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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심리학 - 알면 인정받고 모르면 헤매는
여인택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3년 9월
평점 :
군대심리학은 여인택 작가가 쓴 책이다.
작가 여인택은 2013년 제대한 따끈따끈한(?) 예비역 군인이며
더불어 미국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재원이다.
또, 세계한인학생회 연합회를 설립할 정도로 리더쉽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작가의 군생활 역시 화려하다.
통신병을 하면서 군종병과 고충상담병 등 다양한 업무를 병행하였으며
군생활 도중 무려 7번의 표창을 받기도 한다.
제대한지 얼마 안된 심리학 전공자..
그리고 고충상담병을 역임했던 저자가 내놓은
'군대심리학'은 어떤 책일까?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나서
군대를 배경으로 한 심리학책이라고 느꼈다.
보통 제목에 군대가 들어가는 책은
훈련소 입소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훈련기간 중에는 어떤 훈련을 받는지
자대 배치 후 어떤 일들이 있는지
등에 대해 상세하게 써있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런 내용들은 거의 없고
군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행동양식을
심리학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심리학책에 가깝다고 본 것이다.
사실 군대를 제대한 예비역으로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군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심리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왠지 학문적인 느낌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던
나의 군생활 풍경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군대 내에서도 심리학에 적용할만한
내용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서, 군대에서 내무검사를 그렇게 칼같이 하는 이유는
깨친 유리창의 법칙과 연관성이 있다.
솔직히 점호시간에 모포각이 조금 가라앉은걸 가지고
심각한 분위기를 만드는게 어이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깨친 유리창 하나, 즉 사소한 결점 하나가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있듯
사소한 흐트러짐이 큰 조직을 무너뜨리고 기강을 흐트러트릴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또, 군대에서 일반적으로 듣는 말 중에
'나는 뺑이치는데 저 놈은 꿀이네(우리때는 빵실하다는 표현을 씀)'라는 표현이 있다.
이것은 심리학적으로 나보다 남의 좋은 점만 보게 되는
그런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군대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지적을 자주 받는
관심사병 (일명 고문관)은
주변의 '기대효과'와 관련이 있다.
기대효과가 큰데 비해 해당 병사가 그 기대효과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그만큼 실망의 정도도 커지고
이것이 계속 관심사병을 향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 더 얘기하자면
첫인상 효과라는 것도 있는데
처음에 잘 보이면 아주 오랫동안 편하고
처음에 잘못 찍히면 아주 오랫동안 불편하다는 것은
군대 뿐 아니라 어느 조직에서나
통하는 진리라고 생각된다.
학창시절에도 선생님한테 한번 찍힌 학생은
1년 내내 그 선생님에게 꾸지람듣고 혼나면서
고생하는 경우를 보았다.
군대에서도 한번 찍히면 상당기간 동안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회사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다.
이같은 군대를 배경으로 한 심리학은
굳이 군대가 아니더라도 통용되는 부분이 많아서
흥미를 가지고 볼만한 내용이다.
이 책은 이밖에도
후임시절 잘 보내는 법과
선임시절을 잘 보내는 법 등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다.
잘 모르는 분은
선임시절을 잘 보내는 법이 따로 있느냐고 하겠지만
선진병영이 트랜드화된 지금은
선임이 후임을 요령껐 잘 리드하고 끌어주는 것도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이는 제대 후 사회생활시 관리자급이 되었을때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군대에서 가장 가슴 아픈 내용 중 하나인
커플간의 생이별에 대한 것도 다루고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내용들을 보다보면
책 한 권이 금새 읽혀지는데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이 책이 군대를 배경으로 한 심리학 책에 가깝기 때문에
군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상세히 알고 싶다던가
또는 군대내에서 있던 에피소드를 자세히 보고 싶다던가
하는 독자라면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심리학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싶어하는
심리학 관심 독자가 더 유용하게 볼 수 있는 책으로 보인다.
다시말해 이 책은 어쩌면 군생활을 잘한 사람이
자신의 군생활을 심리학적으로 해석해 본 책 정도로
판단할 수도 있어 보인다.
군대를 가기 전 불안한 사람과 군대 내에서 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당장 큰 위안이 될 것 같아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군대라는게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효율적인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낭비가 될 수도 있으므로
군대 마인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차원에서
군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같은 심리학 책을
접하는게 도움이 안 될 이유는 없다.
어찌되었든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부디
이 책을 읽은 저자만치
열정적이고 활기찬
군생활을 하고서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