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달동 미술관
피지영.이양훈 지음 / 행복한작업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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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지고 있는 가슴속 이야기들. 그것들을 끄집어 내기에는 쑥스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될 것이기에 이야기를 꺼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시간이 차곡 차곡 쌓여가다보면 어느 순간 말을 하지 않는 일상으로 접어들게 되는 듯 하다. 영달동 미술관의 주인공들도 그런 이야기들을 쌓고 또 쌓아 하나의 거대한 산을 이루어 더이상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까지 처하게 되자 나타난 영달동미술관의 큐레이터를 만나고 큐레이터가 소개해 주는 그림을 보면서 힐링을 하게 된다. 영달동미술관의 주된 내용은 이러하다. 마음치유. 그림을 보면서 느끼는 마음치유. 마음힐링.




갑작스러운 한파로 전국이 얼어 붙었다.

아직 11월이 멀었는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이상 기후가 이어졌다.

영동산간 지방에는 폭설이 내렸다고 했다.

비교적 따뜻한 도현의 고향도 연일 영하의 날씨를 오락가락 했다.

[P71]




이 책의 제목을 <힐링미술관>이라고 했다가 최종적으로는 <영달동미술관>이라고 선택을 했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뒷느낌은 힐링보다는 영달동이라는 느낌이 더 좋았다. 힐링은 너무 보편적이지만 영달동은 어떤 특유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 같은 느낌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나 통영인근에 위치한 바다가 보이는 곳에 위치한 이 조그마한 마을이 실제로 존재하는 건가 싶어서 검색을 했으나 영달동의 지명은 저 위쪽. 북쪽에서 찾아 볼수 있었다. 책의 느낌과 지역의 느낌이 동일하지는 않으나 한번쯤 나에게도 나타나 길을 알려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그만큼 나도 많이 지쳐가고 있는 중이었구나 싶었다.


책에 소개된 주인공 도현은 깜박거리는 가로수를 뒤로 하고 일제시대에 백화점이 들어 섰던 장소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확인하다. 우연히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 안에서 고미술을 감상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몇몇 책속 인물들에 따라 다르게 보여진다. 가슴속에 가지고 있는 고민꺼리들에 대한 해결을 내 줄 듯 그러나 그 결과의 해석은 당사자만이 해결할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것이 책이 주는 핵심의 내용이 아닌가 싶다. 과거 교통사고 가해자로 3년동안 구속이 되었다가 세상에 나오게 된 아버지의 이야기는 그림을 통해 심경이 읽혀지는 순간 참을수 없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가슴으로 묻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큰 울림을 전달해 주는 건 오랜만에 읽어 보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소설로 풀어내는 미술관의 이야기를 또 만나고 싶은 마음이다. 이후 도현의 어머니의 작품을 전시하는 내용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또다른 삶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미술이 접목되어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은 화가 자신의 가장 은밀한 이야기를 숨겨 둔 마음의 보물 지도다

[P195]



소설속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현실에서도 적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드는 건 어찌보면 지금의 삶에 많은 고통과 시련을 어떻게라도 풀어보려고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도 마음을 헤아려줄사람도 주변에 없는 것이 가장 큰 힘든 점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미술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나의 상황을 이해할수 있는 기회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달에 만나요!!




단체관람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영달동미술관>의 큐레이터가 분명 다음달에 만나요~ 라고 했는데 그 이후의 이야기도 들어 보고 싶다. 한달후에 다녀간 그곳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 그 사실은 도현의 마음의 변화와 행동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도현은 갑자기 딴 세상에 있는 듯했다.

이 거리도, 바로 앞에 서 있는 정현도,

깜빡거리는 보안등도,

어두운 밤하늘도,

낮 동안의 김장담그기도 모든 것이 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P102~103]




처음부터 끝까지 스릴러, 영험한, 러브스토리, 판타지 등의  다양한 장르를 품에 안은 <영달동미술관>은 올해 만났던 작품중의 최고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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