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본스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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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밀크맨>으로 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애나 번스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밀크맨>에서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지명과 단체명 등이 이 책에서 전부 실재하는 이름으로 등장한다니, 밀크맨 책을 구입했지만 <노 본스>를 먼저 읽으면 이해하기가 더 쉬울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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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oubles 라고 불리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지역의 아도인 마을에서 일어난, 아일랜드로 재합병 하려는 가톨릭교도 세력과 영국에 그대로 남으려는 개신교 세력의 충돌과정에서 생긴 분쟁의 이야기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분쟁으로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3500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만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건을 토대로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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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이야기는 놀랍도록 처참하고 잔혹하다. 어밀리아의 이야기로 연도별로 그 지역에서 일어난 끔직한 사건들이 서술되어진다. 어밀리아는 소설 속 주인공으로 장기간에 걸쳐 일어난 분쟁속에서 살아가는 어린 소녀이다. 어린 소녀의 눈으로 본 전쟁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당연히 정상적이지 않다. 폭력과 폭행은 일상적이고 비극은 끝이 없으며 그런 비극으로 고통받는 것은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미약하고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을 지킬 수 없었고 주변은 그들을 지켜주지 않으며 관심조차 없고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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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Bones 의 본(Bones)은 중의적으로 소설속 장소이기도 하지만, 소설에서 여자들이 도달하려는 앙상한 몸, 욕구도 희망도 없는 몸, 거세된 몸을 뜻하며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그 폭력이 여성의 신체에 집중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꼬집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어밀리아의 어린소녀가 처한 상황과도 맞닿아있다. 그녀는 가족내에서도, 학교에서도, 마을에서도 신체적, 정신적 학대에 노출되었으며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아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거식증 이라는 병으로 또 알콜중독과 정신병으로 시달릴 수 밖에 없었고, 그러한 이야기를 제목 Bones 으로 표현해 주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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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받은 편집자님의 편지로 어렵고 불편한 소설이라는 것은 인지했지만 내용은 생각한 것보다 더욱 놀랍다. 인간의 생명보다 오직 이데올로기가, 종교가 더 중요할 뿐이었다. 누군가 총에 맞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하나의 죽음이 생기면 또다른 죽음에 의해 묻혀지고 잊혀졌다. 이런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내가 평범하게 살아왔던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라는 것도 놀랍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지역에서는 자신의 생명과 삶이 무너지는 일들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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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 책과 연결된 <밀크맨>을 읽어봐야겠다.

*가제본으로 받은 이 책 <노 본스>는 전체의 절반정도에 해당하는 분량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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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주의자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소슬기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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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언더 그라운드 레일로드>와 <니클의 소년들>로 2번의 퓰리처 상을 수상한 콜슨 화이트헤드 작가의 데뷔 소설이다.

"아무것도 볼 필요 없이 그냥 느낀다고?"

"직관주의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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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라 메이는 도시의 부서인 엘리베이터 점검원이다. 그녀는 엘리베이터 점검원 사상 최초의 유색인종 여자다. 그리고 직관주의자이다.

▫️직관주의자
감각, 경험, 연상, 추리, 판단 등 사유작용을 거치지 않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직관만을 이용해 진리와 실재를 파악한다. 사실 사고의 과정을 거치는 과정이 워낙 빨라 의식하지 못 할 정도로 판단해 인식의 기초를 제공하며 그들은 직관만이 참된 인식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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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녀가 맡고 있는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추락한다. 그날의 책임자는 라일라 메이였고 시의 부서에서는 그녀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한다. 그녀는 분명 자신의 할 일을 다했지만 유색인종이었으며 여성이었고 직관주의자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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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는 자유낙하를 하지 않습니다. 도움없이는 말이죠."

부서 내에서 직관주의자와 경험주의자는 서로 대립한다. 부서의 대표와 백인들은 경험주의자이다.

▫️경험주의자
실제적인 경험과 연결되었을 때만 파악할 수 있으며 어떤 명제나 신념의 정당성은 반드시 경험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권위나 직관, 상상적 억측 따위를 신념의 근원으로 하는 것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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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라 메이는 자신이 죄가 없음을 밝히려 모두들 찾아 헤매는 블랙박스를 찾기 위해 사건으로 직접 뛰어든다. 그러다가 선거에 유리하도록 이용된 일이라는 사실과 마피아까지 연관되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사건이 커지게 되고, 블랙박스의 존재를 처음부터 가졌던 제임스 폴턴의 놀라운 비밀까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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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는 열차다. 종착지가 천국인 완벽한 열차. 완벽한 엘리베이터는 인간 화물이 진흙탕을 파헤치며 단어를 찾으려고 시도하는 동안 기다려준다. 블랙박스에서는 인간의 소통이라는 이 지저분한 일이, 화학물질의 분비로, 영혼에 있는 수용기로 이해된 진정한 말로 변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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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가 의미하는 건 무엇인가. 순식간에 수직 상승할 수 있는 기계를 점검하는 라일라 메이는 유색인종의 여성으로서 이미 수직 상승한 걸까. 그러나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는 사고가 나자 직관주의자를 몰아내려 한다. 그렇다면 또 직관주의자는 무얼 의미하는가. 수직 상승 할 수 있는 것과 반대로 수직 하강도 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백인들의 사회조직에서 발붙이고 살아가기 어려운, 안전하지 않은 실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또 다른 사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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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렵다
엘리베이터는 그냥 엘리베이터인데 왜 이리 어렵냐. 비유적인 표현이 많아서 제대로 이해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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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세상은 천국처럼 보일테지만, 당신이 예상했던 천국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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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바리스타 첫걸음 - 집에서 시작하는
황호림 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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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황제가 커피를 즐겨 마시면서 우리의 커피 문화가 시작되었으며 한국전쟁 이후로 인스턴트 커피를 즐기다가 1969년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하여 9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후 뛰어난 커피 품질을 내세운 로스터리 카페가 등장하면서 우리의 커피문화를 완전히 뒤바꾸었다. 그리고 이제는 특별한 커피를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직접 커피를 추출해 즐기는 홈 카페 문화가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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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라면 노란색 커피믹스가 다인줄 알았던 내가 아메리카노를 처음 마시고 '이렇게 쓴 걸 왜?'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후 나도 많은 사람들처럼 커피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는 직접 집에서 그라인더로 원두를 분쇄하고 드리퍼를 사용하며 커피를 추출하는 핸드드립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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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루를 커피로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쉽고도 유용한 커피의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커피의 역사와 커피 이름의 숨겨진 이야기, 원두의 종류와 그 특징들 뿐만 아니라 책의 제목처럼 집에서도 충분히 맛있는 커피를 즐길수 있는 커피 추출법부터 커피 레시피와 집에서도 생두를 볶을 수 있는 방법, 홈 카페 도구에 대한 그림과 이용 순서까지 커피의 모든 것이 아주 쉽게 설명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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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말하는 핸드드립은 드립포트의 물줄기를 정교하게 조절해서 여과지를 거쳐 추출하는 것이다.

필터방식 ㅡ 종이, 융, 금속필터 등 거름망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한다. 깔끔하며 산뜻한 맛.

인퓨전 방식 ㅡ 커피 윈두를 넣고 우려내는 방식이다. 묵직하고 강렬한 맛.

프레스 방식 ㅡ 높은 압력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한다. 빨리 추출되고 강한 맛.

보일링 방식 ㅡ 커피 윈두를 넣고 끓이는 방식이다. 야외에서 좋은 방법. 묵직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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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동네책방과 카페를 같이하던 그 곳에서 핸드드립 체험을 했었다. 융드립이나 페이퍼드립, 케맥스를 이용해 보기도 하고 또 싸이폰 커피까지 잠깐이지만 커피를 내려보고, 직접 내린 커피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기억이 책을 읽으며 저절로 떠오는다. 이제는 커피가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하루의 일상에서도, 나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큰 즐거움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쭈욱 윈두에서 나오는 커피의 다양한 맛과 향기를 즐길 것이다!

"커피는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과 같이 뜨겁고,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키스처럼 달콤하다."
ㅡ타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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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천재다 - 사피엔스의 동반자가 알려주는 다정함의 과학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김한영 옮김 / 디플롯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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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천재성에 관해서 생각하면 개의 삶도 풍부해질 뿐만 아니라 인간 지능에 관한 우리의 생각도 넓어진다. 어쩌면 개가 우리에게 건넬 가장 큰 선물은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황금 열쇠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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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백하자면 저자의 전작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의 제목만 보고, 요새 많이 나오는 다정함에 대한 에세이 라고만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다. 그러다가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의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적 지식과 심리학적 시선으로 바라본 인문학 책이란걸 알았다.

아.. 그러니까,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야 하듯이 책도 제목만 보고 판단하면 안되는 일이었다ㅎㅎ. 같은 작가님의 이 책도 개의 천재성에 대한 과학적 탐구와 실험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성에 대한 인문학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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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600만년 전 영장류의 일부가 진화했을 시기에 최초의 갯과 동물이 화석 형태로 발견 되었고 인간과 늑대가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175만년 전 이라고 한다. 그렇게 인류의 출현과 거의 비슷하게 개도 늑대라는 이름으로 출현한 것이라고. 인간과 개의 관계가 이토록 오래되었다니! 수 많은 반려동물이 있지만 인간과 개의 관계만큼 많은 수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 사람은 개를 반려하고 사랑하며 생활하게 되었을까.
그 과학적 비밀이 이 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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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단순히 개의 삶이나 개의 천재성, 개의 특징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개의 출현, 개의 자기가축화, 개와 인간과의 관계, 동물심리, 실험에 관한 결과와 이론 등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중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개의 '자기 가축화' 였다.

"인간이 주도적으로 늑대를 가축화하지 않았다. 늑대가 그들 자신을 가축화한 것이다. 최초의 개를 탄생시킨 것은 인간의 선택이나 교배가 아니라 자연선택이었다."

오! 인간의 선택이 아니라 자연선택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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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스스로 보다 안정적인 식량원을 위하여 가축화되었고 공격적이지 않는 기질이 여러세대에 걸쳐 반복되어져서 우호적인 개체가 되고 사람의 몸짓을 읽을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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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 쓰고 싶은 것은 너무나도 많다. 읽을수록 놀랍다. 어떤 이야기를 하여도 부족하니 무조건 읽어보아야 한다. 특히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개는 천재야!" 라는 말을 확신을 가지고 말해도 된다. 그것은 과학적으로 맞는 말이니까!

"개는 우리의 의사소통적 의도를 이해하는 능력과 도움이 될 만한 인간 행동의 기호적 성격을 이해하는 능력, 이 두가지를 결합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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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 '아무 몸'으로 살아갈 권리
김소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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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질문한다.

''내 몸을 사랑한다는 게 뭘까?
언제 사랑받는다고 느낄까?....
뒤틀리고 괴상하고 약한 내가
그대로 받아들여졌다고 느꼈을 때다.
평가없이."

나이가 들어보니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사람이 무엇 때문에 아름다운지.
언제 아름잡게 빛나는지.
타인에게서 반짝 빛나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 사람의 내면의 깊이를 보고 알았던 그 순간이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이 그렇게 사랑스럽다♡

책은 관리당하는 몸, 추방당하는 몸, 돌보는 몸,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인기척의 4부로 나누어져 나의 '몸'이자 타인이 보는 '몸'에 대해 이야기 한다. 쉽게만 읽을 수는 없었다. 오래전부터 박제되다시피 한 여성에 대해 언급된 글들은 뿌리박혀있는 차별의 문화에 대해 기자였던 작가가 직접 겪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2017년 다큐 땐뽀걸즈(댄스동아리)에 나왔었던, 졸업한 아이들을 인터뷰하던 글이 있는데 그 중 한 아이를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멋진 언니'라고 소개했다는 문장에서 뜬금없이 나는 눈물이 고였다. 그것은 이 책이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그 관계는 보이지 않아도 따뜻한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것을 느낄때 우리는, 자기자신을 사랑할 수 있으며 살아나가는 힘이 된다는 것을 내가 그 순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사람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속에서 내가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고 안도하면서 살아간다. 내 눈앞에 있는 나의 삶이 가장 소중했기에 우리가 사는 세상의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내 얘기가 아니라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내 주위를 돌아보는 일,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는 일, 그것이 관계속에서 사람이 살아갈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이다.

"내가 나라고 믿었던 나와 실제 나 사이의 괴리가 점점 벌어진다. 내가 그리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받아들여야 어른이 된다. 아프고 죽을, 필연적으로 의존하는 어쩌면 약한 나를 껴안아야만 세상과 연결될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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