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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는 글쓰기 - 치유하는 자기 이야기 쓰기
이남희 지음 / 연암서가 / 2013년 7월
평점 :
힐링이 각광을 받는 시기이다.
텔레비젼 방송 중에도 힐링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이 있고,
일반 강의 프로그램 중에서도
힐링이라는 말이 붙은 강연이 적지 않다.
우리 중에 지치고 상처받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다.
글쓰기도 힐링에 속하는 대표적 활동 중 하나이다.
글쓰기 치료라는 것은
대중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던 치유방법으로 알고 있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그 당시를 반추하면서
치유의 기능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이남희는
이 글쓰기 치유에 대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한겨레교육센터라는 곳에서
글쓰기 치유관련된 강의를 오래 전부터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 한겨레교육센터 강의 중
펼쳐졌던 강의안과 수강생들이 내놓은 원고를
정리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을 펼쳐보면 자기 자신의 정신세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꽤나 흥미있게 받아들여질 내용들이 자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페르소나와 무의식, 콤플렉스 등의
내용을 접하면서
스스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같이 이론적으로 주어지는 내용이
나의 정신상태를 되짚어보고 싶게 만든다.
그 외의 수강생들이 작성한 원고들 역시
남의 이야기지만
그 상황에 몰입하게 하면서
정신분석을 돕는다.
책의 내용이 무척 방대하지만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 중
몇 가지를 쓰자면,
첫째 자기 이야기를 쓰되
묘사문 형태로 쓰라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쓰되
그것이 마치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하게 써야 한다.
다른 사람이 읽더라도
그것이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묘사라는 말이 '그림 그리듯이' 라는
의미를 갖고 있음을 볼 때
그만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을
최대한 살려내서
현실감있게 써내라는 뜻이다.
두번째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성향이나 태도는
의식이 발달하기 전인
유년기에 생성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나의 정신세계를 제대로 분석하고
더 나아가 치유의 효과까지 바라보는 입장이라면
최근보다는 과거의 기억을
찾는데 주력하는게 바람직하다.
여기서 과거라는 것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아주 어린 유년기를 말한다.
세번째는 자기 이야기를 쓸때 너무 꾸며서 잘 쓸려고 할 필요가 없다.
자기 치유 글쓰기는 말 그대로 치유에 목적을 둔 것이기 때문에
비문은 아닌지, 글의 호응은 잘 맞는지에 대해
신경쓰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옮기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외에도 더 많은 주의사항들이 책에 있는데
이들을 보고 잘 지키면 자기 발견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보고
일기도 쓰고 예전 일을 떠올려
주제를 잡고 글을 써보는 일도 해보았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나 스스로
무의식적으로 억제하고 있는 기억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주제의 일을 기억할때마다
꼭 괴로웠던 부분에 대하여서는
기억을 방해하는 내 몸의 방어기재가 작동하는 느낌이었다.
그러한 내용을 억지로 끄집어내
글로 쓰다보니
이번에는 가슴이 타오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꾹꾹 눌러왔던 일이나 사건을
내면에서 끄집어내니
심정적인 고통이 따르는 것인데,
이때의 상태는 정말
가슴을 부여잡고 신음소리가 계속 이어지는
그런 수준이었다.
공연히 과거의 부정적 기억을 끄집어내서
정신상태를 더 악화시킨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정적 고통이 큰 작업이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 부정적 기억과 무의식속에 자리한 좋지 않은 편린들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장치를 파악하지 못했었다는 점이다.
쓰레기통을 엎어버렸는데
다시 쓰레기를 담는 방법을 몰라
계속 그 악취를 맡아야하는 그런 상황...
다행이 책을 보면서
그런 내 기억 중 많은 부분은
이해가 됐고 치유의 방법도 어느정도 알게 된 것 같다
물론 단기적이고 쉬운 방법은 아니겠지만...
가능하다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룹을 만들어
서로가 서로에게 조언을 준다면
치유가 좀 더 효과적일 듯 하다.
또한 스스로 내 정신을 돌아보면서
느낀 중요한 부분은
무의식 중에 같은 행동방식을 반복하고
그러한 문제때문에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어려움을 겪는
일이 일생을 통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힘들었던 일을 힘겹게 끄집어내보면
사실 그 힘들었던 일은
그보다 몇년전, 몇십년 전에도
반복적으로 나를 힘들게 했던 문제였다.
따라서 지금에라도 누르고 있기보다
반복되는 형태의 부정적 기억들을 찾아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나를 만나는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한 치유의 과정을 담고 있다.
세상의 모든 치유와 치료과정이 그렇듯
고통없는 완치는 기대하기 힘들다.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정신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라면
우선적으로 병원에 찾아가봐야 겠지만
그와 더불어 글쓰기 치료도 고민 중이라면
그 과정에서 오는 고통도
어느정도 감내할 각오를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이 책과 같이
치유에 대해 조언해줄 수 있는 교재와
함께 한다면
고통을 줄이면서
효과를 높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