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라차차 길고양이 나가신다! 넝쿨동화 13
안오일 지음, 방현일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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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나름의 사회생활(5, 유치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다른 친구와 자신을 견주어 다른 점이나 같은 점들을 나눠 보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자신과 세계의 경계가 생겨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때 자칫하면 다른 점에만 초점이 맞춰져 친구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게 된다거나(친구가 좋아하는 만화를 좋아한다거나, 친구의 옷 스타일과 비슷해진다거나 등 본인의 취향이 흐려지는 경우도 있다) 본인에게 없는 점만을 부각시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친구는 있는데 왜 나는 없어? 그 친구는 하는데 왜 나는 안 해? 이런 질문들과 마주할 때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대답을 하곤 했다. 키나 생김새도 모두 다르고, 생각이나 마음도 모두 다르다고. 그러니 다른 점에 의아할 이유가 없고 내가 가진 것에 우쭐댈 것도 없고 내가 없는 것에 고개 숙일 필요도 없다고 말이다.

 

 

그런 아이에게 길고양이들로 대변되는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스토리가 주는 힘이 컸던 것 같다. 그림책 위주로 읽던 아이의 독서능력이 한 뼘 성장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글이 많은 책을 읽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뿌듯해했고, 이야기를 나에게 설명해 주면서 눈은 빛났다. 연두와 깜이의 우정, 양모스라는 못된 고양이의 횡포, 거기에 맞서는 다른 길고양들, 빠끔이와 뻐끔이 형제 이야기 등. 솔직히 7살이 읽기엔 난이도가 조금 있어 보였고, 그래서 내가 읽어주면서 설명을 덧붙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아이는 혼자 힘으로 읽어냈고 반복 독서 후 이야기를 습득했고 나에게 설명할 정도로 이해와 정리도 잘 되어 있었다.

 

 

우선 고양이는 아이들에게 신비로운 동물인 듯하다. 길에서 가끔 마주치지만 가까이 가거나 만질 수는 없는 그런 존재. 그래서인지 길고양이가 주인공인 이 책은 아이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오드 아이(이 표현 자체를 아이는 기억하거나 이해하는 것 같진 않다)인 연두. 다른 고양이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주눅 들어 있는 연두. 그런 연두에게 용기를 주는 깜이. 까만 털을 가져 깜이라고 불린다. 동네 길고양이들을 괴롭히는 양모스. 결국 다수의 길고양이들이 힘을 합쳐 양모스를 무찔렀다는 이야기. 언뜻 보면 흔하고 예상 가능한 이야기이다. 모두 힘을 합쳐 다른 마을로 쫓아냈으려나 했는데 그러지 않아 오히려 더 따뜻하게 읽혔다.

 

 

눈이 초록색일 수도 있고 파란색일 수도 있지 그걸 왜 가리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는 아이. 다른 고양이들과 다른 게 싫었나 보다, 했더니 '똑같은 고양이는 없어. 모두 다 달라.'란다. 양모스는 다른 고양이들을 왜 괴롭히는지 모르겠다며 이상하다고도 했다. 양모스도 양모스만의 이유가 있겠지, 했더니 '그래도 때리고 먹을 거 뺏고 그러면 안 되지.' 한다. 그림보다 글이 많은 책을 읽고 이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신기하고 대견했다. 아마 이 책 덕분이리라. 아이가 흥미를 가질 만한 등장인물, 꼬여있지 않은 스토리, 각각 뚜렷한 캐릭터, 깔끔한 전개와 결말. 아이도 흥미롭게 읽었고 나 또한 재밌게 읽었다. 요즘 동화는 이렇구나, 하면서.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친구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더불어 아이도 연두처럼 더 당당하고 생각을 조리 있게 전달하는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하는 엄마의 욕심도 더해본다.

 

 

   

 

숨기려고 하면 할수록 더 눈에 띄어. 뭐든지 숨기면 숨길수록 다들 더 궁금해한단 말야. 난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기로 했어. 숨긴다고 잘린 꼬리가 다시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 내가 나를 부끄러워하면 누가 나를 좋아하겠어?

p.76~77

 

 

 

소중한 게 꼭 필요한 곳에 쓰였을 땐 사라지는 게 아냐. 그곳에 영원히 간직되는 거란다.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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