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 - 우수영에서 강원도 수류산방까지 마음기행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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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을 인용한 글을 많이 읽어왔지만 스님이 직접 쓴 글이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무소유’라는 말도 워낙 유명하다보니 마치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유명한 ‘난초’ 일화도 소유와 집착이라는 주제의 글에서 인용된 것을 여러 번 읽었다. 그래서 법정스님의 제자 정찬주 작가가 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정찬주 작가는 법정스님이 수행했던 암자와 절을 직접 순례했다. 그 분이 무소유의 삶을 어떻게 실천하며 살았는지를, 스님 입적 12주기에 즈음해 <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로 펴냈다. 작가는 스님의 무소유 삶이란 ‘버리고 떠나기’ 즉 ‘집착하지 않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무소유는 나눔’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힌다.

p.9

'버리고 떠나고 나누기'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내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와 가슴을 적신다. 끝내 나는 가만히 되뇌어보지 않을 수 없다. 무소유가 지향하는 것은 나눔의 세상이다. 나눔은 자비와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자비와 사랑은 인간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라고.p.9

'버리고 떠나고 나누기'는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내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와 가슴을 적신다. 끝내 나는 가만히 되뇌어보지 않을 수 없다. 무소유가 지향하는 것은 나눔의 세상이다. 나눔은 자비와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자비와 사랑은 인간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라고.




작가는 스님이 머물렀던 수행처에 가서 스님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짚어본다. 스님의 행적, 스님과 자신이 함께 했던 시간, 작가의 생각까지 이 책에 정성스레 담았다. 존경하는 스승님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고 하는, 스님의 삶을 사람들에게 살뜰히 알리려는 노력이 드러나는 책이다. 법정스님을 직접 본 적 없고, 법문을 들어본 적 없는 독자에게 스님의 길을 인도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맑고 향기로운 그 분의 길을 같이 따라 걷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스님의 발자취가 머문 절을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의 차이는 확연하니까.

법정스님하면 무소유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스님은 소유욕을 드러낸 적이 있다고 작가에게 말한다.

무염거사, 다른 욕심은 다 정리했어요. 그런데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만큼은 잘 놓아지지가 않아요.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을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스님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변호했다.

스님이 우려주는 차를 마시면서 차와 어울리는 찻잔의 색깔과 모양, 혹은 차로 인한 내면의 추만에 대해서 얘기하실 때면 스님의 심미안이 절로 느껴진다. 스님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이 비로소 이해가 되는 것이다. 아무리 무소유를 실천하는 수행자라 하더라도 심미안까지 놓아버리라고 한다면 멋쩍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이란 존재는 로봇처럼 무미건조한 기계가 아니니까.

‘최고의 차 맛은 홀로 마시면서 음미하는 적적한 맛이지.’

차 한 잔에 자족하는 노승의 모습. 깨달음의 실존이 있다면 바로 그런, 적적한 맛을 즐기는 스님의 모습이 아닐까.

p.55



작가는 스님의 무소유에 대한 신념이 간디와 소로에게서 영향을 받아 확립한 것으로 추측했다. 불가의 정진인 삼부족(三不足)을 강조했다고 한다.

“입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배 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적은 것이 있으면 신선도 될 수 있다.” 

사람마다 삶의 공식이 다르고, 그렇기에 강요할 수는 없지만 스님 본인은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려고 노력한다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문명의 이로운 기계로 인해 혜택도 받지만 많은 것을 잃고 있어요. 편리하기 때문에 다 받아들이게 되고, 그러다보면 자기 자신이 주인이 되지 못하고 점점 해체되고 말아요. 물건의 노예가 되고, 조직의 노예가 되고, 관계의 노예가 되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보다 단순하고 간소해져야 돼요.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산다는 것은 본질적인 삶을 산다는 말이에요.”

이 책에서 작가가 소환하는 스님의 말씀은 시간이 꽤 지난 것부터 입적하시기 전까지의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시대에 꼭 맞는 말씀이라 놀랍다. 인간이 단순하게 살면 지구 생태계를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우린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정반대로, 자본주의의 노예로 살고 있다. 법정스님 삶의 면면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그렇게도 아끼던 난초를 친구에게 선물하고, 원래 쓰던 만년필이 있었는데 만년필을 선물받자 다른 이에게 준 일 등등.

이 책으로 스님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일이 많다. 그 중 두 가지는 역사적으로도 큰 일이 아니었나 싶다. 스님은 인세로 들어온 것을 대학생 장학금으로 후원하고 있었다. 익명으로 하셨는데 금융실명제가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나게 되었다. 길상사는 길상화(김영한) 보살의 소유였던 대원각을 시주받아 1997년 12월에 개원한 절이다. 1천억원대의 재산을 기부한 것이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에 길상화 보살은 이렇게 답했다.

“재산은 그 사람 백석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

길상화씨는 일제 강점기 때 여창 가곡과 궁중무 등 가무의 명인으로 이름을 떨친 백석의 연인이었다는 사연도 처음 알았다.

2009년 봄, 길상사 정기법회의 마지막 법문이 이 계절에 새겨들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일부를 옮긴다.

“이 눈부신 봄날, 새로 피어난 꽃과 잎을 보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십니까. 각자 이 험난한 세월을 살아오면서 참고 견디면서 가꾸어온 씨앗을 이 봄날에 활짝 펼쳐보기 바랍니다. 봄날은 갑니다. 덧없이 갑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는 새로 돋아난 꽃과 잎들이 전하는 거룩한 침묵을 통해서 듣기 바랍니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연둣빛 얼굴을 내미는 꽃과 잎을 ‘거룩한 침묵’이라고 표현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얼마나 쓸데없이 시끄러운가. 지구를 괴롭히는 짓들은 또 얼마나 과격한가. 멈출 줄을 모른다. 스님의 생애를 보며 우리 같은 범인(凡人)은 감히 따라 하기 힘들다며 손사래를 친다. 결혼하지 않은 스님과 같냐, 가진 게 너무 많아 놓기 힘들다, 자본주의의 습성에 찌들어서 어쩔 수 없다는 등의 변명이 속속 고개를 들이밀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 처음에 나온 ‘무소유는 나눔’은 실천할 만 하지 않은가. 가지고 있는 너무 많은 물건들을 나눠야한다. 그리고 소비를 멈추어야 한다. 이젠 그만 사자고, 작년부터 노력중이긴 한데... 가장 안 되는 게 책이다.


<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를 먼저 읽고 <소설 무소유>를 읽었다. 소설이라고 했지만 지어낸 이야기가 어느 정도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왜냐하면 <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에서 스님의 발자취와 말씀을 따른 것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설 무소유>는 법정스님의 생애가 연대기 순으로 서술되었기 때문에 소설이라기보다 전기를 읽는 것 같았다. 한 번 더 스님의 생애를 정리하는 기분이었다.

<소설 무소유>에는 법정스님이 스승이나 도반과 나누는 대화에서 마음에 새길만한 말들이 많았다. 그 중 몇몇을 옮긴다.

“책 속의 내용이란 남의 것이다. 술이 아니라 술 찌꺼기다. 니 것을 가져야 한다. 니 것을 갖는 데는 참선이 제일이다.” 

- 법정스님의 스승 효봉스님의 말씀

“예배의 의미는 널리 모든 중생을 공경하는 데에 있는 것이지 어떤 특정한 공간이나 시간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른 아침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몸소 묵묵히 한길을 쓸고 있는 이웃들의 모습에서 차라리 우리는 ‘참회인의 상(像)’을 보게 된다. 그는 기록의식도 최면에도 걸림이 없이 만인이 다니는 길을 무심히 무심히 쓸고 있을 뿐이다.” 

- 법정스님의 기고글 ‘굴신운동’중 일부

"소병소뇌(少病少惱) 소유지족(少欲知足), 조금만 앓고 조금만 괴로워하고, 적은 것으로 넉넉할 줄 알라는 뜻인것 같았습니다."

- 자운스님 편지 내용 중

"우리가 지금까지 얻어들은 좋은 말씀이 얼마나 많은가. 그 좋은 말이 모자라 현재의 삶이 허술하단 말인가. 남의 말에 갇히면 자기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게 되지. 다 큰 사람들이 자신의 소신과 판단대로 살아갈 것이지 어째서 남의 말에 팔려 남의 인생을 대신 살려고 하는가."





- 좋은 말씀 해달라는 대학생에게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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