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모든 순간, 필요한 건 철학이었다 - 나를 채우고 아이를 키우는 처음 생각 수업
이지애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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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에드문트 후설,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공자, 장 자크 루소, 존 듀이, 장 폴 사르트르. 어떤가? 이름만 읽었을 뿐인데도 머리가 아프지 않는가? 이래서 사람들이 철학을 막연히 어렵고 두려워하는 걸 거라 생각한다. 유명하지만 나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한 이야기는 분명 뭔가 고상하고 심오하면서 동시에 꽈배기 같아 알아듣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레짐작. 그럼에도 우리는 철학을 해야 하고, 철학자의 글을 읽어야 하고, 그 글이 무슨 내용인지 어렵다면 그걸 해석한 글을 읽고 또 읽어야 할 것이다. 철학도 어렵겠지만 육아 또한 만만치 않고, 내 손에 달린 새로운 생명을 반듯하게 키워내려면 찾아 읽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다짐하는 과정의 반복이 무수히 필요하니 말이다. 하지만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정해진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스스로 터득하면 되고(터득이 단번에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뿌옇던 무언가가 조금이나마 선명해져 가는 과정 자체를 터득이라고 본다.) 터득하지 못하더라도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 자체로 이미 성장하고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당장 궁금하고 시급한 몇 가지 주제를 친절하게 추려 설명해준 이 책이 있으니 걱정 말고 일단 책장을 열면 된다.

 

 

 

 

 

지금부터 철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가족'에 대한 물음들을 차근차근 풀어보려 합니다. 철학자들이라고 해서 구체적인 답을 제시해 줄 거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철학은 원래 정답을 가르쳐주는 학문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철학자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인 이야기들을 집요하게 탐구하는 사람들이니, 모처럼 솟아오른 '가족'에 대한 의구심들을 스스로 풀어갈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은 해주지 않을까요? 인생의 해답은 남에게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스스로 터득하는 것. 저는 그 과정이 진짜 철학 하는 사람의 살아있는 철학함이라고 믿습니다.

p.128 어디까지가 가족일까

 

 

 

 

 

이 책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 '토요 철학교실'에서 많이 대두되었던 질문 열 가지에 대한 해답을 철학자의 관점에서 논의하고 있다. 아이 친구 관계에 얼마나 개입해야 하는지(1), 아이를 잘 교육하고 있는지(2), 어쩌다 스마트폰에 푹 빠졌는지(4),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까(9), 왜 사는지 어떻게 죽을지(10) 등을 주제로 여러 철학자들의 관점을 소개함으로써 그에 대해 내가 그동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면 그 문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한 번 바라보게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깨달음이 일어나고. 철학자들만큼의 커다란 깨우침은 아니겠지만 지금 당장 나의 상태나 상황을, 아이의 모습을, 아이와의 관계를 조금은 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매 장마다 나에게 던지는 질문과 아이에게 던지는 질문이 들어있는데, 이 부분이 참 유용했다.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곰곰이 생각해 보며 글을 읽을 때 놓치거나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돌아보게 해줬고, 아이에게 던지는 질문은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아이의 생각을 색다르게 볼 수 있게 도와줬다. (내가 예상했던 대답이 아닌 답을 하는 아이를 보며 조금 놀랐달까.)

 

 

매일 보는 아이지만 내가 모르는 부분이 더 많으리라. 아이가 크고 자랄수록 그 부분은 더 커질 테고 그만큼 아이와의 간격은 벌어질 것이다. 그 간격을 여유로움과 서로에 대한 배려, 애정으로 채워야 부모 자식 관계가 틀어지지 않고 원만하게 완성될 테다. (혈육이라고 그저 피로 끈끈히 연결될 것이라 믿지 않는다.) 사려 깊은 부모를 보며 아이도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그것이 내가 철학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일 테다. 이 책을 계기로 철학자들의 생각이 더 알고 싶어졌다. 철학을 그저 어렵고 막연한 분야로 치부하지 않고 더 찾아보고 더 읽어내야 할 것으로 만들어줬음에 이미 의미가 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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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줘서 고마워 - 고위험 임산부와 아기, 두 생명을 포기하지 않은 의사의 기록
오수영 지음 / 다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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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391일에 자연분만으로 첫째 아이를 낳았다. 저 때 내 나이 서른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인데(지금 보면 아주 어린 나이지만) 어떻게 그렇게 임신과 출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을까. 나는 너무 무지하게도 결혼을 했으니 임신을 했고 임신을 했으니 아이를 낳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자연스럽고, 대부분의 여성들이 가는 길이라고. 그래서 나 또한 그 길로 갈 것이라고. 어떻게 저렇게 단순무식할 수 있지? 지금 돌아보면 놀라울 지경이다. 24시간의 진통 끝에 아이를 낳는 순간에서야 어렴풋이 알았다. 출산이 생사를 오가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건강한 아이 또한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햇수로 7년이 지난 지금, 둘째를 만나기 위해 난임병원에 다니고 있다. 첫째 때와 여러 상황이 많이 다르다. 첫째 때는 동네 산부인과를 다니며 그저 마냥 신기할 뿐이었고, 산부인과에서 만나는 수많은 임산부가 그저 나와 같은 임산부일 뿐이었다. 그들도 만삭에 건강한 아이를 낳을 것이고 나 또한 만삭에 건강한 아이를 낳겠지. 이슈라고 자연분만이 될까 제왕절개가 될까 그 정도였다. 난임병원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어찌 됐든 의료기술의 도움이 있어야만 임신이 가능한 사람도 있고, 임신은 자연적으로 가능하나 유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있고, 염색체나 유전적 요인 때문에 시험관을 진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서 마주치는 임산부들은 '그저 임산부'가 아니라. 각자가 각자의 무게를 묵묵히 짊어진 채 아이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그 자체로 위대한 존재로 보인다. 여러 호르몬 주사와 수술들, 처방들을 이겨내고 아이를 품길 희망하거나 품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이 책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그동안 만난 고위험 임산부와 아기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여러 특수한 경우부터 흔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경우까지 각각의 에피소드 안에 여러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내가 아이를 낳은 것이 평범한 일이 아니었구나, 내 아이의 생명이 그렇게 쉽게 나에게 온 것은 아니었구나, 더불어 나 또한 이 세상에 쉽사리 던져진 게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여러 육아서를 읽지만, 가끔은 이런 에세이 하나가 더 큰 울림과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매일 보고 매일 어루만지는 내 아이가 내 눈앞에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하고 복받은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조금 더 위험해진 지금 둘째 아이를 기다리며 읽으니 감회가 더 새로웠다. 이렇게 다양한 이슈가 생길 수 있는 임신을 내가 또 할 수 있을까, 건강히 유지해서 잘 낳을 수 있을까 두려우면서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니 나 또한 담대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최근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란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 차갑고 냉철하고 약간은 기계적인 것 같아 보이는 의사들의 이면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달까. 슬의생의 여파로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병원에 찾아가 여러 의사선생님들을 인터뷰한 것도 흥미롭게 봤다. 그중 산부인과 레지던트 3년 차 여자 선생님께서 왜 산부인과를 선택했냐는 물음에 산모와 아이, 두 개의 생명을 지켜내는 부분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답하셨다. 그렇다. 산부인과 의사의 손에는 두 생명이 달려있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것이고, 어떤 결정이 보다 최선일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도 숱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산모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움직이는 저자의 모습에 뵌 적도 없는 내가 신뢰가 쌓일 정도였다. 그만큼 마음 따듯하고 침착하며 능력 있는 분이시란 뜻이겠지. 똑똑한 사람이 글도 잘 쓰나 보다. 쉽게 읽혔다. 쉽게 읽히면서도 마음엔 무겁게 남는 그런 책. 비슷한 상황이라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어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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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지르지 않는 엄마의 우아한 육아 - 엄마와 아이의 자존감을 살리는 육아 코칭
린다 실라바.다니엘라 가이그 지음, 김현희 옮김 / 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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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키우며 지내는 하루하루가 일과는 비슷해 보여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 변화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오르내린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자괴감이 드는 순간은 아이에게 큰 소리로 소리 지르는 경우. 그러면 안 된다는 걸 그 순간 바로 인지하지만 멈추지 못하고, 결국 뒤돌아서 후회하고 아이에게 사과하고. 반복이다. 일종의 악순환. 심한 날은 아이가 날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예쁘다고 사랑한다고 친절하게 웃고 상냥하다가 별것 아닌 일에 갑자기 큰 소리로 꾸짖는, 왔다 갔다 하는 엄마라니.

 

   

 

 

돌아보면 아이가 서너 살 무렵에 유난히 욱했던 것 같다. 더 어렸을 땐 말이 통하지 않고, 아이의 활동성도 큰 편이 아니라 어느 정도 내 선에서 조절이 가능하지만(아이와 관련된 일을 내가, 나만이, 내 기준으로 조절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이나마 안다.) 조금 더 큰 서너 살 무렵에는 말이 통하는 듯 보이지만 통하지 않고, 활동성을 커지고, 몇 년에 걸친 육아로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여유가 없으니 말이다. 내 경우엔 아이가 5살 정도 되니 어느 정도 대화도 가능해지고 본인이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분간하기 시작하면서 욱하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짧지만 개인 시간도 생기고 말이다. 그래서 내 경우에 빗대어 보면 이 책을 5살 미만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아이가 하루라도 더 크기 전에 읽는다면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모든 엄마들이 꿈꾸고 바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큰 소리 내지 않고, 평화롭고 상냥하게 아이를 키우는 것을. 그러니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반기지 않을 엄마가 어디 있을까. 소리 지르지 않을 수 있다니. 이 책의 결론을 요약하자면, 결국 엄마가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고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상황을 유난히 견디지 못하는지를 나의 어린 시절 즉 내 부모의 육아를 통해 들여다보고, 내면아이를 통해 들여다보고, 구체적으로 적어도 보고 그렇게 나에 대해 내가 잘 파악해야 욱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아이는 아이 그 자체로 존엄성을 가진 존재라는 부분을 명심하고, 아이를 대할 때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억압하지 않고 평등하게 대하다 보면 저절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것.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점에 크게 공감했다.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휴식을 취해야 편안해지는지, 어떤 취미를 가져야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지 등등 내가 나에 대해 잘 알아야 그만큼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만큼 아이 또한 잘 들여다보고 알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엄마가 스스로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아이 또한 본인에 대해 잘 파악하고 알아가는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책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워크시트도 유용했다. 설명으로만 끝났다면 읽고 넘어갔을 부분인데 워크시트 부분이 있어 실제로 적어보다 보니 조금 더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돌아보고 생각하게 되었다. 린다와 다니엘라가 같은 주제를 한 번씩 짚고 넘어가니 복습하게 되는 효과도 있었다. 한 번 더 읽다 보면 더 기억에 남는 게 사실이니까.

 

 

 

어떤 육아서를 읽어도 결국 실천은 내 몫이다. 이론만 가지고 아이를 키울 수는 없으니. 이 책을 읽고 난 내가 실수에 관대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정작 내 실수엔 스스로 관대하면서 꼬마인 아이가 하는 실수에는 왜 그렇게 빡빡하게 구는지. 앞으로 아이가 하는 실수를 조금은 더 수용하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 내 아이가 하는 커다란 실수가 아니라 누구나 하는 작은 일상 중에 하나로 생각하고, 욱하는 대신 내가 치우거나 도와주기로 다시 한번 마음먹었다. 아이에게 욱하지 않는 엄마가 어디 있으랴. 욱했다고 자책하고 자괴감에 빠지지 말고, 모든 엄마가 그러하다는 작은 위안과 함께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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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회의
기타무라 유카 지음, 유문조 옮김 / 한림출판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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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살이 된 아이. 최근 대화를 하다 '아빠와 다 같이 회의해서 정하자.'라는 내 말에 '회의가 뭐야?'라고 물은 적이 있다. 모여서 의견을 나누는 거라는 내 대답에 뭔가 갸우뚱해 하던 아이. 내 설명이 부족했나, 경험의 부재로 그런가 나 또한 아리송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육아의 한 장면, 아이와 함께 하는 한순간은 그렇게 아쉽게 흘러갔다. 솔직히 남편, , 아이 이렇게 단출한(?) 세 식구가 회의를 하면서까지 정해야 하는 이슈는 우리 집엔 거의 없다. 아이와 관련된 건 나와 아이 둘이 상의하면 됐고, 그 외 어른들의 문제는 남편과 내가 상의하면 됐으니. 그래서 '회의'가 무엇인지 개념이 모호했던 걸까.

 

아이에게 '회의'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다. 때마침 만나게 된 반가운 책. 어린이 회의. 다소 딱딱한 제목의 이 책이, 다소 경직된 느낌을 품고 있는 '회의'가 무엇인지 나보다 더 잘 설명해 줄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이것 또한 그림책이라는 것! 나와 아이에게 그림책은 일단 재밌는 것, 보면서 낄낄 웃게 되는 것(혹은 감동의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것), 이것 보라며 서로 페이지를 들이밀며 깔깔깔 하는 것. 이 책 또한 그림책이라는 걸 잊고 있었나 보다! 보면서 약간 뜨끔했달까. 너무나 귀여운 등장인물들과 너무나 재밌는 의견들. 아이다운 순수한 시각과 그걸 바탕으로 뱉어내는 순진무구하면서도 진솔한 이야기들. 마지막엔 살짝 반전까지 있다. 아이도 나도 "아니, 이게 뭐야!" 하면서 허탈하지만 유쾌한 반전이 있는 책.

 

어린이 회의의 회의 주제는 '혼났을 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이다. 아이들이 혼날 때 얼마나 당혹스러울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상태에 빠지는지 알 수 있다. 그냥 울어버리자고 하는 친구, 헤헤 웃으며 얼버무리자는 친구, 잘못했다고 싹싹 빌자는 친구. 각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말하고, 그 의견이 실현됐을 때의 부작용도 언급하며 다른 좋은 의견을 찾는다. 각각의 의견이 합당한 근거가 있고 그렇기에 공감이 충분히 된다.

 

내가 어렸을 적 학교에서 하던 회의는 딱딱하고, 정해진 답이 있는 자리였다. 그런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은 답을 말할 용기는 없었고,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납득 안 되는 제도(?) 하에 많은 친구들이 주장하는 혹은 목소리 큰 친구가 주장하는 의견에 따라가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나의 아이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어느 상황에서도 본인의 의사는 존중되어야 함을 보았고, 심지어 엉뚱한 의견일지라도 웃음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 덕분에 알았으니 말이다. 회의라고 해서 긴장할 필요도 없고 맞는 말만 할 필요도 없다. 책 속의 유호, 미나, 성호, 유미, 건우, 소란처럼 각자의 스타일대로 각자의 생각을 편안하게 표현하면 된다. 회의는 말처럼 거창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여러 의견들, 말들이 모두 회의의 안건이 될 수 있고 안건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의견을, 행동을 더 허용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반성 섞인 생각도 하게 했다. 혼내는 것도 좀 하지 말고 말이다. 유쾌하면서도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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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행동이 아이를 천재로 만든다 - 부모의 습관이 자녀의 능력과 직결된다
토오루 후나츠 지음, 강소정 옮김 / 시원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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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키우며 많은 육아서를 접하고 있다. 내가 느끼기에 육아서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 듯하다. 하나는 아이는 저마다의 기질을 타고나니 너무 전전긍긍하지 말라며 엄마를 위로하고 안심시키는 종류, 나머지 하나는 아이는 어떻게 키우냐에 따라 달라지니 엄마가 더 주의하고 집중해야 한다는 종류.

 

한 생명을, 하나의 인생을 책임지고 있다는 부담감과 중압감 때문에 육아서를 찾아 읽고 공부하는 입장인 엄마에게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책들은 그 부담감과 중압감을 증폭시킨다. 평소 내가 하는 언행이, 습관이, 취미가, 관심이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준다는 생각에 숨조차 편히 못 쉬게 된달까. 심지어 '천재'가 될 수 있다니! 그럼 '천재'가 아닌 내 아이는 나 때문에 '천재가 아닌 것'이란 말인가. 잘못하면 자책으로 빠지게 된다. 하지만 책을 읽기 전에 이미 많은 엄마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하는 말투를 고스란히 따라 하는 아이를 보며, 사소한 내 습관을 반복하는 아이를 보며 결국 아이를 잘 키워내고 길러내는 것은 특별한 이벤트나 사건이 아니라 평소에 마주하는 나의 태도라는 것을. 그러니 부담감과 중압감을 털어내고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이런 책을 읽고 각성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리라.

 

이 책의 제목 때문에, '천재'라는 표현 때문에 내용이 아이의 학습적인 면에 맞춰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보다는 본인의 인생을 본인의 선택 하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부모가 해야 할, 하면 좋은 노력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더 와닿고 더 실천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직장에 다녀도 본인이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하는 삶이 아니라 어떠한 선택도 본인의 의지에 따르며 열정적으로 인생을 사는 그런 삶. 내 아이가 그런 삶을 살아가길 모든 부모가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이 책에서 말하는 '천재'. 성적도 좋고 예체능도 뛰어나고 모든 일에 적극적인 그런 사람. 책은 좋은 습관, 사고력, 자아 확립 교육이라는 세 가지 분야로 나눠 각 분야에서 부모가 어떻게 아이를 도와주고 이끌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부모의 행동에 따라 어떤 아이든지 천재가 될 수 있고 재능이 아무리 뛰어난 아이도 부모가 실수하면 자존감과 의욕이 떨어집니다. 눈에 안 띄거나 평범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성장한 아이는 당연히 재능을 감춘 채 정말 평범하고 눈에 안 띄게 됩니다. 그럼 우수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까요? 거기에는 놀랄 만큼 공통점이 많습니다. 희한하게도 거주 지역, 국가, 부모의 경제력, 학습 능력, 인종, 문화 등은 관련 없습니다. 다음과 같은 예입니다.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이의 공부를 학교나 학원에 맡기지 않고 가정에서 부모가 가르친다.

아무리 작은 일도 아이 스스로 선택하게 만든다.

전력을 다해 교육시킨다.

뭔가를 배울 때 아이의 기술 향상을 부모가 지원해 준다.

식사 도중의 잡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을 아이에게 던진다.

함께 보드게임이나 카드게임을 한다.

독서를 좋아하게 만들어 관심을 유도한다.

 (p.13~14)

 

이와 같은 구체적인 예문들이 도움이 되었다. 특히나 마지막 챕터인 AI 시대의 컴퓨터 교육 관련해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이 익숙하고 패드로 여러 가지 영상을 접하는 아이에게 이제 컴퓨터를 어떻게 노출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컴퓨터 게임에만 빠지게 할 것이 아니라 제작 과정이나 프로그램 응용 기술 쪽으로 접근해 컴퓨터를 보다 성숙하게 대할 수 있게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아이에게 집중해서 아이의 특징을 잘 관찰하고, 그 특징이 드러날 수 있는 특별활동을 경험시키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게 지원 및 격려할 것.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고 사고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질문을 던지며, 언제나 너를 믿고 지지한다는 안정감을 줄 것. 꾸준히 책을 읽어 주고 이야기에 귀 기울일 것. 책 덕분에 다시 한번 나의 행동을 돌아보고 보완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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