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사랑을 배운다
그림에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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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또 그러했다.

그림 잘 그리는 것도, 그림과 에세이가 어울리는 것도, 진솔한 글도,

아내의 수고로움을 알아주는 남편도, 시시콜콜 사소한 대화도~~

어쩜 하나같이 부럽다!

이거, 아주 병이다!!

남이 잘 하는 것, 잘 되는 것만 보면 부러워한다.

알고는 있다.

드러내놓지 않은 어려움이 더 많다는 걸...

그래도 부러운 건 부러운거다!!

예전엔 그랬다. 부러우면 배아프고 자책하고...

그런들 뭐 바뀌는 건 하나 없이 삐뚤빼뚤한 심보가 세모 눈을 만들뿐이란 걸 이젠 안다.

그래서~~

심재원씨네 가족이 예쁘다.

아이 낳아 키우며 어른이 되고 사랑을 배워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니 그저 이쁘다.

심재원씨는 14년간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육아휴직을 냈다. 그 때부터 SNS에 '그림에다'라는 필명으로 가족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회사생활을 할 땐 보이지 않던 것들, 가까이서 여유롭게 보이는 것들을 보석처럼 느끼고 기록하는 것 같다. 글과 그림을 본 독자들도 나처럼 느꼈을 것이다.

1장 "아내의 마음을 읽다"는 집에서 유심히 보게된 아내의 순간을 포착한 그림과 글이다.

 

 

육아와 직장생활에 바쁜 아내가 오랜만에 미용실에 다녀와 연신 셀카를 찍는 모습을 보며, 뻔하지만 기분좋은 말을 해주는 남편! 다정함과 관심이야말로 부부생활을 매끄럽게 유지시켜주는 윤활유와 같다.

 

 

세탁기에서 꺼낸 빨래가 대부분 아이것이고 아내것은 많이 단출해졌더라는 내용이다. 저런 사소한 지점을 캐치해 내니까 이런 글도 쓰는 모양이다. 여자는 엄마가 되면 아이 위주의 생활을 하게 되니 자연스레 자신을 챙기는 것과는 멀어지게 된다. 그것이 물질이든 시간이든.

2장의 제목은 "사랑받던 기억은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한다"이다. 아이를 키우며 겪는 힘든 일은 그전의 경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때껏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에 눈을 뜨며 쓴 맛과 함께 오는 달큰함을 행복이라 부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부모에게서 받았던 무한 사랑이 몸속 어딘가 심어져 있다 피어난 것임을 아이의 얼굴을 보며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자식을 보고 있어도 그립다는 표현은, 잡을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별과 같아서 그렇다는 표현에 공감했다. 별처럼 반짝였던 순간들이 얼마나 찰나적이었는지 지나고나서야 깨달았다. 인간은 어리석게도 그 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짧은지 알지 못한다. 나만 그런가? 나는 그랬다. 지나고보니 아쉽고 애틋한데 이 가족은 순간을 조금 더 길게 지속시키는 법을 아는 것 같다.

3장은 "가족안에서 논다"

 

 

 

가족은 서로가 닮아가고 서로에게 보호자가 되어가는 이름이다. 부모가 자식을 키운다는 당연한 명제에서 찾아낸 진실 하나! 실은 아빠를 아빠로, 엄마를 엄마로 키우는 것이 자식이고 가족이란 이름이라는 것!! 늘 사랑을 준다고만 생각했던 그들은 아이에게 사랑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 육아로 지치고 정신줄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모를 초보 엄마 아빠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못올 아름다운 시간이란 말에 무슨 어불성설이냐며 격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진짜 그러하다.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다면 이 책을 펴보길 바란다. 혹 글자 읽을 힘도 없다면 한장한장 넘기며 그림이라도 보면 좋다. 얼굴형태만 있고 표정이 없는 가족 그림을 보며 본인의 얼굴을 대입시키게 될 것이다. 밝고 편안한 본인의 표정을 그려넣어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하며 읽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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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좋은 계절에
이묵돌 지음 / 부크럼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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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 년의 단위를 1월부터 12월이라 하고, 계절은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눠 부른다. 작가 이묵돌은 계절을 24절기로 나누었다. 그러니 입춘부터 시작해서 대한에서 끝난다. 다시 입춘에서 시작이다. 20대의 작가가 계절을 24절기로 나눈다는 게 참신했다. <사랑하기 좋은 계절에>는 작가 자신의 사랑이야기다. 24절기라고 해서 꼭 시간 순서대로 1년동안 있었던 일만 기록한 것은 아니다. 여자친구 연이를 만나서 사랑하게 되고, 같이 살면서 티격태격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 지난 사랑이야기도 있고, 그리 친하지 않는 엄마이야기도 있다. 에세이인만큼 솔직하지만 이 책에 실린 모든 글이 진실인지 아닌지 독자는 모른다. 그렇다면 남의 일기 같은 에세이를 왜 읽을까?

 

이묵돌은 김리뷰라는 필명으로 페북에서 활동한 유명 작가라고 하는데 나는 이번 책으로 처음 만났다. 출판사 책 소개에서 본 문구에 이끌렸다.

 "한 때는 콱 죽어버리고 싶었지만 요새는 영원히 살고 싶다."

죽어버리고 싶었는데 어떤 연유로 삶에 의지를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이처럼 에세이는 타인의 일상을 통해 그의 삶의 태도를 보며 공감하기도,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표지에 쓰여 있는 부제는 ‘언젠가 끝나게 될 사랑에 온전한 나를 바치기로 했다’ 이다.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되면서, 사랑이란 끝이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작가는 사랑하겠다고 말한다. 그것이 영원히 살고 싶다는 다짐이 된 모양이다. 그리고 제목처럼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1년 24절기 모두 사랑하기 좋은 계절인 거다.

좀 간지럽긴 했지만 작가의 사랑이야기를 읽다가 공감가는 문장들을 골라봤다.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마저 어린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문장이 있었다.

p.50

우리의 사랑은 작은 돛단배 같다. 오래되고 낡은 나무를 써서 만든 배 말이다. 옅은 비바람에도 쉽게 구멍이 나고 물이 샌다. 파도가 조금 너울거리지만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린다. 언제부터 표류했는지 방향도 목적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갖은 고생을 해가며 구멍을 메우고, 낡아빠진 곳을 다듬어 광을 낸다. 제아무리 힘들다고 한들 다른 배로 갈아탈 생각은 없다. 세상에 완벽한 배란 없고, 침몰하지 않기 위해서는 오직 매일같이 고치고 메꾸는 방법뿐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랑의 목적지란 비바람 한 점 없는 어느 고요한 바다가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 배를 고쳐줄 사람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삐걱거릴 때, 당장 그만두고 싶을 때, 이 문장을 읽어보면 좋겠다. 사랑하는 이와 손잡고 간다는 것의 의미를 잘 표현하고 있어 부부사이에도 해당되는 문장이다. 작가는 중학교 때부터 글을 썼고, 스무살에 콘텐츠 기획자로 스카웃도 돼봤고, IT회사 창업했다 쫄딱 망하기도 했고, 리뷰왕으로 이름도 날렸고, 지금은 글을 쓰며 살고 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깊은 눈을 키웠고 그것이 글에도 나타나는 것 같다.

제주도 여행에서 여자친구 연이의 진심이 담긴 행복하다는 말을 듣고 작가는 이렇게 썼다.

p.80

어떤 기억들은 내게 그런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된 시기를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되곤 한다. 또 떠올릴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그런 추억이 하나쯤 있다는 것으로도 ‘내 인생은 꽤 가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나는 감사히 지나 보내며 생각했었다. 죽지 않고 살아있어서 참 다행이다.

 

작가가 살고 싶게 만든 이유는 결국 사랑이다.

서문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봄이 지나간 뒤에야 두 번 다시 봄처럼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나간 봄을 그리워하면서.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계절들을 혼자 – 또는 혼자보다 못한 우리 – 로서 지나쳐 보낸다.”

그리고 또 말한다.

"어느 해 어떤 날에 비로소 영원한 봄날이 와서. 또 영원히 지지 않을 벚꽃이 피리라고 생각지 않기로 했다. 대신 오직 이 순간,

이 마음에 내 전부를 쏟아 붓기로 했다."

 

지나간 계절을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며 다가오는 계절을 흘려보내느니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겠다던 작가의 다짐은 이 책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독자에게 말하는 듯 하다. 끝이 언제일지 몰라도 지금 사랑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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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 쉽게 읽고 깊게 사유하는 지혜로운 시간 하룻밤 시리즈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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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면, 보통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어렵다” 아니면 “고리타분하다” 아니면 “철학 몰라도 잘만 산다”등등의

부정적 어휘들이 많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철학을 어렵게 생각한다고 폄하하려는 뜻이 아니다. 어느 정도는 나의 예측이었지만 실제 답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몇몇 단톡방에 철학에 대한 느낌을 물어봤더니 대체로 어렵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철학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기에 각잡고 공부해야 된다고 생각들 한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철학이 내 삶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궁금한 사람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은 교양서적을 찾아 읽어보는 것일 터이다.

 

그러기에 맞춤한 책이 나왔다. ‘토마스 아키나리’라는 일본 작가의 책, <하룻밤에 읽는 서양 철학>이다. 제목처럼 하룻밤에 다 읽기에는 무리가 있다. 19개의 서양철학 사상에 대해 간락하게 정리가 되어있지만 제목만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학 전공자가 아닌 이상 그 많은 사상의 요약 정리본을 읽고 그 사상을 다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서양철학을 한 권에 정리한 책이므로 궁금하거나 필요할 때 바로바로 찾아보기에는 좋다. 이를테면 ‘경험론을 주장한 사람이 누구였지? 어떤 내용이었더라?’ 하면, chapter 7의 경험론을 읽어보면 된다. 더 심층적으로 알아보고 싶다면 로크의 정치사상서적을 찾아 읽어보면 된다. 철학을 그저 어렵게만 여기는 게 아니라 나의 관심영역으로 들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철학서적을 읽는 일반 독서인의 길로 나아감에 있어 이 책이 징검다리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책은 서양철학을 3장으로 나누었다. 1장은 고대와 중세사상, 2장은 근대 사상, 3장은 현대사상이다. 소제목들을 보면 서양철학의 관심사가 세상과 신에서 서서히 지식과 인간, 개인에 대한 고찰로 변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꼭 순차적으로 읽지 않아도 된다. 앞에서 밝힌대로 철학사상이나 철학자를 보고 관심있는 것부터 읽어도 무방한 책이다. 각 장의 마지막엔 철학사의 흐름을 도표로 정리해 두었다.

 

 

 

 작가도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자신의 고민은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사시를 대비하여 자기 마음속에 안전장치를 만들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 …

고민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과 생각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생각하는 노력을 통해 그것을 능동적으로 해소해야 되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철학입니다. 이 책의 목적은 단순합니다. 깊게 고민할 때 그 고민을 잘 살필 수 있는 거울, 해결할 수 있는 도구 같은 철학을 당신에게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 독자가 필요할 때 이 책을 도구로 사용하면 된다.

 

내가 읽고 관심이 생긴 몇 가지 발췌해 보았다.

“타인을 대하는 한없이 착한 마음”

무슨 도덕교과서도 아니고, 요즘 착한 사람은 구경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그런데 한없이 착한 마음이라니?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 예수그리스도와 바울에 대한 내용이다.

앗, 종교 얘기 딱 질색이라며 스킵하지 마시길... 종교보다는 역사이야기이다. 성서는 구약성서과 신약성서로 나뉘는데 그 이유는, 원래 유대교 성서, 하나밖에 없었는데 이스라엘인이었던 예수의 가르침이 그리스도교가 되면서 신약성서가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루터의 종교개혁을 지나 유대교, 그리스도교, 프로테스탄트 이렇게 성서에서 뻗어나와 서양종교사가 된다. 이 챕터의 내용은 그리스도의 박해와 이스라엘의 역사로 이어지는 것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성경 내용을 다루기는 하지만 실제 우리 생활과도 연결되는 생각의 전환이 되는 부분이라 공감할 만한 것이었다.

성경 내용중,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대부분은 공짜로 주어진 것이므로 세상 감사해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아주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있다. 우리가 노동해서 돈벌어 사는 것인데 이 세상이 뭐가 공짜냐 하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 몸과 주위의 환경 모두 거저 받은 것임에도 그것을 잊고 사는 것이다. 유대교의 권위를 위협한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혀 처형당했고 바울은 예수탄압의 선봉에 섰던 사람이었다. 그랬던 바울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속죄’라는 의미로 설명하며 이것을 최고의 희생이라 칭했다. 그리고 전 세계에 그리스도를 전도하러 다녔다.

나는 무신론자이고 기독교에 대해 안 좋은 경험이 있어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이 부분을 읽어 보니 아주 간단하게 정리된 기독교의 역사와 주요 교리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역시 사람이 문제다. 시작은 사랑과 희생이었는데 그것을 전파한답시고 인간들이 변질시킨 것이다. 원리주의에 함몰되는 것도 문제지만 초심을 흩트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다음은, “신은 죽었다, 초인을 소망하라“

아, 이제 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겠구나 할 것이다. 그 유명한 니체의 신은 죽었다고 말한 니체에 대한 내용이다.

니체의 주장에 의하면 플라톤주의도 그리스도교도 처음부터 있지도 않은 허구를 전제로 성립된 것이므로 무無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결과가 된다. 이것이 바로 니힐리즘이다. ‘신은 죽었다’ , 이 말을 통해 니체는 서양 역사를 지탱해 온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붕괴시키고 형이상학 시대의 종언과 니힐리즘의 도래를 알렸다.

어느 날 혹은 어느 날 밤, 악마가 당신의 가장 쓸쓸한 고독 깊숙한 곳까지 숨어들어와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너는, 네가 실제로 살고 지금까지 살아온 이 인생을 다시 한 번, 나아가서는 무한정 여러 번 반복해서 살아야만 한다”라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영겁회귀사상이다. 이 책을 쓴 니체도 과연 그의 생을 다시 한번, 아니 영원히 그대로 그 삶을 살아야한다면,

“예!”라고 대답했을까?

결코 순탄한 삶을 살지 않았는데...

"괴로운 것도 인생이니 받아들이자!"

아니, "다시 한 번 더 살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지

지금 내 인생의 괴로움도 수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생이 영원히 무한 반복된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봤다.

이 책을 그저 짧게 정리된 서양 철학책이라 생각했다. 읽고 보니 간단하게 정리해 놓은 책의 일부분이 내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을 가진 책이었다. 간단하지만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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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9.10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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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샘터에는 가을에 딱 어울리는 시조와 시가 수록되어 있다. 위 시들이 다른 사연들보다 더 눈에 들어와서 음미하며 읽어보았다. 며칠전 밤에 우리 동네에서 채집한 풀벌레 소리가 이번 달 시조 <가을밤>에 딱 맞아떨어져서 사진에 그 소리를 입혀 영상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낑낑거리다 결국 실패했다...  

 

 

 

이달에 만난 사람에서는 '최수원'씨를 만났다. 우리나라에 51명밖에 없는 직업, 프로야구심판이다. 어떤 판정을 내리든 모두를 만족시킬순 없다. 판정에 불만을 가지는 선수도, 심판도, 팬들까지도 악당이라며 비난하면 심판은 외롭고 쓸쓸한 섬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러나 그라운드의 중재자라는 자긍심 하나로 이 일을 하고 있는 최수원씨는 고 최동원 투수의 동생이다. 생각처럼 쉽지 않을거라는 형의 걱정을 뒤로하고 26년째 그라운드를 지키고 있는 그는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9월 14일이 최동원 선수의 8주기였는데 동생의 기사를 읽으며 그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10월 특집사연의 주제는 "나이 차를 극복한 우정"이다. 읽어보니 나이도 성별도 구분없이 우정을 나눈 사연들이었다. 세상이 참 각박해졌다며 한탄하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샘터 사연을 읽다보면 우리 주위에 정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 흐뭇해진다.

이번 호 '파랑새의 희망수기'와 '내 인생의 한 사람'꼭지의 주인공은 모두 엄마다. 노년이 된 엄마들의 삶은 고단함과 연민이 공존한다. 엄마들은 다들 저렇게 열심히 살아오셨구나 싶다.

 

 

유기견 스잔이의 하루를 기록하는 잉꼬부부 사연과 동물관련 전시회 정보는 둘다 동물에 대한 이야기다. 지구를 가장 위협하는 존재인 인간이 동물들을 덜 괴롭히려면?? 전시회라도 가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전국 각지의 무인서점에 대한 기사인데 처음 알게 되었다. 주인은 없고 책만 있는 서점에 손님이 와서 책을 읽다가 간다? 문화행사를 열어 지역 문화사랑방의 역할을 하는 곳도 있다. 참신한 발상이다. "책 읽는 사람의 양심"으로 운영되는 무인서점이 민들레 홀씨처럼 전국의 길모퉁이로 퍼져나가길 바란다 는기사의 마무리 문장처럼 우리 동네에서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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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는 아무나 보나 - 어쩌다 할머니가 된 박 여사의 시끌벅적 노년 적응기
박경희 지음 / 플로베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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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제목에 낚였다..

<손주는 아무나 보나>는, 손주 돌봐주며 겪는 좌충우돌 사연일줄 알았다.

그런데 아녔다!

아니, 어쩜 맞다!

아니다!!

노년을 맞아 어쩌다보니 조부모가 되어(이런 과정은 어서 오라고 환영하지 않아도 어느새 그 처지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여 흠칫 놀라게 된다) 생에 전환기를 맞은 이들의 면면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그 모습 속에는 첫손주를 맞은 환희의 순간도 있지만 황혼 육아에 인생을 저당잡혀 더 늙고 병들었다며 한탄하는 모습도 공존한다.

그렇다면 그 처지, 그 나이인 사람만 읽어야겠다?

그렇다!

아니, 아니다!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이 읽으며 폭풍공감할 수도 있겠고, 그 상황을 맞을 사람도, 이미 지나간 사람도 읽으면 고개 끄덕일 내용들이다. 오히려 자식의 양육을 부모님에게 맡긴 이들이 꼭 읽어보면 좋겠다. 부모에게 직접 듣지는 않더라도 책을 통해 어른들이 얼마나 힘든지 확인하고 최소한의 경제적 보답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이책을 읽었나?

실은 지난번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했던 낭독극의 반응이 좋아 다른 노인복지관에서 낭독극 의뢰가 들어왔는데 원고로 사용할 책을 찾다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 책을 읽다보니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 노년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부제도 '어쩌다 할머니가 된 박여사의 시끌벅적 노년적응기'라고 되어있다. 작가 박경희씨는 1960년생으로 아직 할머니라 부르기엔 어린? 나이다. 젊었을때 방송작가로 활동했고 소설과 수필도 썼으며 지금도 책관련 강의를 다니고 있다. 어쩐지... 작가니까 이런 책도 낼 수 있는 거였다. 작가 소개도 제대로 안 읽고 급한 마음에 본문을 읽다보니 배우 김혜자씨와의 인연이 나오고 방송작가 시절 이야기도 나와 책날개의 소개를 다시 읽어봤다.

책에서 만난 작가의 모습은 아름다운 분이었다. 닮고 싶은 인생 선배 같다고나 할까. 첫 손주 아민이를 만났을 때의 황홀함, 고된 시간이었을 게 분명한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따뜻한 눈길, 이젠 더욱 여유로워진 마음,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습까지.

노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뉘앙스는 세대갈등의 원인제공자로서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이 책은 독선과 아집으로 똘똘 뭉쳐 혐오의 대상이 된 노인들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아름다운 할머니의 표상같아 따라해봐야겠다고 책귀를 접어둔 게 여럿이다.

나도 이른 나이에 결혼해서 연년생으로 두 아들을 두었고 독박육아를 하며 사회생활을 했다. 지나고보니 너무나 여유없게 애들을 키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마지막 씬을 보면서, 후회와 미안함에 눈물 흘렸었다. 작가처럼 나이 들어서도 사회활동을 하고 싶고 손주와 같이할 소풍계획을 세우며 설레고 싶다.

친구들과의 수다가 떠오른다. 나중에 자식들이 손주 데려와 좀 돌봐달라고 하면 절대 봐주지 말자며 다짐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작가가 한 경험을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울 아들이 손주를 데려온다면 선뜻 안아올릴 것만 같다. 그러나 이 예상 자체가 부질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작은 애는 이미 비혼주의자 선언을 했고, 큰 애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서울에 살고 있다.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시대를 사는 아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일수도 있어 가만히 있어야겠다 싶기도 하다. 어쩜 내게 그런 기회는 요원한 일일지도...

그나저나 어떤 꼭지를 발췌해서 낭독극에 올릴지 다시 읽어봐야겠다. 아직 미확정 상태이긴 하나 작가님이 반대하진 않겠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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