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초등 경제 수업 - 기자 엄마가 신문 기사로 알려 주는 어린이 경제 필수 지식
박지애 지음 / 처음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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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는 바로 ‘넓은 관점’입니다. 복잡다변한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물과 현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지요. 이러한 통찰력을 기르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강력한 도구는 바로 활자, 그중에서도 책과 신문입니다. 본 도서는 어린이에게 이러한 ‘시야의 확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매우 실제적이며 일상적인 매개체로 작용합니다.




저희 아이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1학년입니다. 다행히도 어릴 적부터 책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준 덕분인지, 책은 이제 놀이 친구처럼 익숙한 존재가 되었지요. 제가 아이에게 자주 들려주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책은 누군가가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지혜와 경험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배울 수 있는 가장 값진 자산이야.”

이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AI 시대,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은 이제 상식에 가깝지만, 그보다도 더 먼저 길러져야 할 자질이 있습니다. 바로 **삶을 읽어내는 감각, 즉 '라이프 리터러시'**입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 사회적 변화가 우리의 소비 형태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교묘하게 진화하는 사기 수법을 인지하고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은 그 무엇보다 실질적인 생존의 기술입니다.

많은 이들이 뉴스나 정보에 노출되고 있음에도, 정작 어떤 것이 진실이고 허상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상황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경제 교양서로 머무르지 않고, 삶에 기반한 실전 감각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내용 구성 또한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이론을 단순히 나열하는 방식이 아닌, 실생활과 연결지어 아이들이 쉽게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채상욱 애널리스트나 홍춘욱 이코노미스트와 같은 신뢰도 높은 전문가들의 추천이 그 깊이를 방증합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이지만, 경제에 대한 핵심 원리를 충실히 담고 있어 학습 효과 면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특히 부모와 자녀가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유도하는 ‘독후활동’은 매우 훌륭한 교육적 장치였습니다. 유대인의 ‘하브루타’ 교육처럼, 밥상머리에서 자연스럽게 토론하고 서로의 관점을 나누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돕는 구성이 돋보였습니다. 저희 가족도 매일 저녁 식사 후 이 책을 한 페이지씩 함께 읽으며, 경제적 사고와 사회적 감각을 자연스럽게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채소 가격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지인의 농장에서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수확을 포기하고 밭을 갈아엎었다는 실화를 아이와 나누며,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 개념이 단순한 교과서 지식이 아닌, 생계와 직결되는 실질적인 현실임을 생생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실제 사례를 통해 아이는 ‘경제’라는 추상적 개념이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체감하게 되었고, 저 역시 한층 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아이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제공해주며, 나아가 살아가는 감각과 판단력을 길러주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도서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들이면서도, 그 안에 담긴 배움의 밀도는 결코 얕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아이만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부모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아이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받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라이프 리터러시에 관심 있는 모든 가정, 특히 밥상머리에서 자녀와의 의미 있는 대화를 꿈꾸는 부모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권하고 싶습니다. 책을 통한 성장은 아이만이 아닌, 가족 전체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하루10분초등경제수업, #하루10분경제, #초등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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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망치 - 낡은 생각을 부술 때 시작될 삶의 변화
호리에 다카후미 지음, 김정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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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독서 후 남기는서평입니다


최근에 접한 『생각 망치』는 오랜 시간 우리가 의심 없이 받아들여온 ‘성공’과 ‘생산성’ 중심의 가치체계를 단호하게 해체하며, 다가오는 시대를 살아가는 데 요구되는 사고의 전환점을 제시하는 책이었습니다. 단순히 자극적인 메시지로 흥미를 끌고 마는 흔한 자기계발서와는 결이 다르며, 오히려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유도하는 하나의 인문학적 제안서처럼 느껴졌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그동안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던 당연한 규범들이 하나둘씩 해체되는 과정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 우물만 파라’는 식의 조언이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시대라는 주장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저자인 호리에 다카후미는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경쟁력은 단일한 전문성보다는 다방면에 걸쳐 몰입할 수 있는 유연성과 융합적 사고에서 비롯된다고 역설합니다.




또한 그는 ‘완벽함’보다 ‘완료’가 더 큰 가치를 갖는다고 강조하며, 억지로 꾸려가는 삶이 아닌 자발적 몰입이 가능한 활동에 에너지를 집중할 때 진정한 성취가 가능하다는 점을 짚어냅니다. 이는 우리가 그동안 '생산성'이라는 이름 아래 벌여왔던 많은 활동이 실은 외부의 인정과 기대에 부응하려는 움직임이었다는 통렬한 자각으로 이어지게 만듭니다.

읽는 내내 불현듯 떠오른 또 다른 책의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시선에 과도하게 얽매인 나머지, 어떤 일에서든 중도 포기를 '패배'로 규정하고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의 딜레마를 다룬 이야기였죠. 그러한 굴레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자기 내면에 '대피소' 같은 공간을 마련하라는 조언이 떠올랐습니다. 도망치는 것이 곧 포기가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한 지혜로운 선택일 수 있다는 관점은 이 책의 핵심 메시지와도 깊이 닿아 있었습니다.


『생각 망치』는 또한 ‘산만함’이라는 성향에 대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조명을 시도합니다. 일반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이 기질을, 다양한 분야를 짧은 시간에 빠르게 체험하고 적응하는 능력으로 해석한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의 사회는 하나의 일에 지속적으로 몰입하지 않으면 성실하지 못하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경향이 강한데요, 이 책은 그런 시선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오히려 자신만의 전략적 삶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그러한 성향을 활용하라고 제안합니다. 이 대목은 많은 독자들에게 위안이자 새로운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결국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태도’가 인생의 본질이라는 메시지로 정리됩니다. 


계획대로만 살 수 없는 인생, 커리어나 자산에만 집착하는 삶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저자의 통찰은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특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 문장은 쉽게 잊히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청춘을 희생하며 미래를 위해 모든 감각을 저당 잡히는 삶은, 결국 그 미래에 가서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감흥조차 남아 있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독자에게 ‘누구를 위한 성공인가?’, ‘무엇을 위한 자산 증식인가?’, ‘어떤 기준의 행복을 좇고 있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며,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후회 없는 몰입과 즐거움이 조화를 이루는 삶이야말로, 궁극적인 인생 철학으로 완성되어야 함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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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대전환 - 인구소멸의 위기를 기회로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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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둘러싼 경제 흐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중국의 압도적인 경제 확장과 제조 비용 측면의 경쟁력, 그리고 기술혁신 측면에서의 상대적 부진이 겹치면서, 한국 역시 일본식 장기침체로 이어지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불안한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무역과 경제 실무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다고 자부해 왔지만, 요즘 주변 동료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비관적이고 냉소적이라, 어딘가 모르게 갑갑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가운데 읽게 된 『일본 경제 대전환』은 과거 오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일본이 다시 한 번 경제 회복의 모멘텀을 모색하는 과정을 깊이 있게 조망한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경기 사이클에 대한 설명에 머무르지 않고, 고령화의 심화, 자산관리의 새로운 방향성, 그리고 금융산업의 구조적 진화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일본 경제가 어떻게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합적인 시각을 제시합니다. 특히 일본의 현재가 한국의 미래를 어느 정도 비춰주는 거울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외국 사례 이상의 통찰을 얻을 수 있었던 독서였습니다.




저자는 특히 일본이 이미 ‘초고령사회’라는 새로운 인구학적 국면에 접어들면서, 개인 재무계획에 있어서도 생애 전반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해졌다고 강조합니다. 단순히 자산을 불리는 것을 넘어, **장수 리스크(long life risk)**에 대비하는 전략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NISA나 iDeCo와 같은 세제 우대형 금융상품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민간 부문에서는 요양서비스 산업이나 신탁금융 상품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요. 이러한 흐름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비록 우리도 IRP나 ISA 등 다양한 절세형 상품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 또래의 사람들이 과연 충분한 노후 준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일본의 금융정책 전환이었습니다. 아베노믹스를 통해 단행된 양적완화, 재정 확대, 구조개혁이라는 삼중 전략은 일시적인 경기 부양책에 그치지 않고, 일본 경제의 뿌리 깊은 저성장 체질을 전환하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나타난 ‘초엔저 현상’은 수출 의존형 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시키며, 자본시장과 실물경제 모두를 동반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냈다고 저자는 분석합니다.


한동안 아베노믹스에도 좀처럼 반응하지 않던 일본 경제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탈디플레이션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저자의 진단도 흥미롭습니다.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못한 충격이 오히려 구조적 전환의 촉매가 되었고, 이 시점을 기점으로 주식시장과 가계소득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물론 이 같은 반등이 지속 가능한 회복세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장기간 침체 이후 경제가 재도약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 경제에 일정한 함의를 제공한다고 느꼈습니다.


책 후반부에서 다룬 노동시장과 조직문화의 유연화 또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일본은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라는 이중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년 연장, 겸직 허용, 근무 방식의 다양화 등 제도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유연한 전환은 과거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했던 ‘경직된 위계문화’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조직 내 연공서열 중심의 문화, 상명하복의 고정된 구조는 이미 일본 내부에서도 점차 해체되고 있으며, 이는 결국 한국 사회도 변화의 방향성을 모색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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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의 거리 -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 뉴욕 억만장자 거리에 숨겨진 이야기
캐서린 클라크 지음, 이윤정 옮김 / 잇담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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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독서 후 남기는 리얼 서평입니다 



부동산은 결코 고정된 자산이 아닙니다. 한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적 흐름에 따라 그 가치와 역할이 끊임없이 재편되며, 때론 도시의 성장 동력이 되기도 하고, 때론 몰락의 상징이 되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세계 최강국으로 손꼽히는 미국, 그리고 그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의 부동산 역사를 따라가 본다는 것은 단순한 지역의 스토리를 넘어서, 세계 자본주의의 흐름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계기가 됩니다. 저는 바로 이 관점에서 *《억만장자의 거리》*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도시의 진화'와 '자본의 세계화'라는 두 축을 바탕으로, 맨해튼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어떻게 전 세계 초부유층의 자산 도피처로 변모했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단순히 스카이라인을 가득 채운 고층빌딩의 연대기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깔린 인간의 탐욕, 정책의 방향성, 그리고 도시 구조의 변화 과정을 입체적으로 해석해 줍니다. 읽는 내내 저는 서울이라는 또 하나의 과밀화된 도시의 미래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되었고, 도시가 수용 가능한 부의 밀도란 과연 어디까지일까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뉴욕 중심가 57번가와 5번 애비뉴가 만나는 '궁전의 모퉁이'에서 시작되는 초고가 주거지 탄생의 서사였습니다. 올림픽 타워라는 상징적 프로젝트가 첫 신호탄이 되었고, 이 건축물을 주도한 이는 다름 아닌 그리스의 해운 재벌,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였습니다. 그는 이 고급 콘도를 통해 외국인 자본을 뉴욕 부동산 시장에 대거 유입시켰으며, 이는 훗날 트럼프 가문이 주도한 고급 부동산 붐의 전조로 작용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외국 자본이 도시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 사례가, 현재 서울의 주요 재개발 구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외국인 투자 확대 흐름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뉴욕의 과거를 서울이 시간차를 두고 되풀이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책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를 중요한 전환점으로 다룹니다.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흔들리던 그 시기, 자본은 신뢰할 수 있는 실물 자산을 찾아 움직였고, 뉴욕은 그들의 ‘안전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이 신뢰는 단기간에 구축된 것이 아니며,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도시 인프라, 정치적 안정성, 문화적 상징성의 총합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자본은 결국 ‘스토리’를 따르고, 뉴욕은 그 누구보다 강력한 내러티브를 가진 도시였던 거죠.


하지만 모든 상승에는 그림자가 뒤따르듯, 무분별한 개발과 과잉 공급이 결국 시장의 균형을 무너뜨립니다. 수많은 초고층 콘도가 들어섰고, 이들 중 일부는 수요 부족과 관리 비용 증가, 그리고 공실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기대와는 달리 가격 상승은 제한적이었으며, 투자자들은 수익 대신 리스크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 결과, 여러 프로젝트는 자금 유동성 문제로 중단되거나, 법적 분쟁으로 번지며 건설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냉소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산시장의 조정 이후엔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하며, 혁신은 늘 기존의 자본이 집중된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다시 피어난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단순한 순환이 아닌, 경제·사회적 구조의 반복된 진화 과정이라는 점에서 깊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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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경제학 - 시장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힘
노영우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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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부모 세대가 힘겨운 노동 속에서도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함께 살아가는 이들 모두가 비슷한 삶의 궤도 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삶이 고단했던 만큼 그 고단함은 공통된 감정이었고, 그러한 동일성은 자연스럽게 공동체적 유대를 낳았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구 하나 특별히 뒤처지거나 앞서 있다는 감각 없이 모두가 ‘함께’ 버티고 있다는 확신 덕분이었죠.


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세대는 그와는 전혀 다른 풍경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중산층에 속한 이들은 ‘공정한 경쟁’이라는 가치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정작 현실은 이념과 동떨어진 양상을 보입니다. 성장 배경부터 자산 규모, 교육 기회에 이르기까지 출발선 자체가 극명하게 나뉘며, 비교할 수 없는 조건의 사람들과 동일한 경주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은 일종의 구조적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 불안의 근원을 치밀하게 들여다봅니다. 단순히 중산층이라는 하나의 계급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곧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정서와 세계관을 설명하는 핵심어라는 인식을 제시합니다. 책장을 넘기며 가장 깊이 공감했던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중산층’은 더 이상 단순한 소득 구간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의 현재 좌표를 가장 정교하게 설명해주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요.


이 책은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서로 독립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한국 사회의 흐름에 맞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서울올림픽 이후 탄생한 중산층의 태동, 자영업과 부동산을 중심으로 재편된 경제 구조, 그리고 이 계층이 만들어낸 평등주의적 시민 감각 등은 사회사적 흐름과 맞물려 면밀히 분석됩니다.

또한 ‘욕망’, ‘회색’, ‘공정’, ‘지대’ 등 여러 개념을 통해 중산층의 정치·경제적 성향을 해부하며,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글로벌 경제 변수 속에서 중산층이 취해야 할 전략적 태도를 안내합니다. 투자와 환율, 노후 준비 등 현실적인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도 꽤나 실용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단순한 이론서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인공지능,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인구 감소 등의 구조적 변화가 중산층의 존속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중산층의 욕망’에 대한 해석이었습니다. 대체로 합리성을 중시하고, 정치적으로도 극단보다는 중도를 선호하는 이들이 왜 결정적 순간에 정치판을 좌우하는 세력으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그 회색지대의 선택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움직이는지를 이 책은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회색 중산층의 마음’을 읽어낸 점을 지목한 대목은 정치와 경제가 결코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파트는 후반부, 거시경제의 흐름과 투자 전략을 다룬 부분이었습니다. 중산층은 본능적으로 ‘정보’를 신뢰하지만, 이미 대중에 퍼진 정보는 때때로 시장에서는 무의미하거나 늦은 판단일 수 있다는 경고는 날카로웠습니다. 시장의 흐름을 읽는 감각, 금리와 환율에 대한 기본적인 해석력, 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통찰력 등이야말로 지금 시대의 생존 조건임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강조합니다. 단순한 재테크 팁이 아닌, 장기적인 경제 감수성과 문해력(financial literacy)을 요청하는 그 지점이야말로 독자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매일같이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바쁜 이들에게, 책 한 권을 집어 들기조차 쉽지 않은 현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들을 위해 이 책은 존재합니다. 정보 과잉의 시대, 거짓과 왜곡이 뒤섞인 세계 속에서 스스로의 균형을 지키고 싶다면, 결국 텍스트와 통찰로 싸워야 합니다. 이 책은 그 싸움에서 확실한 무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자신 있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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