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 과학으로 헤쳐 나가는 죄악의 세계
가이 레슈차이너 지음, 이한음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독서 후 남기는 리얼 서평입니다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이 계속 나와서 마음이 괜히 철렁 내려앉는 날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은 왜 타인을 해치려는 선택을 하게 되는 걸까요? 그 충동의 뿌리는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지, 혼자 계속 생각만 하다가 답을 찾지 못했는데, 최근에 읽은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이 그 실마리를 조금은 알려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감정이라는 게 그냥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기분 같은 것이라고만 여겨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감정이 사실은 생존을 위해 뇌가 설계해 둔 전략 체계라고 설명하더라고요. 슬픔이나 분노, 질투 같은 감정도 나약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특정 뇌 영역과 신경전달물질의 작용 결과라고 하니, 괜히 제 자신을 탓해왔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내 안의 ‘괴물’이라고 불렀던 감정들도 어쩌면 고장 난 부분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장치였던 건 아닐까요.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전두엽과 충동 조절의 관계였습니다. 우리가 사회적 규범 안에서 욕구를 다스릴 수 있는 이유가 이마 쪽 뇌 영역 덕분이라는 설명이 나오는데, 그 기능이 약해지면 충동 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범죄를 옹호하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도덕성 이전에 생물학적 조절 장치의 이상이라는 관점은 꽤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괴물처럼 보이는 사람도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성 정체성에 대한 뇌과학적 연구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개인이 인지하는 성별과 관련된 뇌 구조가 생물학적 성별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이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뇌 발달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을 읽으며, 사회적 갈등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게 된 것 같습니다.


나르시시즘과 열등감에 대한 부분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겉으로는 과하게 자신감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존감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는 점, 공감 회로의 기능 저하가 타인을 깎아내리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을 보며 인간 심리가 참 복잡하다고 느꼈습니다. 나태함 역시 의지 부족이 아니라 도파민 회로의 기능 저하일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괜히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제 모습이 단순한 게으름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망상과 관련된 범죄 사례를 다루는 장도 충격적이었습니다. 믿음을 검증하는 뇌의 필터 기능이 손상되면 비현실적인 생각을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설명을 읽으며, 인간의 확신이라는 것이 얼마나 연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이 책을 덮고 나니, 분노보다는 이해에 가까운 감정이 남은 것 같습니다.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자책해왔던 분들이나, 타인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 때문에 힘들었던 분들께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서운 사건들로 불안해진 마음을 과학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습, 그게 우리 사회를 조금은 더 단단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