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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연필 정물화 컬러링북 - 마음이 즐겁고 행복해지는
컬러링북클럽 지음 / 아이콘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요즘엔 더 나오지 않은 분야가 있나 싶을 정도로 온갖 종류의 컬러링북이 쏟아지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도 컬러링 북클럽 소속 7인의 작가가 그린 31개 도안이 수록된 '정물 컬러링북'이다. 여러 명의 작가가 참여한 책이어서인지 도안마다 그림의 풍도 조금씩 다르고, 예제로 주어진 완성본의 느낌도 저마다 달라서 보다 다채롭게 다가온다.
A4 크기와 맞먹는 크기의 종이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품, 식물을 비롯해 다양한 소재들이 심플한 라인으로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어 일단 마음의 부담을 살짝 걷어내준다.
책은 양쪽으로 쫙 펼쳐진다. 왼편엔 완성본과 컬러 칩, 과정 샷 3컷이 담겨있다. 저마다 사용하는 도구가 다를 테니 색상 이름은 따로 표기가 안 돼있다. 같은 색을 써야 한다는 법은 없기 때문에 각자 원하는 색을 사용하면 그만이지만, 초보는 색을 고르는 과정에서 일찌감치 탈락하기 일쑤다. 그럴 땐 나처럼 비슷해 보이는 색을 골라 제시된 컬러 칩 옆에 살짝 칠해서 비교해 보면 된다.
마당 한구석에서 자라던 찔레꽃을 화분에 옮겨 심은 기념으로 장미가 있는 도안을 골랐다. 과정샷을 흉내 내 밑 색부터 깔아보았다. 이 색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돌이킬 수 없어 그대로 진행했다. 스테들러 유성 색연필을 사용했는데, 꽤 부드럽게 색이 올라갔다. 다른 색을 덮어도 미끄러지는 느낌 없이 착착 올라붙었다.
그런데 아뿔싸, 밑 색을 깔고 장미꽃 한 송이 채색하니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아무래도 슥슥 그으면 금세 종이가 채워지는 오일 파스텔을 주로 쓰다 보니 상대적으로 좁은 면적밖에 채우지 못하는 색연필이 힘들게 느껴졌다. 그런 주제에 세밀한 묘사를 버리지 못하니 더딜 수밖에. 물론 늦은 시간에 시작하기도 했다.
고민 끝에 색연필을 내던지고 오일 파스텔을 꺼내왔다. 청보리밭 도안을 새로 펼쳤다. 슥슥 바르고, 박박 문지르고, 보리 이삭 한줄기, 이파리 여남은 개를 채워갔다. 색연필 못지않게 파스텔도 색이 잘 올라갔다. 금세 도안 하나가 끝났다. 하지만 역시 색연필이 주는 특유의 섬세함은 따라잡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장미 도안으로 돌아가서 마저 칠해야 할 성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