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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걸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2
김민혜 지음 / 안전가옥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최근에 본 책 치고는 아주 얇은 책입니다. 쪽수가 190이면 그리 많은 분량의 책이 아니라 편하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집어 들었습니다. 문고판의 킬링타임용 책에서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가 궁금했습니다. 최근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인스타그램과 관련이 있는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스타걸> 뭔가 의미 심장한 내용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그 안으로 살짝 들어가 보려 합니다.
"쉰내 나는 걸레에 아세톤을 흠뻑 적셨다.
진상 손님이 남긴 얼룩을 비벼 닦을수록 지독한 향이 올라왔다.
눈이 매웠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원하는 감각을
세상에 마음껏 펼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렵게 찾은 꿈을 그려 낼 도화지가
손님의 자그마한 손톱 열 개뿐인 사람도 있다. "
( P19, 1.#Instagram#네일그램#Red#인친#맞팔#소통#소통해요 中에서)
책이 오고나서 손에 쥐어 두눈으로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이야기 속에 흠뻑 빠져 버렸습니다. 주인공 가비의 평범했던 일상이 인스타그램의 스타를 만나는 기회를 가지게 되면서 부터 그녀의 모든 삶은 인스타그램의 스타에게 향해 있었고 조심스레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 까지 하는 행동을 감행하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 전개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스타인 유진주는 모델처럼 이쁜데 그녀를 추종하는 추종자들은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듯 그녀가 차고 있는 착용하고 있는 모든 물건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팔로워를 하고 있다는 설정을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왔으나 현실의 가비는 그러지 않은 삶을 살고 있죠. 그런 가비의 모습이 현실속의 저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 묘사가 정말 적나라하게 보여집니다. 가비의 선한 거짓말로 심장 쫄깃해지는 순간도 맞이하게 되었는데 역시 책이니까 가능한 거겠죠. 다행히 가비는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와 평범한 직장인의 생활을 하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유진주와 그의 추종자들 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어요. 지금 이 시간이 이곳에 온 것을 보면 일을 할 필요가 없거나 일을 취미로 하고 있을 것이다라는 표현에서 현실감이 제대로 몰려 왔습니다. 더욱이 목차에서 보여지는 온갖 단어앞에 붙은 "#". 정신없어 보였습니다.
"못 먹고 바라만 봐야 하는 포도는 여우에게
여전히 시고 짜증 날 수밖에 없다.
그래.
그럼 나도 안해. 아쉬우면 지가 찾으러 오겠지."
(P31, 1.#Instagram#네일그램#Red#인친#맞팔#소통#소통해요 中에서)
전 명품을 잘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에서 이야기하는 명품들을 일일이 검색해 보면서 어떤 제품이길래 저 난리일까를 찾아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에르메스 오란 슬리퍼라는 단어가 자꾸 검색이 되어서 도대체 뭔데 하고 찾아본 슬리퍼는 가격이 어마무시했는데 그냥 단순 슬리퍼라고 해도 모를 정도로 평범한 제품이었어요. 저런 걸 착용해야 나의 진가가 보이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의식주를 걱정하면서 사는 삶이 인간적인 삶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되었습니다. 정말 다양한 명품들이 현실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에 완전 다른 삶의 사람들의 모습을 살짝 엿볼수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스타는 주변이 만들어 준다는 것이 맞는 말인 듯 TV드라마 속에서나 볼수 있는 그럼 모습들을 책으로 만나니 그 상상력이 더욱 커져버렸습니다. 과연 이 책을 보고 그런 삶을 쫓아가려고 하는 청소년이 있을까 싶기도 하네요. 뭐~ 인스타 팔로워가 4만으로 올라가면 정말 기분이 째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긴 하겠지만요. 그런 인스타그램 스타가 되어 보고 싶기도 합니다.
<안전가옥> 성수동에 있는 창작 집단이라고 하는데 김민혜 작가의 참여로 이 책을 제작하게 되었다는 뒷 이야기가 더 쏠쏠하게 들렸습니다. 현실감있는 책을 만들어 내고자 고민하고 고민했다고 하는데 그 진심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소설을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