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고 나면 따뜻한 고양이 걷는사람 에세이 12
길상호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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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관한 단상이라고 생각하였으나 과거의 이야기 추억을 이야기 하는 시간을 만났습니다.

고양이 4마리를 키우는 작가님의 일상을 엿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고양이와의 일상에세이라고 하여서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은 소재속에 들어가 있어 고양이를 키우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만나기 전에 가지고 있던 느낌은 아주 편한 책이며 (중간에 고양이 그림들이 상당히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아주 얇은 포캣북 형식이라 읽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동물을 소재로 한 책일 경우에는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는 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경험으로 4마리 고양이 물어, 운문이, 산문이, 꽁트의 일상을 들여다 보는 듯 하였습니다.

새벽에 다시 깨어났을 때 고양이는 나가고 없었지만,

나는 이 여관의 잠을 오래오래 잊지 못할 것이오.

여관 이름은 천일장이오.

자고 일어나면 천 일이 흐르고,

자고 일어나 보면 고양이와 사람이 뒤바뀌기도 할 것 같은

참 이상한 곳이라오.

<겨울 가고 나면 따뜻한 고양이> P 87중에서

그러나 왠지 울컥함이 느껴지는 시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릴적 시골생활의 단상들이 조금씩 떠오릅니다. 시골에서의 삶. 그곳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징검다리를 건너도 하늘의 별이 우수수 떨어질 것 같은 풍경을 만나고 우물속에서 들리는 소리에 오금이 저질 정도로 무서움에 떨기도 하였던 그 경험들이 책속의 이야기속에서 만나게 되어 과거로의 어행을 떠나온 듯 하였습니다.

추억에 관한 이야기가 책의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아버지와의 추억에 서려 있는 이야기들은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의 안타까움이 느껴졌습니다. 사소한 일탈 한번 해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아주 쉽게 일탈을 하는 작가님의 행동을 보면서 당당해짐이 필요한 시기에 당당해질 수 있었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행동들이 필요하였다는 과거로의 자책도 가져 봅니다. 무엇이 그리 두려웠던 것이었는지 세상은 참으로 두려움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성장한 것에 대한 아쉬움. 이끌어 줌을 받았으면 좋았을 것에 대한 속상함이 공존합니다.

거실 쪽에서 풍겨 오는 똥냄새, 오중 냄새.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고,

빈 그릇에 사료를 채우고,

물을 갈아 주고,

다시 방에 들어온 나를 보더니 고양이들은 이제 좀

흡족한 모양이다.

이왕 이렇게 된거 일과를 시작해 볼까,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는데 방석 위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물어가 눈에 들어온다.

아침의 이 소동에도 어찌 저리 편안하게 잘 수 있을까?

묘생 16년생이 터득한 저 여유가 너무나 부럽다.

<겨울 가고 나면 따뜻한 고양이> P146~147 중에서

글을 읽다 보면 이상 시인의 영향을 많이 받으셨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상의 시를 읽는 것 같은 난해함을 만났을 때는 얼마 되지 않은 페이지에 어려움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곤 어려움 없이 읽어 내려가는 노력을 하였습니다. 이 책은 물론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의 책이니까요.

고양이들과의 삼십분 동안 온갖 다양한 이야기들이 생겨나는 것을 보면서 작가적인 상상력과 표현력 덕분에 고양이를 키우는 즐거움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냥 좋은... 그러면서 마냥 좋은 .... 겨울 가고 나면 따뜻한 고양이의 숨은 뜻을 알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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