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회의
기타무라 유카 지음, 유문조 옮김 / 한림출판사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올해 7살이 된 아이. 최근 대화를 하다 '아빠와 다 같이 회의해서 정하자.'라는 내 말에 '회의가 뭐야?'라고 물은 적이 있다. 모여서 의견을 나누는 거라는 내 대답에 뭔가 갸우뚱해 하던 아이. 내 설명이 부족했나, 경험의 부재로 그런가 나 또한 아리송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육아의 한 장면, 아이와 함께 하는 한순간은 그렇게 아쉽게 흘러갔다. 솔직히 남편, , 아이 이렇게 단출한(?) 세 식구가 회의를 하면서까지 정해야 하는 이슈는 우리 집엔 거의 없다. 아이와 관련된 건 나와 아이 둘이 상의하면 됐고, 그 외 어른들의 문제는 남편과 내가 상의하면 됐으니. 그래서 '회의'가 무엇인지 개념이 모호했던 걸까.

 

아이에게 '회의'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다. 때마침 만나게 된 반가운 책. 어린이 회의. 다소 딱딱한 제목의 이 책이, 다소 경직된 느낌을 품고 있는 '회의'가 무엇인지 나보다 더 잘 설명해 줄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이것 또한 그림책이라는 것! 나와 아이에게 그림책은 일단 재밌는 것, 보면서 낄낄 웃게 되는 것(혹은 감동의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것), 이것 보라며 서로 페이지를 들이밀며 깔깔깔 하는 것. 이 책 또한 그림책이라는 걸 잊고 있었나 보다! 보면서 약간 뜨끔했달까. 너무나 귀여운 등장인물들과 너무나 재밌는 의견들. 아이다운 순수한 시각과 그걸 바탕으로 뱉어내는 순진무구하면서도 진솔한 이야기들. 마지막엔 살짝 반전까지 있다. 아이도 나도 "아니, 이게 뭐야!" 하면서 허탈하지만 유쾌한 반전이 있는 책.

 

어린이 회의의 회의 주제는 '혼났을 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이다. 아이들이 혼날 때 얼마나 당혹스러울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상태에 빠지는지 알 수 있다. 그냥 울어버리자고 하는 친구, 헤헤 웃으며 얼버무리자는 친구, 잘못했다고 싹싹 빌자는 친구. 각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말하고, 그 의견이 실현됐을 때의 부작용도 언급하며 다른 좋은 의견을 찾는다. 각각의 의견이 합당한 근거가 있고 그렇기에 공감이 충분히 된다.

 

내가 어렸을 적 학교에서 하던 회의는 딱딱하고, 정해진 답이 있는 자리였다. 그런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은 답을 말할 용기는 없었고,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납득 안 되는 제도(?) 하에 많은 친구들이 주장하는 혹은 목소리 큰 친구가 주장하는 의견에 따라가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나의 아이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어느 상황에서도 본인의 의사는 존중되어야 함을 보았고, 심지어 엉뚱한 의견일지라도 웃음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 덕분에 알았으니 말이다. 회의라고 해서 긴장할 필요도 없고 맞는 말만 할 필요도 없다. 책 속의 유호, 미나, 성호, 유미, 건우, 소란처럼 각자의 스타일대로 각자의 생각을 편안하게 표현하면 된다. 회의는 말처럼 거창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여러 의견들, 말들이 모두 회의의 안건이 될 수 있고 안건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의견을, 행동을 더 허용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반성 섞인 생각도 하게 했다. 혼내는 것도 좀 하지 말고 말이다. 유쾌하면서도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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