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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낭비가 아니다 - 삶의 불확실성, 인생의 공백
마크 브로갑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4년 9월
평점 :
딱히 기다림이 낭비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급한 성질머리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 자체를 그저 못 견뎌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내 인생에 인내란 단어는 없다'이니 할 말 다 한 셈이다.
그래도 이 나이가 되어 아이를 키우고 또 여러 책들을 읽으며 내려놓는 법과 기다릴 줄 아는 성품을 조금은 알고 가지게 된 줄 알았더니,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았나 보다. 헛된 내 자부심은 이 책, <기다림은 낭비가 아니다>를 읽으며 다시 한번 산산이 부서졌다. 심지어 책 속에 언급된 성경 구절들은 낯익고 심지어 외우기까지 하는 것들이었으나 도리어 낯설게 다가왔다. 나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가.
내가 해온 것은 기다림이 아니라 방관이었고 무위였음을 고백한다. 성경의 기다림은 자포자기에서 비롯된 기다림이 아니라 그분의 뜻이 이루어질 것을 알고 믿음에서 비롯된 적극적 기다림이었음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책에서 저자는 기다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인간의 반응을 분노, 불안, 무관심으로 설명한다. 아마 나는 그중에서도 무관심의 상태였을 것이다. 그것을 여태 모르지는 않았을 테지만, 두 눈 감고, 두 귀를 막은 채 모르고자 했을 것이다. 그런 일에만 적극적이었던 셈이다.
"기다림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것을 향해 가는 믿음의 여행이다."
(벤 패터슨)
책을 읽으며 마음에 감동을 주는 구절을 받아 적으며 다시금 말씀을 되새기는 시간 또한 내게는 그분을 향해 나아가는 여행과도 같았다. 현재 나의 상태를 하나님의 관점에서 톺아보고, 그분의 약속하심에 대해 깊이 묵상하며, 헛되지 않은 기다림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깨달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3기의 신앙이라는 말이 있다. 기도하고, 기대하며, 기다리는 신앙이다. 무기력한 삶의 태도를 던져버리고 적극적인 마음으로 주의 말씀을 기다리는 시간은 인생의 공백도, 헛된 시간 낭비도 아니다. 오히려 기다림의 시간에 내 안을 주의 뜻으로 가득 채우는 충만한 삶이 될 것이다.
아직 이 책을 전부 읽지는 못했다. 예전의 나라면 아직 다 읽지 못한 것에 초조해하며 안달 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안다. 그저 뒤로 미루고자 하는 회피가 아니라, 저자가 일러주는 말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고자 하는 욕구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요 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