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는 아무나 보나 - 어쩌다 할머니가 된 박 여사의 시끌벅적 노년 적응기
박경희 지음 / 플로베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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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제목에 낚였다..

<손주는 아무나 보나>는, 손주 돌봐주며 겪는 좌충우돌 사연일줄 알았다.

그런데 아녔다!

아니, 어쩜 맞다!

아니다!!

노년을 맞아 어쩌다보니 조부모가 되어(이런 과정은 어서 오라고 환영하지 않아도 어느새 그 처지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여 흠칫 놀라게 된다) 생에 전환기를 맞은 이들의 면면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그 모습 속에는 첫손주를 맞은 환희의 순간도 있지만 황혼 육아에 인생을 저당잡혀 더 늙고 병들었다며 한탄하는 모습도 공존한다.

그렇다면 그 처지, 그 나이인 사람만 읽어야겠다?

그렇다!

아니, 아니다!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이 읽으며 폭풍공감할 수도 있겠고, 그 상황을 맞을 사람도, 이미 지나간 사람도 읽으면 고개 끄덕일 내용들이다. 오히려 자식의 양육을 부모님에게 맡긴 이들이 꼭 읽어보면 좋겠다. 부모에게 직접 듣지는 않더라도 책을 통해 어른들이 얼마나 힘든지 확인하고 최소한의 경제적 보답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이책을 읽었나?

실은 지난번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했던 낭독극의 반응이 좋아 다른 노인복지관에서 낭독극 의뢰가 들어왔는데 원고로 사용할 책을 찾다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 책을 읽다보니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 노년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부제도 '어쩌다 할머니가 된 박여사의 시끌벅적 노년적응기'라고 되어있다. 작가 박경희씨는 1960년생으로 아직 할머니라 부르기엔 어린? 나이다. 젊었을때 방송작가로 활동했고 소설과 수필도 썼으며 지금도 책관련 강의를 다니고 있다. 어쩐지... 작가니까 이런 책도 낼 수 있는 거였다. 작가 소개도 제대로 안 읽고 급한 마음에 본문을 읽다보니 배우 김혜자씨와의 인연이 나오고 방송작가 시절 이야기도 나와 책날개의 소개를 다시 읽어봤다.

책에서 만난 작가의 모습은 아름다운 분이었다. 닮고 싶은 인생 선배 같다고나 할까. 첫 손주 아민이를 만났을 때의 황홀함, 고된 시간이었을 게 분명한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따뜻한 눈길, 이젠 더욱 여유로워진 마음,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습까지.

노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뉘앙스는 세대갈등의 원인제공자로서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이 책은 독선과 아집으로 똘똘 뭉쳐 혐오의 대상이 된 노인들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아름다운 할머니의 표상같아 따라해봐야겠다고 책귀를 접어둔 게 여럿이다.

나도 이른 나이에 결혼해서 연년생으로 두 아들을 두었고 독박육아를 하며 사회생활을 했다. 지나고보니 너무나 여유없게 애들을 키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마지막 씬을 보면서, 후회와 미안함에 눈물 흘렸었다. 작가처럼 나이 들어서도 사회활동을 하고 싶고 손주와 같이할 소풍계획을 세우며 설레고 싶다.

친구들과의 수다가 떠오른다. 나중에 자식들이 손주 데려와 좀 돌봐달라고 하면 절대 봐주지 말자며 다짐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작가가 한 경험을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울 아들이 손주를 데려온다면 선뜻 안아올릴 것만 같다. 그러나 이 예상 자체가 부질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작은 애는 이미 비혼주의자 선언을 했고, 큰 애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서울에 살고 있다.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시대를 사는 아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일수도 있어 가만히 있어야겠다 싶기도 하다. 어쩜 내게 그런 기회는 요원한 일일지도...

그나저나 어떤 꼭지를 발췌해서 낭독극에 올릴지 다시 읽어봐야겠다. 아직 미확정 상태이긴 하나 작가님이 반대하진 않겠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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