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 1~406.
2018년 08월 05일 완독.

영화로 접하기 전에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은교.
영화에서 평가는 선정적이다, 외설적이다, 또는 그래도 은교 역을 맡은 김고은의 연기력이 좋았다, 장면마다 필요한 연기였다는 평이 ​잇따랐다. 소설로만 접해본 나의 평가는 호평에 가깝다. 
먼저 작가의 표현력과 필력은 첫 장부터 나는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고수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 소설 속 주인공 중 한 명인 이적요 시인이 등장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시적인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문장들은 과거와 달리 간결하고 빠른 전개가 유행하는 요즘과 비교해보면 진부하거나 오글거리거나 올드하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읽는 순간 나이가 있는 작가라는 걸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표현들이 나에게는 과하지 않게 다가왔다. 적재적소에 쓰인 시적 표현들은 극중 인물들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여 더욱더 몰입하게 해준다. 이런 표현은 영화로 나타내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다. 책에선 시적 표현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쓰기 때문에 읽는 데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고, 묘사하느라 문맥이 길어져서 늘어지는 경우도 없다. 오히려 애매모호한 감정과 느낌을 확실하게 전달하는 도구의 역할을 한다. 올드할 수 있는 표현을 세련되게 쓰는 작가의 필력을 보면서 어느 순간 트렌디한 젊은 작가가 쓰는 것 같단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만큼 작가는 언어의 마술사다.

이어서 소설 속 인물들의 심리를 생각해 볼 때,
이적요 시인을 오랫동안 스승으로 모신 서지우는 어미 같은 선생님의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작가로서 성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지만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자괴감이 든 그는 어떻게서든 스승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적요 시인은 어느 순간 욕망의 대상이자 사랑이 되어버린 은교와 제자 서지우가 서로 스스럼없이 지내는 걸 보고 마치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막내가 다 독차지한단 생각에 질투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인다.
은교는 장녀이자 막내 같은 느낌이 든다. 시인과 서지우 사이에서 두 사람에게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며 살갑게 구는 장면에서는 영락없는 막내같이 통통 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극 중 세 명의 인물은 인간의 본성과 욕망에 대해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이로써 인간 내면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고 필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단순히 소설로 치부할 게 아니라 사람의 본성에 대해 다시 되짚어보게 되는 철학적인 요소가 있다.
깨끗하고 바르게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본성엔 나도 모르는 무언가가 잠자고 있는 게 아닐까? ​

​●한 줄 생각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사랑 앞에선 걸림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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