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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살아요
무레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블북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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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레 요코는 일상 글쓰기의 초고수다. <이걸로 살아요>는 작가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들에 대한 에세이다. 어쩜 이다지도 평범한 걸 가지고 이토록 시시콜콜 자세히, 유머러스하게 쓸 수 있는지 놀랍다. 이미 소설과 에세이로 검증받은 베테랑 작가라서 그렇겠지만 나는 그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몇 년 전 출간된 에세이 <기침을 해도 나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를 읽었고, <카모메 식당>은 영화로만 봤기 때문에 그가 유명하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이번에도 그의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사용한 적 있는 물건과 그것을 쓰는 일상에 대한 에세이는 어찌보면 심심하기 그지없다. 소재만 듣고 ‘아이고, 그 정도는 나도 쓰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한 번 써보면 알 거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온습도계나 습윤 밴드, 포장지 같은 것으로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을까 싶지만 작가는 10여 쪽 분량으로 거뜬히 풀어낸다. 심심할 때, 휴가 시즌에 어디 책 한 번 뒤적여 볼까 싶을 때 이 책을 추천한다. 또는 남의 집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싶을 때나, 취향 특이하다는 타박을 듣고 있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한다. 어쩌면 무레 요코의 취향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손에 침 묻혀 책장을 넘기며 흐흐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겨울보다 여름을 잘 견디는 편이다. 겨울에 가장 못견디겠는 건 코 끝이 시린 거다. 이상하게 그렇다. 실내가 조금만 싸늘해도 코 끝이 찹찹해지기 시작한다. 한밤에 책상에 앉아 한 손으로는 책을 잡고 다른 손으론 코 끝을 싸매고 있어야 할 정도다. 그에 비해 여름에 불편한 건 땀이 많이 나는 건데 그 정도는 괜찮다. 땀을 흘리면 샤워를 하면 되니까. 그래도 못 참겠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모기다.
작가가 애용하는 각종 모기용품을 읽으며 일본에서 판매되는 모기 퇴치 용품이나 수입 용품들이라 잘 모르겠고, 모기를 대하는 작가의 태도에서 빵 터졌다.
손발을 휘적휘적 버둥거리면 적도 깜짝 놀라는지 소리가 끊기지만, 또 조금 지나면 그 왜애애앵이 들려오는 형국이다.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럴 땐 일단 가만히 참다가, 모기가 피를 빨기 기작하면서 마음을 놓으면 그 즉시 탁 쳐서 죽이면 돼”
라기에 꾹 참았다가 때려서 죽이려고 했더니
모기는 도망갔고 피는 빨렸으며 덤으로 내가 친 얼굴까지 얼얼한 최악의 상황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행동이 나와 유사했고, 모기에 물렸을 때 피부 반응도 그랬다. 나는 어릴 때부터 모기에 물리면 반경 3~4센티미터는 될 정도로 빨갛게 부어올랐다. 그리고 죽을 만큼 간지럽다. 약을 발라도 몇 날 며칠간 간지럽다.
마지막에 작가는 옛날보다는 편해졌다고 하다가, 노인은 모기에 물려도 가렵지 않다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태연자약한 척 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
“노인은 모기에 물려도 가렵지 않다는 건 사실이다”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흠칫했지만 그 말도 진실인 것 같다. 어쩌면 몸속의 쓸모없는 수분을 배출한 것보다 나이의 영향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래도
‘뭐 상관없어. 옛날보다는 덜 가려우니까.’
하고 태연하게 굴면서, 앞으로도 모기 박멸을 위해 계속 노력할 작정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요즘엔 모기에 물려도 예전만큼 붓거나 오래 가렵지 않다. 늙은 거 맞다...
꽃병 이야기에선 꽃꽂이 해본 사람들이라면 또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들이 나왔다. 나 역시 평생 내 돈주고 꽃 사본 적 없었다. 작년에 배우기 시작하면서 나도 내가 꽃병을 이렇게 많이 살 줄 몰랐다. 처음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이건 뭐에 홀린듯했다. 작가가 쓴 것처럼 어떤 꽃을 꽂으면 어울리지 않는 화병이 있고, 어떤 건 양이, 또 어떤 건 사이즈가 맞지 않다. 그래서 이것저것 사들였다가 정신 차려보니 화병이 한가득이었다. 그래도 작가의 엄마처럼 100개까진 아니다.
이 책은 작가의 물건에 대한 호불호 취향과 나름 규칙있는 소비 습관을 엿볼 수 있다. 그런 남의 취향 알아서 뭐하랴 싶겠지만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되어 안도감 마저 든다. 그리고 한국이기에 부작용은 적을 것이다. 일본 독자였다면 작가가 사용한다는 물건들을 사보려고 했을 테니까. 그리고 집안을 항상 깔끔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모습도 있다. 이 모든 자신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재미있게 쓰니 독자로선 즐거울 수밖에 없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