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 - 배신과 왜곡이 야기한 우리가 모르는 진짜 세계사
나타샤 티드 지음, 박선령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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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말처럼 승자의 입장에서 쓰인 역사가 후대에 이르러 완전히 뒤집히기도 하고, 뒤집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또 다른 거짓이 덮어씌워지기도 한다. 그러니 역사만큼 짜릿하고 흥미진진한 추리의 영역도 없을 것이다.


책 한 권에 역사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는 없다. 거짓말로 바뀐 역사 이야기에 한정 짓는다 해도 제대로 풀어내려면 한 가지 사례만으로도 한 권의 이야기를 너끈히 풀어낼 수 있을 거다. 게다가 세계사를 바꾼 거짓말이 어디 50가지뿐일까. 개중 더 중요하다 판단해 걸러내는 과정에 한 치의 거짓-참과 거짓을 가려낼 때의 그것이 아니라, 더 무겁고 가벼움을 판단하는 과정에서의 오류-이 없다고는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그러니 어쩌면 역사를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꽤 가볍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 소개에도 나와있듯, 이런 책들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역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쓰인 게 아닐까. 진지한(혹은 지루한) 말만 늘어놓아서는 흥미를 끌 수 없다. 흥미가 동하지 않으면 그것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생각도 할 수 없다. 우선은- 발을 담그게 만들어야 한다!


성경에서 유명한 다리오 대왕, 로마의 황제 카이사르, 중국의 유일한 여제 측천무후 등 제목만 봐도 흥미를 돋우는 인물을 비롯해 시온 의정서, 마녀와 종교재판소, 남북전쟁과 세계대전,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 다양한 사례가 제시되는데, 각각의 이야기는 결코 길지 않다. 그러나 찬찬히 읽어나가다 보면 개인의 욕망에서 비롯된 거짓말이 국가를, 세계를 어떻게 비틀어 버릴 수 있는지 깨달아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역사는 잊어버리면 될, 그저 끝나버린 과거가 아니다. 현재를 해석할 수 있는 열쇠이자 미래를 설계하는 토대이다. 거짓이 개입한 역사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알게 된다면, 세상을 어떤 고통으로 몰아넣었는지 알게 된다면, 인간은 스스로의 욕망을 조금쯤, 버릴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쯤, 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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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1부 : 공중에 떠 있는 집 1~2 세트 - 전2권 스토리 D
E. S. 호버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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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편이라고는 해리 포터 시리즈 두 편 본 게 전부인-그나마 겨우-, 줄글 책은 읽기도 전에 질색하며 도망가기 일쑤인 초등 4학년 내 아들(ㅠㅠ)이 두 권을 내리읽어내고 "재미있다"라고 평한 책!


퍼머루트니, 라이톤이니 하는 낯선 단어와 설정이 나와서 판타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약간 당황할 수 있는데, 해리 포터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등장인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굳이 인물 관계도까지 그려보지 않아도 읽어내기에 어려움이 전혀 없다. 


애초에 대상 연령이 초등학생인 모양인지 주요 등장인물인 이안과 비비스, 진이 주고받는 대화나 행동들도 귀엽기 그지없다. 하지만 마냥 초등 문학이라 치부할 수는 없는 것이, 클 만큼 큰 내가 읽어도- 정말 "재미있다"!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태어난 소녀가 비극적인 일을 겪고 여러 위기에 처하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위할 줄 아는 친구들과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위기를 극복하고 바람직한 결말에 도달한다.


참 일반적이고, 상식적이며, 구태의연한 플롯이지만, 그럼에도 독자를 책 속 이야기로 빠져들게 만드는 힘,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에 있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여러 장치들, 언제라도 문제가 터질지 모를 조마조마한 상황들, 긴장을 풀어주는 작은 웃음들. 아무렴 비극이겠나 하면서도 혹시 모를 긴장감에 서둘러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두 권으로 끝인가 했더니, 총 5부작 시리즈 중 이제 1부가 출간된 거였다. 세 아이들의 모험을 좀 더 즐기고 싶었는데 다행이다. 하지만- 다음 권이 출간될 때까지 어떻게 기다린담! 작가님, 출판사 여러분, 분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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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인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던가요 - 삶을 관통하는 여덟 가지 주제에 관한 스승과 제자의 대화
이근후.이서원 지음 / 샘터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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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았기에 조금만 식견이 든 나이라면 설사 초등학생이 읽는다 해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스승과 제자의 대화라니, 너무 고루한 상황이라 한 장만 읽어도 하품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읽어갈수록 때론 그 깊음에 감탄하고, 때론 내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겠구나 깨닫고 아파하며 대화에 빠져들었다.


꼰대는 자기 경험의 틀 속에 갇혀 사는 사람의 다른 이름일 뿐, 나이가 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P. 92 ’경험의 한계‘)


90년에 가까운 삶을 그저 허투루 살지 않고 매일 매 순간을 통해 사유하고 배우며 살았기에 그 잔이 넘쳐흘러 내 마음까지 적시었을까. 입으로는 세상에 버릴 것 하나 없다, 모든 상황과 모든 사람을 통해 배울 게 하나는 있다 얘기했지만 실상 내 스스로는 뭐 하나 바뀌기 싫어하는 ‘꼰대’였다는 것을 알았다.


부모 복이 없는 사람은 없다. 부모에게 바라지 않는 마음, 생명을 내게 준 것으로 이미 받을 복을 다 받았으니 나머지는 내 몫이라고 여기며 사는 마음이 부모 복을 이어받아 나의 복을 쌓는 것이다. (P. 105 ’부모 복이 없는 사람‘)


이 땅에 태어난 이로서 부모와 내 형제에 대해, 직장인으로서 직장 동료들에 대해, 부부의 연을 맺은 이로서 남편에 대해, 한 아이의 어미로서 자녀에 대해, 그저 나라는 사람으로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 대해, 그 누구보다 나 자신에 대해- 아직 내 삶이 남아있는 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라고, 이 밤에, 괜히 마음먹어 본다.


ps. 필사나 캘리를 많이 하는 이에게 또한 이 책을 추천해 본다. 버릴 말이 하나도 없어 결국 모든 장을 다 쓰게 될지 모르니, 좀 두꺼운 노트를 준비하는 게 좋겠다.

꼰대는 자기 경험의 틀 속에 갇혀 사는 사람의 다른 이름일 뿐, 나이가 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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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할 권리 책고래숲 8
최준영 지음 / 책고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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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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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할 권리 책고래숲 8
최준영 지음 / 책고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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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그러지 않아도 좋았을 텐데, 적절히 '괜찮은' 곳에서 '괜찮은' 대접받으며 살아갈 방법이 있었을 텐데, 기어코 저자가 도달한 곳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잊힌 곳이다. 길거리 노숙인들, 미혼모 쉼터, 교도소… 소외되었으나 끝끝내 사람이기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외면할 수는 없었던 그들에게 다가간 세월들이었다. '낮은 곳의 인문학'이 되었다.


1/3 정도는 챕터 하나를 읽을 때마다 쉬어가야 했다. 그 얘길 했더니 슬픈 책이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글쎄, 슬펐던 걸까. 낮은 곳으로 임하신 예수를 보는 듯해서 마음이 더 아팠던가 보다. 알지만 알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 쉽게 내어줄 수 있는 얄팍한 동정 하나로 이 정도면 좀 나은 사람인 양 굴었던 게 아닌가 싶어- 그것이 부끄러웠을 거다. 


인문학은 16년 만에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하게 해 주는 학문이었다. 인문학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게 하고, 표현하지 않았던 말을 표현하게 하는 것이었다. 생각의 힘을 키우고,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해 주고, 다시 희망의 삶을 살도록 해 주는 것이 인문학이었다.

(p. 98)


인문학만이 이런 역할을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때로는 소설이, 때로는 만화가, 때로는 시의 한 구절이 똑같은 깨달음을 줄 수 있다. 누군가 무심히 주고 간 작은 전도지 한 장일 수도 있다. 그저 이 책의 저자와 그분 곁의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인문학이었을 따름이다. 무엇이 되었건, 당신을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고 알려줄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그저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일 뿐이라고 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되는 일이다. 아, 결국- 인문학은


사람이다. 사람이다. 사람이다.

(p. 35)

사람이다. 사람이다. 사람이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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