 포장하는 행동은, 한때 내가 사랑했고 나를 사랑해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좋은 사람이었다는 기억은 시간이 흘러 미화되는 것일 뿐,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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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소유 - 법정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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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소유>는 법정스님의 생애가 연대기 순으로 서술되어 있어 소설이라기보다 전기를 읽는 것 같았다. 법정스님의 생애를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으며, 스님이 스승이나 도반과 나누는 대화에서 마음에 새길만한 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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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 - 우수영에서 강원도 수류산방까지 마음기행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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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을 인용한 글을 많이 읽어왔지만 스님이 직접 쓴 글이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무소유’라는 말도 워낙 유명하다보니 마치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유명한 ‘난초’ 일화도 소유와 집착이라는 주제의 글에서 인용된 것을 여러 번 읽었다. 그래서 법정스님의 제자 정찬주 작가가 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정찬주 작가는 법정스님이 수행했던 암자와 절을 직접 순례했다. 그 분이 무소유의 삶을 어떻게 실천하며 살았는지를, 스님 입적 12주기에 즈음해 <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로 펴냈다. 작가는 스님의 무소유 삶이란 ‘버리고 떠나기’ 즉 ‘집착하지 않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무소유는 나눔’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힌다.

p.9

'버리고 떠나고 나누기'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내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와 가슴을 적신다. 끝내 나는 가만히 되뇌어보지 않을 수 없다. 무소유가 지향하는 것은 나눔의 세상이다. 나눔은 자비와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자비와 사랑은 인간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라고.p.9

'버리고 떠나고 나누기'는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내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와 가슴을 적신다. 끝내 나는 가만히 되뇌어보지 않을 수 없다. 무소유가 지향하는 것은 나눔의 세상이다. 나눔은 자비와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자비와 사랑은 인간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라고.




작가는 스님이 머물렀던 수행처에 가서 스님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짚어본다. 스님의 행적, 스님과 자신이 함께 했던 시간, 작가의 생각까지 이 책에 정성스레 담았다. 존경하는 스승님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고 하는, 스님의 삶을 사람들에게 살뜰히 알리려는 노력이 드러나는 책이다. 법정스님을 직접 본 적 없고, 법문을 들어본 적 없는 독자에게 스님의 길을 인도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맑고 향기로운 그 분의 길을 같이 따라 걷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스님의 발자취가 머문 절을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의 차이는 확연하니까.

법정스님하면 무소유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스님은 소유욕을 드러낸 적이 있다고 작가에게 말한다.

무염거사, 다른 욕심은 다 정리했어요. 그런데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만큼은 잘 놓아지지가 않아요.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을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스님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변호했다.

스님이 우려주는 차를 마시면서 차와 어울리는 찻잔의 색깔과 모양, 혹은 차로 인한 내면의 추만에 대해서 얘기하실 때면 스님의 심미안이 절로 느껴진다. 스님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이 비로소 이해가 되는 것이다. 아무리 무소유를 실천하는 수행자라 하더라도 심미안까지 놓아버리라고 한다면 멋쩍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이란 존재는 로봇처럼 무미건조한 기계가 아니니까.

‘최고의 차 맛은 홀로 마시면서 음미하는 적적한 맛이지.’

차 한 잔에 자족하는 노승의 모습. 깨달음의 실존이 있다면 바로 그런, 적적한 맛을 즐기는 스님의 모습이 아닐까.

p.55



작가는 스님의 무소유에 대한 신념이 간디와 소로에게서 영향을 받아 확립한 것으로 추측했다. 불가의 정진인 삼부족(三不足)을 강조했다고 한다.

“입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배 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적은 것이 있으면 신선도 될 수 있다.” 

사람마다 삶의 공식이 다르고, 그렇기에 강요할 수는 없지만 스님 본인은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려고 노력한다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문명의 이로운 기계로 인해 혜택도 받지만 많은 것을 잃고 있어요. 편리하기 때문에 다 받아들이게 되고, 그러다보면 자기 자신이 주인이 되지 못하고 점점 해체되고 말아요. 물건의 노예가 되고, 조직의 노예가 되고, 관계의 노예가 되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보다 단순하고 간소해져야 돼요.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산다는 것은 본질적인 삶을 산다는 말이에요.”

이 책에서 작가가 소환하는 스님의 말씀은 시간이 꽤 지난 것부터 입적하시기 전까지의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시대에 꼭 맞는 말씀이라 놀랍다. 인간이 단순하게 살면 지구 생태계를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우린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정반대로, 자본주의의 노예로 살고 있다. 법정스님 삶의 면면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그렇게도 아끼던 난초를 친구에게 선물하고, 원래 쓰던 만년필이 있었는데 만년필을 선물받자 다른 이에게 준 일 등등.

이 책으로 스님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일이 많다. 그 중 두 가지는 역사적으로도 큰 일이 아니었나 싶다. 스님은 인세로 들어온 것을 대학생 장학금으로 후원하고 있었다. 익명으로 하셨는데 금융실명제가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나게 되었다. 길상사는 길상화(김영한) 보살의 소유였던 대원각을 시주받아 1997년 12월에 개원한 절이다. 1천억원대의 재산을 기부한 것이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에 길상화 보살은 이렇게 답했다.

“재산은 그 사람 백석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

길상화씨는 일제 강점기 때 여창 가곡과 궁중무 등 가무의 명인으로 이름을 떨친 백석의 연인이었다는 사연도 처음 알았다.

2009년 봄, 길상사 정기법회의 마지막 법문이 이 계절에 새겨들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일부를 옮긴다.

“이 눈부신 봄날, 새로 피어난 꽃과 잎을 보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십니까. 각자 이 험난한 세월을 살아오면서 참고 견디면서 가꾸어온 씨앗을 이 봄날에 활짝 펼쳐보기 바랍니다. 봄날은 갑니다. 덧없이 갑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는 새로 돋아난 꽃과 잎들이 전하는 거룩한 침묵을 통해서 듣기 바랍니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연둣빛 얼굴을 내미는 꽃과 잎을 ‘거룩한 침묵’이라고 표현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얼마나 쓸데없이 시끄러운가. 지구를 괴롭히는 짓들은 또 얼마나 과격한가. 멈출 줄을 모른다. 스님의 생애를 보며 우리 같은 범인(凡人)은 감히 따라 하기 힘들다며 손사래를 친다. 결혼하지 않은 스님과 같냐, 가진 게 너무 많아 놓기 힘들다, 자본주의의 습성에 찌들어서 어쩔 수 없다는 등의 변명이 속속 고개를 들이밀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 처음에 나온 ‘무소유는 나눔’은 실천할 만 하지 않은가. 가지고 있는 너무 많은 물건들을 나눠야한다. 그리고 소비를 멈추어야 한다. 이젠 그만 사자고, 작년부터 노력중이긴 한데... 가장 안 되는 게 책이다.


<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를 먼저 읽고 <소설 무소유>를 읽었다. 소설이라고 했지만 지어낸 이야기가 어느 정도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왜냐하면 <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에서 스님의 발자취와 말씀을 따른 것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설 무소유>는 법정스님의 생애가 연대기 순으로 서술되었기 때문에 소설이라기보다 전기를 읽는 것 같았다. 한 번 더 스님의 생애를 정리하는 기분이었다.

<소설 무소유>에는 법정스님이 스승이나 도반과 나누는 대화에서 마음에 새길만한 말들이 많았다. 그 중 몇몇을 옮긴다.

“책 속의 내용이란 남의 것이다. 술이 아니라 술 찌꺼기다. 니 것을 가져야 한다. 니 것을 갖는 데는 참선이 제일이다.” 

- 법정스님의 스승 효봉스님의 말씀

“예배의 의미는 널리 모든 중생을 공경하는 데에 있는 것이지 어떤 특정한 공간이나 시간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른 아침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몸소 묵묵히 한길을 쓸고 있는 이웃들의 모습에서 차라리 우리는 ‘참회인의 상(像)’을 보게 된다. 그는 기록의식도 최면에도 걸림이 없이 만인이 다니는 길을 무심히 무심히 쓸고 있을 뿐이다.” 

- 법정스님의 기고글 ‘굴신운동’중 일부

"소병소뇌(少病少惱) 소유지족(少欲知足), 조금만 앓고 조금만 괴로워하고, 적은 것으로 넉넉할 줄 알라는 뜻인것 같았습니다."

- 자운스님 편지 내용 중

"우리가 지금까지 얻어들은 좋은 말씀이 얼마나 많은가. 그 좋은 말이 모자라 현재의 삶이 허술하단 말인가. 남의 말에 갇히면 자기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게 되지. 다 큰 사람들이 자신의 소신과 판단대로 살아갈 것이지 어째서 남의 말에 팔려 남의 인생을 대신 살려고 하는가."





- 좋은 말씀 해달라는 대학생에게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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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볼트 - 지구의 재앙을 대비하는 공간과 사람들
시드볼트운영센터.산림생물자원보전실 생물자원조사팀.야생식물종자연구실 지음 / 시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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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 볼트(SEED VAULT), 종자 금고?

책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내 생각의 가지는 자본주의적으로 뻗어나갔다.

김종철 선생이 생전에 그렇게 강조하던 식량 주권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그 다음 카길 같은 곡물기업으로 이어져 우리도 종자를 관리해서 식량 주권 확보하는 건가? 그럼 돈도 벌어들일 수 있겠구나!’


나가도 너무 나갔으며 초점도 맞지 않았다. 시드볼트는 그런 게 아니었다. 이 글에서 시드볼트란 단어를 처음 접한 사람은 이런 궁금증이 일 것이다. 종자를 금고에 모은다? ? 모은 다음엔? 돈 버는 게 아니라면 뭐하려고? 난 처음 아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나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 본 적 있다!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시드볼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 나는 앞에서 밝힌 대로 시드볼트를 처음 듣고 희한한 방식으로 생각을 펼쳤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 우리나라가 지구와 인류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어 뿌듯했다.





위 사진을 보면 마치 우주선, 아니면 외계인과 지구인이 도킹하는 장소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저곳은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춘양로 1501,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이다. 전 세계에 하나 뿐인 곳이다. 노르웨이에도 스발바르 글로벌 시드볼트가 있다. 그곳은 주로 작물 종자를 저장하고, 우리나라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는 야생식물 종자(산이나 들에서 스스로 자라 자생하는 식물)을 저장한다. 자생력을 잃어가는 식물은 물론, 기후 변화나 전쟁, 핵폭발 등 지구 차원의 대재앙에 대비해 야생식물의 멸종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고 불리기도 한다.


<시드볼트>는 출판사 시월의 대표 박정우씨가 시드볼트를 1년 여 간 취재하고 직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엮어냈다. 소재가 전문적이라 어려울 것 같지만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했으며 시드볼트 내외부의 사진과 직원들이 찍은 식물 사진도 실려 있어 가독성이 좋다



책 내용의 가치가 상당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듦새도 마음에 들었다. 내지가 두께감이 있고 표지는 양장본이라서 소장용으로 추천한다. 책의 순서는 시드볼트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 지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 종자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팀의 일, 기탁 받은 종자를 운영하는 일, 끝으로 기후 위기와 야생식물 종자의 상관관계로 마무리한다.


첫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세계에는 이미 수많은 시드뱅크(종자은행)이 있고 작물 종자 금고인 스발바르 시드볼트도 있는데 야생식물 종자를 영구히 보관하는 시설이 왜 필요할까? 또한 이것이 과연 무슨 이익이 있을까? 그럼에도 한국에 시드볼트를 짓게 된 결정적 이유는 세계 공익국익을 이겼기 때문이다. 한국은 무분별한 벌목과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산림을 수십 년에 걸쳐 복구했고, 현재까지 복구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 이 과정에서 경험과 지식축적으로 얻은 연구 결과가 있다. 이제 우리 경제력은 세계 공익에 이바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으며 우리가 받았던 것을 되돌려 줄 때가 되었다. 국토의 60~70퍼센트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는 우리나라의 식물을 지킨다는 1차적 목표가 있지만 나아가 아시아의 식물을 지키고, 전 세계의 식물을 지키겠다는 큰 포부와 목표를 가지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시드뱅크가 많지만 시드볼트를 짓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시드뱅크만으로 부족함 없이 연구할 수 있고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데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즉 그들은 시드볼트가 필요 없고 만들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전기 공급이나 시설 건립 등 인프라를 구축하기 힘든 나라를 지원하고, 국내의 다양한 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종자들을 보존하고, 나아가 지구상 모든 종자들의 멸종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목적으로 시드볼트를 만든 것이다. 시드뱅크에 들어가는 종자는 필요에 따라 수시로 저장되기도 하고, 다시 꺼내서 연구나 증식에 활용되지만, 시드볼트에 들어가는 종자는 그 종자가 멸종 위기에 처했거나, 지구가 멸망에 가까운 위기를 겪지 않는 이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이것이 두 곳의 정체성과 역할을 가르는 차이다.


이제 시드볼트에서 하는 일을 보자. 먼저 생물자원조사팀은 종자와 식물체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일을 한다. 설악산부터 지리산까지 5개 권역으로 나누어 수집하러 나가는데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기기도 한다. 100년 묵은 산삼을 캔 적이 있었는데 먹지 못했다고 한다. 눈물을 머금고 표본을 만들었다고... 몰랐던 식물을 알아 가고, 종자를 수집하며 기쁨도 느끼지만 산을 타야하기 때문에 고된 일일 수밖에 없다. 무릎이 상해 휴식이 필요하지만 주사를 맞아가며 나가야 한다



야생식물종자연구실에서는 수집해온 종자들(일 년에 약 600~900여 종)을 전수 검사하여 저장하고 종자정보구축 사업을 한다. 시드볼트운영센터는 들어온 종자를 검증한 후 데이터를 확인 및 수정한 다음 수목원 관리시스템에 등록한다.


조사팀이 현장에서 종자를 수집해오는 것 외에 기탁을 받기도 한다. 국내외 기관에서 종자를 맡겨오는 것이다. 시드볼트는 201512월에 처음 종자를 저장하기 시작해, 20211231일 기준으로 총 137,880점을 저장하고 있다. 이 중 수집한 종자와 기탁 받은 종자의 비율은 1:4 정도이다. 스발바르 시드볼트가 약 108만여 점의 종자를 저장 중(202112월 기준)이고, 전 세계적으로 밝혀진 야생식물이 30~50만 종이라는 점, 시드볼트가 저장할 수 있는 종자가 200만 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시드볼트는 더 알려져야 하고, 더 많은 종자를 기탁 받아야 한다.


설립 초기에 국내외 기관에서는 시드볼트를 의심했다. ‘우리가 잘 보관하고 있는데 왜 시드볼트가 맡아준다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는 게 당연했다. 종자는 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에 과연 한국의 시드볼트에서 딴 짓하지 않고 보관만 잘해 줄지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초창기 유리병에 넣어 입고하던 것을 블랙박스 형태로 바꿔서 받았다. 기탁하는 기관에서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음에도 블랙박스 시스템이 우리는 당신의 종자를 건드리지 않는다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운영센터는 201912월 국가 보안시설로 지정되어 보안이 강화되어 안정성도 담보되었다.



시드볼트는 국내외 네트워크 활동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재 시드볼트는 총 7개국, 13개 기관과 협약을 맺었고 그들의 종자를 저장한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국내 자생식물 보호와 종자 확보에 주력해왔던 터라 국외 관련 활동을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사실 폭넓게 국외 네트워크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큰 이유는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다. 산림청에 소속된 공공기관이지만 나라를 대신하는 기관은 아니다. 국가 간 협약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노르웨이 스발바르 시드볼트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노르웨이 정부가 설립한 스발바르 시드볼트는 유엔 산하 FAO 지원하기 때문에 국제 사회에서 인지도가 높고 한 나라의 지위와 비슷할 만큼 대표성 또한 높다. 다른 나라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시드볼트를 신뢰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신뢰성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도감 발행이나 해외 인재 교육 등 국제 사회를 지원하고, 사소해 보이지만 블랙박스 재질을 고급화하는 등 수목원의 노력을 보일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배포하면서 시드볼트의 진정성을 알리기 위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다.


시드볼트에 야생 종자를 모으고 보관하는 일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종자저장업무를 담당하는 김진기 대리는 이렇게 답한다.


지금 시드볼트에 저장되는 종자는 어쩌면 우리 세대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100년간 우리는 다 함께 힘을 합쳐이 지구를 아프고 병들게 만들었습니다. 시드볼트는 이런 현실을 만들어 낸 우리 세대의 책임인 동시에 우리가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유산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 시드볼트에 있는 사라들은 이 자원을 다음 세대가 될지, 그다음 세대가 될지 모르지만 최대한 안전하게 넘겨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안하고, 미안하지만 그 이후는 그들의 몫으로 남겨 둘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보존뿐입니다. 적어도 사라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합니다.”

리뷰가 너무 길어졌다. 책 내용을 리뷰에 다 담을 수 없는 것인데 강조해야 할 것을 추리는 것만으로 벅찼다. 실력 부족이 그 이유지만 책 전체 내용이 모두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도 5장 야생식물이 왜 중요한가? 는 정리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먹는 재배식물은 모두 야생식물에서 비롯되었다. 대표적 재배식물은 크게 분류했을 때 대략 30종이다. 야생식물은 30~50만종이다. 범위가 이렇게 넓은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 사라지고 있는 것들, 새롭게 발견되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야생식물을 잘 연구하고 활용한다면 언제든 이용 가능한 재배식물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재배식물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바나나가 대표적 사례이다. 전 세계인이 먹는 바나나는 변종 파나마병에 걸려있다. 사람이 먹기 좋고, 재배하기 편하게 개량되면서 환경에 저항할 수 있는 기능이 삭제되었다. 그러므로 현재 재배되고 있는 바나나에는 변종 파나마병에 저항할 유전자가 없기 때문에 이 병을 치료할 방법 또한 없다. 이에 해결책은 하나다. 재배되고 있는 바나나 말고 원래 있던 바나나 야생종을 연구하는 것이다. 야생식물은 자연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변할 수 있는 유전자 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야생 바나나를 연구하면 이 병에 저항할 수 있는 유전자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해서 적절한 유전자를 찾으면 바나나를 살릴 수 있고, 찾지 못하면 영영 바나나를 먹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바나나의 사례는 야생식물 종자를 지키고 보존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환경 관점으로 볼 때도 야생식물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야생식물은 지구의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는 근간이다. 하나의 식물에는 기생하는 수많은 곤충이나 동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하나의 식물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그 서식지가 파괴된다는 것이고, 이는 그 식물을 둘러싼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시드볼트운영센터 이상용 센터장의 말을 옮기며 리뷰를 마무리한다.


시드볼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야생식물이 사라지지 않게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노력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께서는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을 해 주십시오. 시드볼트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종자를 연구하고 보존하는 우리의 일을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식물을 보존하고, 아시아의 식물을 보존하고, 나아가 전 세계의 식물을 보존하겠다는, 그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나아가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드볼트를 자랑스러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야생식물 종자를 영구히 보존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이 시설이 있습니다. 그 시설을 만들고, 운영하고, 여기까지 끌고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실을 부디 잊지 말아 주십시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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