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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망망 망했다 ㅣ 따끈따끈 책방
백혜진 지음, 영민 그림 / 슈크림북 / 2023년 9월
평점 :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이 표현이 유행인 걸까. 아이는 작은 실수에도 "망했다.", 조금 안 좋은 상황에도 일단 "망했다!"부터 내뱉곤 했다. 옆에서 들을 때면 망한 건 아닌데 싶기도 하고, 망했다는 조금 과한 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작은 실수는 처음부터 다시 하면 됐고, 안 좋은 상황은 거기에 맞춰 또 대응하면 그만이었는데, 왜 다 망했다고 하는 거지? '망했다'에는 모든 것이 끝났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 아이에게 그 표현보다는 다른 표현이 낫겠다며 일러주곤 했는데, 이런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게 우리 아이만은 아닌가 보다. 이 책의 주인공 동률이 또한 '망했다'를 입에 달고 사니 말이다.
동률이 또한 엄마에게 말이 씨가 되니 좋은 표현으로 바꾸라는 잔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아이답게(?) 주의해서 듣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망했다'를 말하려는데 그 표현이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대신 '망아지', '망원경', '망무아미타불' 같은 이상한 소리들만 튀어나오고 만다. 이 부분이 아이들이 읽기에 폭소 포인트가 되는 듯하다. 아이는 책을 읽으면 정말 소리 내어 깔깔 웃었다. 그것도 여러 번. 상황에 맞지 않는 단어를 외치는 주인공이 그렇게 재미있었나 보다. 아무튼, '망했다'라고 말하지 못하게 된 동률이는 '망'으로 시작하는 여러 표현들을 말하게 되고 점차 안 좋은 표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깨닫게 된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짜증 나!'가 있는 것 같다. 슬프다, 우울하다, 복잡하다, 서운하다, 힘들다 등등 여러 표현이 있는데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뭉뚱그려서 '짜증 난다'라고 표현하는 요즘 우리들. 부정적인 표현보다는 그래도 긍정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해 볼 것,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들여다볼 것 등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유익한 독서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