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편의점 4 : 투자 - 어린이 경제 교육 동화 자본주의 편의점 4
정지은.이효선 지음, 김미연 그림, 이성환 감수 / 가나출판사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딩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리얼 서평입니다



요즘 살다 보니 “돈이 다는 아니다”라는 말을 참 자주 듣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마음이 편안한 순간이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웃는 시간도 결국은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좀 씁쓸하지만 사실은 사실인 것 같기도 합니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돈이 중요하다는 건 너무 잘 알면서도, 정작 그 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는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는 수학 공식은 열심히 가르쳐주지만, 내가 번 돈을 어떻게 쓰고, 또 어떻게 불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던 것 같지 않을까요.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도 남들이 좋다고 하면 덜컥 투자했다가 속상해지는 일이 생기는 게 아닐까, 혼자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번에 읽은 <자본주의 편의점 4: 투자>는 그런 제 마음을 조금 정리해준 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이 귀엽다고만 느꼈는데, 읽다 보니 의외로 내용이 단단해서 놀랐습니다. 특히 ‘기회비용’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에게 설명하기 막막했던 단어인데, 편의점에서 오늘 간식을 살지, 내일을 위해 참을지를 예로 들어 풀어주니 저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선택하면 다른 무언가는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 그 포기한 가치까지 생각하는 게 진짜 선택이라는 말이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수익률 설명도 인상 깊었습니다. “얼마 벌었어?”가 아니라 “원금이 얼마였는데?”라고 묻는 습관을 들이게 해주는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100만 원에서 만 원을 번 것과, 만 원에서 만 원을 번 것은 다르다는 이야기를 아이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니 숫자에 약한 저도 이해가 쉬웠던 것 같습니다.


대출과 신용에 대한 내용도 균형 있게 다뤄집니다. 빚은 무조건 나쁘다고만 생각했는데, 잘 활용하면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주니 생각이 조금 넓어진 느낌이었습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사건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어서 놀라웠습니다. 욕심과 무리한 대출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차분히 짚어주니, 요즘 같은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같은 자산도 편의점 물건처럼 비유해 설명해주니 훨씬 친근했습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분산의 원칙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희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인데, 옆에서 같이 읽으며 설명해주니 생각보다 잘 이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돈 버는 법을 알려주는 안내서라기보다, 자본주의라는 바다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지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잔소리 대신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요. 아이에게는 어쩌면 오래 기억에 남을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자본주의편의점4 #정지은 #가나출판사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 - 도망친 곳에서 인생을 다시 짓다
패트릭 허치슨 지음, 유혜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리얼 서평입니다 


회사 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스무 해가 훌쩍 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그저 조직이라는 거대한 기계의 작은 부품처럼 지내온 것 같기도 합니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먹먹해지는 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은 점점 익숙해져서 주변에서 “이제 전문가 아니냐”고 말해주기도 하는데요, 이상하게도 마음 한쪽은 계속 비어 있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이 큰 회사 안에서 정말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건지, 가끔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내일 당장 사라져도 회사는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지 않을까 싶은 허탈함도 있습니다. 또 이 울타리를 벗어나면 저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이 쌓여서인지, 요즘은 자꾸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다 우연히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는데, 바로 내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입니다. 출판사는 웅진지식하우스라고 합니다.


이 책은 노르웨이 작가 아레 칼보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도시에서 살던 저자가 갑자기 숲속 오두막을 사면서 겪는 좌충우돌 기록인데요, 흔한 힐링 에세이와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연을 동경해서라기보다, 왜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는지 이해해보고 싶어서 시작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어쩌면 저도 회사를 사랑해서 다니는 게 아니라, 다른 삶을 상상하기 어려워서 붙들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오두막 생활은 낭만보다는 현실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물도 직접 길어야 하고, 난방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합니다. 버튼 하나로 해결되는 도시의 편리함과는 전혀 다르지요. 그런데 저자는 그 불편함 속에서 묘한 충만함을 느낀 것 같았습니다. 직접 움직여 얻은 따뜻함이 더 깊게 남는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저도 괜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특히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오래 남았습니다. 도시에서는 실수가 곧 평가로 이어지지만, 숲에서는 그저 하루의 에피소드가 될 뿐이라고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은근히 위로가 되었습니다. 인생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잠시 내려놓을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 당장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날 용기는 저에게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차가운 숲 공기가 제 책상 위로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잠깐 숨을 고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힘을 얻는 시간이었다고 적어두고 싶습니다. 이런 시간이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내작은숲속오두막으로 #패트릭허치슨 #웅진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내작은숲속오두막 #숲속의작은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통 어른의 먹고사니즘 - 지지 않고 지치지 않고 유쾌하게 사는 법
김정주 지음 / 포르체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요즘 따라 마음이 괜히 축 처지는 날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서점에 가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성공한 사람들의 책이 쭉 깔려 있고, SNS를 열면 다들 이미 큰 부자가 되어 여유롭게 사는 모습뿐인 것 같더라고요. 마치 저만 제자리걸음을 하는 기분이랄까요. ‘저는 어디까지 가야 만족할 수 있을까요?’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던 것 같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렇게 남과 저를 끊임없이 견주는 습관이 저를 더 지치게 만든 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요즘 사회 분위기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들 비슷하게 일하고 비슷하게 고민하며 살아가는데, 화면 속 화려함이 우리의 일상을 초라하게 보이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방향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반짝이는 성공담보다는 평범한 사람의 솔직한 기록을 읽어보면 어떨까 싶었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김정주 작가님의 《보통 어른의 먹고사니즘》을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부터 왠지 제 이야기 같아서 손이 갔던 것 같습니다.


책 속에는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해본 한 사람의 시간이 담겨 있었습니다. 택배 현장 일부터 목욕탕 청소, 편의점 근무, 배달 플랫폼 일, 대리운전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마음이 자주 먹먹해졌습니다. 특히 새벽 공기 속에서 물에 젖은 채 청소를 이어가는 장면에서는, 삶을 버틴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저라면 과연 견딜 수 있었을까요.


플랫폼 노동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는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막연히 ‘필요하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일이 생각보다 훨씬 고단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를 그렇게 버텨내는 가장들의 마음은 어떨지, 괜히 숙연해졌습니다.


신혼 시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제 예전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좁은 방에서 미래를 상상하지도 못한 채 하루를 흘려보내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는 그때 쉽게 포기했던 것 같은데, 작가는 끝까지 글과 책을 붙잡고 있었다는 점이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결국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며, 사람은 생각보다 강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스쳐 지나갈 노동일지 몰라도, 그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지키려는 태도가 참 인상 깊었습니다. 대리운전 중 만난 사람들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문장에서는 묘한 유머와 따뜻함도 느껴졌습니다. 글을 읽으며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이후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는 과정도 참 좋았습니다. 자유롭게 글을 쓰게 하며 아이들의 생각을 끌어내는 장면을 읽으니, 배움이라는 게 결국 사람을 살리는 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이런 선생님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을 덮으면서는,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오늘을 성실히 살아내는 일이 더 값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지켜내는 삶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작가님이 지금 엄청난 부자가 아니어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고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잘 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저도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저만 뒤처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기분이랄까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분들께 조심스레 권해보고 싶습니다. 저 역시 한동안은 이 책을 곁에 두고 다시 펼쳐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통어른의먹고사니즘 #김정주 #포르체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 과학으로 헤쳐 나가는 죄악의 세계
가이 레슈차이너 지음, 이한음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독서 후 남기는 리얼 서평입니다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이 계속 나와서 마음이 괜히 철렁 내려앉는 날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은 왜 타인을 해치려는 선택을 하게 되는 걸까요? 그 충동의 뿌리는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지, 혼자 계속 생각만 하다가 답을 찾지 못했는데, 최근에 읽은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이 그 실마리를 조금은 알려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감정이라는 게 그냥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기분 같은 것이라고만 여겨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감정이 사실은 생존을 위해 뇌가 설계해 둔 전략 체계라고 설명하더라고요. 슬픔이나 분노, 질투 같은 감정도 나약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특정 뇌 영역과 신경전달물질의 작용 결과라고 하니, 괜히 제 자신을 탓해왔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내 안의 ‘괴물’이라고 불렀던 감정들도 어쩌면 고장 난 부분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장치였던 건 아닐까요.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전두엽과 충동 조절의 관계였습니다. 우리가 사회적 규범 안에서 욕구를 다스릴 수 있는 이유가 이마 쪽 뇌 영역 덕분이라는 설명이 나오는데, 그 기능이 약해지면 충동 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범죄를 옹호하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도덕성 이전에 생물학적 조절 장치의 이상이라는 관점은 꽤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괴물처럼 보이는 사람도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성 정체성에 대한 뇌과학적 연구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개인이 인지하는 성별과 관련된 뇌 구조가 생물학적 성별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이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뇌 발달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을 읽으며, 사회적 갈등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게 된 것 같습니다.


나르시시즘과 열등감에 대한 부분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겉으로는 과하게 자신감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존감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는 점, 공감 회로의 기능 저하가 타인을 깎아내리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을 보며 인간 심리가 참 복잡하다고 느꼈습니다. 나태함 역시 의지 부족이 아니라 도파민 회로의 기능 저하일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괜히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제 모습이 단순한 게으름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망상과 관련된 범죄 사례를 다루는 장도 충격적이었습니다. 믿음을 검증하는 뇌의 필터 기능이 손상되면 비현실적인 생각을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설명을 읽으며, 인간의 확신이라는 것이 얼마나 연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이 책을 덮고 나니, 분노보다는 이해에 가까운 감정이 남은 것 같습니다.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자책해왔던 분들이나, 타인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 때문에 힘들었던 분들께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서운 사건들로 불안해진 마음을 과학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습, 그게 우리 사회를 조금은 더 단단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래스메이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요즘 책 고르다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신작 글래스메이커를 보게 되었는데, 제목부터 왠지 반짝거리는 느낌이라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습니다. 예전에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믿고 집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나 시대와 소재 선택이 쉽지 않은데도, 작가님은 늘 그 어려운 걸 해내시는 분인 것 같아요.




이번 이야기는 베네치아 근처 무라노섬의 유리 세공사들을 중심으로 흘러가는데, 유리라는 재료가 이렇게까지 감정적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묘사가 섬세했습니다. 투명하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뜨겁고 위험한 재료라는 점이 인물들의 삶과 참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읽다 보니 유리 공방의 열기와 냄새까지 상상하게 되는 걸 보니, 확실히 작가의 필력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설정은 시간의 흐름이었습니다. 15세기 후반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데, 주인공 오르솔라는 세월에 비해 아주 천천히 늙어갑니다. 무라노의 시간은 바깥세상과 다르게 흐른다는 설정 덕분에, 역사책에서나 보던 사건들을 한 사람의 시선으로 계속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도 같이 그 자리에 오래 머무른 기분이 들어서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졌던 것 같아요.


이야기 속 무라노 사회는 여성에게 꽤나 가혹한 공간이었는데, 불 근처에 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습니다. 시대와 지역이 달라도 비슷한 억압이 반복된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런 환경 속에서도 오르솔라가 자신의 길을 놓지 않는 모습은 조용하지만 단단해서 더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안토니오라는 인물도 기억에 남습니다. 유리 장인 집안 출신이 아닌 외부인이라서인지, 오히려 기존 질서에 덜 얽매이고 새로운 시선을 가져오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전통과 명성에 집착하던 인물들과 대비되면서, 유리가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삶을 이어가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해졌던 것 같습니다.


술잔, 구슬, 돌고래라는 상징들도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특히 오르솔라가 만드는 작은 구슬들이 세계로 퍼져나가며 생계를 지탱한다는 설정은, 화려함보다 지속되는 힘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작지만 단단한 것들이 결국 오래 남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마지막에 현대의 베네치아를 마주하는 장면은 읽고 나서도 한동안 여운이 남았습니다. 대량 생산과 관광 상품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의 손으로 숨을 불어넣는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언젠가 베네치아에 가게 된다면, 무라노섬의 유리 가게를 그냥 지나치진 못할 것 같아요.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곳의 유리가 전보다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래스메이커, #트레이시슈발리에, #소소의책,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