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타 씨, 나, 여기까지 왔어요.....!" 서리가 어깨에 이어 얼굴까지 올라온다. 속눈썹까지 가는 얼음이 붙는다. "소타 씨, 대답해요. 소타 씨. 소타 씨......!" 내 몸에서는 아까부터 감각이 사라지고 있다. 속눈썹도 얼어붙어 눈을 뜰 수 없다. 그래도 힘을 늦추지 않는다. 소타 씨를 빼내겠다는 마음만이 내 몸에 뜨거운 열을 보내고 있다. 덜거덕, 또 다리가 조금 올라온다. 냉기의 빛이 나를 더 얼린다. 그래도 나는....... - P311
오직 기묘할 정도로 달콤한 무감각만이 존재했다. 아무것도 없어야 할 곳에 갑자기 무언가가 생겼다. 그것은 열이었다. 눈꺼풀 안쪽이다. 눈물의 뜨거움이다. 소리였다. 이번에는 귀가 열을 띄기 시작했다. 먼 곳으로부터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에게 귀의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입술이었다. 누군가의 희미한 체온이 그의 입술에 색을 돌려주려 했다. 끊어졌던 그와 세계를 잇는 실을 누군가가 하나, 하나씩 다시 잇고 있는 듯했다.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 한 장의 낡은 문이 서 있다. 아……………, 입에서 숨이 흘러나온다. 그 숨도 뜨겁다. 문이 철컥 열렸다. 너무 눈부셔 눈을 가늘게 뜬다. 그곳에 누가 있다. 이쪽으로 손을 뻗고 있다. 그의 세계로 들어오려 한다. 그도 손을 뻗으려 한다. 얼음이 깨지고 서로의 손가락 끝이 닿는다. 서로의 손을 잡는다. 열이 흘러 들어온다. 그 가녀린 손이 힘껏 그를 당긴다. 뜨거운 눈물이 그의 눈에서 흘러넘친다. 얼음이녹고 깨진다. 그리고 그의 몸은 드디어 의자로부터 떨어진다. 그는 문을 넘는다. - P315
"있잖아, 스즈메. 지금은 정말 슬퍼도......."
"스즈메는 앞으로, 아주 잘 자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미래 같은 거, 무섭지 않아!"
"있잖아, 스즈메. 너는 앞으로 누군가를 아주 좋아하게 되고, 너를 아주 좋아하는 누군가와 많이 만날 거야. 지금은 캄캄하기만 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꼭 아침이 와."
"아침이 오고 또 밤이 오고 그것을 수없이 반복하며 너는 빛속에서 어른이 될 거야. 틀림없이 그렇게 돼. 그렇게 되도록 다정해져 있어. 아무도 방해할 수 없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스즈메를 방해할 수 없어." - P3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