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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6월
평점 :
제발트와의 인터뷰, 제발트 작품의 비평문을
모은 책
- 제발트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
- 소설에 관계없는 사진을 함께 배치하는 이유,
- 영감을 얻는 방식,
- 왜 이런 소설을 쓰는가,
- 독일과 역사인식에 대한 생각에 대해
엿볼 수 있는 글들이 있다.
제발트의 소설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것,
제발트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줘서 제발트라는 사람과
그의 소설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제발트는 사진은 텍스트에서 신빙성을 부여한다고 한다.
그러나 신빙성을 부여해야 할 사진이
역설적으로 불신의 대상이라면,
의지할 것은 텍스트밖에 없고,
궁극엔 언어많이 남는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제발트의 생각인 듯하다. - 20쪽
저는 저를 작가로 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성냥개비로 에펠탑 모형을 쌓는 사람이랄까요.
헌신적인 일이죠. 강박적이고요.
제발트는
진실과 거짓, 산 자와 죽은자, 의도와 결과,
실재와 허구 사이를 잇는 작업을 한 사람같다.
진짜(사람,사건,기록,사진)와
가짜(지어낸 이야기, 허구의 인물, 관련없는 사진)를
적절히 버무리면서 부풀리거나 축소하지 않고
덤덤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식
완전히 가짜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진짜도 아닌..
각자의 기억, 누군가의 일방적인 입장에서 쓰여진 기록자체도
전부 진실이라고 말할 수 없기에
제발트의 소설도 순전히 가짜라고 할 수도 없다.
책 말미에 부모님이 지인부부와 함께 찍은
화사한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제발트가 남긴 작품이 좀 더 이해가 되었다.
사진 속 배경에서 50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나치당 집결의 본진 뉘른 베르크가 있다는 것,
사진을 찍었을 때가 제발트의 아버지가
군복무 중 휴가를 나왔던 때라는 것,
당시 그의 어머니가 임신한 아기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
태어날 때도, 죽는 그 순간도
이야기같은 삶을 산 작가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