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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밥상머리 교육의 비밀, 개정판
S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 리더스북 / 2020년 4월
평점 :
'밥상머리'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내게 전부 딱딱하고 불편한 것들이다. 젓가락질 똑바로 해라, 똑바로 앉아라, 골고루 먹어라, 흘리지 마라 등등 허용보단 제약의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그런지 '밥상머리'라고 하면 뭔가 거부감이 먼저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밥상머리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일정한 시간을 서로 소통하며 감정을 나누는 자리, 그것이 밥상머리다. 밥을 먹는 자리에서의 예의범절이나 규칙을 통해 무언가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관심과 소통을 이뤄주는 자리라는 점이다.
이 책을 읽고 우리집 식탁을 돌아봤다. 우선 첫번째로 식사 횟수. 가족 모두 모여 앉아 다같이 밥을 먹는 횟수가 얼마나 될까. 새벽 일찍 일어나 회사에 나가 아침을 먹는 남편, 아침에 일어나 잠이 덜 깬채로 아이의 아침상을 차리기 바쁜 엄마. 유치원 등원하면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오는 아이. 야근이나 회식으로 저녁을 밖에서 먹는 날이 많은 남편. 아이 반찬에 치중하다보니 정작 반찬이 마땅치 않아 저녁을 간단히 때우고 넘기는 엄마. 그런 모습들 사이사이 혼자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아이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밥상만 차려주면, 반찬을 골고루 차려주면 내 할일은 다했다는 듯 식사 자리를 피해 거실에 앉아 쉬는 내 모습 뒤로 홀로 쓸쓸히 밥을 먹는 아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 얼마나 밥이 맛없었을까.
두번째로 식사 시간의 풍경. 골고루 먹지 않는 아이에게 채소도 먹어라, 생선도 먹어라 등등의 잔소리. 아직 서툰 아이에게 물 흘리지 마라, 젓가락질 야무지게 해라, 떨어트리지 마라 등등의 잔소리. 아이의 생각이나 경험을 묻고 듣는 자리가 아니라 어른 기준의 규율을 주입하는 자리. 어른보다 먹는 게 느린 아이를 재촉하는 자리. 얼마나 불편했을까, 얼마나 답답했을까.
아이에게 필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너무나 당연하고 보편적인 진리가 밥상머리에도 깃들어 있었다. 너를 믿고 지지하는 가족들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다는 안정감과 애정을 표현해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식사시간이었다. 거창하게 따로 무언가 하거나 만들 필요 없이 같이 밥과 반찬을 나눠 먹는 자리에 모든 게 들어있었다. 여러가지 외국어와 수를 가르치기 전에, 이런 밥상머리의 경험을 통해 자신에 대한 긍정을 한 아이의 학업성취도가 높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리라.
모든 부모는. 특히 엄마는 아이의 몸이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상을 차리고, 골고루 먹으라 잔소리하는 만큼 아이의 마음도 풍요로워지길 바란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우리집의 식탁은 어떤 모습인지 살펴는 게 중요하다. 그걸 일깨워주는 이 책을 접한 건 행운이다. 앞으로라도 가족 모두 참여하는 식사 시간을 만들 것, 식사시간은 무조건 즐거울 것,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줄 것, 아이의 관심사에 귀 기울일 것.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본인의 힘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밥상머리는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되, 무엇을 가르치기보다는 아이들의 감정 기복을 지켜보고, 용납하고, 안정시키는 자리로 탈바꿈했다.
가족 안에서는 울어도 되고, 화내도 되고, 말도 안 되는 말을 해도 돼요. 이것만 알면 뭐든 가능하죠. 집에 오면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아니까요. 집에서는 누군가 이렇게 말하죠.
"너는 좋은 애야. 네가 한 거 맘에 들어. 네가 잘못한 거 알아. 하지만 여전히 널 사랑해. 널 포기하지 않아. 75%는 했으니까." 이곳이 지원 부대이고 사랑받고 성장하는 곳이에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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