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1~464.
2018.04.22 완독.


˝잘해줘봐야 소용없어, 너만 손해야˝

​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하기도, 듣기도 한다. 내가 호의적으로 도와줘도 돌아오는 건 믿는 도끼에 발등만 찍힐 뿐, 물에 빠진 사람 도와줘봐야 보따리 내놔라는 식이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서 착하면 손해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이기적으로 굴 때가 있다.


 그럼 과연 착하면 손해일까? ​


 그 답은 이 책 속에 담겨있다. 저자는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시건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세계 3대 경영 대학원으로 손꼽히는 와튼스쿨에서 조직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당시 31세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능력으로 와튼스쿨 최초로 최연소 종신교수에 임명되었다. 이 외에도 그의 업적은 화려하다. 그만큼 그의 연구가 값어치 있다는 뜻이다. 그는 <기브 앤 테이크>를 통해 타인을 위해 베풀고, 양보하고, 헌신하는 행위가 과연 손해인지, 아니면 성공으로 이어지는지를 객관적으로 연구하여 증명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성향은 세 가지다. 테이커와 매처, 그리고 기버다.

 ‘테이커‘는 받기만을 좋아하는 스타일로서 무엇인가 얻어내기 위해 상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이기적인 성향이라 많은 사람들이 꺼려하지만 목적을 이룰 때까지 가면을 쓰고 접근하기 때문에 분별하기가 쉽지 않다.

 ‘매처‘는 공평한 걸 좋아한다. 그래서 누군가 일방적으로 줘서도, 받아서도 안 된다. 서로 주고받아야 한다. 상대가 주면 나도 주고, 내가 주면 상대도 줘야 한다. 말 그대로 기브 앤 테이크다.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까 너도 이만큼 해줘야 돼‘라는 생각 때문에 내가 호의를 베풀었는데 상대가 알아주지 못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주지 않으면 서운해한다. 어쩌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유형이다.

 ‘기버‘는 주기만 하는 사람이다. 가장 큰 특징은 이타적인 성격으로 인해 일을 제일 많이 하기도 하지만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고, 타인의 일을 도와주다가 정작 자기 일은 끝내지 못해 상사에게 혼나기도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테이커에게 사기도 잘 당한다. 남들이 보기엔 호의적인 건 좋지만 지나친 배려로 자기 주관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추진력이 약해 보인다던가, 혹은 자신의 이익보단 남의 이익을 우선 시 하다가 손해 보는 경우가 많아서 쉽게 일을 맡기지 못한다. 이럴 경우 결정 권한이 있는 임원이나 투자 파트너 같은 주요 직책을 맡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손해 보는 장사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가끔 이런 사람이 되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 이 세 가지중에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이 가장 성공할까? 바로, 기버다.

​ 연구 결과, 성공의 사다리가 있다면 제일 꼭대기에 기버가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난 의아했다. 일반적으로 주기만 하면 손해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 마음속 한구석엔 잘해주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강하고, 착하게 살면 만만하게 본다는 의식이 은연중에 자리 잡고 있다. 한때, TV 예능 프로의 유행어처럼 ‘나만 아니면 돼!‘, 또는 회사나 군대 내에서 흔히 쓰는 ‘잘하면 일 더 시킨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손해 보는 것에 민감하다.

 정말 기버처럼 살면 꼴찌만 하고 성공은 할 수 없는가에 대해 궁금했던 저자는 긴 시간 동안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한 결과 우리의 생각을 반전시킨다. 성과 부분에서 테이커와 매처는 평균 실적을 내지만 기버는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기록을 남긴다. 자동차 딜러, 보험 설계사, 안경사, 창업가, 투자자, 변호사, 의사, 대통령 등등 직업에 상관없이 다양하게 적용된다. 남을 위해 희생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손해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는 은혜 갚은 까치처럼 주변에서 그 사람을 추천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결국엔 그 사람의 진심을 알아주기 때문에 기버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세상인심이 점점 각박해지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는 이때에 손해만 보는 줄 알았던 기버가 성공을 한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 잘해주면 손해다라는 생각을 뒤엎는 연구결과다.

 이쯤 되니 영화 골든슬럼버의 강동원 대사가 떠오른다. ˝손해 좀 보고 살면 안 돼?, 손해 보는 게 어때서!˝ 
착하기만 한 기버를 보면서 우리는 ˝왜 저러고 살아.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고, 세상 물정을 몰라도 한참 모르네, 참 답답하다˝라고 말하지만 기버는 어느 순간 성공의 길을 가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성향이란 게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테이커가 매처 되기 힘들고 매처가 기버 되기 어렵겠지만 이제 잘해주면 손해다라는 생각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게 됐다.


 저자는 사회에서 성공하는 기버에 대해 다뤘지만 문득 가정에서 기버는 누구일까 생각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우리 집에서 기버는 어머니가 아닐까 생각한다. 집안에서 서열로 따지자면 아버지 못지않게 어머니가 가장 높지만 피붙이인 내 뒤 바라지 하시느라 항상 고생하시고, 잘못이 있다면 따끔한 훈계와 함께 용서로 감싸주시며, 자식으로서 해준 것이 없어도 항상 주기만 하시는 어머니. 누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어머니는 하루하루 자식 걱정하며 보내신다. ˝자식새끼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어˝라고 말씀하시지만, 난 안다. 그 의미의 뜻을.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면 눈싸움이 시작되지만 어머니와의 눈 맞춤은 환한 미소로 포근히 다가올 거라는 걸 안다. 진정한 기버는 어머니가 아닐까. 사회에서 기버를 보면 왜 저러고 사는지 참 답답해했지만, 정작 어머니를 보고선 응당 그렇게 해야만 하는 존재로 여기진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 한 줄 생각 : 당신은 ‘방구석 여포‘라는 말을 아는가? 우리 모두 기버를 걱정하기보단 양의 탈을 쓰고 접근하는 테이커를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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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1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다모 2018-05-01 22:16   좋아요 1 | URL
어느새 읽었네?ㅋㅋㅋ
쓰다보니 생각보다 길게 쓴 것 같음...ㅋㅜ

2018-05-01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다모 2018-05-01 23:38   좋아요 1 | URL
ㅋㅋ이것도 줄이고 줄인건데...

cyrus 2018-05-02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 사람에게 다가가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제일 나빠요. 대부분 착한 사람은 양의 탈을 쓴 나쁜 사람의 진짜 얼굴을 제대로 못 봐서 손해 보는 경우가 많아요.

아다모 2018-05-02 22:17   좋아요 1 | URL
나쁜 사람을 알아볼 수 있으면 참 좋은데 말이죠ㅎ 근데 알아보는 방법도 이 책에 담아놨더라구요~