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사랑하기로 했다 - 지금 사랑이 힘든 사람을 위한 심리학 편지
권희경 지음 / 홍익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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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결혼한 지 햇수로 9년 차. 권태기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저 사람이 왜 저럴까, 지금 일부러 저는 건가, 이 상황에서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거지?' 등등 여러 의문이 쌓여갔다. 해결되지 못한 숱한 의문들은 관계의 틈을 벌려 놓았고. 대화도 시도해 보고 책도 들여다봤지만 뭐가 문제인지 근본적으로 해결된다는 느낌보단 더 나빠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나도 모르겠는데, 네 속을 어찌 알겠냐 싶은 포기하는 마음도 생겼다. 계속 같은 불만이 쌓여갔고, 대화는 빙빙 돌았고, 해결은 되지 않았고, 감정은 상해만 갔다. 내가 이러려고 남편을 선택한 게 아닌데, 이렇게 살려고 결혼한 게 아닌데 싶었다. 불행이란 불행은 다 내 몫인 것처럼 우울하고 짜증 나고. 그런 일상들은 내 삶에 득 될 리 없었고, 나를 갉아먹고 있는 듯했다. 그런 상황에서 우연히 접한 이 책은 무조건 읽어야 할 책이었다. 부부 상담을 받아봐야 하나, 정신과 상담을 받아봐야 하나 하던 찰나. 이 책은 어려운 발걸음을 돌려 내가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우선 이 책은 각각 개별의 사연을 소개해 주고 있다. 이상하게도 사연 속 등장하는 인물들에게서 내 모습이 다 보인다. 열등감, 자존감, 집착, 분노, 희생 등등 나에게 없는 면이 없었다. 그러다 보디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고. 더불어 나의 모습을 객관화시켜 보다 보니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어떻게 접근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까지 보였다. 읽으면서 내가 상담을 받고 있는 느낌도 들었다. 내 속에 있던 이야기들, 내가 겉으로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와 닮은 누군가가 꺼내 놓은 것 같은 기분. 처음엔 연애와 결혼에 얽힌 사연들이다 보니 그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읽혔지만 읽을수록 꼭 남녀관계나 연애, 결혼에 국한시키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내용들이었다. 인간관계 전반에 대해, 그리고 나 자신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니.

 

 

 

읽으면서 공감되는 구절이 많았다. 나 자신을 돌아보니 나는 남편에게 무조건적이고 변하지 않는 사랑을 주지도 표현하지도 않으면서 남편에게는 무조건적이고 변하지 않는 사랑을 원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남편에게 분노하고 실망하고 상처받고 하는 모든 과정에서 어쩌면 나를 아프게 하는 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것도. 그리고 내가 왜 변치 않는 사랑은 갈구하는지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변치 않는 사랑은 상대방이 아닌 자기 의지에서부터 출발해요. 파트너가 때론 섭섭하게 해도 그리고 좀 부족해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하겠다는 자기 마음이 더 중요해요. 애정에 대한 믿음은 같이 키우고 쌓아가는 거잖아요. 한쪽에서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쌓이지 않아요. 또 그렇다고 서로 아무리 사랑했어도 변치 않는 사랑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요. 너무나도 많은 변수로 마음은 늘 변할 수 있으니까요.

      

이미 완성된 영원불변의 사랑은 세상에 없을지도 몰라요. 변치 않는 사랑은 미리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같이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요?

p.36

 

 

다른 사람의 어떤 태도나 행동보다 내 마음의 기준, 내 마음의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으며, 남편을 대하는 내 태도와 감정을 돌아보니 남편의 잘못보단 나의 잘못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내 손에 달린 것일 테다. 남편과 함께는 아니지만 혼자라도 어떤 상담을 받은 듯한 결과를 안겨 준 고마운 책. 덕분에 조금 더 사랑 넘치는 가정을, 내 삶을 꾸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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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라차차 길고양이 나가신다! 넝쿨동화 13
안오일 지음, 방현일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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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나름의 사회생활(5, 유치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다른 친구와 자신을 견주어 다른 점이나 같은 점들을 나눠 보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자신과 세계의 경계가 생겨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때 자칫하면 다른 점에만 초점이 맞춰져 친구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게 된다거나(친구가 좋아하는 만화를 좋아한다거나, 친구의 옷 스타일과 비슷해진다거나 등 본인의 취향이 흐려지는 경우도 있다) 본인에게 없는 점만을 부각시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친구는 있는데 왜 나는 없어? 그 친구는 하는데 왜 나는 안 해? 이런 질문들과 마주할 때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대답을 하곤 했다. 키나 생김새도 모두 다르고, 생각이나 마음도 모두 다르다고. 그러니 다른 점에 의아할 이유가 없고 내가 가진 것에 우쭐댈 것도 없고 내가 없는 것에 고개 숙일 필요도 없다고 말이다.

 

 

그런 아이에게 길고양이들로 대변되는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스토리가 주는 힘이 컸던 것 같다. 그림책 위주로 읽던 아이의 독서능력이 한 뼘 성장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글이 많은 책을 읽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뿌듯해했고, 이야기를 나에게 설명해 주면서 눈은 빛났다. 연두와 깜이의 우정, 양모스라는 못된 고양이의 횡포, 거기에 맞서는 다른 길고양들, 빠끔이와 뻐끔이 형제 이야기 등. 솔직히 7살이 읽기엔 난이도가 조금 있어 보였고, 그래서 내가 읽어주면서 설명을 덧붙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아이는 혼자 힘으로 읽어냈고 반복 독서 후 이야기를 습득했고 나에게 설명할 정도로 이해와 정리도 잘 되어 있었다.

 

 

우선 고양이는 아이들에게 신비로운 동물인 듯하다. 길에서 가끔 마주치지만 가까이 가거나 만질 수는 없는 그런 존재. 그래서인지 길고양이가 주인공인 이 책은 아이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오드 아이(이 표현 자체를 아이는 기억하거나 이해하는 것 같진 않다)인 연두. 다른 고양이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주눅 들어 있는 연두. 그런 연두에게 용기를 주는 깜이. 까만 털을 가져 깜이라고 불린다. 동네 길고양이들을 괴롭히는 양모스. 결국 다수의 길고양이들이 힘을 합쳐 양모스를 무찔렀다는 이야기. 언뜻 보면 흔하고 예상 가능한 이야기이다. 모두 힘을 합쳐 다른 마을로 쫓아냈으려나 했는데 그러지 않아 오히려 더 따뜻하게 읽혔다.

 

 

눈이 초록색일 수도 있고 파란색일 수도 있지 그걸 왜 가리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는 아이. 다른 고양이들과 다른 게 싫었나 보다, 했더니 '똑같은 고양이는 없어. 모두 다 달라.'란다. 양모스는 다른 고양이들을 왜 괴롭히는지 모르겠다며 이상하다고도 했다. 양모스도 양모스만의 이유가 있겠지, 했더니 '그래도 때리고 먹을 거 뺏고 그러면 안 되지.' 한다. 그림보다 글이 많은 책을 읽고 이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신기하고 대견했다. 아마 이 책 덕분이리라. 아이가 흥미를 가질 만한 등장인물, 꼬여있지 않은 스토리, 각각 뚜렷한 캐릭터, 깔끔한 전개와 결말. 아이도 흥미롭게 읽었고 나 또한 재밌게 읽었다. 요즘 동화는 이렇구나, 하면서.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친구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더불어 아이도 연두처럼 더 당당하고 생각을 조리 있게 전달하는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하는 엄마의 욕심도 더해본다.

 

 

   

 

숨기려고 하면 할수록 더 눈에 띄어. 뭐든지 숨기면 숨길수록 다들 더 궁금해한단 말야. 난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기로 했어. 숨긴다고 잘린 꼬리가 다시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 내가 나를 부끄러워하면 누가 나를 좋아하겠어?

p.76~77

 

 

 

소중한 게 꼭 필요한 곳에 쓰였을 땐 사라지는 게 아냐. 그곳에 영원히 간직되는 거란다.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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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모든 순간, 필요한 건 철학이었다 - 나를 채우고 아이를 키우는 처음 생각 수업
이지애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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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에드문트 후설,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공자, 장 자크 루소, 존 듀이, 장 폴 사르트르. 어떤가? 이름만 읽었을 뿐인데도 머리가 아프지 않는가? 이래서 사람들이 철학을 막연히 어렵고 두려워하는 걸 거라 생각한다. 유명하지만 나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한 이야기는 분명 뭔가 고상하고 심오하면서 동시에 꽈배기 같아 알아듣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레짐작. 그럼에도 우리는 철학을 해야 하고, 철학자의 글을 읽어야 하고, 그 글이 무슨 내용인지 어렵다면 그걸 해석한 글을 읽고 또 읽어야 할 것이다. 철학도 어렵겠지만 육아 또한 만만치 않고, 내 손에 달린 새로운 생명을 반듯하게 키워내려면 찾아 읽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다짐하는 과정의 반복이 무수히 필요하니 말이다. 하지만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정해진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스스로 터득하면 되고(터득이 단번에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뿌옇던 무언가가 조금이나마 선명해져 가는 과정 자체를 터득이라고 본다.) 터득하지 못하더라도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 자체로 이미 성장하고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당장 궁금하고 시급한 몇 가지 주제를 친절하게 추려 설명해준 이 책이 있으니 걱정 말고 일단 책장을 열면 된다.

 

 

 

 

 

지금부터 철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가족'에 대한 물음들을 차근차근 풀어보려 합니다. 철학자들이라고 해서 구체적인 답을 제시해 줄 거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철학은 원래 정답을 가르쳐주는 학문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철학자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인 이야기들을 집요하게 탐구하는 사람들이니, 모처럼 솟아오른 '가족'에 대한 의구심들을 스스로 풀어갈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은 해주지 않을까요? 인생의 해답은 남에게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스스로 터득하는 것. 저는 그 과정이 진짜 철학 하는 사람의 살아있는 철학함이라고 믿습니다.

p.128 어디까지가 가족일까

 

 

 

 

 

이 책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 '토요 철학교실'에서 많이 대두되었던 질문 열 가지에 대한 해답을 철학자의 관점에서 논의하고 있다. 아이 친구 관계에 얼마나 개입해야 하는지(1), 아이를 잘 교육하고 있는지(2), 어쩌다 스마트폰에 푹 빠졌는지(4),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까(9), 왜 사는지 어떻게 죽을지(10) 등을 주제로 여러 철학자들의 관점을 소개함으로써 그에 대해 내가 그동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면 그 문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한 번 바라보게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깨달음이 일어나고. 철학자들만큼의 커다란 깨우침은 아니겠지만 지금 당장 나의 상태나 상황을, 아이의 모습을, 아이와의 관계를 조금은 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매 장마다 나에게 던지는 질문과 아이에게 던지는 질문이 들어있는데, 이 부분이 참 유용했다.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곰곰이 생각해 보며 글을 읽을 때 놓치거나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돌아보게 해줬고, 아이에게 던지는 질문은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아이의 생각을 색다르게 볼 수 있게 도와줬다. (내가 예상했던 대답이 아닌 답을 하는 아이를 보며 조금 놀랐달까.)

 

 

매일 보는 아이지만 내가 모르는 부분이 더 많으리라. 아이가 크고 자랄수록 그 부분은 더 커질 테고 그만큼 아이와의 간격은 벌어질 것이다. 그 간격을 여유로움과 서로에 대한 배려, 애정으로 채워야 부모 자식 관계가 틀어지지 않고 원만하게 완성될 테다. (혈육이라고 그저 피로 끈끈히 연결될 것이라 믿지 않는다.) 사려 깊은 부모를 보며 아이도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그것이 내가 철학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일 테다. 이 책을 계기로 철학자들의 생각이 더 알고 싶어졌다. 철학을 그저 어렵고 막연한 분야로 치부하지 않고 더 찾아보고 더 읽어내야 할 것으로 만들어줬음에 이미 의미가 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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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줘서 고마워 - 고위험 임산부와 아기, 두 생명을 포기하지 않은 의사의 기록
오수영 지음 / 다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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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391일에 자연분만으로 첫째 아이를 낳았다. 저 때 내 나이 서른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인데(지금 보면 아주 어린 나이지만) 어떻게 그렇게 임신과 출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을까. 나는 너무 무지하게도 결혼을 했으니 임신을 했고 임신을 했으니 아이를 낳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자연스럽고, 대부분의 여성들이 가는 길이라고. 그래서 나 또한 그 길로 갈 것이라고. 어떻게 저렇게 단순무식할 수 있지? 지금 돌아보면 놀라울 지경이다. 24시간의 진통 끝에 아이를 낳는 순간에서야 어렴풋이 알았다. 출산이 생사를 오가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건강한 아이 또한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햇수로 7년이 지난 지금, 둘째를 만나기 위해 난임병원에 다니고 있다. 첫째 때와 여러 상황이 많이 다르다. 첫째 때는 동네 산부인과를 다니며 그저 마냥 신기할 뿐이었고, 산부인과에서 만나는 수많은 임산부가 그저 나와 같은 임산부일 뿐이었다. 그들도 만삭에 건강한 아이를 낳을 것이고 나 또한 만삭에 건강한 아이를 낳겠지. 이슈라고 자연분만이 될까 제왕절개가 될까 그 정도였다. 난임병원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어찌 됐든 의료기술의 도움이 있어야만 임신이 가능한 사람도 있고, 임신은 자연적으로 가능하나 유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있고, 염색체나 유전적 요인 때문에 시험관을 진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서 마주치는 임산부들은 '그저 임산부'가 아니라. 각자가 각자의 무게를 묵묵히 짊어진 채 아이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그 자체로 위대한 존재로 보인다. 여러 호르몬 주사와 수술들, 처방들을 이겨내고 아이를 품길 희망하거나 품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이 책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그동안 만난 고위험 임산부와 아기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여러 특수한 경우부터 흔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경우까지 각각의 에피소드 안에 여러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내가 아이를 낳은 것이 평범한 일이 아니었구나, 내 아이의 생명이 그렇게 쉽게 나에게 온 것은 아니었구나, 더불어 나 또한 이 세상에 쉽사리 던져진 게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여러 육아서를 읽지만, 가끔은 이런 에세이 하나가 더 큰 울림과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매일 보고 매일 어루만지는 내 아이가 내 눈앞에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하고 복받은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조금 더 위험해진 지금 둘째 아이를 기다리며 읽으니 감회가 더 새로웠다. 이렇게 다양한 이슈가 생길 수 있는 임신을 내가 또 할 수 있을까, 건강히 유지해서 잘 낳을 수 있을까 두려우면서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니 나 또한 담대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최근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란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 차갑고 냉철하고 약간은 기계적인 것 같아 보이는 의사들의 이면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달까. 슬의생의 여파로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병원에 찾아가 여러 의사선생님들을 인터뷰한 것도 흥미롭게 봤다. 그중 산부인과 레지던트 3년 차 여자 선생님께서 왜 산부인과를 선택했냐는 물음에 산모와 아이, 두 개의 생명을 지켜내는 부분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답하셨다. 그렇다. 산부인과 의사의 손에는 두 생명이 달려있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것이고, 어떤 결정이 보다 최선일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도 숱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산모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움직이는 저자의 모습에 뵌 적도 없는 내가 신뢰가 쌓일 정도였다. 그만큼 마음 따듯하고 침착하며 능력 있는 분이시란 뜻이겠지. 똑똑한 사람이 글도 잘 쓰나 보다. 쉽게 읽혔다. 쉽게 읽히면서도 마음엔 무겁게 남는 그런 책. 비슷한 상황이라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어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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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지르지 않는 엄마의 우아한 육아 - 엄마와 아이의 자존감을 살리는 육아 코칭
린다 실라바.다니엘라 가이그 지음, 김현희 옮김 / 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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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키우며 지내는 하루하루가 일과는 비슷해 보여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 변화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오르내린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자괴감이 드는 순간은 아이에게 큰 소리로 소리 지르는 경우. 그러면 안 된다는 걸 그 순간 바로 인지하지만 멈추지 못하고, 결국 뒤돌아서 후회하고 아이에게 사과하고. 반복이다. 일종의 악순환. 심한 날은 아이가 날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예쁘다고 사랑한다고 친절하게 웃고 상냥하다가 별것 아닌 일에 갑자기 큰 소리로 꾸짖는, 왔다 갔다 하는 엄마라니.

 

   

 

 

돌아보면 아이가 서너 살 무렵에 유난히 욱했던 것 같다. 더 어렸을 땐 말이 통하지 않고, 아이의 활동성도 큰 편이 아니라 어느 정도 내 선에서 조절이 가능하지만(아이와 관련된 일을 내가, 나만이, 내 기준으로 조절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이나마 안다.) 조금 더 큰 서너 살 무렵에는 말이 통하는 듯 보이지만 통하지 않고, 활동성을 커지고, 몇 년에 걸친 육아로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여유가 없으니 말이다. 내 경우엔 아이가 5살 정도 되니 어느 정도 대화도 가능해지고 본인이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분간하기 시작하면서 욱하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짧지만 개인 시간도 생기고 말이다. 그래서 내 경우에 빗대어 보면 이 책을 5살 미만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아이가 하루라도 더 크기 전에 읽는다면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모든 엄마들이 꿈꾸고 바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큰 소리 내지 않고, 평화롭고 상냥하게 아이를 키우는 것을. 그러니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반기지 않을 엄마가 어디 있을까. 소리 지르지 않을 수 있다니. 이 책의 결론을 요약하자면, 결국 엄마가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고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상황을 유난히 견디지 못하는지를 나의 어린 시절 즉 내 부모의 육아를 통해 들여다보고, 내면아이를 통해 들여다보고, 구체적으로 적어도 보고 그렇게 나에 대해 내가 잘 파악해야 욱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아이는 아이 그 자체로 존엄성을 가진 존재라는 부분을 명심하고, 아이를 대할 때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억압하지 않고 평등하게 대하다 보면 저절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것.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점에 크게 공감했다.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휴식을 취해야 편안해지는지, 어떤 취미를 가져야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지 등등 내가 나에 대해 잘 알아야 그만큼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만큼 아이 또한 잘 들여다보고 알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엄마가 스스로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아이 또한 본인에 대해 잘 파악하고 알아가는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책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워크시트도 유용했다. 설명으로만 끝났다면 읽고 넘어갔을 부분인데 워크시트 부분이 있어 실제로 적어보다 보니 조금 더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돌아보고 생각하게 되었다. 린다와 다니엘라가 같은 주제를 한 번씩 짚고 넘어가니 복습하게 되는 효과도 있었다. 한 번 더 읽다 보면 더 기억에 남는 게 사실이니까.

 

 

 

어떤 육아서를 읽어도 결국 실천은 내 몫이다. 이론만 가지고 아이를 키울 수는 없으니. 이 책을 읽고 난 내가 실수에 관대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정작 내 실수엔 스스로 관대하면서 꼬마인 아이가 하는 실수에는 왜 그렇게 빡빡하게 구는지. 앞으로 아이가 하는 실수를 조금은 더 수용하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 내 아이가 하는 커다란 실수가 아니라 누구나 하는 작은 일상 중에 하나로 생각하고, 욱하는 대신 내가 치우거나 도와주기로 다시 한번 마음먹었다. 아이에게 욱하지 않는 엄마가 어디 있으랴. 욱했다고 자책하고 자괴감에 빠지지 말고, 모든 엄마가 그러하다는 작은 위안과 함께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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