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 도스토옙스키부터 하루키까지, 우리가 몰랐던 소설 속 인문학 이야기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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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우리가 몰랐던 소설 속 인문학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소설과 인문학 서적 간 교차읽기다. 그동안 박균호 저자의 책들을 재미있게 읽어왔기에 이번 책도 읽어보고 싶었다. 저자는 어떤 소재를 선택하면 한 권의 책으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신토피컬 독서의 달인답게 그가 소개하는 다양한 다른 서적들은 믿고 찾아 읽게 만든다. 그래서 산 책들도 꽤 된다. 그의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자신의 에피소드를 집어넣기 때문이다. 자신이 망가지는 한이 있더라도 유머러스하게 삽입하여 재미를 배가 시킨다. 그저 자신의 독서 이력을 시전하며 이 책은 이래서 좋더라 정도였다면 기존 독서관련 책들과 차별화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몇 년 간 그의 책을 읽다보니 얼마나 경처가인지부터 딸이 자라 대학생이 되었다는 개인사까지 꿰게 되었다.


이번 책은 제목을 보며 나이 오십이 되면, 이제 다르게 읽어야 하는 건가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목차를 주욱 훑어보고 나는 당황스러웠다. 20개의 소제목 아래 40권이 넘는 책들의 제목을 보니 읽은 책이 몇 권 안 되었다. 그동안 책 좀 읽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안 읽은 책이 많다고? 인문서적은 그렇다쳐도 소설마저? 머리말을 읽어보았다. 더 당황하고 말았다.


오십이라는 나이는 급하게 삼켰던 청춘의 독서를 되새김질하기에 좋은 시절이다. 새로운 소설을 만나는 것도 즐겁지만, 빛바래고 홑이불처럼 사각거리는 옛 책을 꺼내놓고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설렘과 감동을 추억하는 일은 더욱 행복하다. 그리고 줄거리를 따라가기 급급해 미처 살피지 못한 소설에 얽힌 뒷이야기, 배경 이야기를 파헤치고 찾아보는 시간은 또 얼마나 즐거운가.”


멀리서 벗이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 遠方來 不亦樂乎)’가 떠오르는 문장이었다. 저자는 옛친구와 같은 소설을 다시 꺼내 읽어 보기를 권하고 있다. 반갑고 설레는 마음에 젊어서는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을, 이젠 향유할 시기가 되지 않았느냐고. 그런데 나는 옛 친구같은 책이 없다는 말... 서평단 활동을 시작한 후, 무수히 출간되는 새 책들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과 흐름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 강박적으로 신간 서평단 신청을 해댔다. 그러다보니 고전이나 명저라 불리는 예전 책들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었다. 여기까지는 변명 아닌 변명! 당황은 잠시 접어두고 저자가 다시 읽었다는 책의 세계로 들어가 보았다.


다 읽고 보니 우려스러운 점이 하나 있다. 제목 때문에 젊은이들이 고르지 않을까봐 걱정된다. 요즘은 유명한 젊은 소설가들의 책이 유혹적인 표지를 하고 나오는데 제목에 오십이라는 말을 떡하니 내놓고 있으니 관심없어 할 것 같아서다. 그러나 이 책은 나이와 상관없이 추천하고 싶다. <죄와 벌>이나 <마담 보바리> <춘향전> 같은 소설은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책 목록에 늘 들어있지 않은가. 그런데 저자는 이런 책과 함께 당시의 시대상과 문화를 엮어서 읽어보면 좋을 책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 확장적 독서를 하기에 적합하다


이를테면 <죄와 벌>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로는 시베리아 유형의 역사를, <마담 보바리>는 프랑스 미식과 요리의 역사에 대해, <춘향전>으로 조선시대 과거제도를 알 수 있다. 특히 춘향전은 우리가 학창시절 요약본으로만 읽었기 때문에 놓쳤던 것들을 짚어주고 있다. <한국의 과거제도>와 <조선 시대 과거제도 사전>을 인용하여, 이몽룡이 빠르게 과거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에 다시 돌아오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까닭을 알려준다.


나이가 나를 부른다며 이 책을 집어든 독자라면 놀라움도 잠시 지적 충만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책들을 거의 읽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은 고마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 권의 책으로 40여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는 만족감을 얻게 될 것이므로. 물론 완독이 아니라 소개지만 저자가 엑기스와 주제만 쏙쏙 뽑아서 떠먹여 주므로 고맙다는 뜻이다. 그 많은 책들 중 몇 권만이라도 완독하게 된다면 이 책을 고른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나이와 상관없이 책 소개를 받고 싶거나 시간 부족으로 빠르게 내용파악해야 할 책이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필독각이다. 능력만 되면 여기서 소개한 책을 읽은 척 포장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소설 속 역사와 문화, 소설에서 다룬 소재나 작가에 대한 뒷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장점이다.


내가 흥미롭게 읽은 파트를 소개한다. 2부의 첫 번째 챕터 제목은 예술의 불멸하는 재료, 질투인데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 <레베카>와 피터 투이의 <질투>를 연결해 인간 본연의 감정인 질투를 다룬다. 나는 <레베카>하면 뮤지컬 제목으로만 알았다. 그런데 여기서 소개하는 책의 줄거리를 보니 대부분의 드라마나 소설에서 변주되는 내용이었고 역시 재미있었다.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불끈 솟았다. 그런데 <레베카>보다 더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였다. 저자의 다른 책에서 이런 벽돌책은 읽은 사람은 거의 없고 제목만 유명한 책이라며 굳이 시도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안심했었다. 질투를 소재로 하는 이 챕터에서 제임스 조이스가 질투라는 감정의 권위자라며 <율리시스>를 언급했다. 간명하게 줄거리를 정리해주었는데 마치 1000쪽이 넘는 책을 다 읽은 듯 착각하게 만들었다. 어찌나 고맙고 뿌듯하던지!ㅎㅎ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으로는 금서의 역사를 연결했다. 그런데 이 챕터에서 <장미의 이름>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카프카에 대한 내용이었다. 카프카는 죽기 전 친구에게 자신의 모든 원고를 불태워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친구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덕분에 우리는 <소송> <아메리카> <>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나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뒤에 나오는 내용은 몹시 놀라웠다. 어찌어찌해서 카프카의 두 딸에게 유작이 가게 되었고 그녀들은 독일의 현대문학박물관에 팔았다. 그런데 2009년 느닷없이 이스라엘에서 카프카의 유작원고의 소유권을 주장했다. 카프카가 죽고 25년이 지난 후에 생긴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억지스런 주장의 논리는 이러했다. 카프카는 유대인이니 카프카의 원고는 유대인의 소유여야 하며 유대인의 나라가 유대인을 대표해서 소유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까지 읽고 설마 이런 황당한 주장이 먹힐 리가 있겠어 했는데, 2019년 스위스 법원은 이스라엘국립도서관의 손을 들어주었고 카프카의 친필원고는 결국 이스라엘에 넘어갔다.


저자는 카프카와 정반대로 행동했던 작가들도 알려주는데 역시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찰스 디킨스는 자신의 원고와 편지를 부지런히 불태웠고, 괴테도 자신의 기록물과 원고를 대부분 태웠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이 원고를 태웠던 이유는 달랐다. 디킨스는 평소 외도가 잦았기에 사후에 자신의 편지가 공개되어 명성이 훼손되거나 자식들이 출판사에 팔아치울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불태웠다. 괴테는 친구가 유언을 지키리라고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았고 수시로 원고와 편지, 서류들을 불태웠다. 인생에 새로운 획을 그을 때 과거를 청산하는 습관도 있었는데, 가령 바이마르에서 공직자로 나설 때 작가로만 활동했던 시절에 썼던 상당수의 기록을 모두 폐기했다는 것이다. 지독한 자기검열이다.


이처럼 이 책은 소설 소개와 더불어 그 작품의 주제나 작가와 연결하여 인문학적 지식으로 확장을 돕는다. 소개하는 소설을 읽은 독자에게는 간과한 부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안 읽은 사람들은 읽어보고 싶게 만들어 줄 것이다.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즐기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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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그 영화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
주성철 지음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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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주성철씨의 첫번째 평론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가 출간되었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영화평론가'라는 직함에 의문을 표한다. 그렇기에 '첫번째 영화평론집'이라는 표현도 걸린다고 했다. 독자들이 이 책을 박하게 평가할까봐 두렵다는 뜻이다. 이미 영화전문가로 유명하고 영화 관련 책을 여러 권 냈으면서 저렇게 말하니 겸손이 너무 지나쳐 보였다. 그는 이 책을 날카로운 평론이라기보다 들을 만한 이야기 정도로 생각해달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몸을 낮춰 관객이자 독자에게 재미있게 읽어달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영화평론가와 관객은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영화의 최종스태프다."


이 책은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장의 제목을 전시실이라고 이름붙였다.

제1전시실 감독관에서는 국내외 10명의 감독을 다룬다.

제2전시실 배우관에는 8명의 배우를,

제3전시실 장르관은 영화와 감독 위주의 장르영화를, 제4전시실 단편관에서는 박찬욱감독과 봉준호감독의 단편영화를 소개한다.


이 책은 영화평론에 관심이 많고 주성철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믿고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목차 속 소제목만 봐도 기분 좋아질 것이다. 이런 한상 차림을 보면 어디로 젓가락질을 할지 고민이 된다. 그러나 아무도 탓하지 않을 고민은 고이 접어두고 취향껏 고르면 된다. 어딜가도 2만3천원에 이런 차림은 없을 것이다.


나는 먼저 배우관을 펼쳐서 윤여정과 메릴 스트리프, 오드리 헵번을 읽었다. 메릴 스트리프나 오드리 헵번은 이미 나와 있는 평전으로 그 인물을 집중 조망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에 소개된 10여페이지 남짓한 내용으로 그 배우의 삶을 다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저자의 방향대로 따라 읽어나가면 그 배우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알 수 있다. 오드리 헵번을 예로 들자면 <로마의 휴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는 내용을 맨 앞에 배치한 후 생애를 간단하게 훑고 헵번스타일을 완성한 지방시를 언급한 후 대표작 4편을 소개한다. 그녀의 팬이라면 응당 몇 번씩 보았을 영화겠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라면 앞으로 볼 영화 목록에 추가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감탄하게 되는 것은 저자의 능력이다. 영화를 주제로 다루어야할 게 어마어마한데 4개만 골라냈다. 그 안에서 엄선한 것들의 내용 폭도 넓다. 감독이든 배우든 장르든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영화를 다 봤을 게 아닌가. 영화뿐 아니라 책이나 인터뷰 등등. 저자가 읽기 쉽게 정리해 놓았으니 독자의 입장에선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영화와 영화간의 연결성이다. 감독관의 경우 그 감독의 영화관이 각 영화에서 어떻게 투영되고 이어져왔는지 작가주의적 특성과 함께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가 쉽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


류승완 감독 편의 소제목은 '오리지널을 넘어서는 독보적 장르'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시작해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모가디슈>로 이어지는 류승완의 세계를 이해하게 도와주었다.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에 흐르는 이야기가 '조직 생활하는 가장들의 고단함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감독이 말한 적 있었다고 한다. <베테랑>에서 형사들이 왕년의 부상 부위를 경쟁하듯 드러내며 다투는 장면을 저자는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선명한 장르적 색채 위로 현실적인 디테일까지 조화롭게 녹여내는 것은 어느덧 류승완 감독 특유의 장기이자 재미가 된 것 같다."


<베테랑>을 '영화'와 '현실 ' 사이에서 지난 2000년대의 한국 영화를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액션영화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붙던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와 <모가디슈>로 변하고 있다. 장르영화 안에서 계속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가 너무 은유적이라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더 랍스터>와 <킬링 디어>에 대한 내용을 읽으니 작품해제 같이 쉬웠다. 굳이 쉽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당시 두 영화를 본 후 평론가들의 글을 읽어봤지만 오히려 그 글들이 더 어려워서 황당했기 때문이다. 주성철의 글은 그렇지 않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이 영화들을 통해 오랫동안 천착해온 그리스 사회의 은유적 비판과 사랑이라는 테마를 섞어 고향 사람들에게 바치고자 했던 것이라는 부분을 읽으며 이제야 고개 끄덕였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영화를 대충 봤구나' 싶었다. 물론 관객이 평론가처럼 영화를 보지는 않지만 나름 꼼꼼하게 보려고 했는데도 놓쳤던 것이 많았다. 책 표지에서, '이 책을 읽은 당신은 그 영화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나처럼 놓친 걸 확인하고 싶고 다른 시각으로 보고 싶은 독자들은 분명 그러할 것이다. 나도 다시 볼 영화 목록을 만들었지만 , 이미 텍스트로 영화 다시보기를 했다. 이 책은 충분히 그러했고그만큼 만족스러웠다. <퀸 메릴>을 읽고 볼 영화 목록에 넣어놓기만 <철의 여인>과 <플로렌스>를 이번에는 꼭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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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을 헤엄치는 법 - 이연 그림 에세이
이연 지음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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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을 헤엄치는 법>은 여름에() 어울리는 책이다. 일단 표지가 아주 새파랗다. 시원하다. 표지에 배영을 하는 사람의 자세가 몹시 편안해 보인다. 저렇게 물속에 누워 있고 싶어진다. 푹푹 찌는 한여름에 표지만 봐도 아주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청춘들에게 보내는 글이기도 하다. 여름을 헤엄치고 있는 젊은이들이 읽으면 십분 공감할 내용이다. 서투른 영법으로, 곧 꼬르륵 가라앉을 것만 같고, 한없이 침잠하다 다시는 수면위로 못 올라가는 게 아닐까,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작가는 말한다.

 

 

괜찮다고, 한 번 해보라고, 매일매일 헤엄치라고,

 

그래, 잘 해낼 줄 알았다고!

 

 

작가 이연씨는 5평 작은 원룸에서 생활비를 걱정하던 시절 수영강습을 시작했다. 그 때 같이 한 신입회원들 중 혼자만이 상급반에 올라갔다. 이 책은 이십대 후반, 작가가 어떻게 먹고 살아야할지 막막했던 시절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한 페이지에 흑백으로 세 컷 그림이 있다. 그림마다 짧은 글도 첨부했다. 한 에피소드당 9컷에서 18컷까지 표현된 그림과 글로 자신의 지나온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각 장의 마지막에는 에세이 형식의 글로 마무리한다.

 

 



중간중간에 표지처럼 바탕 전체를 푸르게 한 그림을 넣었다. 눈이 환해지는 느낌이다. 작가의 그림은 단순하다. 그가 그린 사람은 졸라맨 같기도 하고 볼링핀 같기도 하다. 길쭉한 얼굴(작가는 전구에 인간을 빗댔다고 한다)에 머리카락은 없고 눈이 아주 크다. 이 정도의 그림이라면 누구라도 그릴 것 같지만 디테일 표현이 분명 다르다. 눈 때문이다. 눈매와 눈동자로 기분과 상황을 표현하고 있는데 어떤 기분인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작가는 퇴사를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다시 하지 않을 거라던, 사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그것을 시작했다. 바로 그림이다. 그리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다. 200명이던 구독자가 2만이 되고 십만이 되더니 지금은 70만이 넘는다.어엿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 것이다. 개인회사 이연 스튜디오도 차렸다. 서른하나가 된 작가가 스물일곱 자신에게 보낸 글들이 책으로 냈다. 독자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한다.

 

 

"제게도 바보 같은 시절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시절이 하나도 바보 같지 않더군요."

 

 

작가는 매일을 이렇게 헤엄쳐 왔다고 말한다. 작가가 말하는 시기가 이십대 후반이라고 해서 꼭 젊은 사람들만 공감할 이야기는 아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지금, 끝나지 않을 터널 속에 있는 것 같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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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 - 은유와 재치로 가득한 세상
카타리나 몽네메리 지음, 안현모 옮김 / 가디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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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은 장정이 예쁘고 일러스트가 귀여운 책이다. 책 크기도 적당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 휴대하기에도 좋다. 이 책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4개국의 속담(관용구) 50문장을 소개하고 있다. 스웨덴 출신의 카타리나 몽네메리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인근 나라의 문화를 사람들이 특이하게 여긴다고 생각한 것에 착안해 이 책을 썼다. 작가는 스웨덴 남부가 고향이지만 영국에서 오랫동안 출판업에 종사했기에 영어로 출판했다. 번역은 통번역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안현모씨가 맡았다.


우리는 일상에서 스칸디나비아 단어를 이미 빈번하게 쓰고 있다. 휘게나 라곰이 그렇고, 문화나 물건도 있다. 이를테면 산타클로스, 인어공주, 반지의 제왕, 이케아가 그렇고 레고도 있다. 그러나 속담은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에서는 스칸디나비아쪽 사람들이 일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말을 소개한다. 그것이 탄생한 배경과 기원,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간결하고 재치 있게 풀어냈다


실제로 스칸디나비아로 여행을 가거나 그 쪽 사람들과 대면할 기회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으로 그들의 문화와 삶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아직 자유롭게 여행가기에 주저되는 상황이니 대신 책으로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을 만나보자. 속담은 타문화를 이해하기에 좋은 방법이고 같은 뜻이지만 우리와 유사한 속담이 있는지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아래 몇가지를 소개한다.

 

, 맛있는 청어여!”

: 덴마크에서는 청어를 대단히 고귀하게 여긴다. 상대에게 맛있는 청어라고 칭하는 것은 최고의 칭찬 가운데 하나이다.

만약 당신이 덴마크 사람에게 프로포즈를 한다면, 꼭 이 문장을 사용하도록~~



뜨거운 죽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 누군가가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난감한 상황을 회피하고 있다는 뜻이다.

숲 언저리를 두들겨서 사냥감을 몰아내는 영어 숙어 빙빙 돌려 말하다(beating around the bush)와 유사하다.



기차보다 멍청해.”

: 스웨덴에서는 머리 나쁜 왕자를 조롱하려고 그의 이름 대신 기관차를 사용했다고 한다.

스웨덴 친구를 놀리고 싶다면, ‘넌 정말 기차보다 멍청하구나라고 하면 된다고~



골짜기에 무민이 없네.”

: 핀란드 문화와 디자인의 필수품인 무민이 사라졌다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멀쩡히 보고 듣고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얼빠진 핀란드 친구에게 써먹어 보라~



“큰 발로 산다.”

: 새롭게 얻은 부를 과시하거나 감당도 안되는 라이프 스타일을 뽐내며 분수에 맞지 않게 사는 것을 의미한다.

☞ 우리나라 속담 중 분수에 맞게 살라는 뜻이라면,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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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한 방울 -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2019~2022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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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지성으로 불린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육필 원고가 <눈물 한 방울>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되었다. 평생 자신의 사상을 말과 글로 표현했던 노학자의 마지막 3년간의 일기! 숙연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자신을 위한 눈물은 무력하고 부끄러운 것이지만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 눈물방울의 흔적을 적어 내려갔다. 구슬이 되고 수정이 되고 진주가 되는 눈물 한 방울’, 피와 땀을 붙여주는 눈물 한 방울’, 쓸 수 없을 때 쓰는 마지막 눈물 한 방울’."

 

위 서문 마지막에서 선생의 외로움이 고스란히 다가왔다. <눈물 한 방울>은 선생의 일기다. 그렇기에 지난 봄 선생의 강연 모음집 <거시기 머시기>에서 보았던 날카로운 지적 일성과는 달랐다.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지난 시간을 반추하며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그대로 드러나냈다. 선생이 출간한 책을 띄엄띄엄 읽은 나 같은 독자 입장에서 그의 사상과 철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서문의 문장처럼 선생이 흘린 눈물 한 방울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해보고 싶었다.

 

내가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생의 끝을 알게 되었을 때는 후회의 심정이 가장 클 것 같다. 마지막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 나 같은 범인을 감히 추상같은 지성과 비교하면 안 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90년을 살아오신 분의 마지막 기록들에 후회는 없었다. 나는 선생처럼 후회하는 글을 쓰지 않을 자신이 없다. 이 책에 실린 110개의 글은 단순 메모가 아니라 시부터 여전히 살아있는 문학적이고 확장적인 사고, 읽고 쓰기에 대한 간절함까지, 당신의 사유를 엿볼 수 있다.

 

필사하고 싶은 글들이 너무 많아 고르기 힘들었다. 옮겨 쓰고 꾸며본 각 글 뒤에 내 생각을 붙였다가 허섭한 군더더기 같아 지웠다.

 

13. 꿈은 꾸다에서 나온 말

 

꿈은 미래에 대한 빚이다. 돈도 꾼다고 하기 때문이다.

꿈을 많이 꿀수록 그에 대한 부채도 늘어난다.

죽을 때까지 갚을 수 없는 빚, 꿈은 죽은 뒤에도 남는다.

유언이 그렇지 않은가?

뒤에 오는 사람들이 꿈을 상속한다.

우리는 태어나던 때부터 빚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이다.

 


21. 내가 노숙자인 까닭

 

아침에 눈을 뜨면 그 위에 천장이 있다는 것

그것이 하루의 행복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노숙자로 살아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곁에 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 하루의 보람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노숙자로 살아야 한다.

 

노숙자는 노숙자路宿者가 아니라

노숙자露宿者인 게다.

이슬을 맞으며

잠든 사람.

 

노숙자의 눈물은 눈물이

아닌 게다.

이슬인 게다.

 

 





쇼팽도 들어야 하고, 루오의 그림도 꺼내 삽화를 그려야 되는데, 읽지 않은 책들이 남아 있지만 여전히 책을 주문하면서... 다가오는 마지막이 얼마나 아쉬웠을까. 20217, 선생은 '엄마 나 어떻게 해' 하며 엉엉 운다.

 


그리고,


사랑하자고 하셨다.

 



감히 사족같은 느낌 하나 붙인다.

 

'그때 헤어져요'라고 했지만, 김소월의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처럼 헤어지지 말자는 것 같다. 바람이 멎고 햇빛이 지고 새들이 울지 않을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헤어지지 말고 영원히 사랑하자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2021년 연말에

미리 작별인사를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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