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단독주택 - 아파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단독주택에 살아 보니
김동률 지음 / 샘터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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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단독주택에 살았다. 아파트로 갈 뻔한 위기(?)가 두어 번 있었지만, 다행히(??) 잘 이겨내고 단독주택에 남았다. 가끔 쓰레기 처리가 번거로울 때나 한겨울 거실에서 입김이 하얗게 번지는 경험을 할 때면 아파트에서의 삶이 부럽기도 하지만, 한참을 익숙해진 일이라 또 그럭저럭 버텨낸다.

단독이라고 다 같은 단독은 아니지만 그래도 단독은 단독이라, 꽤 공감 가는 입장에서 책을 읽어나갔다. 겨울의 추위는 두 번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단독주택 최고의 단점이다. 발정기 고양이 울음소리도 대단하지만 그보다 고양이들끼리 영역 다툼을 벌일 때의 소음이 더 굉장하다. 마당의 나무가 너무 잘 자라 옆집을 침범하게 되면 다툼이 생기기 십상이니 가지치기도 제때 해줘야 하고 낙엽도 부지런히 쓸어내야 하지만 도통 게을러터진 나에겐 역시 아파트에 가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그럼에도 단독주택의 삶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건 뭘까. 저자는 그 이유로 유년 시절의 추억을 꼽는다. 이를테면 아는 맛인 거다.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수많았던 이야기, 부르던 노랫소리, 우리 형제들이 다투던 울음소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온가족이 웃고 고함지르고 이야기를 나누던 옛집에는 인적도 없이 정적만 가득하다.
(p.48~49)

단독주택에서의 녹록지 않은 생활 뒤에는 단독주택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것들도 잔뜩 있다. 책에는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 또 겨울을 살아낸 단독주택에서의 새로운 삶이 가감 없이 새겨져있다. 건조기 대신 뜨거운 태양 아래 바삭하게 말린 수건의 햇살 냄새, 내 집 마당을 아지트로 삼는 고양이들, 손수 가꾸는 나무들과 텃밭의 푸성귀들, 함께 김장을 담가주는 이웃사촌.

단독주택에 환상을 품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현실은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다. 단독주택의 단점만 잔뜩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또한 이 책을 추천한다. 집이 돈벌이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한자 그대로 한 지붕 아래 가족이 모여 사는 곳을 의미한다는 전제 하에, 이 책은 단독주택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풍성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지를 또한 알려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독주택에 대해 아무 감정과 생각이 없는 이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살던 대로 강남의 아파트에 계셨더라면 하지 않아도 됐을 고생을 굳이 사서 하는 교수님의 이야기는 그저 구경하는 것만으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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