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내견이야 한울림 장애공감 그림책
표영민 지음, 조원희 그림 / 한울림스페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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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내견이야>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개선 인식을 다룬 그림책입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입장을 거부한 식당이나 마트의 직원, 입마개를 안 했다고 소리친 버스기사 뉴스를 심심찮게 보아왔지요. 안내견은 법적으로 제한 없이 공공장소에 출입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답니다. 그렇지만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림책 <나는 안내견이야>는 안내견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안내견의 시점으로 그려냈습니다.



 

단순한 그림체에 3~5개의 색만 사용하였고, 군더더기 없이 짧은 텍스트는 이 책의 성격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어요.


안내견은 배운 대로, 한 눈 팔지 않고, 가야할 길에만 집중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사람들에게 거부당하고, 언니와 늘 함께 있어야하는데 떨어져 있어야 하고, 시각장애인 안내를 위한 점자블록이 광고시설물에 침범당해 있고...

언니와 함께 하루를 보내는 일은 정말 힘이 듭니다.




 

... 겨우 집에 도착했어요.



 

 

이 그림책에 나온 것처럼 어린 아이들이 안내견을 보고 놀랄 수 있어요. 그러나 안내견은 훈련 받은 개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구요, 대형견이라해도 입마개를 하지 않습니다. 이 책을 전국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보급해서 아이들이 먼저 알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 직접 못 읽어도 이렇게 리뷰를 통해서 알게 된 내용을 주위에 널리 퍼트리면 그것도 좋겠어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안내견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릅니다. 이 책이 도움이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과 장애인 복지법에 의거 정당한 사유 없이 안내견의 출입을 금지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사실!


, 최근 자신의 반려견에 노란 조끼를 입혀서 식당에 들어가려는 얌체족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아래 안내견 표지를 참고하면 구분할 수 있어요!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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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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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이라는 소설의 작가가 한국계 미국인 김주혜씨이며 이 작품이 그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소개를 보고 궁금증이 일었다. 1918년부터 1964까지 격동의 역사를 이 젊은 소설가가 어떻게 그려내었을지 확인하고 싶어서 가제본 서평단에 신청했다.


도입부 호랑이와 사냥꾼의 대치 장면에서 일본 군인들이 조선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장면을 읽으며 박훈정 감독의 영화 <대호>를 떠올렸다. 그 영화가 호랑이 CG와 어울리지 않는 동화적 결말 때문에 혹평을 받긴 했지만 나는 좋게 보았다. 일제가 수탈해 간 것 중에 호랑이도 있었다는 사실! 이 땅에 호랑이 씨를 말리다시피 했다는 역사를 알게 해준 영화였다


<대호>에서 일본 군인들이 호랑이를 사냥하려고 설산에서 매복 중이던 장면과 야마다 겐조가 쓰러진 남경수를 구해주고남경수가 일본군을 위협하는 호랑이를 쫓아준 장면이 오버랩 되었다야마다는 죽을 뻔 했던 남경수를 살렸고남경수는 일본군의 목숨을 구해주었다그리고 야마다는 남경수에게 담배갑을 선물한다소설의 제목이 <작은 땅의 야수들>이어서 남경수의 아들 남정호도 호랑이 사냥꾼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서사의 중심은 여성이었다.



기생 은실의 딸 월향과 연화, 기방에 팔려온 옥희, 이 셋을 거둔 예단까지 네 명의 여성이 주 등장인물이다. 구한말 기생으로 살아야했던 여성들의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그건 일부분이었다. 네 여성의 기구한 삶은 맞지만 단순히 기생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격동기 여성들의 일과 사랑이 중심축이었다. 예단의 남자라 할 수 있는 김성수와 이명보는 친일파와 민족주의자를 대변하고, 옥희의 남자 한철과 정호는 격동기에 생존을 위해 투쟁적으로 살았던 그 시대 남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일제강점기, 누구는 부역을 하고 누구는 독립투쟁을 하고, 누구는 그들을 돕기 위해 자금을 대고, 누구는 목숨을 연명해야 했다. 어느 시절이건 배곯는 사람 있고, 누릴 것 다 누리면서 떵떵 거리는 이들이 있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예전에 우리 민족이 억압받고 힘들었던 시절을 다룬 소설을 읽을 땐, 대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은 애잔한 마음이 컸다. 그런데 이젠 나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다들 그러고 살아가는 거지 하는 심정이다. 대통령 잘못 뽑아서 미중일의 호구가 된 요즘이나 일본에 나라 갖다 바친 저 때나 뭐 그리 다를까 싶기도 하다.


기생으로 출발했지만 당시의 수요에 따라 옥희는 배우가 되고 연화는 가수가 된다. 그렇게 직업여성으로 멋들어진 삶을 살 줄 알았는데 연화는 극장주의 세컨드가 된 후 아들을 낳지 못해 구박받다 아편중독자가 된다. 월향은 미혼모가 되었지만 미 영사관의 비서로 취직했다가 미국으로 떠나 새로운 인생을 산다. 옥희는 배우로 승승장구했으나 전쟁 막바지 일제의 총동원령과 자원 수탈로 경성 시내는 흉흉해지고 예단의 병구완으로 고달파진다. 결국 예단의 마지막과 기방을 지킨 것은 옥희였다. 그렇게 옥희는 한철과의 사랑을 이루어지지 못했고, 친구라 생각했던 정호와도 소원해지고 만다.


이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치열하게 살아간다. 사랑도 빠질 수 없다. 그런데 남성들의 태도, 특히 한철의 행동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배우로 일하면서 한철을 대학공부 시켜 번듯한 인간으로 만들어낸 건 옥희였지만 둘의 사랑은 결혼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생 출신이라는 현실의 벽은 높았다. 작가도 100여 년 전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여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겠지만, 한철이 처가와 뒤늦게 찾은 본가의 재산을 모두 거머쥐게 만든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선 최고의 갑부가 되었으면서 자신을 뒷바라지했던 옥희가 굶어죽기 직전까지 갔는데도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은 인간이 한철이었다. 반면 정호는 예단의 병구완을 하는 동안 옥희에게 어렵게 곡식과 과일을 구해주었어도 옥희에게 정호는 사랑은 아니었다. 해방 후 정호가 빨갱이라는 죄목으로 잡혀갔을 때 옥희가 한철에게 처음으로 한 부탁은, 당신의 재력으로 권력에 손을 좀 써달라고 했으나 결국 정호는 처단 당했다. 옥희를 향한 정호의 사랑이 너무나 안타까웠고 그렇게 죽을 수밖에 없게 만들다니 씁쓸했다.


굶어죽을 뻔 했던 옥희를 구원해준 이는 이토였다. 옥희의 남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구애를 했던 일본군인 이토가 보낸 돈으로 연화를 매음굴에서 구해냈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이토가 일본인이 아니었다 해도 옥희가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진 않았을 것 같다. 옥희의 사랑은 한철에게만 향했으나 정호와 이토의 사랑은 그녀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정호는 옥희를 향한 사랑을 평생 이어갔고 이토는 조선을 떠나기 전까지 옥희를 챙겼으니까.


마지막 옥희의 제주도행이 뜬금없다 싶었는데어릴 때 정호가 준 푸른 돌을 간직하고 있었듯 옥희는 정호의 사랑을 죽을 때까지 마음 속에 품고 있겠다는 뜻이었다. 옥희가 처음 딴 전복에서 나온 진주를 보며 했던 생각을 읽으니 더 이해되었다.


"껍데기에서 전복을 빼내려는데, 칼날이 말캉말캉한 살 속에 감춰져 있던 딱딱한 무언가에 부딪혔다. 은은하고 희미하게 빛나는 완벽한 구체, 내 손바닥 위에 놓은 그것은, 새벽달처럼 옅은 분홍색과 회색으로 빛나는 진주 한 알이었다.

한참이나 그걸 바라보던 나는, 정호가 아직도 나를 돌봐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저세상에 가서도 말이다. 그리고 나도 똑같은 방식으로 잇을 거라는 것도, 삶을 계속 놓아주고 또 붙잡고 버티면서, 오직 바다에서 온 나의 일부만이 남을 때까지."



그리고 옥희는 생각한다.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역사영화는 스포일러 그득하니 보지 않겠다는 사람이 있다하지만 아는 사실이라 해도 팩트의 빈 공간을 채우는 픽션에 감동받고 싶기 때문에 영화를 본다팩트와 픽션이 날실과 씨실로 촘촘히 엮어져 하나의 작품이 되는 영화에 감동한다마찬가지 이유로 역사소설을 읽는다영상이 주는 감동과는 차원이 다른 텍스트 서사는 독자를 위한 공간을 확보해 두고 있다독자는 등장인물의 외양 묘사말과 행동을 읽으면서 그간 보았던 영화나 드라마 속 유사 인물을 찾아내어 매칭해보기 바쁘다장편의 경우 작가의 스타일에 동화되어가면서 서사의 톤을 각성하게 되고 독자는 감독이 된다소설 속 세계와는 다른 독자만의 세상을 머릿속에서 구현해낸다이러한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을 많이 알고 있고 다양한 미디어적 배경지식까지 있다면 독자의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된다일제 강점기와 해방그 이후 20여 년을 온몸으로 겪어낸 인물들을 만나며 공감하다 탄식하고슬퍼하다 응원하게 될 것이다내가 그 시절을 살았다면 어땠을까나는 과연 저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이 부질없을지 몰라도 장면장면마다 떠오르게 했다그리고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역사소설을 읽으며 그 시절에 푹 빠졌다가도 현실로 돌아오면 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해본다이것이 역사소설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격동기를 헤쳐 온 우리 앞 세대의 삶을 이 소설로 한 발짝 가까이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 이 리뷰는 가제본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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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토끼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93
최영아 지음 / 북극곰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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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보름달을 가리키며 정말 달에 토끼가 사냐고 묻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 이가 있다.


토끼 귀처럼 보이는 저건 크레이터, ... 울퉁불퉁한 달 표면의 그림자가 토끼 귀처럼 보여서 사람들은 달에 토끼가 산다고 생각했대. 중국이나 우리나라는 토끼가 산다고 생각하지만 스페인에서는 당나귀, 페루에선 두꺼비가 산다고 생각했다네.”


제 얄팍한 지식을 애 앞에서 뽐내는 동심파괴자, 엄마였다.


이런 어른들을 위한 필독 그림책 <달토끼>가 나왔다. 달에 토끼가 산다는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아이 마음에 재 뿌리지 않고 토끼 이야기를 아름답게 들려주고 싶은 어른들에게 도움이 될 그림책이다.


글 없이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달토끼>는 기획에서 출간까지 5년이 걸렸으며 최영아 작가의 상상력은 아름다운 민화 작품으로 탄생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 으림책에 글이 들어갔다면 군더더기가 될 뻔했다. 글 없이 그림만으로 풍성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게 한데는 한국적 색채가 큰 역할을 했다. 한옥, 한복, 한국의 자연, 한국의 놀이가 쨍한 색감으로 민화 속에 살아 움직인다.


어린이들도 이 책에 환호할 것이다. 그림책의 주인공은 그림이다. 그림만으로 완성된 <달토끼>는 두말 할 것 없이 그림에 푹 빠지게 만든다. 표지부터 내지를 한장한장 넘길 때마다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펼친다면 그림만 봐도 그저 좋겠지만 역할놀이를 해보면 좋겠다. 엄마는 달, 아이는 토끼도령이 되어 장면마다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다. 정답은 없다. 감탄사만 연발해도 된다. 두 번째 읽을 땐 역할을 바꾸면 대사에 변화를 줄 수 있는데, 7세 이상의 아이에게는 해설에 해당하는 부분을 말하도록 해보자. 평소 이야기 만들어내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해설을 길고 자세하게 지어내도록 유도해 뿌듯함을 느끼도록 하면 더욱 좋다.



그림 사진을 많이 넣으려니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서 이 리뷰에는 최소한의 그림 사진만 공유했고, 내용도 모두 다 넣지 않았음을 밝힌다.



☞ 첫 두 장면




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 토끼도령은 혼자 놀고 있다. 아니다. 웃으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달님이 친구다. 웃고 있는 자신의 얼굴과 달님의 얼굴 사이에 하트를 그려 넣었다. 서로 얼굴만 봐도 마냥 즐거워하던 그 때!


어디선가 날아온 돌덩어리가 달님의 머리에 부딪혔고, 반달만한 파편이 똑 떨어지고 만다. 그걸 보다 깜짝 놀라는 토끼도령의 표정이 너무 귀엽다.




토끼도령은 얼른 연못으로 달려가 떨어진 달 조각을 주워온다.


달님에게 이것을 어떻게 전달한다?

부리나케 방안으로 뛰어 들어간 토끼도령! 이 방을 비추는 장면이 예술이다. 전면에 보이는 6폭 병풍하며, 왼쪽 장위에 정갈하게 개켜진 이불, 좌탁 위의 붓과 벼루와 먹, 그리고 종이위에 그리다만 달님의 얼굴이! 토끼도령이 얼마나 달님을 오매불망하는지 이 한 컷에 드러난다.




토끼도령은 달 조각을 달님에게 무사히 돌려줄 수 있을까? 최대한 높이 뛰어 올라 하늘에 있는 달님에게 닿아야만 한다. 토끼도령이 시도한 방법은 한국 전통 놀이다. 널뛰기, 그네외줄타기다. 각 놀이 장면은 2차원이지만 동영상의 효과를 내는데 한 장면 안에서 컷을 절묘하게 분할했기 때문이다. 그 장면들에 작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을지!


과연 어떤 놀이의 점프력이 가장 높을까? 마침내 달님에게 닿은 토끼도령은 달 조각을 끼워주고 둘은 비로소 환하게 웃는다.




뒷면지의 양쪽 그림은 이를 데 없이 아름답다. 밤 하늘에 두둥실 솟아오른 보름달이 연못을 비추면, 반딧불이가 너울너울 연꽃 위를 넘나들고 나비도 개구리도 조용히 잠을 청한다. 저 달 속엔 분명 토끼도령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




이 리뷰 맨 처음에 크레이터 어쩌구저쩌구 했던 동심파괴 엄마가 바로 나라는 사실!은 안 비밀...


그림책 <달토끼>는 가히 작품이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다. 달과 토끼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소장욕 뿜뿜하게 만들 책이 되리라 장담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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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와 쥐
바두르 오스카르손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아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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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와 쥐>는 어떤 사이일까요? 친구 사이? 앙숙?표지를 본 아이는 동물들이 화가 난 것 같다고, 싸운 것 같다고 합니다. 이제 면지를 열어봅니다. 조명이 켜진 구석에 소파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동물 친구들은 셋인데 소파는 왜 하나일까요?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서지 정보와 제목을 훑어본 후 내용으로 들어갑니다. 쥐, 고양이, 개가 순서대로 소개됩니다. 이들은 각각 혼자 서 있고, 뭘 해도 심드렁해요. 셋은 이제 친구가 되었는데 모두 심심해하고 있어요. 쫓고 쫓기던 예전을 그리워하네요.

‘페로 제도’출신 그림책 작가 ‘바두르 오스카르손’은 단순한 그림체와 색감으로 표현한 그림책으로 독자와 만나고 있습니다. <납작한 토끼>로 국내에 첫 소개되었고, 신작 <개와 고양이와 쥐>로 다시 찾아왔어요. 이번 책의 색감은 연한 갈색으로 통일되었지만 톤의 변화와 그림자의 음영, 얇은 선으로 양감을 살려내고 있습니다. 특히 동물들의 눈은 펜터치로 표정의 변화를 표현했는데 아이 역시 동물의 눈을 보며 대사를 말할 정도였습니다.​​



개와 고양이와 쥐는 거실에 모였어요. 자기에게 맞는 소파를 차지하고 앉아 있지만 표정은 몹시 무료하지요. 모이긴 했는데 뭔가를 한 건 아니에요. 그날 밤 개는 쉬이 잠들지 못했어요. 몸이 근질근질해서요. 너무너무 짖고 싶었거든요. 왠지 화가 나는 것도 같았어요. 고양이가 자기를 이제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았거든요. 

자, 날이 새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다음날 아침, 개는 어젯밤의 계획대로 목청껏 왈왈왈 짖어서 고양이를 깜짝 놀라게 했고, 고양이는 쥐가 개를 꾀었을 거라며 쥐에게 달려들었고, 쥐는 깜짝 놀라 쥐구멍으로 숨었어요. 쥐는 개를 어떻게 골려주었을까요? 

각 동물들이 상대방을 골탕먹일 때 그림은 정지 상태지만 양육자가 실감나게 읽어준다면 아이에게는 영상처럼 느껴질 겁니다. 뒷장으로 넘기기 전에 목소리를 한껏 낮춰 ‘어떻게 했을까?’라고 주의를 집중 시킨 후 다음 그림을 펼쳐 보이며 큰 소리로 읽어줍니다.

아이가 깜짝 놀랍니다. 2~3초 쉬었다가 동물이 행동하는 그림을 보게 하고 텍스트를 읽어줍니다. 클라이맥스가 지나면 3면으로 분할된 그림 안에 개와 고양이와 쥐가 혼자 앉아있습니다. 모두 잠들지 못하고 생각에 잠겨있어요. 그 밤에 셋은 거실에 모입니다. 그리고 이야기 나눕니다. 왜 그랬어? 셋은 이유를 말합니다. 


이 때 아이와 함께 역할을 나눠 읽으면 좋습니다. 동물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유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듣기만 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직접 읽음으로써 동물에 감정이입 될 수 있지요. 만약 아이가 글을 읽지 못한다면 양육자가 다 읽어준 뒤에 각 동물들의 입장을 풀어서 설명해 주는 게 좋습니다. 

다 읽은 후,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 수 있습니다. 6~7세의 경우 오해, 소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친구와 같이 놀고 싶었는데 놀자고 말하지 못한 적이 있었는지, 싸웠을 때 먼저 화해하자고 한 적이 있는지 경험을 물어봅니다.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면 어떻게 해소되었는지 다시 묻고, 이 책 속 동물들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먼저 말했더니 친구의 생각을 알 수 있었지?

"오해한 것 같지?"

마지막 그림, 동물들의 표정이 어떤지 아이에게 물어봅니다.

손가락질 하는 거보니 싸우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고 공감해주고 해당 텍스트를 읽어주며 서로의 마음을 속시원히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얘기해줍니다. 그들이 진짜 하고 싶었던 건, 필요했던 건 대화였겠죠?

마지막 쥐의 생각,

'오랜만에 참 좋다...'를 보니 이야기 나눠서 좋아졌다고 한 거겠지요.

이제 개와 고양이와 쥐는 어떻게 지낼까요?

아이에게 물어보세요.

양육자가 모범답안을 요구하지 않아도 아이는 자연스레 동물친구들이 어떻게 어떻게 지낼거라고 대답한답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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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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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소설의 묘미는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초반에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와 경찰 혹은 탐정이 쫓고 쫓기는 추격이 벌어지는 와중에 독자는 경찰과 경쟁하기 시작한다. 작가가 흩어놓은 단서를 토대로 독자는 자신의 추리가 경찰의 사건 해결 과정과 부합하는지 맞춰보며 쾌감을 얻는다. 애거사 크리스티나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을 읽으며 추리의 맛을 배운 독자들이 그런 소설을 찾아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에 출간되는 장르 소설은 시대적 상황이 반영되어 독자의 이해 정도와 몰입도가 높다. 예컨대 스마트폰이나 cctv를 비롯, 최첨단 수사기법이 소설 곳곳에 배치되고, 뉴스에 등장하는 사건을 모티브로 활용하는 경우이다.


이번에 김영사 서포터즈 자격으로 받아서 읽게 된 소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TELL NO ONE)>는 미스터리 장르 소설의 궤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 소설은 20여 년 전에 출간되었지만 시대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사건에만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작가 할런 코벤세계 3대 미스터리 문학상인 에드거상, 앤서니상, 셰이머스상을 최초로 석권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2000년대 초반 <밀약>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가 절판되었는데 독자들의 지속적인 복간 요청으로 이번에 재출간 되었다. 넷플릭스 드라마화도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원작을 먼저 읽어본 뿌듯함을 안고 리뷰를 쓴다.


소설은 주인공 소아과 의사 벡이 8년 전에 죽은 아내 엘리자베스가 보낸 이메일을 받으면서 시작한다. 그는 이메일을 아내가 보낸 게 맞는다고 확신한다. 둘 만 아는 비밀 암호가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조작했을 가능성도 따져봤지만 그럴 리가 없다. 게다가 아내는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짧은 영상까지 첨부했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다. 이제 벡은 죽은 아내가 살아돌아왔다고 아니, 아내는 8년 전 그 사건에서 죽은 게 아니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아내와 만나야 한다


그는 엘리자베스와 일곱 살에 처음 만났다. 열두 살에 첫 키스를 했고 스물 다섯에 결혼했다. 8년 전 죽었지만 그는 소울메이트 그녀를 잊은 적이 없다. 그 날, 결혼한 지 7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때 벡은 둘 만의 비밀 장소인 호수에서 아내에게 어떤 고백을 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수영을 하고 있던 아내는 비명소리와 함께 사라졌고 자신은 둔기에 맞아 쓰러졌다. 깨어나 보니 장인은 아내가 죽었다고 했고 시신을 확인했다고 알려줬다.


죽은 지 8년이 지난 후 살아있다는 메일을 보낸 아내가 만나자고 하면서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 때부터 벡에게 불리한 정황 사고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아내를 살해했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는 것이다. 분명 살인자가 따로 있었는데 새롭게 드러난 증거들은 벡을 가리킨다벡은 자신이 살인자라는 뉴스를 무력하게 지켜보며 FBI의 감시 속에서 아내를 만나야만 한다. 과연 둘은 만날 수 있을까?


처음엔 벡의 기억이 왜곡되었거나 그가 용의주도한 범인이 아닐까 의심했다. 그러나 뭔가 석연찮은 경찰 출신 장인, 너무나 아귀가 딱 맞는 아내 살인의 증거들이 헷갈리게 만들었다. 엘리자베스를 죽이려 한 그들, FBI는 아닌 것 같은 보이지 않는 어떤 세력이 과연 누구인지, 나는 계속 그 실체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작가는 쉽게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엘리자베스의 죽음이 왜 그런 식으로 포장되었는지 하나하나 벗겨나가는 과정에 공을 들였다. 독자들이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의심하게 만드는 장치였다. 벡의 누나, 엘리자베스의 아버지, 그녀의 친구, 위험에 빠진 벡을 도와주는 사람들 등등. 이 과정이 좀 길다보니 뭔가 깔끔하게 똑 떨어지지 않고 너무 많이 벌여놓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엘리자베스의 치밀한 준비로 그들 부부가 만날 뻔했던 순간과 그녀가 경찰에 잡힐 것 같았던 상황은 심장 쫄깃하게 만들었다. 그런 식으로 쉽게, 단번에 만나면 재미없지! 작가는 끝까지 독자를 약올린다. 그녀가 왜 살해된 사건으로 만들어야 했는지 궁금하게 만들다가 마지막에 터뜨린다. 그 사건을 빌드업 했던 사람이 누군지 이 리뷰에서 밝히면 김이 새니까 그럴 순 없다. 마지막에 가서야 엘리자베스 사망 사건의 전말이 복잡했던 실타래를 풀리듯 스륵 드러나고, 첫 장면에서 벡이 엘리자베스에게 고백하려고 했던 게 무엇이었는지는 가장 끝에 알려준다. 그것은 크다면 큰 반전에 해당되는데 효과는 미미했다. 400페이지가 넘는 내용을 다 읽은 후 확인하게 되다보니 이것이 반전인지 모르고 넘어갈 독자도 있을 것 같다.


마지막 페이지,처음부터 아내에게 진실을 털어놓았더라면......’하고 벡이 생각하는 부분을 읽고 나는 앞부분으로 다시 돌아갔다. 샤르메인 호수에서 불길한 심정으로 벡의 독백 같은 내용을 읽었을 때 음침한 그곳에서 뭔가 사고가 발생할 것만 같긴 했다.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에 촉각을 세워서 그랬는지, 그녀에게 고백하기로,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했다고 한 부분을 대충 읽었던 가보다. 그 다음 내용에서 엘리자베스가 사라지고 벡은 둔기로 맞고 쓰러지니 그 쪽으로 시선이 쏠리게 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가 하려했던 고백이란 것을 흔히 나오는 불륜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읽고 다시 돌아와 보니 이 소설에서 가장 큰 반전에 해당하는 복선이었다. 이 리뷰를 읽고 반전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 물론 끝까지 읽어야 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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