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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난이 온다 - 뒤에 남겨진 / 우리들을 위한 / 철학 수업
김만권 지음 / 혜다 / 202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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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난이라 한다. 무엇일까. 가난하면 당신이 떠올리는 풍경은 무엇인가? 길거리에서 홈리스를 생각하는가? 아니면 초록우산재단에서 제작한 어린이들이 배를 굶고 있는 모습? 혹은 세모녀 사건이나 방배동 모자사건과 같은 비극?
가난이란 말은 이 세계에서 상당히 축소된 개념이 돼 있다. 언어는 사람들의 의식을 규정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이 어느 한 곳에 고여있으면, 그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하여 대개 특별한 혹은 유별난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 과연 사람들은 방배동 모자 사건을 혹은 세모자 사건을 혹은 일가족들이 모두 자살한 사건들을 가리켜서 우리사회의 구조적 비극이라고 봤을까, 아니면 그저 비극적인 스토리로 인식을 했을까. 나는 후자라고 생각을 한다. 사람들의 의식을 바꿀 수 있는 기사는 해당 기사들에는 나오지 않았다. 언론들은 딱 현재의 시민들이 인식하기 좋을 정도로 가공해 스토리를 만들어 냈고, 딱 그정도로 소비됐으며, 우리 사회에서는 비슷한 사건들 또한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가난에 대한 그리고 빈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이처럼 멈춰져 있다. 그리고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은 우리가 현재 어떤 단계에 멈춰져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 김만권은 정치 철학자다. 나는 그의 강연을 몇 차례 들은적이 있다. 그가 얼마나 밝은 사람인지, 또 얼마나 근원적인 진보된 사회를 갈망하고 있는지를 잘 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를 지켜보면서, 몇 번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적 또한 있다. 어떻게 보면 그는 그의 학생에게 외국에서 수학을 기회를 주었고, 추천서를 줬을 뿐인데, 그 기회에 닿을 수 없었던 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애매하다. 그와 나 사이 그리고 그와 그 학생 사이. 이 3자 구도에서 누구도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존재한다. 그는 연세대에서 과거 강의하는 강사였고, 그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학생은 그가 갖고 있는 사회적 자본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었을 뿐이다. 연세대에 왜 가야하는지 그리고 해당 분야를 왜 공부해야 하는지. 혹은 공부자체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면서도 그를 만나게 된 사람은, 그로부터 특별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지만, 완전히 다른 길을 걸은 사람은 이 같은 선택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은 감명 깊은 책이었다. 우리 사회에 등장하고 있는 구조적 불평등을 조명하고 있다. 가슴이 아팠다. 내 이야기 같아서. 그가 4차 산업혁명, 새로운 불평등의 문제들이 정면으로 들이박을 사람이 나라고 생각하는 솔직히 두려웠다. 이 책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명확한 경고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성공했다. ‘가난’에 대한 나의 인식을 넓히는데 있어서 말이다. 그리고 내용 또한 좋았다. 실력은 역시 캡숑 짱이다. 그러나 과연 이 책이 갖고 있는 의미를 우리사회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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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어도 기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다. 너무 오래됐다. 그리고 굳이 기자 시험을 준비하지 않더라도, 우리사회의 기득권층은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사회의 도래를 위해 자신들의 사적 복지망을 구축할 것이다. 아!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위협이 소리소문도 없이 갑작스레 닥치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만반의 준비 상태에서 방어할 수 있다는 현실이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이 책 <새로운 가난이 온다>는 나에게 아이러니를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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