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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올림픽 ㅣ 보랏빛소 그림동화 11
간장 지음 / 보랏빛소어린이 / 2020년 6월
평점 :

아이가 좋아할 줄 알았다. 엉덩이, 똥, 방귀 이야기를 싫어하는 아이가 있긴 한 걸까. 좋아할 줄 알았지만 이 정도로 좋아할 줄은 몰랐다.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읽을 때마다 깔깔, 꺄르르, 히히히.
농장의 작은 곤충들이 엉덩이 올림픽을 시작한다. 여러 동물의 엉덩이를 건너 뛰어 똥꼬꽃을 먼저 꺾는 자가 우승이다. 우승한 자에겐 소원을 들어준다. 일등을 차지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역경을 헤쳐나가고, 장애물을 건너뛰는 곤충들. 나는 자꾸 실제 똥이 떠올라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는데(마지막에 맛있게 먹으라며 똥 퍼줄 땐 정말...) 아이의 시선은 역시 다른가 보다. 방귀도 나오고 똥이 난무하는 그림책이 뭐가 그리 좋은지 엄마 봐봐 하며 깔깔깔. 아마 평소엔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똥 이야기하면 그만하라고 제지 당했던 사회적 경험들 때문이겠지. 작가님은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한눈에 꿰뚫어 마음껏 논하라고 여기저기 똥 밭을 그려주신 걸 테고.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똥 이야기만 하다 끝나는 건 아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각자의 색깔이 있고, 진행 방향도 뚜렷한 편이다. 아이와 나 모두 인물들의 작은 이야기, 말풍선에 들어가지 못한 그들만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요소들도 많이 들어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저 좋아하는,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며 나까지 흐뭇했달까.



집에 도착한 이후로 요 며칠 아이가 하루에 한 번씩은 읽는 책이 되었다. 조금 더 크면 똥 이야기도 시시해하는 날이 오겠지. 어쩌면 똥 이야기에 시들해지는 순간이 아이에서 어린이로 탈바꿈하는 날이 아닐까 하는 약간 이상한 생각도 해보게 해 준 유쾌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이름도 재미있어 인상적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