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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떠난 날
김세연 지음 / 풀무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원래 나의 감정은 이런책을 접했을때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가슴먹먹함에 어쩔줄 몰라 뜨거운 눈물을 훔치며 읽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아님 죽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서 그런걸까? 혹은 나와 동년배의 관점이 아닌 나의 자녀의 관점에서 바라본 글이기에 그런가? 도대체 가족중 누군가의 떠남에 대해 가슴 먹먹함이 이렇게 느껴지지 않았던 책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당황스러웠습니다. 내가 원래 이렇게 감정이 없던 사람이었나?
김세연 작가님의 어머님께서 하늘나라의 별이 되던 날을 시작으로 스무한살의 어린나이에 맞이하게 된 장례에 관한 이야기들이 시간의 순서대로 나열되어 써내려간 글이었습니다. 엄마가 어느날 갑자기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시골집으로 내려가는 내내 눈물이 흘러 어찌할 줄 몰랐으나 막상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보니 슬픔의 감정이 과거의 사건들과 연계가 되어 생각이 나면서 오열하듯 쓰러져 영정앞에서 눈물 짓지 않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은 이글을 통해 우리는 누구나 떠나지만 그 떠남에 있어서 나중의 후회를 조금이나마 덜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고 합니다. 먼저 웹툰을 통해 엄마가 떠난 날들을 썼고 그 후에 출판사의 연락을 통해 이렇게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21살. 아직은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 작가님의 덤덤함이 글을 읽는 내내 느껴졌습니다.
98년생.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태어난 것부터가 문제였다고 말하는 작가님과 그녀의 어머니가 천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어떻게 사람을 앗아가는 것인가를 살짝 엿볼수 있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말이 말이 무색하게도 어머니는 너무도 많은 고통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서 가장 멋지게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겠노라고 노력한 그녀의 마음이 절실히 느껴졌습니다. 엄마의 입장에서 책을 접해서 그런지 몰라도 제 아이들이 이러한 상처를 받지 않도록 더욱 정신을 차려야 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죽음이 와도 엄마와의 소중한 추억들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하여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작가가 매년 연말에 쓴다는 유서처럼 갑자기 닥칠 죽음에 대한 준비는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의도대로 말이죠.
지금은 남은 가족들과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남기며 여전히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엄마 사진을 보면서 사랑한다고 이야기 하는 마무리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잘 찾아가고 있음이 마음이 편하였습니다.
"그리고 믿지도 않았다. 오히려 반년 동안 못 봤던 가족과 같은 공간에 함께 있으니 안도감이 들었다. 엄마는 뭐, 화장실에 갔다고 생각했다. 화장실에 간 동안 내가 너무 외로워할까 봐 저기에 엄마 사진을 놓고 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별로 슬프지 않았다."
[엄마가 떠난 날, 영정사진 P43 중에서]
"두 남자를 보내고 언니와 둘이서 어수선한 빈소를 지켰다. 우리는 나이로는 이미 어른이지만 어른이라고 할 진짜 어른 없이 조문객을 상대하려니 힘에 부쳤다."
[엄마가 떠난 날, 영정사진 P51 중에서]
"향로에 다시 꽂았던 향이 다 타버려 이제 재만 남았지만, 난 새 향을 꽂고 싶지 않았다. 향내를 맡고 찾아온 엄마가 나를 꾸짖을 것 같아서, 나에게 미안해할 것 같아서, 모든 걸 용서하고 나를 꼭 안아주러 올것 같아서 향을 꽂지 않았다."
[엄마가 떠난 날, 미운엄마 P88 중에서]
"원래 호감보다 증오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 나도 엄마를 계속 미워해야지. 내가 이십 년을 살았으니까, 앞으로 육십 년 동안은 내 인생에 엄마가 없을 테니. 그러니깐 엄마를 계속 미워하면서 엄마랑 같이 살 거다. 나한테 죽자고 해서 밉다. 가족사진 하나 같이 안 찍어줘서 밉다. 너무 빨리 가버려서 밉다."
[엄마가 떠난 날, 파리 P127 중에서]
"버스 밑에 있는 냉동고에 관이 실리는 모습을 멀찌감치 서서 구경했다. 빗방울이 관 위로 한 방울 툭 떨어졌다. 어두컴컴한 관짝 같던 반지하에서, 이 반지하가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고 나면 머지않아 지상으로 이사 갈 수 있을 가라며, 반짝이던 엄마의 두 눈이 꽉 닫히 관 위로 비치는 듯했다."
[엄마가 떠난 날, 인공관절 P136 중에서]
"사랑해. 옛날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엄마"
[엄마가 떠난날 , 꿈 P213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