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 - 욕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시로앤마로 지음 / 팩토리나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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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견을 똑 닮은 '시로'와 '마로'는 2016년 10월 유기견 '절미'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국산 캐릭터입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인절미처럼 말랑말랑한 볼살을 가진 '절미'가 저희를 찾아오면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반려견에 대한 따스한 사랑으로 태어난 시로와 마로는 '시바'라는 언어유희를 살린 재치있는 카피로 다양한 연령층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대세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어른이용 놀잇감"
<시바>는요,
이럴 때 보면 좋아요~
월요병 도지는 일욜밤에~
직장상사 꼴베기 싫을 때~
친구때매 약오를 때~
잇몸만개하며 웃고플 때~
귀욤 터지는 그림으로

힐링 받고 싶을 때~

책은 읽고 싶은데 글자 많은건 싫을 때~ 

뭐라도 끄적거리고 싶을 때~~

 

붙이고 칠하고 꾸미는 시바 종합선물세트는 책이라기보단
어른이용 놀잇감!!

공감백배되는 이야기와 그림을 보며 힐링 할 수 있구요~

귀요미 스티커로 조카들한테 점수 좀 딸 수 도 있어요~~

그림도 이야기도 구성도~~

재미있고! 알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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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고향 이야기 파이 시리즈
김규아 지음 / 샘터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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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고향은 어디일까요?
무슨무슨 공장? 어디어딘가 숲??
나만의 마음 속???

책을 열면 흑백필름처럼 연필로 그린 그림이 펼쳐져요~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그리고 계절은 겨울~~
아호호!! 느낌만으로도 시원하구나~~
요즘같이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추운 겨울이 배경인 책은 잠시나마 체온을 낮춰주는 기분이 들게 하네요.

 

자꾸만 샤프심이 사라지는 4학년4반 교실. 영문을 몰라하던 아이들 중 하나였던 주인공 예진은 꿈속에서 만난 연필들과 약속을 해요. 평생 연필과 지우개의 주인이 되어주겠다는~~ 왜냐하면 예진이는 샤프 대신 연필을 사용하는 아이였거든요.
그리고~~
어른이 된 예진은 "연필의 고향"이라는 가게를 하고 있지요.

 


그리고, 그 가게에 온 아이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김규아 작가는 '잃어버리기 쉬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우리는 너무나 많은 물건들을 갖고 있지요. 흔해빠진 것들은 잃어버려도 신경 쓰지 않아요.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요.
어떤 사람에게서 들었는데,
6살난 딸아이와 책을 읽던 중, 주인공이 사소한 물건을 잃어버려 속상해하고 있으니까...
"에이, 왜 울어?  마트 가서 또 사면 되지!"
라고 했다네요. 물자가 풍족해진 요즘을 사는 아이들은 물건을 잃어버려도 아까워하지 않는 듯 해요. 교실 바닥에 떨어진 연필, 지우개같은 것들은 챙기질 않아 쓰레기통으로 버려진다고도 하고요.

이 책은 작지만 필요한 것,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을 꼬옥 지키겠다고 마음 먹고 어른이 되어서까지 지켜나가는 소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챙겨야 할 것이 무엇일지도 돌아보게  해주네요. 흔하지만 추억이 깃든 소중한 물건은 지켜가며 살아야겠어요. 그리고 물건보다 더 중한 것!! 작가는 '잃어버리기 쉬운 것들' 속에 '나'는 있어선 안되겠다고 썼어요. 물론이죠!! 자신은 잃어버리면 안 되죠~~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나'를 꼭 붙들고 살아가는 '나들'이 되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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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섬 고양이 창비아동문고 294
김중미 지음, 이윤엽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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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아이들> <종이밥>등의 책을 낸 동화작가 김중미의 새 책이 나왔다. <꽃섬 고양이>를 표제작으로 하여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안녕, 백곰> <장군이가 간다>까지 4편의 동화가 실려있다. 동화집이라고 하지만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동물을 키우건 그렇지 않건, 누구나 읽어보면 좋겠다. 이 책은 마치 <TV동물농장>의 텍스트판을, 혹은 그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동물들의 일기장을 읽는 느낌이다. 인간으로서 고양이와 개의 입장이 될 순 없고 그들의 언어를 알 순 없지만, 김중미 작가의 펜을 빌어 그들의 생각을 알아 보는 기회이다. 그 후에 오는 뭉클함과 미안함은 온전히 인간의 몫이 되는 게 맞을 것이다.

<꽃섬 고양이>는 꽃섬의 길고양이와 노숙자 최씨 아저씨의 우정이 줄거리다. 길위에서 지난한 삶을 사는 공통점과 고달파도 그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그들의 이야기이다.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는 파양의 상처를 이겨내는 소녀 수민이와 개 세마리(하양이, 마마, 감동이)의 사연이다. 수민이를 입양하기전 아들 둘을 유전병으로 먼저 보냈던 양부모의 아픔과 하양이의 죽음을 지키는 수민이를 통해 죽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준다.
<안녕, 백곰>은 재개발 현장에 버려지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큰집에 얹혀사는 혼혈아 미나와 잡종개라서 상품가치가 떨어진 백곰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장군이가 간다>는 갖가지 사연으로 버려진 개들의 힘겨운 길거리 생활을 보여주며 이기적인 인간들의 이중적인 행태를 반성하게 한다.

앞서 누구나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했다. 동물들의 일기장을 읽는 기분일 것이라고 했다. 이제!!
다 읽었으면 우리는 반성문을 써야 한다. 아무런 죄 없는 그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대했는지를... 그들의 생각을 알게 되니 얼마나 미안한지를...

이 책을 읽는 동안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이란 책이 오버랩되었다. 그 책은 이 책의 다큐멘터리판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동물들에게 몹쓸 짓 하는 인간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다 보여준다. 고로 이 책은 동화라는 장르 덕택에 잔인함과 처참함은 빠진 상태이다. 김중미 작가의 말을 들어보면...

 

저는 여기 소개하는 네편의 이야기가 슬프게만 보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깨달으면 좋겠습니다. 도시 골목 어딘가에 숨어있는 길 고양이의 마음이 되고, 주인이 떠난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죽어 가는 개의 마음이 되어 보면 좋겠습니다.

 

 한 번만 그들의 마음이 되어보잔다!! 그렇다. 우리는 역지사지란 말도 흔하게 쓰면서 그들에겐 그러지 못했다.
그들의 심정이 되어보고,
부디!
이제는!
더이상!!
고양이가 화살 같은 꼬챙이에 찔렸다거나 음식쓰레기 수거통에 강아지가 버려졌다거나 하는 뉴스가 들리지 않길 바란다. 작가가 말했듯 그들과 우리는 서로 사랑을~ 도움을~~ 주고 받으며 같이 살아가는 존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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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춘단 대학 탐방기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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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춘단 대학 탐방기>는 65세의 양춘단씨가 남편의 암치료를 위해 서울 아들네 집에 왔다가 대학의 청소미화원으로 일하게 되는 것이 큰 줄거리이다. 워낙 심성이 착하고 활달해서 양춘단씨의 대학탐방기는 재미나게 펼쳐진다. 학내에서 벌어지는 비리나 청소직원들의 처우 문제는 현실적인 내용이라 가볍지만은 않다.  한편 주인공 양춘단씨의 걸쭉한 전남사투리를 읽는 맛도 있다. 마치 음성지원시스템이 리드미컬하게 가동되는 듯하다.

 시기가 그래서일까. 읽으면서 6411번 버스이야기의 노회찬 의원 연설이 떠올랐다. 6411번 버스를 타고 새벽 출근을 한다는, 이름은 있지만 이름없이 청소만 하는, 아주머니들. 양춘단씨도 그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p.236
대학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정부사절단이 방문한 몇 해 전, 그 전날 꼬박 야근을 하며 청소한 미화원들은 사절단이 일을 마치고 갈 때까지 알아서 대학 곳곳에 숨어 있으라는 지령을 받았다. 쓰레기 봉지를 지고 다니는 모습이나 복도에서 걸레질하는 모습이 절대로 사절단의 눈에 띄어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명령을 어기고 활개를 치다 걸리는 사람은 벌금 조로 그날 일당을 제한다는 특별 언급까지 있었다. 화장실 쓰레기통을 비운 후 계단 비상구에 숨어 있던 한 미화원은 남자 구둣발 소리가 들리자 혹시 사절단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이리저리 숨을 곳을 찾다가 마땅한 곳이 없자 스스로 쓰레기통안으로 들어가 뚜껑을 닫기도 했다.

 

위 책 내용은 노의원이 언급했던 6411번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투명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 그들, 건물 청소를 해주는 이들이 없다면 당장 하루도 못가 쓰레기 천지가 되는데도, 감사는 커녕 투명인간 취급은 기본에다 여차하면 내쫓아버려도 상관없을 존재로 취급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저임금이니 뭐니 정해놓은 것도 다 몸 건강한 이삼십대한테나 해당하는 거지. 당신 같은 사람 좋으라고 만든 게 아니야. 이십대 팔팔한 애들도 다 사천원 받고 일만 잘하는데 육십 넘은 늙은이가 돈을 더 많이 받으면 그게 공평해? 여기 평균연령이 몇인지 알아? 자그마치 예순하나야 예순하나. 그런데 어디서 젊은 사람들이랑 똑같이 받으려고 들어? 도둑놈 심보도 아니고."

 

 용역업체가 바뀌어 미화원의 시급을 깎으면서 하는 소리다. 주던대로 동일하게 달라는 그들의 요구를 묵살하면서...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이라는 말은 그들에겐 사치이고 일을 하게 해주는 것을 오히려 감사하라는 논리다. 가장 밑바닥에서 제일 더러운 일을 처리해주는 이들을 대하는 방식, 저런 방식이 자본주의라지만 사람이 바로 그 자본주의의 논리대로 행하는 이다. 그런 이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상관없으니 대학은 꼭 다녀야겠다는 양춘단씨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단순히 청소 일을 하러 대학 간 줄 아쇼? 내가 하루종일 을매나 바쁜디, 시간 날 때마다 여그저그 돌아다니면서 도둑 공부 들어야제, 친하게 지내는 교수 선생이랑 밥도 같이 먹어야제, 요즘 대학생들은 뭘 하고 어떻게 사나 다 듣고 보고... 여기서 나 대학 보내줄 수 있는 사람 있으면 손 한 번 들어보세... 없제? 그라면 그라는 거 아니여. 청소 일이나 한다고 사람 면전에서 무시해쌌고... 나라고 왜 청소일이 힘들지 않겄어. 그래도 이 일이 아니면 다른 방도로는 대학이라는 데를 가볼 수가 없지 않어."

 

 작가는 양춘단씨가 다니는 대학교에서 벌어지는 비리를 포함한 여러가지 문제들을 다 보여준다. 그 중 양춘단씨와 한 번씩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 한도진강사의 문제는 고질적이면서도 바뀌지 않는 오래된 문제이다. 그의 일기장을 보면 단순히 시간강사 문제뿐만 아니라 여러가지가 중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 두 명이 찾아왔다. 중간고사에 결석을 했는데 리포트로 대체하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리포트를 내도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차등을 둘 수밖에 없다고 대답해주었다. 알겠다고 하더니 돌아서서 강사주제에, 라고 말했다. 오늘도 둘 다 결석했고 리포트도 내지 않았다. 다닐 필요도 없는 아이들이 대학을 너무 많이 다니고 있다. 나 역시 그렇지 않은가. 요즘 들어 늦은 후회가 부쩍 많이 든다.

일기장의 일부 중 몇 줄만 발췌해도 대학 교육의 문제점, 강사의 지위문제, 요즘 아이들의 인성등등이 한 번에 드러난다.

 

드디어 강의 하나를 맡게 되었다. 감사인사를 드리기 위해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선생님이 내게 악수를 청했다. 나는 손을 잡았다. 내 손도 이제 더는 깨끗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한도진의 자살을 보면서 또 노회찬 의원이 겹쳐졌다. 수많은 투명인간들을 위해, 그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던 그의 이상은, 자신의 순수하고 높은 기준에 걸려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의 자살 이후로 정의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당원가입도 늘었다고 한다. 이 현상의 지속기간이 얼마나 될 지 의문이지만 이런 크나큰 희생이 없이는 대중들의 관심조차 받을 수없는 현실이 엄연하기에 마음 아프다.

 학교 공부에 한맺힌 양춘단씨가 꼭 가고 싶어하던 곳, 직접 들어가서 적나라한 실체를 대면하고, 이상향의 허울을 상징하는 그 코끼리상을 양춘단씨가 직접 허물어 버리는 설정은 의미심장하다. 세상의 온갖 문제와 비리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온존하는 그 곳의 상징을 청소미화원이 무너뜨리게 하는 모습은 작가가 세상을 향해 날리는 어퍼컷이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한다. 모든 등장인물은 실재한다고! 분명, 어디선가 본 적 있을거라고!! 그렇다. 본 적있다. 헌데 우리는 눈 앞에서 움직이는 사람도, 벌어지는 일들도 모르는 척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들을 무시하며 사는 우리에게 작가가 강조했던 말을 되새겨 보자.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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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욜로욜로 시리즈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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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출판사에서 작가 박지리의 팬클럽을 결성한다는 포스트를 보게 되었다. 작년에 시사인에서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소개하는 글을 읽다가 작가의 사망소식을 알고 깜짝 놀랐다. 작가의 첫 소설 <합☆체>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 젊은 나이에 어쩌다 그리 되었는지 궁금했으나 더 자세한 정보는 알 수 없었고 바로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빌려 읽었고 또또 놀랐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이리저리 부유했으나 글로 남기지는 못한채 지인들에게 소개만 했었다. 그 때는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이라 글남기기에 대한 의무감도 크지 않았더랬다. 그리고 바로 <맨홀>도 찾아 읽었는데 이것도 리뷰는 쓰지 못했다.

시간은 흘렀고,
이리저리 바쁘게 지냈고,
팬클럽 결성소식을 알게 되었고,
그의 작품을 읽고 리뷰를 남기는 것으로 팬클럽 회원이 될 수 있다는 제법 쉬워 보이는? 회원가입 조건을 알게 되었고~ㅎ 그래서 이젠 글을 좀 써야겠다는 다짐으로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를 빌렸다. 올해 초부터 시작한 블로그글쓰기 덕분에? 읽은 책은 무조건 흔적을 남기고 있으니 개인적인 조건도 맞아떨어진 셈이다.

주인공 M은 취준생. 뭘 하려고 해도 면접이라는 과정은 통과해야만 뭐라도 할 기회가 주어지는 이 시대 청춘들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M의 면접분투기를 통해 취준생들에게 말도 안되는 극한의 조건들로, 아니 어떻게든 떨어뜨리고 보겠다는 심산으로 평가질 해대는 악랄한 자본의 태도를 보게 된다. 떨어질 줄 알았던 마흔여덟번째 대기업 과자회사 면접에서 합격소식을 듣고 연수에 참가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더 극심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일지 형식으로 보여주는 주인공의 연수원 생활을 읽는 동안 가슴을 퉁퉁 쳐야만 했다. 어떻게든 이 과정도 통과해 보려고 머리 굴리고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애쓰는 M의 노력에 가상함을 넘어 애잔함에 목이 컥컥 메었다. 이 연수가 언제쯤 끝날까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는데 이건 점입가경이다. 어쩌다 발견한 평가파일 속에서 발견한 13번 X표시가 자신임을 확신한 M은 이를 악물고 더더욱 노오력하지만 그의 행동을 조원들이나 동기, 사수들은 비웃을 뿐이다. 사실 그도 모르지 않는다.

p.81
부품. 알고 있다. 어딜 가나 한 개의 부품일 뿐이다. 그 자체만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보면 어떤 목적의 기계를 움직이기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아주 작은 부품 한 개.

언제 교체되어도 상관 없을 부품 하나가 되기 위해 숱한 면접을 본 것이고,

p.137
한 번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선 두 번의 공을 쌓아야 하는 법. 벽돌을 쌓자. 다른 반보다, 다른 조보다, 다른 누구보다도 더 빠르게 벽돌을 쌓자.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 그럴 겨를이 있으면 한 층이라도 더 벽돌을 쌓자. 손이 점점 빨라진다. 온몸의 신경이 오직 하나의 목표에 집중한다.

조직의 부품이 되기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누구보다 더 노력을 기울이고,

p.147
일요일 아침엔 체조 시간이 더 늦는 걸까, 아니면 체조하는 장소가 바뀐 걸까? 나만 그 연락을 못 받은 건 역시 나를 시험하기 위함일까? 나 같은 중도 합류자는 역시 입회 시험이라도 치러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져서?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될 일에까지 거의 목숨을 바치다시피 최선을 다하고,

p.218
여태껏 이런 시간에 한 번도 식당에 온 적이 없는 자가 왜 오늘은 그 자리에 있었던 걸까. 오늘 새벽부터 계속해서 나를 감시하고 있었던 걸까. 목적이 뭘까. 친구의 지령이라도 받았나.

 동료라기보다는 하나같이 감시자처럼 보이는 이들을 끊임없이 경계해야만 했다.

p.228
형사님, 이 세상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게 뭔 줄 아세요? 남들보다 못한 인간으로 도태되는 것? 사람들한테 머저리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것? 이마에 최저 인간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 가장 수치스러운 건 말이죠... 죄를 눈감아 주는 거예요. 아무 벌도 내리지 않는 거예요. 하느님이라도 된다는 듯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거... 나를 이해하는거... 그것만큼 견디기 어려운 게 없어요...

자신의 살인을 믿어주지 않는 형사앞에서 M이 하는 절규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읽어보았다...

그의 고군분투를 보며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 생각은,
이해가 아닌 동정일까?
그를 수치스럽게 한 것인가??

대기업이 아니어도 맘 편한,
정말이지 스트레스 초조감 압박감 같은 건 느끼지 않으며 일을 하는 M을 보며 해피엔딩일 줄 알았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얄팍한 엔딩은 원치 않은 모양이다.
왜?
현실은!!!
고생한 주인공을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다고 끝맺어 주는 동화도 아니고,
"미생"같은 성공신화가 아무한테나 이루어질리도 없다.

연극 속 주인공인 M은 관객인 독자에게 묻는다.

"나는 어디에 있는 거죠?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요?
……
당신은, 당신은 불이 켜지면
사라지는 존재인가?
어? 그런 허깨비야?
나도 아니야.
나는 사라지지도,
어디로 가지도 않아.
길을 알아낼 때까지
영원히 이곳에 있어야 해.
그러니 제발 좀 말해줘."

 

작가는 M을 삶이라는 연극 속에서 취준생1 이라는 등장인물로 영원히 살게 만들어 버렸다. 그 감옥같은 연극, 아니 그 삶속에서 계속 머물러야만 하나? 그렇다면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 속 부품 1처럼 우리도 연극 속 취준생 1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암전되며 캄캄해져버린 연극 무대를 뒤로하고, 책을 덮으며 다시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은 않다고... 작가의 의도가 그렇게 부정적일리만은 없다고...

물어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남은 독자의 몫이다. 새로운 무대의 막이 올라가면 다른 삶을 사는 주인공으로 등장할 수 있으리라 희망해 본다. 그 희망이 고문이 되지 않길 희망하면서~~ 우리는 부품이 아니고 허깨비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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