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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토끼는 포기하지 않아 ㅣ 토토의 그림책
큐라이스 지음, 황진희 옮김 / 토토북 / 2020년 4월
평점 :

좋아하는 출판사의 신간 소식은 언제나 설렌다. 그 책이 제목만 들어도, 표지만 봐도 뭔가 웃음이 세어 나올 것 같은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대장 토끼는 포기하지 않아」라니. 누가 봐도 의자에 앉아있는 덩치 큰 토끼가 대장이고 옆에 쪼르르 서 있는 세 마리의 토끼가 부하 토끼라는 걸 알 수 있다. 대장 토끼는 도대체 무엇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걸까?
하늘에 있는 갈매기를 보고 하늘을 날고 싶어진 대장 토끼. 대장 토끼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뤄주려고 노력하는 부하 토끼들.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대장 토끼를 위해 부하 토끼들을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어떤 방법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오로지 대장 토끼를 날게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기세다. 허나 그들의 도전은 쉽사리 성공하지 못한다. (당연한 이야기인가.) 날개가 없는 대장 토끼는 언제나 땅으로 떨어지지만, 부하 토끼들은 기죽지 않는다. 이번엔 저번보다 오래 날았다며, 다음번에 더 잘 날 수 있을 거라 다짐하고 격려한다.

하늘을 날지 못했어도 언제나 괜찮다고, 힘낼 거라고 하는 대장 토끼. 자신을 생각해 주는 부하 토끼들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엉망이 된 대장 토끼를 보며 언제나 다음번엔 더 잘 날 수 있을 거라며 다른 방법을 찾아내고야 마는 부하 토끼들. 대장 토끼의 행복이 부하 토끼들의 행복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이고 어떤 감정인 걸까.
떨어지는 게 무섭고, 실패가 두렵지만 자신을 위해 애쓰는 부하 토끼들의 마음을 위해 계속 도전하는 대장 토끼.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대장 토끼를 위해서라면 몸 사리지 않고 나서는 부하 토끼들. 그들은 어쩌면 서로에게 의지한 채 서로의 마음을 보듬는 존재가 아닐까. 상대를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망설이지 않고 해내려고 노력하는 토끼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운 상황 속에 숨어 잔잔히 전해졌다.

단 하나 걱정이라면,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의 입장에서 대장과 부하로 나뉜 그들의 위치가 조금 염려스러웠다. 갑을 관계가 사회 곳곳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친구도 어쩌면 여러 권력관계에 의해 상하로 나뉘는 현 세태에서 귀여운 토끼들까지 대장이라 부르고 따르는 모습을 '우정'이라고 표현하기엔 조금 걱정스러웠달까. 하지만 나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이 책을 여러 번 다시 읽고, 읽으면서 읽을 때마다 깔깔 웃었다. 순수한 아이의 시각에선 대장과 부하라는 상하 관계보다 토끼들의 엉뚱하고 황당한 상황들이 먼저 보이겠지. 과한 걱정 내려놓고 보면 나도 웃기고, 유쾌하게 읽은 책이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조금은 더 균형 있게, 평등하게 표현되면 더 좋았을 걸이라는 아쉬움이 살짝 남지만, 그럼에도 책을 읽는 시간이 즐거웠음을 부정할 수 없다. 토끼들의 작명도, 앞뒤 간지에 들어가 있는 네 컷 만화도, 작가와 출판사가 이 책에 많은 정성을 쏟았음을 보여 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