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유리는 자기애의 연장이나 결과도 아냐. 같은나무에서 피었다고 해도 작년의 벚꽃과 올해의 벚꽃은 별개잖아. 넌 네 인생을 살면서 본인의 행복을 손에 넣어야만해."
뭐, 그렇겠지. 알고는 있다.
내 인생. 나의 행복. 손에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구체적인 방법은 모른다. 그런 상태에서 시작돼버린 나의인생.
학교에도 가지 않는다. 친구도 없다. 미래의 계획은 전혀 없다. 우선 오늘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아무런 계획도 없는 백지상태, 하얀 여백만이 펼쳐진내 인생. - P124

친구는 없다. 친구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나이만 같을 뿐 어떤 친밀함도 느낄 수 없는 타인. 그런 무수한 타인과 함께 한 상자 안에 담긴 채 같은 공기를 마신다.
그게 고통스러웠다. 토하고 싶어질 만큼. - P145

"지금 손님이 느끼고 있는 의문은 옳아요. 친구라는 건시간의 성과랍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때로는 친밀했다가 또 때로는 소원해지죠. 하지만 역시나 만나고 싶어지고만나면 즐겁죠. 그렇게 어중간한 상태로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소중한 관계로 여겨지는 거예요. 그런 상대가 진짜 친구겠죠. 적어도 전 그렇게 믿는답니다."
"하지만 말이죠. 그 한 시절을 함께 즐겁게 지내다가 화려하게 해산하는 관계도 그 나름대로 친구인 건 틀림없어요." - P148

"넌 네 인생을 살면서 본인의 행복을 손에 넣어야만 해."

내 인생, 앞날은 백지상태, 하얀 여백뿐이다.
내 인생.
나의 행복. 손에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구체적인방법은 모른다. 그런 상태에서 시작돼버린 나의 인생.
그래, 시작되어버린 이상 어쩔 수 없다. 평범한 사람이될 수 없다면 그런대로 움직여보는 거다. 귀찮긴 하지만.
귀찮더라도 해볼까. - P176

"어쩌면 신비한 능력이라는 게 그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일 뿐 의외로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 P204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나한테 그런 존재는 바로 그녀겠지.
이름도 모르는, 도시락 가게의 그녀.
어느새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 P205

다음번에는 꼭 만회하고 싶다.
다음번에는 부디 그녀에게 뭔가 해주고 싶다.
그녀가 기뻐할 만한 무언가가.
그래.
그녀 마음의 무거운 짐을, 후회를 없애버릴 만한 무언그럴 수만 있다면 굉장히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은데. - P212

"딸아이에게 전해 주시겠어요. 넌 잘못이 없다고. 조금도 잘못한 게 없다고요. 그러니 앞을 향해 살아가라고 말이에요."

"제가 그렇게 말하더라고 딸아이에게 전해 주세요." - P217

엄마에게 자주 이런 말을 들었다.
"이미 끝난 일이야. 단념하렴. 앞을 향해 살아가야지."
하지만 나는 뭐든 쉽게 단념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언제까지고 주춤주춤 꾸물대면서 뒤를 돌아보거나 바닥을바라보며 주눅이 든 채 움직이지 못했다.
까.
지금도 여전하다.
어쩌자고 그런 말을 해버렸을까.
어째서 어제까지의 나날이 내일도 계속될 거라 믿은 걸왜 좀 더 착하게 굴지 못한 거지?
주춤대고 우물우물한 채.
움츠러든다. - P240

다들 다르다.
다들, 각자 다른 걸 되돌리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 P259

"못 말리는 녀석이군. 아직도 영적 능력을 바라는 거아버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죽은 사람과... 만나고 싶은 거냐."
"만나고 싶어."
"이 아버지도 그렇다." - P271

아버지가 엄마에게 영향을 끼친 어떤 ‘능력‘
엄마에게 직접 묻진 못했지만, 이젠 그것 또한 알 것 같가타쿠리노하 씨에게서 이어받은 게 아닌,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누구나 발휘할 수 있는 ‘능력‘.
어쩌면 엄마는 내게, 그게 무엇인지도 알려주기 위해와줬던 걸까.

"자신감을 가지렴. 그게 네 능력이란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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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타 씨, 나, 여기까지 왔어요.....!"
서리가 어깨에 이어 얼굴까지 올라온다. 속눈썹까지 가는 얼음이 붙는다.
"소타 씨, 대답해요. 소타 씨. 소타 씨......!"
내 몸에서는 아까부터 감각이 사라지고 있다. 속눈썹도 얼어붙어 눈을 뜰 수 없다. 그래도 힘을 늦추지 않는다. 소타 씨를 빼내겠다는 마음만이 내 몸에 뜨거운 열을 보내고 있다. 덜거덕,
또 다리가 조금 올라온다. 냉기의 빛이 나를 더 얼린다. 그래도 나는....... - P311

오직 기묘할 정도로 달콤한 무감각만이 존재했다.
아무것도 없어야 할 곳에 갑자기 무언가가 생겼다. 그것은 열이었다. 눈꺼풀 안쪽이다. 눈물의 뜨거움이다.
소리였다. 이번에는 귀가 열을 띄기 시작했다. 먼 곳으로부터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에게 귀의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입술이었다. 누군가의 희미한 체온이 그의 입술에 색을 돌려주려 했다. 끊어졌던 그와 세계를 잇는 실을 누군가가 하나, 하나씩 다시 잇고 있는 듯했다.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 한 장의 낡은 문이 서 있다.
아……………, 입에서 숨이 흘러나온다. 그 숨도 뜨겁다.
문이 철컥 열렸다. 너무 눈부셔 눈을 가늘게 뜬다. 그곳에 누가 있다. 이쪽으로 손을 뻗고 있다. 그의 세계로 들어오려 한다.
그도 손을 뻗으려 한다. 얼음이 깨지고 서로의 손가락 끝이 닿는다. 서로의 손을 잡는다. 열이 흘러 들어온다. 그 가녀린 손이 힘껏 그를 당긴다. 뜨거운 눈물이 그의 눈에서 흘러넘친다. 얼음이녹고 깨진다.
그리고 그의 몸은 드디어 의자로부터 떨어진다. 그는 문을 넘는다. - P315

"있잖아, 스즈메. 지금은 정말 슬퍼도......."

"스즈메는 앞으로, 아주 잘 자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미래 같은 거, 무섭지 않아!"

"있잖아, 스즈메. 너는 앞으로 누군가를 아주 좋아하게 되고,
너를 아주 좋아하는 누군가와 많이 만날 거야. 지금은 캄캄하기만 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꼭 아침이 와."

"아침이 오고 또 밤이 오고 그것을 수없이 반복하며 너는 빛속에서 어른이 될 거야. 틀림없이 그렇게 돼. 그렇게 되도록 다정해져 있어. 아무도 방해할 수 없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스즈메를 방해할 수 없어."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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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참을 수 없어 이불에서 일어났다.
"치카, 고마워. 응, 맞아. 틀림없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뒤쪽 벽에 있는 소타 씨에게 그렇게 전했다. 당신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요. 아무도 모르지만, 아무도 봐주지 않지만 싸우고있어요. 그 폐허에서 문을 닫으려고 고독하게 싸우던 그 모습을떠올린다. 고작 하루 전의 일인데도 아주 먼 옛날 일 같다. 그 후나는 바다를 건너고 당신 때문에 마법사라는 오해도 받았어요.
하지만 당신 덕분에 내게도 소중한 일이 생겼어요. - P101

"스즈메......." 
"응?"
"아까 뒷문 안에서 뭘 봤어.……………?"
"아......."
"아주 눈부신 밤하늘과 초원……...
"그거 저세상인데?" 소타 씨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응?"
"네게는 저세상이 보이는구나…………."
"저세상?"
"이 세상의 이면, 미미즈가 사는 곳. 모든 시간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
"······볼 수는 있는데 들어갈 수가 없어요."
"저세상은 죽은 자가 가는 곳이라고 해."
"현세를 사는 우리는 들어갈 수 없는 곳, 가면 안 되는 곳이야.
그러니까 안 가길 잘했어. 당연히 들어가서는 안 되지."
"우리는 이곳에서 살아야 하니까..." - P145

"토지시는 대대로 이어져 온 우리 집 가업이야. 앞으로도 계속해야해. 하지만 그것만 해서는 먹고살 수 없어."
"......그렇구나."
그렇지. 나는 생각한다. 먹고살아야지. 생활해야 한다. 들어보니 맞는 말이다. 문을 닫고 다닌다고 해서 누가 돈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일인데."
"중요한 일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게 더 좋아."
소름이, 빠르게 등을 훑고 지나갔다. 그렇게 생각한 적도, 그런 생각을 들어본 적도 없다. 중요한 일일수록 당연히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많은 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타 씨는내 눈을 들여다보며 위로하듯 다정하게 말했다.
"괜찮아. 얼른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교사도, 토지시도 다 할거야."
온화한 그 목소리에 안심하고 그만 잠에 빠지고 말았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내 머리는 그 관람차를 떠올리고있었다. 그 정상은, 우리가 서 있던 그곳은 우리 이외에는 아무도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 정상에, 그 꼭대기의 하늘에, 우리는다른 누구도 보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표시 같은 것을 살그머니그려놓은 것이다. 그것이 너무나도 너무나도, 온몸이 조용히 떨릴 만큼 자랑스러웠다. 나는 그 감각을 소중히 어루만지며 잠들었다. - P152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저물고 있는 붉은 태양 바로 앞에 평소와는 다른 기묘한 흔들림이 있음을.
고층 빌딩의 반들반들한 유리창에, 정체에 걸린 자동차 앞 유리에, 생수를 담은 유리잔 테두리에,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오가는 황궁 앞 해자 수면에 기묘한 무지개가 아주 옅게 뜬 것을. 옥상에 나란히 앉아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새들의 눈동자에,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탁류가 비치고 있음을.
사람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앞으로 만날 연인과의 시간을 혼자 즐기는 저녁 식사를 만나기로 한 친구와 나눌 대화를 데리러 가면 보게 될 아이의 미소를.
사람들은 거의 잊고 있었다.
조금 전 발생했던 지진을. - P195

"지금은 내가 요석이야."
"뭐라고요......?"
의자를 덮은 서리가 점점 두꺼워진다. 얼음이 되어 간다. 소타씨의 목소리는 온도를 잃고 평탄해졌다.
"의자로 변했을 때.. 요석의 역할도...... 내게 옮겨진
"거야."
아, 그런 거야? 감정보다 먼저 내 머리가 그의 말을 이해했다.
하지만 내 감정은 무너졌다. 혼란스러워졌다. 소타 씨의 얼굴이 의자의 등판이, 얼음에 묻힌다. 하, 길게 숨을 내뱉듯 그가 말했다.
"아・・・・・・ 이제 끝인가…? 이렇게......"
"소타 씨?"
얼어붙어 간다. 가벼웠던 어린이용 의자가 돌처럼 무거워졌다.
"하지만...... 나는......."
얼어붙는 의자 안에서 우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너를 만나"
목소리가 끊겼다. 그 순간 품에 안은 그것은 의자가 아니었다.
더는 소타 씨가 아니다. 손가락 끝으로 그 사실을 깨닫는다. 몸으로 깨닫는다. 그러나 마음은 이해를 거부했다.
"소타씨!" - P200

"......소타 씨."
셔츠 속의 열쇠를 움켜쥐고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소타씨, 소타 씨."
이런 말을 얼마나 되풀이할까. 앞으로 몇 년이나, 몇십 년이나.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그 검은 언덕에서 고독하게 혼자 있을소타 씨를 하염없이 생각할까. 혹시 소타 씨가 그 일을 견딜 수있다고 해도......, 나는 결코 견딜 수 없다.
"소타 씨, 소타 씨......!"
기도하듯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금방 갈 테니까. 금방 구하러갈테니까. - P266

문의 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에어록이 열린 듯 푸시싯, 바람이밀려오며 내 몸을 밀었다. 열린 문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가득 뜬 하늘이었다.
"우와......!"
저도 모르게 감탄의 숨을 내쉬고 말았다. 꿈에서 계속 보아온별밤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 그저 보이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그 바람에는 낯익은 냄새가 났고 그 빛에는 만질 수 있을 듯한실존이 있었다. 들어갈 수 있어. 이상하게도 그런 확신이 들었다. 이것은 나를 위한 뒷문이야. 어느새 사다이진과 다이진도 나란히 내 옆에 서 있었다.
"스즈메!"
그때 뒤에서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타마키 이모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크게 외쳤다.
"이모. 나. 다녀올게!"
"뭐?! 어딜?!"
"좋아하는 사람에게!"
대답하고 문으로 뛰어들었다. 고양이들도 따라왔다. 마치 프리즘에 둘러싸인 듯 형형색색의 눈 부신 빛이 나를 감쌌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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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하고 보잘것없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는오늘까지.
내일은 분명 특별한 일이 생길 거야. 그동안의 우중충한 잿빛 나날을 뒤바꿀 멋진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앞으로 다채로운 나날이 펼쳐질 거야.
틀림없어.
그런 상상을 하며 잠자리에 든다.
하루도 빠짐없이. - P11

난 뭘 하고 싶은 걸까.
뭘 하고 싶었던 걸까. - P22

"어째서 그렇게 변해버린 거야?"
"몰라. 엄마가 그러더라. 아빠와는 가족이 되지 말았어야 했나 보다고."
"무슨 뜻이야?"
"남으로 지내는 편이 나았을 거란 뜻."
"잘 모르겠어."
"난 조금은 알 것 같아. 가족끼리는 거리낌이 없잖아."
"그래서 좋은 거 아냐? 일일이 배려하지 않아도 되고."
"그거야"
"바로 그거야. 아무리 가족이라도 서로를 배려해야만해.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말해버리니까 싸움이 되는 거야."
"그렇긴 하지만."
"싸우면 강한 쪽이 이기잖아. 강한 사람은 마음에 안드는 건 참지 않아. 말이든 행동이든 전부 자기 마음대로지. 그래서 아빠처럼 돼버리는 게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네." - P29

생각해 봐야 부질없는 짓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단념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생각해 봐야 부질없는 짓이야.
그래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잃어버린 소중한 존재를 - P35

내일부터 나는 조금은 변할지도 모른다.
따분한 직장이고 아르바이트일 뿐이지만, 조금이나마정신을 차려서 일하자. 그러다 보면 메이에게도 분명 당당히 말할 수 있겠지.
아르바이트이긴 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나는 메이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이상한 건가.
아니, 이상하지 않다.
한번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소중한 존재를 나는 되찾았다. 더는 두 번 다시 잃고 싶지 않다.
소중히 여기고 싶다.
*
따분하고 보잘것없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는 오늘까지.
내일은 분명 특별한 일이 생길 거야. 그동안의 우중충한 잿빛 나날을 뒤바꿀 멋진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앞으로 다채로운 나날이 펼쳐질 거야.
틀림없어.
그런 상상을 하며 잠자리에 든다.
지금까지는 매일 그렇게 생각해 왔다. 기대했다가 배신당하고 늘 같은 희망을 품은 채 잠들었다.
아마 그런 나날도 오늘 밤이 마지막이겠지.
틀림없다.
내일은 다른 내가 될 거야, 진심으로. - P51

‘그걸로는 부족해. 저번 주에 택배로 이것저것 보내줬잖니? 사다 먹거나 외식만 해서는 아무래도 골고루 영양분을 섭취하기 힘들단다. 보내준 반찬은 꼬박꼬박 먹고있니?‘
당연하지.
‘거짓말 아냐?‘
물론 거짓말이지. 냉장고에 넣어둔 채 손도 안 댔다. 아마 벌써 썩기 시작했을걸. 또 한꺼번에 모아서 월요일에 음식물 쓰레기로 버릴 거야.
‘그럼 그렇지. 그럴 줄 알았다.‘

역시나.
그 사람은 나에 관해서라면 늘 무엇이든 알고 있다니까. - P57

잔소리를 듣기도 했고 그 말이 정답이긴 하다. 그래서더더욱 고분고분 따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나는 본가를 벗어나고 싶었다.
혼자서 해나갈 수 있다. 이제 난 어린애가 아니다. 한사람의 어른이다. 언제까지나 부모 밑에서 편안히 살고 싶지 않다.
그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누구에게? - P64

스스로도 잘 안다. 나는 얄미운 꼬맹이였다.
"거짓말하기는."
엄마는 그런 나를 다정하게 흘겨보면서 말했다.
"엄만 다 알고 있단다."
나는 엄마 껌딱지였다.
언제부터 변해버린 걸까?
그래, 중학생 무렵부터다. - P83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했다어른이 되고 싶다. 그래야만 한다.
간절히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이시자카와 말을 하게된 그 시절부터였다. - P86

고맙긴 하다. 그러나 지긋지긋하다.
그런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고 반복된다.
나는 포장해 온 쇠고기덮밥의 용기를 열고 천천히 먹기시작했다. 맛있다. 고기와 지방에 밴 짭조름한 단맛, 친숙한 맛이다.
맛있어. 입안을 가득 채우는 육즙, 최고다. 푹 익은 양파와 채소도 먹는다. 오늘 저녁은 건강식이다. 엄마도 잔소리는 못 할 테지.
그러나 점점 마음이 무거워진다.
왜 나는 엄마의 보살핌을 불편해하는 걸까. 어째서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지. 난 무엇에 반항하고 있는걸까?
답을 알 것 같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이시자카를 알게 된 이후부터다.
그때부터 쭉 나는 엄마의 보살핌에서 도망칠 궁리를 해왔다. - P97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오스기랑 난 다르니까."
물론 다르다. 알고 있다.
그래도 난 이시카와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래서였다.
내가 처한 ‘당연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길 바랐엄마가 내미는 ‘당연한‘ 손길을 귀찮다고 생각하게 된것이다. - P102

절대 용서 안 해.
그날 엄마에게 터트려버린 감정을 나는 마음에 떠안은채 살아가고 있었다.
악을 쓰면서 진짜 용서할 수 없었던 건 어머니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이시자카에게 다가가지도 못한 채 도움도 주지 못했던 무력한 나.
엄마 곁을 떠날 거야.
독립해서, 어른이 되기만 하면 이시자카에게 힘이 되어줄 거야.
난 그렇게 믿었다. 믿고 싶었다. 도저히 단념하기 힘들었던 나의 과거그랬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랬으면서 모른 척해 왔다.
엄마 탓이 아니다. 나 자신의 문제다.
인정하자.
여전히 나는 응석받이일 뿐인 한심한 어린애였다.
인정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기분이 든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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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이야."
행복은 내면의 빛이다. 손에 닿을 수 없는 높은 하늘이아니라 마음의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 행복은 이미 우리 마음 안에 있다. 행복은 바로 지금 여기, 이곳에 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살아갈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지금살고 있는 오늘에 집중해야 한다. 한 걸음만 오른쪽으로 걸어도 이미 과거다. 한 걸음 앞으로 걸어도 미래가 아닌 현재다.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느라, 살아갈 미래에 눈이 멀어 미처 오늘을 보지 못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과거의 슬픔과 후회를 안고 살아가느라 그리 오랜 시간을 다시 태어나며 살아왔어도 정작 오늘 행복한 적이 없었다. 아니, 행복할 거 같으면 겁이 나서 도망쳤다. 행복하면 안될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원하는 게 정말 지은이과거에 얽매여 이토록 행복을 두려워하며 사는 것이었을까? - P225

그렇다. 빨래도 햇살과 바람이 함께 불어야 바싹 마르는데, 마음에도 온기와 찬기가 그리고 기쁨과 슬픔이 함께 오는게 당연한 일 아닌가. 일어난 일은 받아들여야 한다. 돌릴 수 있다면 돌리고, 돌릴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오랜 시간 도망치듯 살았던 삶에 이제 발붙일 테다. 가끔은 빨랫줄에 널려 있는 저 빨래들처럼 흔들림에 몸을 맡겨볼 테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햇살이 맑으면 따뜻함을 즐길 테다.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흔들리는 나를 바라볼 테다. 부족하고 실수하고 방황하고흔들리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마음의 얼룩을 제대로 흘려보내는 비법이 아닐까? - P243

"근데, 우리 이렇게 다같이 밥 먹고 있으니까 꼭 가족같지 않아?"

"아이고, 가족이 뭐 별건가. 야들아. 맨날 속 썩이고 사고치고 힘들게 하는데도, 피로 맺어졌다는 이유로 끊어낼수 없는 가족도 많어. 느무 밉고 속상한다. 또 가족이라는이유로 기대하고 상처받고 상처주는 그런 가족보다, 요즘은 우리처럼 이르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그러믄서 가족이 되는 거여. 안 그려, 지은사장?"

"맞네. 서로 아껴주고 챙겨주고 걱정해주고, 같이 밥 먹고 일상 공유하고, 우리 가족인 거 같아." - P248

"사진 한 장 찍어드려도 될까요?"
"그래요, 찍어주세요."
"잠시 눈을 감고, 지은 씨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봐요." - P262

마음 세탁소를 운영하며 지은이 깨달은 사실은, 오늘이야말로 가장 특별한 선물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후회해도어제는 이미 지나가버렸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은 먼 미래이니 오늘을 살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받은 마법같은 선물이 바로 오늘 하루다. - P269

"있지, 너희들도 나처럼 특별한 능력이 있어."

"응. 바로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능력이야."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길이고, 내 선택이 옳은것이라 잘될 것이라 믿는다면 결국 그렇게 될 거야. 말하는대로, 믿는 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능력이 이미 네 안에 있어. 그냥 의심하지 말고 자신을 믿어봐.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어봐."

"그리고 기억해. 신은 인간에게 최고의 선물을 시련이라는 포장지로 싸서 준대. 오늘 힘든 일이 있다면 그건 선물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엄청난 선물의 포장지를 벗기는 중일 수도 있다는 거지."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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