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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 쉽게 읽고 깊게 사유하는 지혜로운 시간 ㅣ 하룻밤 시리즈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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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면, 보통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어렵다” 아니면 “고리타분하다” 아니면 “철학 몰라도 잘만 산다”등등의
부정적 어휘들이 많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철학을 어렵게 생각한다고 폄하하려는 뜻이 아니다. 어느 정도는 나의 예측이었지만 실제 답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몇몇 단톡방에 철학에 대한 느낌을 물어봤더니 대체로 어렵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철학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기에 각잡고 공부해야 된다고 생각들 한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철학이 내 삶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궁금한 사람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은 교양서적을 찾아 읽어보는 것일 터이다.
그러기에 맞춤한 책이 나왔다. ‘토마스 아키나리’라는 일본 작가의 책, <하룻밤에 읽는 서양 철학>이다. 제목처럼 하룻밤에 다 읽기에는 무리가 있다. 19개의 서양철학 사상에 대해 간락하게 정리가 되어있지만 제목만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학 전공자가 아닌 이상 그 많은 사상의 요약 정리본을 읽고 그 사상을 다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서양철학을 한 권에 정리한 책이므로 궁금하거나 필요할 때 바로바로 찾아보기에는 좋다. 이를테면 ‘경험론을 주장한 사람이 누구였지? 어떤 내용이었더라?’ 하면, chapter 7의 경험론을 읽어보면 된다. 더 심층적으로 알아보고 싶다면 로크의 정치사상서적을 찾아 읽어보면 된다. 철학을 그저 어렵게만 여기는 게 아니라 나의 관심영역으로 들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철학서적을 읽는 일반 독서인의 길로 나아감에 있어 이 책이 징검다리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책은 서양철학을 3장으로 나누었다. 1장은 고대와 중세사상, 2장은 근대 사상, 3장은 현대사상이다. 소제목들을 보면 서양철학의 관심사가 세상과 신에서 서서히 지식과 인간, 개인에 대한 고찰로 변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꼭 순차적으로 읽지 않아도 된다. 앞에서 밝힌대로 철학사상이나 철학자를 보고 관심있는 것부터 읽어도 무방한 책이다. 각 장의 마지막엔 철학사의 흐름을 도표로 정리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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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도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자신의 고민은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사시를 대비하여 자기 마음속에 안전장치를 만들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 …
고민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과 생각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생각하는 노력을 통해 그것을 능동적으로 해소해야 되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철학입니다. 이 책의 목적은 단순합니다. 깊게 고민할 때 그 고민을 잘 살필 수 있는 거울, 해결할 수 있는 도구 같은 철학을 당신에게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 독자가 필요할 때 이 책을 도구로 사용하면 된다.
내가 읽고 관심이 생긴 몇 가지 발췌해 보았다.
“타인을 대하는 한없이 착한 마음”
무슨 도덕교과서도 아니고, 요즘 착한 사람은 구경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그런데 한없이 착한 마음이라니?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 예수그리스도와 바울에 대한 내용이다.
앗, 종교 얘기 딱 질색이라며 스킵하지 마시길... 종교보다는 역사이야기이다. 성서는 구약성서과 신약성서로 나뉘는데 그 이유는, 원래 유대교 성서, 하나밖에 없었는데 이스라엘인이었던 예수의 가르침이 그리스도교가 되면서 신약성서가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루터의 종교개혁을 지나 유대교, 그리스도교, 프로테스탄트 이렇게 성서에서 뻗어나와 서양종교사가 된다. 이 챕터의 내용은 그리스도의 박해와 이스라엘의 역사로 이어지는 것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성경 내용을 다루기는 하지만 실제 우리 생활과도 연결되는 생각의 전환이 되는 부분이라 공감할 만한 것이었다.
성경 내용중,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대부분은 공짜로 주어진 것이므로 세상 감사해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아주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있다. 우리가 노동해서 돈벌어 사는 것인데 이 세상이 뭐가 공짜냐 하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 몸과 주위의 환경 모두 거저 받은 것임에도 그것을 잊고 사는 것이다. 유대교의 권위를 위협한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혀 처형당했고 바울은 예수탄압의 선봉에 섰던 사람이었다. 그랬던 바울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속죄’라는 의미로 설명하며 이것을 최고의 희생이라 칭했다. 그리고 전 세계에 그리스도를 전도하러 다녔다.
나는 무신론자이고 기독교에 대해 안 좋은 경험이 있어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이 부분을 읽어 보니 아주 간단하게 정리된 기독교의 역사와 주요 교리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역시 사람이 문제다. 시작은 사랑과 희생이었는데 그것을 전파한답시고 인간들이 변질시킨 것이다. 원리주의에 함몰되는 것도 문제지만 초심을 흩트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다음은, “신은 죽었다, 초인을 소망하라“
아, 이제 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겠구나 할 것이다. 그 유명한 니체의 신은 죽었다고 말한 니체에 대한 내용이다.
니체의 주장에 의하면 플라톤주의도 그리스도교도 처음부터 있지도 않은 허구를 전제로 성립된 것이므로 무無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결과가 된다. 이것이 바로 니힐리즘이다. ‘신은 죽었다’ , 이 말을 통해 니체는 서양 역사를 지탱해 온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붕괴시키고 형이상학 시대의 종언과 니힐리즘의 도래를 알렸다.
어느 날 혹은 어느 날 밤, 악마가 당신의 가장 쓸쓸한 고독 깊숙한 곳까지 숨어들어와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너는, 네가 실제로 살고 지금까지 살아온 이 인생을 다시 한 번, 나아가서는 무한정 여러 번 반복해서 살아야만 한다”라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영겁회귀사상이다. 이 책을 쓴 니체도 과연 그의 생을 다시 한번, 아니 영원히 그대로 그 삶을 살아야한다면,
“예!”라고 대답했을까?
결코 순탄한 삶을 살지 않았는데...
"괴로운 것도 인생이니 받아들이자!"
아니, "다시 한 번 더 살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지
지금 내 인생의 괴로움도 수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생이 영원히 무한 반복된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봤다.
이 책을 그저 짧게 정리된 서양 철학책이라 생각했다. 읽고 보니 간단하게 정리해 놓은 책의 일부분이 내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을 가진 책이었다. 간단하지만 묵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