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로 살아요
무레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블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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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레 요코는 일상 글쓰기의 초고수다. <이걸로 살아요>는 작가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들에 대한 에세이다. 어쩜 이다지도 평범한 걸 가지고 이토록 시시콜콜 자세히, 유머러스하게 쓸 수 있는지 놀랍다. 이미 소설과 에세이로 검증받은 베테랑 작가라서 그렇겠지만 나는 그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몇 년 전 출간된 에세이 <기침을 해도 나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를 읽었고, <카모메 식당>은 영화로만 봤기 때문에 그가 유명하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이번에도 그의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사용한 적 있는 물건과 그것을 쓰는 일상에 대한 에세이는 어찌보면 심심하기 그지없다. 소재만 듣고 ‘아이고, 그 정도는 나도 쓰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한 번 써보면 알 거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온습도계나 습윤 밴드, 포장지 같은 것으로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을까 싶지만 작가는 10여 쪽 분량으로 거뜬히 풀어낸다. 심심할 때, 휴가 시즌에 어디 책 한 번 뒤적여 볼까 싶을 때 이 책을 추천한다. 또는 남의 집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싶을 때나, 취향 특이하다는 타박을 듣고 있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한다. 어쩌면 무레 요코의 취향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손에 침 묻혀 책장을 넘기며 흐흐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겨울보다 여름을 잘 견디는 편이다. 겨울에 가장 못견디겠는 건 코 끝이 시린 거다. 이상하게 그렇다. 실내가 조금만 싸늘해도 코 끝이 찹찹해지기 시작한다. 한밤에 책상에 앉아 한 손으로는 책을 잡고 다른 손으론 코 끝을 싸매고 있어야 할 정도다. 그에 비해 여름에 불편한 건 땀이 많이 나는 건데 그 정도는 괜찮다. 땀을 흘리면 샤워를 하면 되니까. 그래도 못 참겠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모기다. 

작가가 애용하는 각종 모기용품을 읽으며 일본에서 판매되는 모기 퇴치 용품이나 수입 용품들이라 잘 모르겠고, 모기를 대하는 작가의 태도에서 빵 터졌다. 

손발을 휘적휘적 버둥거리면 적도 깜짝 놀라는지 소리가 끊기지만, 또 조금 지나면 그 왜애애앵이 들려오는 형국이다.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럴 땐 일단 가만히 참다가, 모기가 피를 빨기 기작하면서 마음을 놓으면 그 즉시 탁 쳐서 죽이면 돼”

라기에 꾹 참았다가 때려서 죽이려고 했더니

모기는 도망갔고 피는 빨렸으며 덤으로 내가 친 얼굴까지 얼얼한 최악의 상황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p.150~151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행동이 나와 유사했고, 모기에 물렸을 때 피부 반응도 그랬다. 나는 어릴 때부터 모기에 물리면 반경 3~4센티미터는 될 정도로 빨갛게 부어올랐다. 그리고 죽을 만큼 간지럽다. 약을 발라도 몇 날 며칠간 간지럽다. 

마지막에 작가는 옛날보다는 편해졌다고 하다가, 노인은 모기에 물려도 가렵지 않다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태연자약한 척 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 

“노인은 모기에 물려도 가렵지 않다는 건 사실이다”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흠칫했지만 그 말도 진실인 것 같다. 어쩌면 몸속의 쓸모없는 수분을 배출한 것보다 나이의 영향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래도

‘뭐 상관없어. 옛날보다는 덜 가려우니까.’

하고 태연하게 굴면서, 앞으로도 모기 박멸을 위해 계속 노력할 작정이다.

p.158

그러고보니 나도 요즘엔 모기에 물려도 예전만큼 붓거나 오래 가렵지 않다. 늙은 거 맞다...

꽃병 이야기에선 꽃꽂이 해본 사람들이라면 또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들이 나왔다. 나 역시 평생 내 돈주고 꽃 사본 적 없었다. 작년에 배우기 시작하면서 나도 내가 꽃병을 이렇게 많이 살 줄 몰랐다. 처음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이건 뭐에 홀린듯했다. 작가가 쓴 것처럼 어떤 꽃을 꽂으면 어울리지 않는 화병이 있고, 어떤 건 양이, 또 어떤 건 사이즈가 맞지 않다. 그래서 이것저것 사들였다가 정신 차려보니 화병이 한가득이었다. 그래도 작가의 엄마처럼 100개까진 아니다. 

이 책은 작가의 물건에 대한 호불호 취향과 나름 규칙있는 소비 습관을 엿볼 수 있다. 그런 남의 취향 알아서 뭐하랴 싶겠지만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되어 안도감 마저 든다. 그리고 한국이기에 부작용은 적을 것이다. 일본 독자였다면 작가가 사용한다는 물건들을 사보려고 했을 테니까. 그리고 집안을 항상 깔끔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모습도 있다. 이 모든 자신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재미있게 쓰니 독자로선 즐거울 수밖에 없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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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빅체인지 7 - 미래학자 최윤식의 팬데믹 이후 미래 시나리오
최윤식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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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대표하는 전문 미래학자 최윤식의 엔데믹 시대를 전망하는 책 <엔데믹 빅체인지 7>가 김영사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엔데믹 시대에 일어날 변화를 7개의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다. 변혁, 글리드락, 스탠딩 웨이브, 파에톤의 추락, 신대항해 시대, 생존학습, 3무 가 그것이다. 그가 만들어낸 용어도 있고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단어를 자신의 주장으로 차용한 것도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가깝게는 지금부터 2024년까지 일어날 변화를, 나아가 조금 더 먼 미래에 그 변화가 미칠 영향까지 예견하고 있다. 그가 내세운 키워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유사 용어와의 비교, 그 용어의 시작점이 된 역사와 신화까지 배경설명을 먼저 한다. 또한 한국사회의 상황도 빼놓지 않고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한 독자라면 현재 자신의 직업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7개의 키워드 중에 몇몇은 분명 크게 다가올 것이다.


이런 책의 리뷰를 쓸 땐 여지없이 딜레마에 빠진다. 저자가 제시한 키워드 설명 위주로 쓰자니 온라인 서점 출판사 리뷰에 이미 친절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 기가 꺾인다. 그대로 베껴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키워드 요약을 하자니 출판사 리뷰 내용에 못 미칠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래학자의 주장에 비판적인 언급을 하기에는 내 지식이 너무나 일천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그래서 목차 순서대로 용어 설명을 하는 리뷰보다는 내 느낌 위주의 글을 쓰려고 한다.


미래학자의 눈을 빌어 세계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잘 몰랐던 분야에 대해서 알게 되어 유익하고 즐거운 독서시간이 되었다. 5~7장에서 다룬 내용은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을 환기시켜 주었다. 특히 6생존학습을 읽으며 100세 시대를 대비해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 보았다. 미래 사회의 변화는 성인 교육시장의 꽃을 피우고 있다. 예전에는 만학도의 꿈을 이루거나 은퇴 후 취미생활을 위해 학습을 했다면 이제는 생존을 위해 학습하고 있다. 저자는 성인이 생존학습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일자리 전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100~120세까지 생존해야 하는 시대가 되면서 80~90세까지는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오싹했다. 80될 때까지 일해야 한다는 건 형벌처럼 느껴졌다. 이제 은퇴라는 말은 쓸 수 없는 시대가 되었구나 싶었다.


일자리 전쟁 외에도 시대가 급변하면서 실용지식의 수명이 짧아진 것도 이유라고 했다. 이제는 노동자가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려면 최소 5년마다 새로운 실용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며 앞으로 자신의 재능, 기술, 지식을 가지고 죽을 때까지 경쟁해야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다. 나는 이번에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고민을 좀 했지만 결국 이전에 하던 일을 하게 되었다. 10여년 넘게 했던 일이었기에 경력자로 인정은 받았지만 의기소침과 다행이라는 감정이 교차하여 씁쓸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고 결국은 배운 게 도둑질이라며 하던 일로 복귀하게 되었다. 앞으로 이 일을 몇 년간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저자가 인용한 여러 통계 중 미래에 사라질 직업군에 지금 나의 일이 해당되니 말이다. 두 달간 소속 회사의 업무를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고 다시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단 생각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긴장하게 되었다.


7장의 키워드 3 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여실히 드러내는 세 가지였다. 무기력, 무관심, 무의미. 저자는 옥스퍼드대학의 폴 콜리어 교수의 인터뷰를 인용했는데 충분히 공감할 내용이었다. 그의 눈에 비친 현재 한국 자본주의는 대중을 빈곤에서 구하는 정상 궤도를 이탈해 고장난 상태라고 했다. 그렇게 평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족 붕괴로 인한 낮은 출산율, 청년 취업난, 커지는 빈부격차와 사회 갈등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가족과 기업, 국가 단위 모두가 공동체 보다는 개인 쪽으로 중심이 쏠리는 현상과 좌우파 정부를 가리지 않는 이념주의와 대중영합주의 정책이 기승을 부리면서 나타났다고 했다. 저자는 콜리어 교수의 해결방안도 함께 인용했다.


p.236


그는 개인, 기업, 국가가 번영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공유된 정체성을 바탕으로 상호호혜적 의무를 발휘하면서 실용적 전략을 따라 함께 생산성을 높이면 자본주의는 따뜻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의 노동(생산) 행위도 돈 버는 수단을 넘어 자존감을 키우고 내면의 자아를 실현하는 행위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가 목적의식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


위 내용은 저자가 6장에서 언급한 일하는 목적의 변화와 비슷했다. 노동을 최소한의 의식주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과 자기가 추구하는 목적을 따라 행할 수 있는 탐색의 여정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흐름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 일하는 자유를 선호하는 개인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6,7장의 내용을 먼저 쓴 이유가 있다. 생존학습과 3무는 나의 상황에 대입하면서 읽었고, 1~5장까지의 내용은 배우는 입장으로 읽었기에 내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특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전쟁이 미치는 세계적 영향과 변수에 대한 예견은 공부하듯 읽었고 흥미진진했다.


나머지 내용들은 아래 간략하게 정리만 한다.

 

1장 변혁

변혁의 뜻은 가죽 자체를 변화 시킨다는 뜻으로 형질이나 유형을 완전히 탈바꿈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혁신들이 쌓이는 시간이었지만 이후에는 겹겹이 쌓인 혁신을 기반으로 변혁이라는 다음 단계 이동이 시작될 것이다. 변혁은 판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저자는 여러 사례 중에서 산업 간 경계 파괴로 기업 비즈니스 구조 자체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기업으로 쿠팡을 꼽았다. 쿠팡은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개발에 직접 뛰어들어 강제적 경계 파괴를 통한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했다.


2장 그리드락

그리드락(gridlock)은 본래 교차로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차량이 뒤엉켜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이지 못하고 꼼짝할 수 없는 마비상황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국제정세의 교착상태를 위한 용어로 가져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정치 판의 교착상태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추가로 만들어질 교착도 있다. 인도는 국제사회에서 중국과 비슷한 대우를 원하며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약소국들은 스스로 힘을 키우지 않으면 주변 강재국들의 먹잇감이 되고 안보와 국익을 침탈당할 것이라는 위기감으로 군비 증강을 서두르고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거나 모두 믿지 않는 불신에 빠질 것이다.


3장 스탠딩 웨이브

고속 주행시 타이어 접지부에 열이 축적되어 접지부 뒤쪽이 부풀어 물결처럼 주름이 접히는 현상(파상)이다. 변혁의 초기에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경계 파괴, 용해, 혼돈과 무질서 상태에서 일어나는 변형과 뜨거운 열기를 가리킬 때 사용한다. 스탠딩 웨이브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인류전체가 공멸한다. 이 현상이 발생하면 주행속도를 늦추고 타이어 공기압을 10~30% 높여야 한다. 중앙은행이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급격하게 끓어오르는 물가를 식히려고 기준금리를 인상하여 브레이크를 밟는 것도 일종의 스탠딩 웨이브 현상에서 벗어나려는 조치다. 러시아의 무력 사용을 막지 못하면 전 세계는 제3차 세계대전으로 내몰리게 된다. 국제정치의 교착, 국내 정치의 교착을 해결하고 새로운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은 빠진 공기압을 다시 채워 넣는 행위와 같다.


4장 파에톤의 추락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의 오판과 자기 과신을 그리스 로마 신화의 파에톤의 행위와 비교하여 예측 시나리오를 썼고 스태그플레이션이 불러올 투자시장의 대폭락은 결국 세계경제는 파에톤의 추락이 되고 말 것이다. 부의 불균형 분배는 약탈사회가 될 것이며 국민이 참지 못해 들고 일어날 수 있다. 이 때 현명하고 유능한 정치 지도자가 나타나서 이 문제를 해결하면 사호는 곧로 안정되지만 국민을 편 가르고 자기의 정치적 이익에 이용하는 나쁜 정치인이 늘어나면 사회는 내전상태에 빠진다. 파에톤의 추락의 밑바닥이다.


5장 신대항해 시대

4차 산업혁명기를 신대항해 시대로 비유한다. 새로운 대항해 시대 전반부의 승자산업은 7가지다. 개인용 자율주행 수송 장치 산업, 첨단 디스플레이 산업, 인공지능 로봇 산업, 반도체 산업, 인공지능 서비스 산업, 온톨로지 플랫폼 산업, 도시서비스 산업이다. 신대항해 시대에 새로운 화폐경제의 씨앗으로 암호화폐를 주목한다.



팬데믹 시대에서 엔데믹 시대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 불투명하고 불안한 미래(의 각 분야)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위 리뷰눈 김영사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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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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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화자인 소설은 재미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을 어른의 시각으로 보면 신선하면서도 애틋한 맘에 이야기 속에 폭 빠져들게 된다. 아이가 감당하기엔 불가항력적 사건들 속에 내몰리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게 아니야, 괜찮아!”라며 위로해주고 싶다. 어서 어른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과 그대로 자라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수시로 교차한다.


<카지노 베이비>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아이가 화자이자 주인공이다. 정선을 연상케하는 지음이라는 지역이 배경이며 카지노에 드나드는 인간 군상들, 그곳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작년에 읽고 필사까지 했던 <토우의 집>이 인혁당 사건을 모델로 했는데, 이 소설은 그저 정선을 모티브로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가상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읽었다. 그런데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탄탄한 취재력을 바탕으로 실제 사건들이 꽤 많이 투영되어 있었다. 대부분 내가 몰랐던 사건들이었다.


4.3사건이나 인혁당 사건은 역사 시간에 배웠고 책으로도 자주 접했기에 그 사건들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역사를 머릿 속에 그려가며 읽게 된다. 그러나 이번 책은 소설로만 인식했다가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한숨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 역사는 왜 이리 위정자들이 판을 치고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이 많았는지... 아니다, 현재진행형인가! 작가는 사북에서 있었던 사건들과 카지노를 큰 줄기로 놓고, 삼풍 백화점 붕괴, 태안 기름 유출, 세월호 참사 등을 참고하여 고통받았던 이들의 심정을 녹이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 소설은 2019년부터 2021년 사이에 쓰여졌다. 당시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투자 활기만은 넘쳐나던 사회 분위기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승일로의 위태로움을 환기하고자 지음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작가의 저 말을 읽으며 코스피 지수 3000을 넘나들던 작년 시황이 생각났다. 돈이 풀리면서 주식과 코인광풍이 전국을 휩쓸지 않았던가. 어떤 이는 작년 분위기를 마치 네덜란드 튤립투기에 비견했고 특히 코인투자에 대해 경고도 했다. 올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 여파도 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주가는 거의 20%이상 빠져버렸다. 작가는 시대의 분위기를 발빠르게 읽어내고 적극적으로 감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카지노 베이비>는 작가의 이러한 통찰이 잘 채색된 소설이다. 물론 기자와 편집자라는 이력은 밑그림을 제대로 그려내기에 충분했다. 소개가 늦었는데 이 소설은 제 27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다.


소설 리뷰를 쓸 때 가장 고민되는 지점은 늘 그렇듯 줄거리를 어디까지 소개할지이다. 탁월한 요약 실력이 있다면 몇 줄로 줄거리를 소개하면 되겠지만 그럴 깜냥이 못되는데다 고쳐지지 않는 만년체 스타일이 줄거리만 몇 문단씩 쓰게 된다. 그렇다. 변명이다. 이 책 소개를 쌔끈하게 해내지 못하는 건 내 실력부족 탓이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 하니 지금부터~


카지노 베이비라 하니 아기가 카지노에서 태어난 것인지 궁금한 이들을 위해!

소설의 화자 동하늘이라는 10살 남짓의 사내 아이는 전당포를 하는 할머니의 손자다. 할머니가 꾼 태몽 덕분에 운명처럼 할머니 손자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 할머니의 딸 정희는 카지노에서 메이드 일을 하다가 갓난아이를 몇 시간 맡게 되었다. 그런데 그 부모가 돌아오지 않았고 얼떨결에 아기를 데리고 집으로 오게 되는데 그 아이가 하늘이다. 하늘이는 도서관을 제집 드나들 듯 하고 사전에서 낱말 뜻을 찾아보는 게 취미일 정도로 활자 읽기를 좋아한다. 교회에 가는 건 엄마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기도 시간에 주위 어른들을 흘끔거리는 게 재미있어서다.


이 소설은 그리 비밀스럽지 않은 하늘이 출생의 비밀을 서서히 드러내는 한편 아빠를 찾고 싶어하는 하늘이의 제 뿌리에 대한 열망을 더한다. 하늘이는 학교보다는 책에서, 가장 친한 할머니에게서 인생사를 배운다. 할머니가 들려주던 단편적인 할아버지 이야기는 결국 약속대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모두 듣게 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지음에 정착하게 된 사연과 지음의 흥망성쇠가 모두 술회되는데 한국 현대사의 단면과 닮은꼴이기도 하고 드라마틱한 소설 같기도 하다. 카지노와 그 주위 상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지음이라는 특정 지역임에도 우리네 삶과 유사한 모습인 이유는,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 속에는 사랑과 욕망과 불안이 뒤섞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탄광 위에 세워진 카지노가 그예 무너지고 할머니가 돌아가신다. 살아남은 하늘이가 할머니가 물려준 땅을 확인한 뒤 지음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 뒤에는 할머니의 애정 어린 눈길이 늘 따라붙을 것임을 예감할 수 있었다. 당연히 하늘이는 신기루를 쫓는 좀비 같은 어른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p.296


나에게, 엄마에게, 삼촌에게, 그리고 할머니에게 주어진 질문과 답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그냥 물을 수 있는 사람은 그냥 묻고,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쉽게 답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사람은 온 마음으로 묻고 답해야 한다. 끈질기게 살아가면서, 두 발을 딛고 선 그곳이 넓은 땅이든 좁은 땅이든, 평평한 땅이든 가파른 땅이든, 멀쩡한 땅이든 부서진 땅이든 상관없이

나는 지음을 향해 달려갔다.

 

이 소설을 패가망신하는 도박에 발을 들여선 안 된다는 교훈적인 주제로만 읽으면 너무 단순해진다. 마지막에 하늘이가 엄마, 삼촌과 함께 확인한 땅의 위치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와 환경이 어떠하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어린 하늘이가 이미 깨달았듯 우리도 끈질기게 살아가야만 한다!

 

 



 

**위 리뷰는 하니포터 4기 자격으로 한겨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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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조 - 제2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송섬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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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박지리 문학상 수상작 <골목의 조>의 가제본을 중반부 정도까지 읽고 리뷰를 썼다. 나머지를 다 읽고 나서 일주일 정도 후 본책이 도착했다. 전체 리뷰를 쓰려고 재독을 시작하면서 밑줄 그어놓았던 부분을 유념하며 읽어보았다. 그런데 밑줄을 긋지 않은 문장들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골목의 조>는 오랜만에 두 번 정독한 책이 되었다.


사람이 죽는 이야기가 두 번씩이나 나오는 책이 있었던가, 고양이도 죽고, 유령 같은 존재와 동거까지 하다니. 이렇게 쓰면 컴컴하고 우울한 소설이 아닐까 싶을 것이다. 허나 처음에도, 두 번째 읽을 때도 마찬가지로 그리 음울한 소설이 아니었다. 그건 아마도 작가의 묘사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물이나 상황, 분위기 묘사가 어둡지 않을뿐더러 진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리뷰 때 마음에 든 문장을 여럿 옮겼다.


재독하면서 눈에 들어온 아래 문장은 아마 작가(조의 발화였지만)가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산다는 것이 마치 이야기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언젠가 조는 말했었다. 이쯤에서 의미 있는 대사를 던져야 할 것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그렇지 않으면 슬슬 졸작이 되어버릴 텐데, 도대체가 할 말이 없어서 문제라고. 사는 것 자체에 그다지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그리고 주인공은 이렇게 생각한다.


살아간다는 일은 이렇게 두려운데, 남들은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사는 것 자체에 별 재능이 없었던 주인공과 조, 둘의 동거와 이별을 통해 작가는, 산다는 것의 어려움을 말하려고 한 것 같다. 어쩌면 자살을 선택한 아버지와 조의 죽음은 가장 능동적 행위에 다름 아님을. 그렇기에 이 소설 전체의 분위기가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았던 것이리라.


20대 초반의 나이에 가까운 이의 죽음을 두 번씩이나 경험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삶에 그리 애착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주어진 대로 일할 뿐이며 고양이 두 마리를 옆에 끼고 잠들고 일어나는 것에 만족한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타인과 깊이 얘기해 본적 없었던 주인공은 조에게 이렇게 말한다.


p.186


아버지가 죽었을 때 나는 정말 슬펐어. 너무 슬퍼서 한 걸음도 떼지 못할 만큼. 현관문에 매달려 죽은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정말로 깊이 슬퍼했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건 거짓말은 아니지만, 잊은 적도 없었어. 닫힌 문 뒤에 매달려 달랑거리는 기억처럼 아버지의 죽음은 내게 늘 남아 있어. 얼마나 오랫동안 그 모습을 보면서 서 있었는지, 그 시간들이 어떤 식으로 흘러갔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뿐이야. 나는 슬펐어. 슬프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몰라서, 언제 슬픔이 다 끝나는 것인지 알 수 없어서 모른 척했던 거야.



언제 슬픔이 다 끝나는지 알 수 없어서 모른 척 했던 주인공은 결국 조까지 떠나보낸 후에야 아버지도 조도 제대로 보낼 수 있게 된다. 오래 전에 죽은 아버지를, 납골당 안치기간이 만료되어 가지고 나온 유골함을 분실함으로써 말이다. 그것을 잃어버리게 된 연유는 자기 집에 유령처럼 머물다 떠나간 아저씨를 쫓아가다가 발생한다. 결국 아무도 믿지 않을 유령 같았던 존재 아저씨와 아버지를 같은 날 떠나보내게 된 셈이다. 아버지의 유골함을 분실함으로써, 아저씨를 쫓다 놓침으로써, 둘과는 이제 영영 이별하게 되었다.


주인공은 조를 같은 날 있었던 이 사건보다 먼저 떠나보냈다. 그가 죽은 후에 그들과의 헤어짐이 가능했다. 조의 실물은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골목의 조로 남아있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반지하 집 벽에 숨겨져 있던 공간, 그곳은 일종의 베란다 같은 역할을 했는데 그곳을 둘은 골목이라고 불렀다. 조와 고양이 둘과 함께 햇볕을 쪼이던 공간. 이젠 주인공에게 고양이 한 마리만 남았지만 그곳을 떠나지는 않을 것 같다. 둘은 없지만 남은 둘은 그들을 생각하며 그 골목에서 햇볕을 쬘 것이다.


주인공 곁에 존재했던, 그나마 좋은 관계를 유지한 이들은 모두 떠났다. 이제는 그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살아갈 것이다. 이것을 성장이라고, 아버지와 조를 진정으로 애도함으로써 치유되었다는, 나는 왠지 그렇게 표현하고 싶지가 않다. 그동안 만났던 남자들과는 완전히 결이 달랐던 조를 떠나보내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조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기억하며 그것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겠다. 살아가는 데 재능이 없다고 한 조는 떠났지만 살아가는 일이 두려운 주인공은 남았다. 남은 자가 할 일은 살아가는 일이니까... 골목에 나가 책을 읽는 동안, 고양이를 끼고 잠이 드는 옆에, 조는 같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제목도 <골목의 조>일 터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무심하게 살아가는 듯 보이고 친구도 없다고 했지만 책을 많이 읽는다. 부모나 학교로부터 배우지 못한 것들을 대부분 책에서 배웠고 책을 읽으며 소일하고 책 속 문장이나 인물, 작가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나는 보통 책에서 언급되는 또 다른 작가나 작품들을 찾아보는 편이다. 이번 책에서 송섬 작가가 대놓고 언급한 작가는 메리 프랜시스 케네디 피셔이다. 찾아보니 그는 음식에 관한 글을 많이 쓴 작가이고 글을 꽤 많이 남겼음에도 국내에 2010년에 번역된 <늑대를 요리하는 법> 한 권뿐이다. <작가님, 어디 살아요?>는 그의 저서는 아닌데 책 속에 그의 말이 언급된 모양이다.


송섬 작가는 작가의 말마지막 문장에서 첫 번째 독자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의 첫 책을 구매가 아니라 서평단 자격으로 받은 것에 미안하지만, 그의 첫 독자가 된 건 분명하다는 뿌듯함도 생겼다. 그의 문체가 마음에 든다. 나는 그의 신작을 기다리는 첫 독자가 되겠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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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번의 상상 - 부산 개금동에서 뉴욕 카네기홀까지
김지윤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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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이라는 피아니스트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 하기야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기 전 내가 그 이름을 알았던가? 요즘 임윤찬 덕에 많은 이들이 클래식 음악이나 피아노 연주영상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클래식 음악을 즐겨듣는 이들은 방앗간에 모인 참새들처럼 재잘거리기 바쁘다. 그러다보니 피아니스트가 썼다는 책 홍보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다산북스의 신간 <백만번의 상상>의 부제 “부산 개금동에서 뉴욕 카네기홀까지”는 부산사람인 나를 다분히 유혹했다. 부산 출신 피아니스트가 카네기홀에서 연주를 했다고? 그의 인생 행로가 궁금해서 서평단에 신청했다. 

당첨되어 책을 읽으며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부산에서 미국으로 유학 가서 고생한 이야기, 어떻게 카네기홀 공연을 하게 되었는가, 여기에 음악이나 음악가 이야기를 들려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점점 자기계발서의 색깔이 드러났다. 흠, 피아니스트의 책이 자기계발서가 될 수도 있구나 싶어 의외였다. 그렇다면 나는 자기계발서 읽기에 적당하지 않은데... 나이로 보나 취향으로 보나 다 그렇다. 읽기 방향의 수정이 필요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지금의 자신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나는 피아니스트이자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가장 훌륭한 재눙은 천재성 같은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바로 끊임없이 상상하고 그것을 이루려 노력하는 재능이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마침내 실현시키는 것은 천재적 능력이 아니라 노력하는 재능에서 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어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고 자기계발서에 정석으로 실릴 문장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그간 보아온 자기계발서와 유사한데 책을 쓴 이가 예술가라는 것은 차이점이다. 그래서 나는 피아니스트가 세상을 보는 시선과 어떻게 시련을 견뎌냈는지, 평소 자신을 컨트롤하는 방법 등등에 중점을 두고 읽었다.

p.37

부정적인 생각이라는 괴물은 절대로 영원히 사라지는 법이 없다. 하지만 그 목리를 길들일 수는 있다. 나는 이제 연주회를 준비할 때 피아노 앞에서 연주를 연습하는 것만큼 중요하게 내 마음과 정신 훈련에 집중한다. 군인들이 팔굽혀펴기나 윗몸일으키기 등의 훈련을 매일 하는 것처럼, 나는 나의 마음을 그렇게 훈련한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있다. 그 목소리는 우리를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나쁜 말들을 지껄이고 마음을 어지럽힌다. 심지어 우리가 약해지는 때를 기다리는 것만 같다. 나의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 때,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인생의 방향성을 잃고 방황할 때, 몸이 약해져서 하루 종일 힘이 없을 때... 물론 이런 마음 훈련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매일의 일기 쓰기는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긍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 어느 분야든 마음을 다스릴 처방 중 가장 효과적이며 손쉬운 것은 역시 일기쓰기다. 나도 십여년 전 그 누구와도 마음을 나누지 못할 때 일기를 쓰며 나 자신과 이야기 나누었고 꽤 효과적이었다. 마냥 컴컴한 터널 같았던 길을 그 누구도 손잡아주지 않던 그 길을, 오른손과 왼손을 꼭 그러쥔 채 걸었었다. 묵묵히... 그리고 일기를 썼다. 요즘은 일기 대신 책 읽고 리뷰를 쓴다. 책을 소개하고 좋은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서평단의 목적이지만 그와 더해 나는 저자의 생각에 내 생각을 투영하고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p.114

내가 바라는 단 한가지는 피아노를 계속 치는 것이다. 목표로 하는 어느 곳에 도달하여 끝이 나는 게 아니라, 무대에서의 연주든 혼자서 연습하는 시간이든 음악이 나에게 선사하는 마법과 같은 시간을 즐기며 끊임없이 음악이 주는 행복감을 느끼고 싶다. 이것을 깨우치자 연주와 연습의 경계선이 모호해졌다. 그래서 나의 연습은 더 활기가 넘친다. 내가 피아노를 치는 한 나와 음악 사이에서 벌어지는 행복한 보물찾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 피아노를 계속 치는 일이 피아니스트가 할 일이긴 하지만 연습과 연주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란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김지윤씨는 피아노를 치는 동안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음악 안에서 보물찾기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늘 어떤 목표를 설정해두고 그것을 향해 질주한다. 허나 그 목표에 도달했을 때 찾아오는 환희보다 허무함에 어쩔 줄 몰라한다. 왜 그러는지 찬찬히 톺아보기보다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미 발을 내딛고 있다. 그만큼 자신에게 온 감상을 누릴 여유도 없고 방법도 잘 모른다. 

나에게는 독서가 그의 피아노 연주와 같은 일이다. 작가도 서평가도 아니지만 나는 책읽기를 멈출 수 없다. 책을 사랑하고 책을 읽을 때 가장 즐거우며 저자와 하는 대화의 희열도 멈줄 수 없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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