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1부 : 공중에 떠 있는 집 1~2 세트 - 전2권 스토리 D
E. S. 호버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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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편이라고는 해리 포터 시리즈 두 편 본 게 전부인-그나마 겨우-, 줄글 책은 읽기도 전에 질색하며 도망가기 일쑤인 초등 4학년 내 아들(ㅠㅠ)이 두 권을 내리읽어내고 "재미있다"라고 평한 책!


퍼머루트니, 라이톤이니 하는 낯선 단어와 설정이 나와서 판타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약간 당황할 수 있는데, 해리 포터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등장인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굳이 인물 관계도까지 그려보지 않아도 읽어내기에 어려움이 전혀 없다. 


애초에 대상 연령이 초등학생인 모양인지 주요 등장인물인 이안과 비비스, 진이 주고받는 대화나 행동들도 귀엽기 그지없다. 하지만 마냥 초등 문학이라 치부할 수는 없는 것이, 클 만큼 큰 내가 읽어도- 정말 "재미있다"!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태어난 소녀가 비극적인 일을 겪고 여러 위기에 처하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위할 줄 아는 친구들과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위기를 극복하고 바람직한 결말에 도달한다.


참 일반적이고, 상식적이며, 구태의연한 플롯이지만, 그럼에도 독자를 책 속 이야기로 빠져들게 만드는 힘,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에 있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여러 장치들, 언제라도 문제가 터질지 모를 조마조마한 상황들, 긴장을 풀어주는 작은 웃음들. 아무렴 비극이겠나 하면서도 혹시 모를 긴장감에 서둘러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두 권으로 끝인가 했더니, 총 5부작 시리즈 중 이제 1부가 출간된 거였다. 세 아이들의 모험을 좀 더 즐기고 싶었는데 다행이다. 하지만- 다음 권이 출간될 때까지 어떻게 기다린담! 작가님, 출판사 여러분, 분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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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인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던가요 - 삶을 관통하는 여덟 가지 주제에 관한 스승과 제자의 대화
이근후.이서원 지음 / 샘터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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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았기에 조금만 식견이 든 나이라면 설사 초등학생이 읽는다 해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스승과 제자의 대화라니, 너무 고루한 상황이라 한 장만 읽어도 하품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읽어갈수록 때론 그 깊음에 감탄하고, 때론 내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겠구나 깨닫고 아파하며 대화에 빠져들었다.


꼰대는 자기 경험의 틀 속에 갇혀 사는 사람의 다른 이름일 뿐, 나이가 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P. 92 ’경험의 한계‘)


90년에 가까운 삶을 그저 허투루 살지 않고 매일 매 순간을 통해 사유하고 배우며 살았기에 그 잔이 넘쳐흘러 내 마음까지 적시었을까. 입으로는 세상에 버릴 것 하나 없다, 모든 상황과 모든 사람을 통해 배울 게 하나는 있다 얘기했지만 실상 내 스스로는 뭐 하나 바뀌기 싫어하는 ‘꼰대’였다는 것을 알았다.


부모 복이 없는 사람은 없다. 부모에게 바라지 않는 마음, 생명을 내게 준 것으로 이미 받을 복을 다 받았으니 나머지는 내 몫이라고 여기며 사는 마음이 부모 복을 이어받아 나의 복을 쌓는 것이다. (P. 105 ’부모 복이 없는 사람‘)


이 땅에 태어난 이로서 부모와 내 형제에 대해, 직장인으로서 직장 동료들에 대해, 부부의 연을 맺은 이로서 남편에 대해, 한 아이의 어미로서 자녀에 대해, 그저 나라는 사람으로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 대해, 그 누구보다 나 자신에 대해- 아직 내 삶이 남아있는 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라고, 이 밤에, 괜히 마음먹어 본다.


ps. 필사나 캘리를 많이 하는 이에게 또한 이 책을 추천해 본다. 버릴 말이 하나도 없어 결국 모든 장을 다 쓰게 될지 모르니, 좀 두꺼운 노트를 준비하는 게 좋겠다.

꼰대는 자기 경험의 틀 속에 갇혀 사는 사람의 다른 이름일 뿐, 나이가 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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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할 권리 책고래숲 8
최준영 지음 / 책고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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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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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할 권리 책고래숲 8
최준영 지음 / 책고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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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그러지 않아도 좋았을 텐데, 적절히 '괜찮은' 곳에서 '괜찮은' 대접받으며 살아갈 방법이 있었을 텐데, 기어코 저자가 도달한 곳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잊힌 곳이다. 길거리 노숙인들, 미혼모 쉼터, 교도소… 소외되었으나 끝끝내 사람이기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외면할 수는 없었던 그들에게 다가간 세월들이었다. '낮은 곳의 인문학'이 되었다.


1/3 정도는 챕터 하나를 읽을 때마다 쉬어가야 했다. 그 얘길 했더니 슬픈 책이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글쎄, 슬펐던 걸까. 낮은 곳으로 임하신 예수를 보는 듯해서 마음이 더 아팠던가 보다. 알지만 알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 쉽게 내어줄 수 있는 얄팍한 동정 하나로 이 정도면 좀 나은 사람인 양 굴었던 게 아닌가 싶어- 그것이 부끄러웠을 거다. 


인문학은 16년 만에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하게 해 주는 학문이었다. 인문학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게 하고, 표현하지 않았던 말을 표현하게 하는 것이었다. 생각의 힘을 키우고,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해 주고, 다시 희망의 삶을 살도록 해 주는 것이 인문학이었다.

(p. 98)


인문학만이 이런 역할을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때로는 소설이, 때로는 만화가, 때로는 시의 한 구절이 똑같은 깨달음을 줄 수 있다. 누군가 무심히 주고 간 작은 전도지 한 장일 수도 있다. 그저 이 책의 저자와 그분 곁의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인문학이었을 따름이다. 무엇이 되었건, 당신을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고 알려줄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그저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일 뿐이라고 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되는 일이다. 아, 결국- 인문학은


사람이다. 사람이다. 사람이다.

(p. 35)

사람이다. 사람이다. 사람이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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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궁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시공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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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에드거 앨런 포 어워드 수상작. 이런 상 이름 같은 건 잘 알지 못 해서, 그저 그런가보다 싶다. 오히려 그런 것보다 날 설레게 한 건 ‘사라진 소녀들의 숲’ 작가라는 설명이었다! 워낙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다. 아무래도 이 작가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물 전문으로 자리매김할 모양이다. 아주 좋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도 그러했지만, 이 책 <붉은 궁> 역시 조선 시대 여인들이 주축이 된다. 비운의 사도 세자는 그저 시대적 배경을 위한 장치일 뿐, 어디까지나 핵심인물은 의녀 현이었다. 똑똑하고 현명하며 상승 욕구도 강하지만, 여인, 심지어 첩의 딸이다. 어디 현 뿐일까. 지은, 인영, 정수, 그 외에도 숱한 여인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은 모두 의녀이다. 한때는 기생이나 다를 바 없이 취급되던, 궁녀보다 못한 신분의 여인들이다. 제아무리 재주가 뛰어난들, ‘너 따위 천한 계집’이라는 말 밖엔 들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취급에 익숙해진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받아들이고 순응한다. 나름의 의지는 있겠으나 제가 갇힌 상자 높이 이상으로 뛰지 못 하는 벼룩처럼, 그저 운명이라는 변명을 하며 테두리 밖으로 벗어날 생각을 감히 하지 못한다. 그러나 언제나 세상을 바꾸는 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을 어쩔 수 있는 것으로 어떻게든- 무엇이든 해보는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켜 왔다.


​나는 그래서 이 작가가 좋다. 소재도 좋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좋다. 그리 어렵지 않게 몰입할 수 있는 필력도 훌륭하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숱한 어려움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끝끝내 ‘천한 계집’의 신분으로 일을 해결해내는 인물의 설정이다. 이야기의 결말에 이를 때쯤엔 속이 후련해진다. “바로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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