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시작詩作 - 인생은 바라보는 대로 간다, A=B 이렇게 시작詩作 콘서트 1
김기진 외 지음 / 흔들의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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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만 시를 쓰는 건 아니다.

직장인도 시를 쓸 수 있다.

그것도 매일매일 100일간.

그들은 시를 쓰면서,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것에

깜짝깜짝 놀랐고,

다른 이의 시선을 엿보게 되었고,

자신의 관점이 변하는 것도 느꼈다.

 

 

 

 

12명의 직장인은 100일동안 ‘A=B’형식의 시를 쓰면서 변화된 자신을 발견했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매일 시를 썼다는,

흔들의자 출판사의 책 <하루하루 詩作> 이벤트 문구를 보고 급 관심이 일었다. 나도 매일 글을 쓰지만 시는 아니다. 시 쓰기가 산문보다 어렵다. 그래서 시는 읽기만 하지 창작해본 적은 없다. 직장인은 회사생활이 바쁠텐데 매일 시를 썼다하니 궁금했다.

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착한 책에는 12명 중 한 명의 싸인이 들어있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의 소감 먼저 읽어 보았다.

 

"표현력?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보려는 노력이 있었고, 단어를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하루 일과 후 생각나는 대화 중 ‘이렇게 표현했더라면...’ 이렇게 詩作 시즌2, 또다시 도전이다. 지금은 아침을 알리는 詩作이 없으니, 허전하다."

 

오~ 홍기화씨, 매일 아침의 시작을 詩作 으로 한 모양이다. 100일씩이나 했으면 습관이 될 법도 하다. 시즌2에도 기꺼이 참여하려는 가보다. 싸인에서 나더러 매일 시를 써보라 했는데 결국 나는 한 편도 쓰질 못했다. 1일 1책, 1글쓰기를 해내려면 하루가 너무 빠듯했다. 어쩌면 시 쓰기의 어려움이 더 큰 이유라면 이유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회사생활을 하며 시를 쓴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뿌듯함이 있었을 것 같다. 인간에겐 잠재된 창작욕이 있으니까... 나는 시쓰기를 하지 못했지만. 그들의 시를 하루 몇 편씩 읽어보며 내 생각과 견주어 보았다. A=B라는 동일한 유형에 같은 주제어라 하더라도 직업이나 직책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흥미로웠다.

'A=B'가 은유로, 지시어로, 설명으로 다양하게 표현된 시를 읽으며 '나도 한 번 시도해볼까?' 하는 야들야들한 맘이 살풋 들었다. 어느 순간 어디선가 끄적이고 있을진 모르겠고 이 책에서 마음에 든 시 몇 편을 골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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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권의 힘 -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의 모든 것
이현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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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빌리버블!

나는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현아라는 젊디 젊은 선생님이 어쩜 이런 어마어마한 일들을 해낼 수 있었을까? 일선 초등학교 교사의 그림책 수업이야기라는 이 책의 소개를 보고 강승숙 선생님을 떠올렸다. 10여 년 전인가, <선생님, 우리 그림책 읽어요!>에서 강승숙 선생님은 교실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그림책을 읽었는지,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 변화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책을 읽으며 학교 현장에 이런 선생님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더랬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 둘, 초등학교 생활 동안 만난 12명의 선생님 중 그런 선생님은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단 한 명의 선생님이 아이들 일기에 신경을 많이 썼고, 학년말에 아이들 일기와 글을 모아 문집을 만들어 주었다. 진짜 12명의 교사 중 한 명만 그랬다. 물론 그림책 수업을 한 선생님은 없었고. 그림책 수업을 하지 않은 선생님들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학교 현장이 얼마나 바쁘고 교사의 잡무가 너무 많다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돌보고 창의적 수업을 하려고 애쓰는 교사들은 분명 있다.

 

이 리뷰 첫 문장에서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현아 선생님의 활동들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강승숙 선생님의 책 이후 10년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10년만에 이현아 선생님은 훨씬 더 업그레이드 된, 그야말로 그림책 수업에서 일취월장한 것이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같이 읽는 것을 너머 직접 창작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어엿한 독립출판사 도서출판 통로도 운영하고 있다.

 

<그림책 한 권의 힘>에는 그동안 학교에서 아이들과 그림책 수업을 어떻게 해왔는지 그 방법과 그림책을 직접 만든 사례들, 출판까지 직접 한 경험, 나아가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가서 재능기부를 한 사례까지 점층적으로 확장되는 저자의 활약의 끝은 어디인가 계속 놀라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좋은 수업은 다른 선생님들도 시도해 보도록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교사직무연수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보는 인기수업이라고 한다. 현재는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를 결성해 전국의 선생님들이 모여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을 너머 직접 창작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든 이현아 선생님은 ‘educate(교육)’의 어원을 충실히 이행하는 교사임에 틀림없다. 그림책 창작활동을 통해 아이들 내면에 잠재된 어떤 것을 밖으로 인도해 냈으니 말이다. 교육, 교육자라는 원뜻에 부합하는 교사를 직접 보는 것은 정말이지 드문 일이다. 나는 사실 이런 사례 위주의 책은 시니컬하게 읽는 편이다. 저자가 겪은 사례들 중 좋은 것만 추려서 상품화를 위해 예쁘게 포장 한 것이라고 일단 전제하고 읽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한미화, 강승숙 선생님처럼 그림책으로 현장에서 수업한 사람들의 책을 읽어왔고, 그림책 심리, 그림책 활용등, 그림책 관련 책을 몇 년 사이에 꽤 읽어왔기에, ‘이 책은 또 그림책으로 어떤 수업을 했다는 건지 어디 한번 보자!’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놀라웠다. 그림책이 왜 좋은지, 왜 그림책으로 수업해야하는지 같은 밑밥 깔기는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될만큼 쌓여진 좋은 수업 사례가 너무나 많은 것이다. 처음부터 아이들의 뱉은 날 것 그대로의 문장에서 전해오는 시적 감각으로 시작한다.

눈물을 매일 먹어봐서 아는데 눈물은 로션 맛이라는 아이의 사연이 가늠이 되는가.

 

아빠가 돌아가셨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집에 오니, 엄마가

라면을 끓여 주셨다.

라면이 짜다.

 

라는 시를 쓴 아이의 은유가 놀랍지 않은가. 이 사례들은 겨우 시작이었다.

 

이 책은 저자의 자랑질처럼 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것 같은 저자도 있지만 이현아 선생님은 아니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본인의 역할이 분명 컸음에도 불구하고, 책속에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 드러냄에도 불구하고, 자랑으로 들리지 않았으며 아이들의 눈부신 변화, 결과물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그것은 분명 아이들이 만든 그림책이 훌륭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저자의 글쓰기 능력 때문일 것이다.

 

그의 글쓰기 실력이 드러나는 부분은 또 있다. 다양한 관심 분야와 폭넓은 배경지식이 그림책 얘기에 더해져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림책 이론서나 세계 유수의 그림책을 끌어오는 거야 이 책의 주제가 그림책이니 당연한 것이지만, 명화, 음악 등 다른 예술 장르를 끌어와 절묘하게 그 챕터의 소주제와 연결해냈다. 그는 자신에게 있는 구슬들을 절묘하게 꿸 줄 아는 사람이고 이런 완성도 높은 글을 읽으면 독자는 즐겁다.

 

이 책은 일선 선생님들이 읽고 직접 현장에서 활용해보면 좋겠다. 적극적인 선생님이라면 좋그연에 동참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학부모들에게는 많은 그림책을 소개해 준다. 것도 검증된 그림책으로. 교사처럼 수업을 하거나 그림책을 만들어 볼 순 없겠지만, 좋은 그림책을 소개받고 아이와 같이 읽으며 서로 대화해 볼 기회를 가져보면 좋겠다. 누가 또 아는가. 이 책에 동기부여 받아서 엄마와 아이가 같이 그림책 만들었다는 책이 나올지...

 

오늘 리뷰는 내가 느낀 감탄 위주로 썼다. 단점이 있는데 숨겼단 뜻이 아니다. 오랜만에 그저 다 좋기만 한 책을 만났다. 그러니 좋은 점만 썼다.

 

아래는 이 책에 소개된 어린이 창작 그림책 중 몇 권이다. 책에 이미 훌륭한 이유가 있으니 내가 더이상 덧붙일 말이 없다. QR코드 확인하면 무료로 전자책을 볼 수도 있게 만들어 두었다.

 

아래는 <파란 파도>라는 그림책으로 아이들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 것인데 어쩜 이렇게 개성적인 표현들을 하는지 대단했다

  

 

 

 

그동안 그림책 관련된 첵 제법 읽어왔기에 이 책에 소개하는 책은 대부분 다 알거라고 예상했는데 대단한 착각이었다. 판형이나 책장 넘기는 방향이 독특한 아래 그림책 중 아는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부록조차 이렇게 알찬 책, 또 처음이다. 그림책 제작방법과 그림책 리스트에 그림책 창작 수업 20차시 프로그램까지!

 

 

학교 현장에 이현아 선생님같은 교사만 있다면 무슨 걱정일까. 많은 사람들은 이제 공교육에 거는 기대는 없다고들 한다. 스승님이라고 부를 교사가 없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만난 선생님을 떠올려 봐도 이현아 선생님같은 열정적인 교사는 없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밭에 버려진 썩은 호박도 한 줌의 흙과 햇빛이 있으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다고 했다. 자신은 한 줌의 흙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발 아래 흩어진 파편들을 묵묵히 줍는 선생님들은 분명 있으며 그들을 만나 희열을 느낀다고도 했다. 교실에서도 아름다운 것들이 피어날 수 있으며 아이들이 피워낸 이 작은 그림책을 통해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 이 책을 통해 그 알토란같은 열매들을 보며 희망도 같이 보았습니다. 그림책의 마법 같은 힘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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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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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크리에이터, 기업가, 베스트셀러 작가,

아프리카 후원 활동가, 동성애자

위는 모두 한 명의 커리어다!

믿기 어렵지 않나?

더 믿기 어려운 건 나이다!

위 주인공은 우리 나이로 스물 여덟, 1992년생이고 이름은 '코너 프란타'이다!

어떻게 그 나이에 저 많은 걸 해냈단 건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의 두 번째 책 <note to self :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아니다!

알기 어렵다...

이번 책은 자신의 일기장을 공개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나 이렇게 성공했으니 당신들도 하면 돼요~

같은 자기계발서도 아니요!

조직 경영 노하우나 스타트업 성공담 같은,

기업경영서적도 아니기 때문이다.

2017년에 쓴 내용들이 많은데 그때 나이, 스물다섯! 여러가지 일에 성공했지만 어떤 날은 만족스럽고, 애인과 헤어진 날은 한없이 슬프고, 자기 나이 두 배는 될법한 인터뷰어에게 '나이든 현자'같단 말에 놀라는, 그런 청년의 일기장을 엿보는 것 같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 좋겠다.

 

 

저자가 하는 일을 봐도 그렇고 감각이 남달라서인지 책에 수록된 사진들이 예쁘다. 색감도 좋고 스토리도 숨어 있다. 아마 아이폰으로 찍었겠지? 인스타 업로드용 사진으로 딱이다!

혹시 에세이 별로 안좋아하는데~

동성애자 일기장까진 볼 필요 없는데...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실린 사진과 시만 봐도 된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다른 글에도 관심이 생겨 읽어보게 될 것이고, 사진은 그저 보고 있기만해도 기분 좋아질 것이다.

탐욕과 욕망

우리가

받을 줄만 알아서

세상이 주는 건데

우리의 바랑과 욕구로

일구었다 생각하고

믿는

우리는

얼마나 순진한지

아, 얼마나 가여운지

p. 71

 

그는 열세살때부터 부모님께 용돈받지 않고 자신이 벌어서 사고 싶은 물건 샀다며, 자기가 번 돈으로 사야 진정 자기 것이 된다고 생각했다하니 어릴 때부터 독립심이 강했던 모양이다.

"되고 싶은 내가 바로 나 자신이다!"

 

 

 

 

"지금보다 젊었던 나 자신에게 몇 가지 귀띔하고 싶다. 자기 자신과 지금 하는 일을 믿고 계속 나아가라. 그리고 모든 게 제 자리를 찾으리라고 믿어라. 앞으로 계속 나아가기만 한다면 방향은 몰라도 괜찮다."

"누구도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 되라고 명령할 수 없다. 각자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말하자면 당신이 되고 싶은 사람, 그것이 바로 당신이다. 그걸 생각하고, 그걸 소유하고, 그것이 되자."

 

 

한마디로 자수성가한 청년의 글을 읽다보니 기특하고 대단하다 싶었다. 나 어릴 땐 어땠나? 생각해봤다. 남에게 뒤쳐지는게 아닌가 싶어 늘 두리번거렸고, 미래에 대한 기대보단 걱정으로 불안해했다. 돌아보면 늘 선택의 책임은 내 몫이었기에 그 선택에 후회없기 위해 애를 썼다. 그렇다고 후회가 없진 않다. 그러나 당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살았다며 자위해본다.

젊은 독자들이라면 저자의 글을 읽으면 혼자가 아닌 시간이라 느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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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62 Vol.4 : 개척자 케플러62 4
티모 파르벨라.비외른 소르틀란 지음, 파시 핏캐넨 그림, 손화수 옮김 / 얼리틴스(자음과모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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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62>6권 시리즈물로 201712월에 1,2권에 한국에서 출간되었고, 이번에 3,4권 출간이벤트로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3권과 4권을 제공받아 이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핀란드와 노르웨이 최고의 어린이책 작가 티모 파르벨라비외른 소르틀란두 명이 공동으로 우주와 게임을 소재로 동화를 펴냈다. 높은 독서율과 많은 독서량을 자랑하는 북유럽에서도 아이들이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책을 놓기 시작한 현실에 두 작가는, 게임을 비난하기보다 아이들이 읽을 만한 재미있고 올바른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책의 장점은 무한 상상력이다. 우주는 미지의 세계로 우리의 상상력을 무궁무진하게 펼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책이나 우주보다는 게임을 좋아한다. 그런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게임과 우주를 접목하여 책으로 만들어 냈다.

 

삽화는 앵그리버드의 일러스트를 담당했던 파시 핏캐넨이 그렸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여타 동화책들에 비해 그림의 비중이 높다. 미리 애니메이션 제작을 염두에 두고 그린 것 같다. 3권은 항해하는 과정이라 대부분 우주선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풍경으로 마치 게임을 하는 화면을 연상케 한다. 우주를 표현하는 그림은 검정색 바탕에 알록달록한 행성의 움직임이 2차원으로 표현되긴 해도 게임을 해본 아이들이라면 입체적으로 받아들여질 듯하다. 영상세대인 아이들에게 책의 평면성을 보완하기 위해 파시 핏캐넨을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방영 예정이고 영화화도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여러분은 이 세계의 희망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여러분의 어깨에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구 인류의 개척자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지구 인류를 대신해 지금까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개척할 것입니다."

 

<케플러62> 3권은 이렇게 시작한다.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12명의 청소년들이 우주선 산타마리아, 니냐, 핀타호에 나눠 타고 케플러-62e’라는 행성으로 출발하기 전 아이들을 격려하는 장군의 메시지다. 인구과잉과 자원고갈인 지구에서는 더 이상 살기 힘들게 되어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러 출발하게 된다. 우주선의 이름에서도 연상되듯 1492년 콜럼버스가 타고 출항한 배의 이름 산타마리아를 사용한 것은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것을, 아이들을 우주선에 태운 것은 노아의 방주를 은유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책 제목과 행성이름인 케플러는 17세기에 케플러 신성을 발견한 독일의 천문학자 케플러에서 따온 듯하다.

 

 

3권은 산타마리아 호에 탄 아리와 요니 형제, 소녀 마리에의 입장에서 서술되고  전지적 작가시점이다. 이 우주선에는 유일하게 어른이 타고 있는데 올리비에라는 여성으로 뭔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한 차가운 이미지이다. 케플러 행성에 도착하기 전까지 캡슐에 들어가 수면 상태로 있다가 깨어난 아리가 깨어났을 때, 마리에가 먼저 깨어나 있었다. 마리에는 가장 먼저 탑승했다고 했지만 어디에 있는지 아리가 찾지 못했는데 가장 먼저 깬 것이다. 깨어나 보니 탐사선의 속도로는 1200년의 200만 배나 되는 시간이 걸려야 케플러 행성에 도착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즉 자신들이 잠들었던 시간은 지구 나이로 400년이나 지났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먼저 깨어난 둘은 조종실에서 소행성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미사일 발사도 해보고 소행성군과 충돌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다가 웜홀로 들어가는 것이 케플러-62e 행성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닫게 된다.

 

웜홀로 들어가는 것으로 3권은 끝이 나고 4권에서는 드디어 케플러-62e에 도착하여 탐험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4권은 마리에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같이 출발한 3대의 우주선 중 나냐호는 폭발했고 산타마리아 호와 핀타 호만 착륙에 성공했다. 그곳은 지구와 유사한 환경이었다. 우주복을 입지 않고 자가 호흡이 가능하며 지구의 중력이 작용하는 것처럼 땅을 딛고 걸어다닐 수 있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생명체도 만나게 되는데 그나메르족(털 없는 곰처럼 생긴 부족)과 거대한 사마귀처럼 생긴 초원족이다. 그나메르족과는 자동 번역이 되는 태블릿으로 소통을 하고 그들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준다.

 

무기제조로 유명한 가문, KTA의 딸인 마리에는 태블릿의 뒷면에서 알파벳 KTA를 발견한다. KTAKill Them All의 약자인데 독재자들에게 무기를 팔던 아빠가 좋아했던 말이었다. 그나메르족의 태블릿도 아빠가 만든 것인지, 51구역 관계자들이 이미 케플러-62e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인지, 마리에는 점점 이상하고 궁금한 것이 많아졌다

.

한편 아리의 동생 요니는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열이 41도까지 오르게 되고 그나메르족으로부터 초원족이 그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요니는 지구에서부터 아팠는데 사실 아리는 가난한 자신들이 어떻게 탐험대에 끼게 되어 이곳에 까지 오게 되었는지 동생이 아픈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지 역시 이상한 것 투성이다.

 

초원족이 모두 죽는 것으로 4권이 끝나는가 싶더니 마지막에 마리에는 그들의 메시지를 듣게 된다.

 

파면 팔수록 더 커지는 것은 무엇인가?”

 

지난번에도 들었던 말, 무슨 수수께끼 같던 이 문장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던 마리에에게 계속 메시지가 들린다.

 

관 속에 잇는 것은 위험하다. 너희는 큰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내일 아침 일찍 홀로 이곳으로 오라. 우리가 너를 도와주겠다.”

 

마치 콜럼버스의 침범으로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바이러스에 걸려 사망했듯, 초원족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마리에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4권은 끝이 난다.

 

6권까지 있는 시리즈를 4권까지 밖에 못 읽으면 답답하고 궁금한 어린이 독자가 많을 것 같다. 어른인 나도 그렇다. 넷플릭스에서 킹덤 시리즈를 적당한 분량인 6편으로 제작해 한 번에 공개하는 것은 이렇게 답답해할 시청자들에게 꿀잼을 보장한다. 성격 급한 사람들에게 내리 6시간동안 보는 것을 선택하도록 하여 만족도를 높인 것이다. 책도 시리즈일 경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한 번에 다 읽고 싶은데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다음 편을 읽지 못하면 답답할 수 밖에 없다.

 

5,6권에서는 케플러-62e 행성의 비밀이 밝혀질 것이다. 동화책이니만큼 자본주의와 거대 권력 집단의 음모가 숨어 있는 비밀은 없길 바란다. 아무리 애들도 현실을 알아야한다곤 하지만 5,6권에서는 아이들이 나쁜 집단을 물리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해피엔딩이면 좋겠다. 빠른 시일 안에 5,6권이 출간되어 완성된 시리즈로 만나길 바란다.

 

이 시리즈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지만 지구환경과 역사를 접목시키고 우주과학 지식과 상상력까지 결합한다면 다양한 독후활동이 가능하다. 애니메이션도 한국에 수입이 된다면 아이들이 더욱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자체로 만듬새가 좋다. 양장본이라서 고급스럽고, 번들거림이 있는 용지(이름을 정확히 모름)를 사용한 내지는 컬라풀한 삽화에 잘 어울린다. , 형광등 아래에선 반사되는 단점이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림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고 분량이 많아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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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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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로드 : 사라진 소녀들>은 스웨덴 출신의 작가 스티나 약손의 데뷔작이다. 이 작품은 2018년 스웨덴 범죄소설상, 2019년 북유럽 최고의 장르 문학에 수여하는 유리열쇠솽을 수상했다. 1983년생인 작가는 스웨덴 북부의 작은 도시 셀레프테오에서 성장했고 20대에 남편을 만나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에 이주했다. 고향을 무대로 하는 소설을 쓰며 향수를 달랬다고 한다.

 

작가가 자신이 살던 곳 스웨덴을 배경으로 삼은 것은 이 소설에 자신의 역량을 풀어놓기에 적합했다고 본다. 북유럽하면 떠오르는 우거진 숲과 백야는 범죄 스릴러 장르의 장점을 살리기 충분했다. 작가의 장점은 장면의 디테일한 서술과 등장인물의 행동으로 심리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딸 리나가 3년 전에 실종되었다.

리나의 아빠 렐레는 혼자서 딸을 찾아 3년 째 실버로드를 헤매고 다니는 중이다. 동네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고 SNS에서 관심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들이나 경찰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렐레는 실종된 사람을 찾으려면 평생이 걸릴지도 모를 실버로드를 눈 감고도 걸을 수 있을 만큼 훤히 꿰게 되었고, 길가의 숲을 샅샅이 훑고, 드문드문 들어서 있는 집에 찾아가 일일이 확인하고 있지만 딸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딸을 찾겠다는 일념이 사그라드는 게 아니다. 날이 갈수록 딸과의 추억은 선연히 떠오르고 간절함도 짙어진다.

 

또 다른 스토리의 한 축은 소녀 메야가 담당한다. 메야는 알콜과 약물 중독인 엄마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떠돌다 이 스웨덴 북부마을 실버로드 근처로 오게 된다. 엄마가 인터넷으로 사귀게 된 남자 토르비요른의 집에서 같이 살기로 한 것이다. 메야는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고 화목한 가정이란 게 어떤 것인지도 모르며 늘 배고프고 불안한 상태로 살아왔다. 엄마 실리에는 메야를 열일곱살에 낳았다. 너무 일찍 엄마가 되어 그 역할에 대해 아무리 모른다쳐도 책임감이라곤 전혀 없는 끔찍한 엄마다. 포르노 사진과 잡지나 끌어다 모으는 늙은 남자 토르비요른이 오히려 메야를 보살피고 걱정해주는, 아빠 비슷한 역할을 한다. 그런 메야에게 칼요한이라는 소년이 다가온다. 메야는 이런 끔찍한 곳에서 사느니 칼요한네 집에서 사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해 칼요한네 집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선 적어도 배는 곯지 않으니까. 그의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은 가정식다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설은 렐레와 메야의 이야기가 교차 서술된다. 평행선 같이 진행되던 이야기가 어느 지점에서 접점을 찾을까 궁금했는데 둘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으로 만나게 된다. 렐레는 한 눈에 메야의 외로움을 간파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와도 좋다고 말한다. 늘 혼자 있는 메야에게서 풍기는 불행의 그림자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메야가 살고 있는 곳이 비르게르(칼요한의 아버지 이름)의 집이라는 것에서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든다. 리나가 사라지고 그 집에도 찾아가봤지만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칼요한의 아버지 비르게르와 어머니 아니타는 정상적으로 보였지만 동네사람들은 이상한 집이라고 수군거리는 터였다. 외부와 단절한 채 자급자족하며 살고 아들 셋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동네사람들과 교류도 없고 휴대폰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미국 팟캐스트는 듣는다. 그것은 국가 음모론에 관한 것이다.

 

렐레는 언제쯤 딸 리나를 찾을 수 있을까? 대체 살아있기나 한 걸까? 3년 내내 찾아다니면서 딸이 죽었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렐레의 편에서 제발 리나가 어디에선가 살아있어서 부녀간에 재회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리고 메야는 언제쯤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살 수 있을까? 칼요한네 집에서 먹을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집안에서 풍기는 음침한 분위기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이렇게 소설은 독자가 두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고 그들에게 감정이입하게 했다. 그것은 앞에서도 밝힌 독자의 서술방식 덕분이다.

 

p. 101~102

렐레는 외양간 내부를 터덜터덜 걸었다. 가축은 한 마리도 없고 썩은 건초 냄새가 진동했다. 손전등으로 실내를 비춰보고, 건초더미를 가뤼로 쑤셔서 밑에 아무것도 없는지 확인했다. 벽을 뒤덮은 거미줄과 새똥은 여기에 가축이 살지 않은 지 오래 됐다는 증거였다. 밖으로 나오니 개집이 있었는데 역시 개는 없고 밥그릇에 빗물과 흙이 가득 담겨 있었다. (……)

렐레는 다시 집 쪽을 바라보았다. 집 안을 살펴보고 싶었다. 남자 혼자 살기에는 너무 큰 집이다. 사용하지 않는 방도 많을 것이다. 렐레가 마당을 절반쯤 가로질렀을 때 첫 총성이 울리더니 머리 위 소나무들이 흔들렸다. 렐레는 쪼그리고 앉아 달리기 시작했다. (……)

렐레는 바닥에 몸을 던져 네 발로 기어갔다. 곧 뒤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이내 땅이 흔들렸고, 개의 앞발이 그의 등을 누루자 렐레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개가 컹컹 짖어댔다. 먹이를 잡았다는 뜻이었다. 렐레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누워 있었다. 육중한 발걸음에 풀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쉰 목소리로 개에게 조용히 하라고 명령했다. 렐레는 일어나려고 했지만 남자가 그의 날개뼈 사이를 발로 누루며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

 

위는 렐레가 리나를 찾으려고 남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갔다가 당하는 장면이다. 어딘가 딸이 감금되어 탈출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맘에 모든 집을 수색하려는 의지다. 그러다가 저런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현장을 눈에 보이듯이 서술하는 방식은 렐레의 시각으로 독자도 직접 당하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p. 95

토르비요른이 나간 뒤에 메야는 엄마가 자고 있는 침실 문을 빼꼼 열어보았다. 재떨이와 시큼한 레드 와인 냄새가 풍겼다. 엄마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처럼 양팔을 활짝 벌리고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 채 죽은 듯이 자고 잇었다. 엄마의 젖꼭지는 핏기 없는 살같 위에서 멍 같아 보였고,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가 오르락내리락했다. 메야는 늘 엄마가 숨을 쉬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깼어?”

메야는 침대로 다가가 엄마의 등 밑으로 손을 넣은 다음 한쪽으로 돌려 눕혔다. 엄마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의식이 있다는 신호조차 없었다. 메야는 엄마의 양다리를 끌어당겨 태아처럼 웅크린 자세로 만들고는 엄마의 머리가 침대 가장자리에 닿을 때까지 옆으로 밀었다. 이게 가장 안전한 자세다. 엄마가 혹시라도 자닥가 토할 경우를 대비해서, 메야는 조용히 방을 나가며 도망갈 구실을 찾았다.

 

위 장면에서도 마치 영화의 한 씬같이 서술되는데 있는 그대로의 서술에 적당한 묘사가 첨가되어 관객이 되어 엄마의 방을 보고 있는 듯하다. 딸이 엄마를 챙겨줘야만 하는 상황, 그래도 엄마가 죽지 않길 바라는 메야의 행동이 안타까웠다.

 

렐레와 메야의 과제는 언제쯤 끝나게 될까? 렐레는 딸을 찾지는 못해도 생사여부는 알아야만 하고, 메야는 토르비요른의 집도 칼요한의 집도 아닌 안전하고 평온한 곳에 정착해야만 한다. 어서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은 조급해지는데 범죄자의 면모가 너무 늦게 드러나고 범죄 행위의 사유는 급작스럽게 밝혀진다. 마무리에서 아쉬움이 남는 소설이었다.

 

한 이야기에는 딸을 너무나 사랑해서 집요하게 찾으러 다니는 아빠가 있고, 다른 이야기는 입에 담기조차 아까운 무책임한 엄마가 있다. 스릴러 장르의 맛이 녹아있으면서도 부모의 역할에 대해 묻는 두 이야기가 독자에게는 자칫 혼란스러움을 줄 수 있겠다. 장르물의 재미를 느끼고 싶은데 자꾸 부모 역할에 대한 물음이 떠오르거나, 부성애나 모성애에 대한 생각으로 치우치면 이 소설의 매력을 미처 다 즐기지 못하게 되는, 이도저도 아니게 될 수 있다. 그래도 이 책이 30대 작가의 데뷔작이니 차기작에서는 더 완성도 있는 소설을 만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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