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대전환 - 인구소멸의 위기를 기회로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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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둘러싼 경제 흐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중국의 압도적인 경제 확장과 제조 비용 측면의 경쟁력, 그리고 기술혁신 측면에서의 상대적 부진이 겹치면서, 한국 역시 일본식 장기침체로 이어지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불안한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무역과 경제 실무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다고 자부해 왔지만, 요즘 주변 동료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비관적이고 냉소적이라, 어딘가 모르게 갑갑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가운데 읽게 된 『일본 경제 대전환』은 과거 오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일본이 다시 한 번 경제 회복의 모멘텀을 모색하는 과정을 깊이 있게 조망한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경기 사이클에 대한 설명에 머무르지 않고, 고령화의 심화, 자산관리의 새로운 방향성, 그리고 금융산업의 구조적 진화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일본 경제가 어떻게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합적인 시각을 제시합니다. 특히 일본의 현재가 한국의 미래를 어느 정도 비춰주는 거울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외국 사례 이상의 통찰을 얻을 수 있었던 독서였습니다.




저자는 특히 일본이 이미 ‘초고령사회’라는 새로운 인구학적 국면에 접어들면서, 개인 재무계획에 있어서도 생애 전반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해졌다고 강조합니다. 단순히 자산을 불리는 것을 넘어, **장수 리스크(long life risk)**에 대비하는 전략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NISA나 iDeCo와 같은 세제 우대형 금융상품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민간 부문에서는 요양서비스 산업이나 신탁금융 상품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요. 이러한 흐름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비록 우리도 IRP나 ISA 등 다양한 절세형 상품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 또래의 사람들이 과연 충분한 노후 준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일본의 금융정책 전환이었습니다. 아베노믹스를 통해 단행된 양적완화, 재정 확대, 구조개혁이라는 삼중 전략은 일시적인 경기 부양책에 그치지 않고, 일본 경제의 뿌리 깊은 저성장 체질을 전환하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나타난 ‘초엔저 현상’은 수출 의존형 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시키며, 자본시장과 실물경제 모두를 동반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냈다고 저자는 분석합니다.


한동안 아베노믹스에도 좀처럼 반응하지 않던 일본 경제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탈디플레이션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저자의 진단도 흥미롭습니다.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못한 충격이 오히려 구조적 전환의 촉매가 되었고, 이 시점을 기점으로 주식시장과 가계소득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물론 이 같은 반등이 지속 가능한 회복세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장기간 침체 이후 경제가 재도약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 경제에 일정한 함의를 제공한다고 느꼈습니다.


책 후반부에서 다룬 노동시장과 조직문화의 유연화 또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일본은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라는 이중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년 연장, 겸직 허용, 근무 방식의 다양화 등 제도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유연한 전환은 과거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했던 ‘경직된 위계문화’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조직 내 연공서열 중심의 문화, 상명하복의 고정된 구조는 이미 일본 내부에서도 점차 해체되고 있으며, 이는 결국 한국 사회도 변화의 방향성을 모색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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