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바다에서
파울라 카르보넬 지음, 마저리 푸르쉐 그림, 성소희 옮김 / 달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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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국제어린이도서관이 선정하는 화이트 레이븐 상의 수상작가 파울라 카르보넬. 생소한 작가다. 낯설지만 유럽 작가들의 그림책을 보면 한국 정서와는 조금 다른 색채나 그림 스타일을 볼 수 있어 새롭고 생경해서 좋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 그림이 독특하면서도 눈길이 간다. 이 책의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푸르른 여름날, 바닷가에 소녀(마리아)와 엄마가 있다. 마리아는 파도에 떠밀려 온 작은 유리병을 발견하게 된다. 그 안에는 도와달라는 쪽지가 들어있었다. 본인이 갇혀 있는 곳에 대한 이야기와 오는 방법이 적혀 있는 쪽지. 마리아는 그 쪽지를 따라 물 속 깊이 깊이 들어가고, 드디어 쪽지의 주인공을 만나게 된다. 어항에 갇혀 있는 인어를 너른 바깥 바다로 꺼내주는 마리아. 그렇게 그 둘은 드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헤쳐나간다.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보지 않았을까. 바닷가에서 우연히 주운 유리병과 그 안에 들어있는 누군가의 쪽지. 그 쪽지의 내용이 도와달라는 것이 아닐지라도 낯선 이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신비함과 설레임을 우연히 마주치길 말이다. 영화 속에나 있는 일 같다. 실제로 바닷가에 가보면 눈에 보이는 건 사람들이 버리고 간 플라스틱 쓰레기들과 온갖 잡동사니가 전부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더 소설 같고 더 이야기 같다. 그 덕분에 내 상상이 대리 충족되는 느낌이랄까.

 

 

처음 읽었을 땐 '이게 다야?' 싶은 마음도 들었다. 이야기 자체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기 때문. 하지만 한두번 더 읽어보면 숨은 이야기가 보인다. 내게 그 숨은 이야기는 파란 바다만큼이나 푸르른 신비함이었다. 신비한 경험과 그 신비함을 빛내주는 파란 바다. 바다와 하늘이 하나로 섞인 것 같은 환상적인 배경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마리아의 당찬 모습. 너른 바라도 나아가는 두 소녀의 자유로움. 마음 속에 깊고 푸르른 여름 풍경과 환상적인 경험을 심어준 그림책이었다.

 

 

 

그날, 우리는 아침 일찍 한가로운 해변을 찾았지.

 

너울거리는 파도에 딸려 온 유리병과 함께

 

그렇게 우리의 신비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어.

 

아름다운 유리병 속 쪽지에는 누군가의

 

간절한 구조 요청이 담겨 있었어.

 

호기심 많은 너는 바닷속으로 냉큼 뛰어들었고.

 

그 여름날 우리를 부른 건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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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소리가 말했어 알맹이 그림책 49
오승한 지음, 이은이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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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도 표현도 정말 너무나도 예쁜 그림책을 만났다. 자음과 모음의 언어유희를 통해 아이의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못난 소리를, 엄마의 따뜻한 소리로 끌어안는 그림책.

 

 

우선 ''을 예로 들어 보자.

 

 

 

 

 

''은 가난해, 괴로워, 그저 그래, 거짓말이라며 본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소리는 길, 걷다, 같이, 기다리다, 고맙다, 감사하다를 이끌어내며 ''을 안아준다. 엄마소리가 그동안 아이에게 막연히 하고 싶은 마음속의 이야기들인데, 구체적인 표현을 찾지 못해 맴돌던 말들이라 너무 감사하고 예뻤다. 아이에게 아이 이름을 넣어 읽어주니 부끄러워하면서도 좋아하던 모습.

 

 

아이가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뱉은 말은 "엄마, 좀 이상해. 재미없는 거 같아."였다. 아마 자음으로 표현되는 내용들을 한두 페이지 펼쳐보고 학습적이고 교육적이라고 느낀 것 같다. 하지만 그림책은 그림책이니, 뒷부분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모르니 끝까지 한 번은 읽어보자 다독였고, 다 읽고 난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엄마, 이 책 재밌어. 좋아."라고 했다. 아이에 이어 읽어본 내 마음에 쏙 들어온 책. 내 마음에 쏙 들었으니 엄마의 애정이 묻어났을 테고 그래서 그런지 읽어주니 더 좋아했다. 세상 모든 엄마들 마음속의 이야기를 끌어내 대신해주고 있는 책이다. 그만큼 따뜻하고 예쁜 그림책이다! (엄마의 욕심을 조금 더 보태자면 글자 공부하기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자음과 모음의 개념이 아직 서지 않은 상태라 하더라도 귀엽게 꿰매어져 표현된 자음을 보고 그 자음이 들어간 여러 단어들을 바로 옆에서 보고 들으며 대입해 보면서 한글에 대한 개념이 깨칠 수 있는 책이다. 그런 이유로 또 한 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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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주고 욕먹는 당신에게 - 50만 명의 인간관계를 변화시킨 자기중심 심리학
오시마 노부요리 지음, 이건우 옮김 / 푸른숲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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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아마 '좋은 사람'일 것이다. 좋은 사람이 어때서? 착하면 좋은 것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저자는 "친절한 모두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건 바로 당신,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한다.

 

 

가끔 보면 착하고 좋은 사람 같은데 그런 사람에겐 가혹한 상황이 많이 생기고, 반대로 좀 이기적이고 무례한 사람 같은데 그런 사람에겐 되려 다른 이들이 공손하거나 친절하게 대하는 상황이 있다.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반대여야 하는 거 아닌가? 조금 더 나아가 나는 전자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언가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상황이 왜 나에게 자주 닥친 건지, 왜 친절하려고 노력하는 내게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막 대하는지 알게 된다.

 

 

책의 내용을 요약해 보자면 좋은 사람은 타인의 행복을 원한다. 타인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본인을 희생하고, 고통을 떠안는다. 하지만 타인의 감정이나 행복은 나로 인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잘못된 만능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좋은 사람이 원하는 결말은 이루어지지 않고, 그렇기에 자괴감이나 후회에 빠져들며, 가끔 화가 나기도 한다. 왜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건지 왜 그때 내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도와주지 못한 건지) 자책한다. 이런 좋은 사람 주위엔 좋은 사람의 노력을 알아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보다 이런 스트레스를 전달받은 '안 좋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좋은 사람은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결론은 타인의 행복은 타인이 알아서, 타인의 감정 또한 그 타인이 알아서, 나는 그저 내 감정에 집중하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시점에 집중할 것. 나 스스로 행복하고 즐겁다면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즐거워질 수 있거나, 아니면 스스로 즐거운 타인이 주변에 남게 될 거라는 것.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다. 특히나 너무나 좋은 사람인 남편 생각도 많이 났고. 언제나 본인을 희생하고 싫은 소리 한 번 없이 묵묵히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일을 떠맡지만, 결국 그런 행동을 당연히 여기는 사람 때문에 내가 되레 화가 나고 그랬었다. 하지만 남편을 떠나 나 또한 싫은 소리 못하고,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하고, 내가 손해 보고 마는 게 더 편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내 감정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타인의 감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나로 인해 타인의 기분이 상하는 상황을 극도로 조심하며 살았다. 그런 과정에서 내가 얻은 스트레스와 자괴감은 당연하지만 나에겐 독이 됐을 거고. 이제부터라도 내 감정을 우선으로 살아야겠다. 싫은 건 싫은 거다. 가기 싫은 자리엔 가지 않을 거고, 듣기 싫은 소리는 듣지 않을 거다. 무례한 언행엔 무례하다고 표현할 거고,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에겐 더 이상 배려하지 않을 거다. (다짐하지만 쉽지는 않겠지.)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나에게 더 집중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이 책이 그러라고, 그럴 수 있다고, 그렇게 하면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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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올림픽 보랏빛소 그림동화 11
간장 지음 / 보랏빛소어린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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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좋아할 줄 알았다. 엉덩이, , 방귀 이야기를 싫어하는 아이가 있긴 한 걸까. 좋아할 줄 알았지만 이 정도로 좋아할 줄은 몰랐다.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읽을 때마다 깔깔, 꺄르르, 히히히.

 

 

농장의 작은 곤충들이 엉덩이 올림픽을 시작한다. 여러 동물의 엉덩이를 건너 뛰어 똥꼬꽃을 먼저 꺾는 자가 우승이다. 우승한 자에겐 소원을 들어준다. 일등을 차지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역경을 헤쳐나가고, 장애물을 건너뛰는 곤충들. 나는 자꾸 실제 똥이 떠올라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는데(마지막에 맛있게 먹으라며 똥 퍼줄 땐 정말...) 아이의 시선은 역시 다른가 보다. 방귀도 나오고 똥이 난무하는 그림책이 뭐가 그리 좋은지 엄마 봐봐 하며 깔깔깔. 아마 평소엔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똥 이야기하면 그만하라고 제지 당했던 사회적 경험들 때문이겠지. 작가님은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한눈에 꿰뚫어 마음껏 논하라고 여기저기 똥 밭을 그려주신 걸 테고.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똥 이야기만 하다 끝나는 건 아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각자의 색깔이 있고, 진행 방향도 뚜렷한 편이다. 아이와 나 모두 인물들의 작은 이야기, 말풍선에 들어가지 못한 그들만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요소들도 많이 들어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저 좋아하는,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며 나까지 흐뭇했달까.

 

  

 

 

집에 도착한 이후로 요 며칠 아이가 하루에 한 번씩은 읽는 책이 되었다. 조금 더 크면 똥 이야기도 시시해하는 날이 오겠지. 어쩌면 똥 이야기에 시들해지는 순간이 아이에서 어린이로 탈바꿈하는 날이 아닐까 하는 약간 이상한 생각도 해보게 해 준 유쾌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이름도 재미있어 인상적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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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 국민서관 그림동화 236
길례르미 카르스텐 지음, 김영선 옮김 / 국민서관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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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례르미 카르스텐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 접한다. 이름도 낯설고 생소하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브라질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하는데, 이번에 국민서관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인사를 한 듯하다.

   

 

BIB 황금패상, 황금 바람개비 대상을 수상했다는데(솔직히 어떤 상인지 잘 모른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왜 여러 상을 수상했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세련되면서도 독특하다. 크레파스 등 여러 도구가 사용됐고, 콜라주 기법으로 독특한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표지만 봐도 기발하지 않은가! 제목도 제목이지만, 표지를 보고 있으면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다. 소리가 울리는 것 같다. 어디서 이렇게 커다랗고 강력한 소리가 퍼져 나오는 걸까? 소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스토리 자체만 놓고 보면 조금 단조로웠다. 아이의 울음소리. 예전 내 아이도 지금보다 더 아가였을 때 (내 기준으로) 별것 아닌 일이나 상처에 세상이 떠나가라 울 때가 있었는데 그땐 그저 왜 우는 건지, 내가 어떻게 해야 울음을 그칠지만 떠올렸었는데. 작가는 아이가 우는 상황에서 산이 깎여 나가고 호랑이 털이 다 벗겨지는 상상까지 했나 보다. 줄무늬 없는 호랑이라니. 아이는 이 장면을 가장 좋아했다. 소리가 너무 커서 호랑이 털이 다 벗겨졌다며.

 

 

마지막에 보면 그저 한 아이의 울음소리로 빚어진 해프닝일 뿐인데, 그 과정 중에 보이는 색채와 표현, 그림은 아이들 그림책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이었고 강렬했고 신기했고 신선했다. 그림만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책. 아이도 보면서 뭔가 예술적 감성을 조금 더 키웠으면 좋겠는데, 엄마의 욕심이겠지.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더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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