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참을 수 없어 이불에서 일어났다. "치카, 고마워. 응, 맞아. 틀림없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뒤쪽 벽에 있는 소타 씨에게 그렇게 전했다. 당신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요. 아무도 모르지만, 아무도 봐주지 않지만 싸우고있어요. 그 폐허에서 문을 닫으려고 고독하게 싸우던 그 모습을떠올린다. 고작 하루 전의 일인데도 아주 먼 옛날 일 같다. 그 후나는 바다를 건너고 당신 때문에 마법사라는 오해도 받았어요. 하지만 당신 덕분에 내게도 소중한 일이 생겼어요. - P101
"스즈메......." "응?" "아까 뒷문 안에서 뭘 봤어.……………?" "아......." "아주 눈부신 밤하늘과 초원……... "그거 저세상인데?" 소타 씨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응?" "네게는 저세상이 보이는구나…………." "저세상?" "이 세상의 이면, 미미즈가 사는 곳. 모든 시간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 "······볼 수는 있는데 들어갈 수가 없어요." "저세상은 죽은 자가 가는 곳이라고 해." "현세를 사는 우리는 들어갈 수 없는 곳, 가면 안 되는 곳이야. 그러니까 안 가길 잘했어. 당연히 들어가서는 안 되지." "우리는 이곳에서 살아야 하니까..." - P145
"토지시는 대대로 이어져 온 우리 집 가업이야. 앞으로도 계속해야해. 하지만 그것만 해서는 먹고살 수 없어." "......그렇구나." 그렇지. 나는 생각한다. 먹고살아야지. 생활해야 한다. 들어보니 맞는 말이다. 문을 닫고 다닌다고 해서 누가 돈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일인데." "중요한 일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게 더 좋아." 소름이, 빠르게 등을 훑고 지나갔다. 그렇게 생각한 적도, 그런 생각을 들어본 적도 없다. 중요한 일일수록 당연히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많은 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타 씨는내 눈을 들여다보며 위로하듯 다정하게 말했다. "괜찮아. 얼른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교사도, 토지시도 다 할거야." 온화한 그 목소리에 안심하고 그만 잠에 빠지고 말았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내 머리는 그 관람차를 떠올리고있었다. 그 정상은, 우리가 서 있던 그곳은 우리 이외에는 아무도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 정상에, 그 꼭대기의 하늘에, 우리는다른 누구도 보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표시 같은 것을 살그머니그려놓은 것이다. 그것이 너무나도 너무나도, 온몸이 조용히 떨릴 만큼 자랑스러웠다. 나는 그 감각을 소중히 어루만지며 잠들었다. - P152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저물고 있는 붉은 태양 바로 앞에 평소와는 다른 기묘한 흔들림이 있음을. 고층 빌딩의 반들반들한 유리창에, 정체에 걸린 자동차 앞 유리에, 생수를 담은 유리잔 테두리에,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오가는 황궁 앞 해자 수면에 기묘한 무지개가 아주 옅게 뜬 것을. 옥상에 나란히 앉아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새들의 눈동자에,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탁류가 비치고 있음을. 사람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앞으로 만날 연인과의 시간을 혼자 즐기는 저녁 식사를 만나기로 한 친구와 나눌 대화를 데리러 가면 보게 될 아이의 미소를. 사람들은 거의 잊고 있었다. 조금 전 발생했던 지진을. - P195
"지금은 내가 요석이야." "뭐라고요......?" 의자를 덮은 서리가 점점 두꺼워진다. 얼음이 되어 간다. 소타씨의 목소리는 온도를 잃고 평탄해졌다. "의자로 변했을 때.. 요석의 역할도...... 내게 옮겨진 "거야." 아, 그런 거야? 감정보다 먼저 내 머리가 그의 말을 이해했다. 하지만 내 감정은 무너졌다. 혼란스러워졌다. 소타 씨의 얼굴이 의자의 등판이, 얼음에 묻힌다. 하, 길게 숨을 내뱉듯 그가 말했다. "아・・・・・・ 이제 끝인가…? 이렇게......" "소타 씨?" 얼어붙어 간다. 가벼웠던 어린이용 의자가 돌처럼 무거워졌다. "하지만...... 나는......." 얼어붙는 의자 안에서 우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너를 만나" 목소리가 끊겼다. 그 순간 품에 안은 그것은 의자가 아니었다. 더는 소타 씨가 아니다. 손가락 끝으로 그 사실을 깨닫는다. 몸으로 깨닫는다. 그러나 마음은 이해를 거부했다. "소타씨!" - P200
"......소타 씨." 셔츠 속의 열쇠를 움켜쥐고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소타씨, 소타 씨." 이런 말을 얼마나 되풀이할까. 앞으로 몇 년이나, 몇십 년이나.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그 검은 언덕에서 고독하게 혼자 있을소타 씨를 하염없이 생각할까. 혹시 소타 씨가 그 일을 견딜 수있다고 해도......, 나는 결코 견딜 수 없다. "소타 씨, 소타 씨......!" 기도하듯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금방 갈 테니까. 금방 구하러갈테니까. - P266
문의 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에어록이 열린 듯 푸시싯, 바람이밀려오며 내 몸을 밀었다. 열린 문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가득 뜬 하늘이었다. "우와......!" 저도 모르게 감탄의 숨을 내쉬고 말았다. 꿈에서 계속 보아온별밤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 그저 보이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그 바람에는 낯익은 냄새가 났고 그 빛에는 만질 수 있을 듯한실존이 있었다. 들어갈 수 있어. 이상하게도 그런 확신이 들었다. 이것은 나를 위한 뒷문이야. 어느새 사다이진과 다이진도 나란히 내 옆에 서 있었다. "스즈메!" 그때 뒤에서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타마키 이모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크게 외쳤다. "이모. 나. 다녀올게!" "뭐?! 어딜?!" "좋아하는 사람에게!" 대답하고 문으로 뛰어들었다. 고양이들도 따라왔다. 마치 프리즘에 둘러싸인 듯 형형색색의 눈 부신 빛이 나를 감쌌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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