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에서 작가 박지리의 팬클럽을 결성한다는 포스트를 보게 되었다. 작년에 시사인에서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소개하는 글을 읽다가 작가의 사망소식을 알고 깜짝 놀랐다. 작가의 첫 소설 <합☆체>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 젊은 나이에 어쩌다 그리 되었는지 궁금했으나 더 자세한 정보는 알 수 없었고 바로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빌려 읽었고 또또 놀랐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이리저리 부유했으나 글로 남기지는 못한채 지인들에게 소개만 했었다. 그 때는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이라 글남기기에 대한 의무감도 크지 않았더랬다. 그리고 바로 <맨홀>도 찾아 읽었는데 이것도 리뷰는 쓰지 못했다.
시간은 흘렀고,
이리저리 바쁘게 지냈고,
팬클럽 결성소식을 알게 되었고,
그의 작품을 읽고 리뷰를 남기는 것으로 팬클럽 회원이 될 수 있다는 제법 쉬워 보이는? 회원가입 조건을 알게 되었고~ㅎ 그래서 이젠 글을 좀 써야겠다는 다짐으로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를 빌렸다. 올해 초부터 시작한 블로그글쓰기 덕분에? 읽은 책은 무조건 흔적을 남기고 있으니 개인적인 조건도 맞아떨어진 셈이다.
주인공 M은 취준생. 뭘 하려고 해도 면접이라는 과정은 통과해야만 뭐라도 할 기회가 주어지는 이 시대 청춘들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M의 면접분투기를 통해 취준생들에게 말도 안되는 극한의 조건들로, 아니 어떻게든 떨어뜨리고 보겠다는 심산으로 평가질 해대는 악랄한 자본의 태도를 보게 된다. 떨어질 줄 알았던 마흔여덟번째 대기업 과자회사 면접에서 합격소식을 듣고 연수에 참가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더 극심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일지 형식으로 보여주는 주인공의 연수원 생활을 읽는 동안 가슴을 퉁퉁 쳐야만 했다. 어떻게든 이 과정도 통과해 보려고 머리 굴리고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애쓰는 M의 노력에 가상함을 넘어 애잔함에 목이 컥컥 메었다. 이 연수가 언제쯤 끝날까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는데 이건 점입가경이다. 어쩌다 발견한 평가파일 속에서 발견한 13번 X표시가 자신임을 확신한 M은 이를 악물고 더더욱 노오력하지만 그의 행동을 조원들이나 동기, 사수들은 비웃을 뿐이다. 사실 그도 모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