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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한 방울 -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2019~2022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평점 :

시대의 지성으로 불린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육필 원고가 <눈물 한 방울>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되었다. 평생 자신의 사상을 말과 글로 표현했던 노학자의 마지막 3년간의 일기! 숙연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자신을 위한 눈물은 무력하고 부끄러운 것이지만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 눈물방울의 흔적을 적어 내려갔다. 구슬이 되고 수정이 되고 진주가 되는 ‘눈물 한 방울’, 피와 땀을 붙여주는 ‘눈물 한 방울’, 쓸 수 없을 때 쓰는 마지막 ‘눈물 한 방울’."
위 서문 마지막에서 선생의 외로움이 고스란히 다가왔다. <눈물 한 방울>은 선생의 일기다. 그렇기에 지난 봄 선생의 강연 모음집 <거시기 머시기>에서 보았던 날카로운 지적 일성과는 달랐다.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지난 시간을 반추하며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그대로 드러나냈다. 선생이 출간한 책을 띄엄띄엄 읽은 나 같은 독자 입장에서 그의 사상과 철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서문의 문장처럼 선생이 흘린 눈물 한 방울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해보고 싶었다.
내가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생의 끝을 알게 되었을 때는 후회의 심정이 가장 클 것 같다. 마지막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 나 같은 범인을 감히 추상같은 지성과 비교하면 안 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90년을 살아오신 분의 마지막 기록들에 후회는 없었다. 나는 선생처럼 후회하는 글을 쓰지 않을 자신이 없다. 이 책에 실린 110개의 글은 단순 메모가 아니라 시부터 여전히 살아있는 문학적이고 확장적인 사고, 읽고 쓰기에 대한 간절함까지, 당신의 사유를 엿볼 수 있다.
필사하고 싶은 글들이 너무 많아 고르기 힘들었다. 옮겨 쓰고 꾸며본 각 글 뒤에 내 생각을 붙였다가 허섭한 군더더기 같아 지웠다.
13. 꿈은 꾸다에서 나온 말
꿈은 미래에 대한 빚이다. 돈도 꾼다고 하기 때문이다.
꿈을 많이 꿀수록 그에 대한 부채도 늘어난다.
죽을 때까지 갚을 수 없는 빚, 꿈은 죽은 뒤에도 남는다.
유언이 그렇지 않은가?
뒤에 오는 사람들이 꿈을 상속한다.
우리는 태어나던 때부터 빚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이다.
21. 내가 노숙자인 까닭
아침에 눈을 뜨면 그 위에 천장이 있다는 것
그것이 하루의 행복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노숙자로 살아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곁에 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 하루의 보람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노숙자로 살아야 한다.
노숙자는 노숙자路宿者가 아니라
노숙자露宿者인 게다.
이슬을 맞으며
잠든 사람.
노숙자의 눈물은 눈물이
아닌 게다.
이슬인 게다.




쇼팽도 들어야 하고, 루오의 그림도 꺼내 삽화를 그려야 되는데, 읽지 않은 책들이 남아 있지만 여전히 책을 주문하면서... 다가오는 마지막이 얼마나 아쉬웠을까. 2021년 7월, 선생은 '엄마 나 어떻게 해' 하며 엉엉 운다.
그리고,
사랑하자고 하셨다.

⬆감히 사족같은 느낌 하나 붙인다.
'그때 헤어져요'라고 했지만, 김소월의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처럼 헤어지지 말자는 것 같다. 바람이 멎고 햇빛이 지고 새들이 울지 않을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헤어지지 말고 영원히 사랑하자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2021년 연말에
미리 작별인사를 고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