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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울에게 - 아프지만 잊고 싶지 않아서 쓴 우울한 날들의 기록
김현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평점 :
그동안 얼마나 많은 힘들었을까요? 누군가의 고통은 나의 고통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고 책망합니다.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나를 보듬기에도 벅차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 이유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내용은 책의 어느 쯤인가를 읽어 내려가다 그 부분 그 한 구절에서 제 마음으로 들어 왔습니다. 남을 돌보기에는 나의 마음에는 공간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나를 꼼꼼히 싸매어 놓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한 철저한 저의 철벽이었습니다. 그런 것이 왜 생겼을까요? 그 이유도 살짝 책속의 어느 한 구절을 읽어 내려가다가 나도 그랬나 싶었습니다. 처음부터 작가를 위로할 마음도 없었고 작가와 동일시 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김현지라는 분의 글을 읽고서 나의 우울은 그렇게 생겨난 것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관심을 받고 싶었던 어린 나이에 사랑을 받고 싶었을 뿐이데 잘 되라는 어른들의 자기식대로의 교육관을 들이대어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에 까지 도달하게 되었을때 그때 폭발의 인계점은 도달할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처음에는 힘들지 모르지만
다른 병원들과 다를 바가 없음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내게도 정신과에 가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만약 '정신과에 가야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때가 정신과에 가야 하는 타이밍이다.
치료가 필요한지 아닌지,
정신질환인지 아닌지는 전문의가 판단할 일이니까.
아니라면 다행이라고 여기며 기분 좋게 돌아오면 되니까.
[P277 중에서]
우울증.... 몇번이나 정신과를 들락날락 거린 경험이 다시 되살아 났습니다. 그저 누군가에게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나의 마음을 좀 이해할수 있을까 싶어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때의 정신과 분위기는 아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진료실 같은 곳이었는데 이야기 30분에 상담비 4만원은 그 고통을 그냥 감내하는 것이 맞겠다 싶어 상담을 더 진행하지 못했던 경험이 생각났습니다. 가슴이 너무도 아프고 머리가 어지러워 토해내고 싶은 마음의 이야기들을 가지고 상담을 하였지만 그 의사선생님의 반응은 그렇군요. 그럼 약을 좀 먹어 보죠 라며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그런 경험은 돈만 많이 드는 상담실의 이미지가 크게 작용하였고 그런 나의 마음을 달래줄 곳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러고 이러고 살아온게 지금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상담실이 많이 생겨나서 간간히 힘들때마다 이용을 하게 됩니다. 지금은 과거와는 다르게 참으로 마음까지도 보듬어 주는 곳들이 많습니다. 과거의 상식은 그저 상식으로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더욱 잘 알게 되어서 약을 먹는 행위에 대해서도 치료의 목적이 크기도 한 듯 보입니다.
우울증을 이겨내려고 하는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졌고 그때 손잡아 줄 사람이 부모님이었음에도 부모님의 냉랭함에 상처 받았을 그 어린 나이의 감당하기 힘든 마음을 만화를 통해 토해 내는 과정을 보면서 나름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알게 되는 듯 하였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돌보아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성인으로 자라고 있다는 것도 책의 마지막에 희망으로 다가온 것도 이 책을 중년 여성들에게 소개하고 읽어 보라고 권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내 마음을 누군가 알아 줄 것 같은 마음으로 이 책을 접하면 나도 모르게 위로를 받게 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죠. <영달동미술관>을 통해 미술과 조우하고 미술로 치유가 되었다면 <나의 우울에게>를 통해 나의 우울을 돌보아 주라고 말이죠. 중년으로 넘어 갈수록 점점 더 힘들어지는 삶에 대해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함께 나누어 보자고 말하고 싶은 것도 어쩌면 <나의 우울에게>에서 바라본 대로 나를 좀더 일찍 바라볼수 있는 힘이 있을 때를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랑 잘 맞는 출판사인 RHK(랜덤하우스코리아)의 책들은 지금의 내가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고 책을 만들어 내 주는 듯 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적절한 이야기를 잘 끄집어 내 주어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